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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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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5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18 11:51
조회
524
추천
17
글자
11쪽

손수건

DUMMY

길튼 교수의 연구실에서 빠져나와 대학원 기숙사로 향했다.


“앨런 학생!”


기숙사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원 기숙사 총괄 관리자인 엠마였다.


“앨런 학생 앞으로 온 거에요. 신문을 많이 시켰네요?”


엠마의 손에 신문이 가득 들려 있었다.

신문사를 종류별로 정기구독해놨던 게 도착한 것이다.


‘정보는 중요하니까.’


단순히 무식하게 방구석에 틀어박혀 마법 단련만 해서는 안 된다.

흘러가는 흐름을 파악해야지,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뭘요. 이게 제 일인 걸요.”


엠마에게 신문을 비롯한 우편물을 건네받고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툭-


손에 있는 짐을 책상 위에 놓고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마법서를 비롯해 여러 물건이 혼잡하게 섞여 있었다.


‘누가 손을 댄 흔적은 없군.’


사실, 혼잡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나만의 질서가 담겨 있었다.

누가 조금이라도 건드렸었다면 내가 알아봤을 터였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독약 때문에 의심이 조금 많아졌다.


슥-


나는 구석에 박아둔 푸른 이끼 분말이 담긴 병을 꺼냈다.

분말을 깨끗한 물과 함께 찻잔에 탄 후, 바람 마법으로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빠르게 섞었다.


꿀꺽꿀꺽-


맛은 없었지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애초에 맛으로 먹는 게 아니었으니까.


탁-


빈 찻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후, 신문을 펼쳤다.


[가시 여왕 마키나! 앞장서서 클레라 숲의 마수를 토벌하다!]

[마키나의 등장 이후, 레드 등급 이상 해결사들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상승!]

[회색족은 우리의 친구!]


신문에는 회색족 마키나에 대한 찬사가 담겨 있었다.


‘···인기 스타가 따로 없군.’


썩 보기 좋지 않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사람들은 회색족의 실체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신문을 쭉 살펴보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내용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 관한 얘기들이었으니까.


[고장 난 마법사 앨런! 시작부터 블루 등급 해결사가 되다!]

[담당했던 마법 평가사 왈, 앨런은 블루 등급 이상의 실력자일 것!]

[학업과 해결사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밝혀! 그는 초인인가?]


이것들은 내게 호의적인 기사들이었다.

허나, 그렇지 않은 내용들도 있었다.


[고장 난 마법사 앨런! 블랙 등급의 해결사 마키나의 호의를 거절하다!]

[그의 차별주의자적인 행보에 당시 주변에 있던 해결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교만한 마법사 앨런! 플라티나 아카데미의 수준이 이 정도로 추락했나!]


마키나가 해준다는 싸인을 거부한 것을 곱게 보지 않은 사람들이 쓴 기사일 터였다.


슥-


이번엔 신문 사이에 끼어 있던‘플라티나 의뢰지’를 펼쳤다.

플라티나 의뢰소에서 정식 등록된 해결사의 거주지에 직접 발송하는 서류였다.


다양한 의뢰들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저녁에 운동하실 분 구합니다]

[지하 창고에 쥐가 많아요. 깨끗이 청소해주세요]

[정기적으로 개 산책시켜 주실 분 연락해주세요]


이런 화이트 등급이나 할 법한 허접한 의뢰부터.


[미개척지 탐색대 상시 모집 공고. *주의* 최소 블루 등급 이상의 실력자일 것]

[펠리스 숲 마수 토벌대 모집 공고.*주의* 최소 블루 등급 이상의 실력자일 것]


전투 마법사를 필요로 하는 의뢰까지 다양했다.

그렇게 의뢰지를 살피는 그때.


Drrrrr-!


기숙사 방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앨런 후배.


소피아 선배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통화로 하기는 조금 그렇고.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면 기숙사 1층 휴게실로 나와줄 수 있겠니?

“지금 나가겠습니다.”


계단 한 층만 내려가면 대학원생 전용 휴게실이 있었다.

당분간 함께 생활할 대학원 선배의 간단한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문밖으로 나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저벅-


도착한 휴게실은 한산했다.

소파와 테이블이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멀리서, 소피아 선배의 뒤통수가 보였다.


“어, 왔니? 이거 마셔.”


맞은편에 앉자, 소피아 선배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홍차를 내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나는 홍차의 향을 맡은 뒤에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따뜻해서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소피아 선배가 홍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방금, 길튼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오는 길이야.”

“무슨 대화를 나눴습니까?”


과연, 길튼 교수가 상처받은 대학원 선배들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지 조금 궁금증이 들었다.


“교수님이 내게 미안하데. 그동안 신경 못 써서 미안했데···. 무조건 졸업시켜줄 테니 걱정하지 말래. 길튼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말하는 소피아 선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확실히, 선배의 말처럼 미안함이나 사과는 길튼 교수에게 어울리지 않은 단어였다.


‘허나, 달라졌다.’


나와의 내기 이후로.

내가 알던 길튼 교수가 아니게 되었다.

미래가 바뀐 것이다.


“앨런 후배가 길튼 교수님께 잘 말해 준거지? 고마워, 덕분에 교수님이 바뀌신 것 같아.”

“뭘요. 일단, 흐르는 것 좀 닦으세요.”


나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사실, 소시지를 담았던 보따리를 잘라 만든 비상용 붕대였다.


“고마워. 크응!”


소피아 선배가 눈가를 툭툭 닦더니 코를 거하게 풀었다.

조금 더러웠다.


“···앨런 후배, 너 하늘 같은 선배가 코하는데 그런 표정 짓기야?”

“선배는 울 때 눈물보다 코를 더 많이 흘리네요.”

“비염이라서 그렇거든! 너가 비염인의 고충을 아니?”


킁!


소피아 선배가 두어 번 코를 더 풀더니 소시지 보따리로 만든 손수건을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깨끗이 빨아서 돌려줄게.”

“괜찮아요. 갖고 계시다가 나중에 추울 때 땔감으로 써주세요.”

“치··· 앨런 후배, 생각보다 참 짓궂구나? 나빴어 정말.”


소피아 선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빴다라는 말과 달리 썩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앤디 선배는요?”


내 말에 소피아 선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앤디는 방금 길튼 교수님이랑 크게 다퉜어. 연구실을 나가겠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제 와서 연구실을 나가겠다고?


“사실, 다퉜다기보다는 앤디가 일방적으로 서운함을 엄청나게 쏟아냈지. 길튼 교수님은 듣기만 하고.”


앤디 선배는 소피아 선배와 달리, 길튼 교수의 사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나 보다.


그간 앤디 선배가 겪었을 마음고생을 생각해 봤을 때,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아깝게 됐군.’


이제 길튼 교수의 연구실에는 꽃길만 있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박차고 나간다니 조금 안타깝다는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본인의 선택이다.’


도시락 싸서 졸졸 쫓아다니며 앤디 선배를 설득할 생각도, 그럴 여력도 없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철저히 회색족의 침략에 대비하여, 끔찍한 미래를 반복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


다음 날 아침.

소피아 선배와 나는 길튼 교수의 연구실에 찾아갔다.


연구실에 있는 회의 테이블에 셋이 둘러앉았다.


“올해는 이렇게 셋이서 연구실을 운영해나갈걸세.”


길튼 교수가 말했다.

꽤나 상심에 찬 목소리였다.

앤디 선배가 연구실을 나갔기 때문이겠지.


“이걸 받게나.”


길튼 교수가 내게 서류를 한 장 건넸다.


[대학원생 수업 시간표]


대학원생도 아카데미 학부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받고 시험을 치러야 했으니 시간표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핫, 나는 수업 안 받는다? 부럽지?”


그때, 소피아 선배가 옆에서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딱히 부러워할 상황은 아니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생으로서 받아야 할 수업을 전부 이수했음에도 아직 졸업을 못 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졸업할 수 있을 만한 연구 성과가 없기 때문이었다.


크흠-


길튼 교수 본인에게 조금 불편한 주제라서 그런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렸다.


“자네들은 벌써 친해진 것 같군.”

“헤헤··· 제가 아주 잘해주고 있죠. 앨런은 제 첫 후배니까요.”


소피아 선배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어? 그런데, 시간표가 조금 이상하네요?”


내 시간표를 보던 소피아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수업이 하루에 왕창 몰려있네? 작년까지만 해도 수업이 띄엄띄엄 퍼져 있었는데.”


확실히 소피아 선배의 말처럼 보름에 하루꼴로 모든 수업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 길튼 교수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파트 타임 학생이라서 그러네. 시간표를 잘 보고 수업이 있는 날에는 다른 일정을 비워두게나.”


그렇군.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파트 타임은 학업과 직업 활동을 병행하는 제도다.

수업이 자주 있으면 직업 활동에 지장이 가니, 하루 몰아서 넣은 것이다.


‘나쁘지 않군.’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그럼, 수업은 앨런 혼자 듣나요? 심심하겠다.”


소피아 선배의 말에 길튼 교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세. 수업은 전부 같이 듣네.”

“예? 다른 사람들도 이 시간표로 수업을 듣는다고요?”


길튼 교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트 타임 학생 한 명 때문에 같은 수업을 두 번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니까. 교수 회의 결과 이번에 입학하는 대학원생들은 전부 이 시간표를 사용하기로 했네.”


확실히, 비효율적이었다.

교수들 입장에서는 일을 두 배로 하는 셈이었으니까.


“어···. 불만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앨런 후배 괜찮을까요?”


소피아 선배가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필요에 의해 대학원 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미움받을 게 싫어,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사실, 나보다는 길튼 교수가 더 문제지.’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거의 사장되었던 제도인 파트 타임 대학원생 제도를 부활시켰으니, 다른 교수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이제, 연구 방향에 대한 얘기를 하지.”


길튼 교수가 말했다.

소피아 선배의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당분간은 재료를 수집하는 데 집중할 생각일세. 안전이 확보된 미개척지를 조사하여 새롭게 발견되는 모든 걸 연구실로 가져오게나.”


옳은 방향이었다.

마법 공학의 단초가 될 물질은 미개척지에 있었다.


“적어도, 각자 보름에 한 개꼴로 가져오면 좋겠군.”

“이동 수단은 무엇으로 합니까?”


미개척지에는 철도가 깔려있지 않았다.

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아카데미에 출장용 차량을 신청하면 되네. 그런데, 자네 면허는 있나?”

“아직, 없습니다.”


운전할 줄 알지만 면허는 없었다.


“그럼, 면허부터 따는 게 우선이겠군. 비용을 연구실 자금으로 지원해 줄 테니 따놓도록 하게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12.18 22:14
    No. 1

    흥미롭..

    소재, 필력은 아주 좋은데

    주인공 독백이
    ~다
    ~다
    ~지

    약간 혼잣말이 아니라

    소극장에서 관객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배우의 독백 연기 느낌

    좀 더 자연스럽게 바꿔주시면 더 좋을 듯.

    그리고 확고한 목표의식은 좋은데,
    자꾸 독백으로 자기세뇌 하는 것 같아서 좀 거부감이 ㅇㅇ..

    독백 반복보다는

    한번은 회상 (ex 전생에 전투에 휩쓸린 피난민들 시신들),
    한번은 이질감 (ex 전생에는 부서졌던 건물들이 멀쩡해서)
    한번은 반가움 (ex 전생에 알던 이와 전쟁 때문에 헤어져 영영 못보다가, 회귀 후 만나서) 등등

    다양하게 목적의식 부각해주시면 더 좋을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김영한
    작성일
    22.12.18 22:14
    No. 2

    여튼 꾸르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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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최우수 학생 +1 22.12.11 812 24 12쪽
8 곱빼기 22.12.10 800 22 12쪽
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5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1 23 11쪽
3 꿀밤 22.12.05 915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999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48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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