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영합니다

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005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06 17:17
조회
901
추천
23
글자
11쪽

보따리

DUMMY

햇살이 눈꺼풀을 건드린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거리를 지나는 담꽃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


담꽃 마을에서의 이틀째.

그간 여러 일들이 있었다.


‘해독약을 만들었다.’


푸른 이끼로 해독약을 제조했다.

제조법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햇볕에 바싹 말려 분말로 만들고 깨끗한 물에 잘 타서 복용하면 끝이었다.


신경 써야 할 건 제조 방법이 아니었다.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한 번에 조금씩만 복용해야 했다.

푸른 이끼는 검은점박이꽃의 치료약으로 쓰이지만, 동시에 다른 질병을 유발하는 독이기도 했다.

잘못 먹었다가는 강한 복통을 유발했다.


‘몸이 버틸 만큼 조금씩 섭취해야 한다.’


빠르게 회복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나는 얼마만큼 양을 먹어야 하는지 회귀 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티스푼의 절반.’


그러니까 바싹 말린 푸른 이끼 분말을 손톱만큼 물에 잔뜩 희석해 복용해야 몸이 무리가 없었다.


스륵-


나는 오른손을 들어 마력을 운용했다.

순식간에 마나가 손끝에 집중되더니 주먹만 한 빛 덩어리가 되었다.


‘라이트 마법.’


주변을 밝히는.

꼬마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 중의 기초 마법 중 하나였다.

나는 안정되게 유지되고 있는 라이트 마법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많이 나아졌다.’


약을 먹기 전에는 몇 초 안가 독의 작용으로 금세 몸이 뜨거워졌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꽤나 늘어났다.

푸른 이끼 분말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젠 시간문제다.’


꾸준히 복용하면 빠른 속도로 몸이 완벽히 회복될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쿵- 쿵-


바닥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덜컥!


“형아! 담꽃 마을 신문에 형아 나왔어! 어? 또 햇빛 만들었네?”


소리의 주인공은 식당 꼬마였다.

꼬마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열며 신문을 들이밀었다.

나는 시전하고 있던 라이트 마법을 해제하고 신문을 살펴봤다.


[담꽃 마을 타임즈 특종!]

[대륙 최고 명문 플라티나 아카데미 졸업반에 재학 중인 앨런! 위기에 빠진 사냥꾼들을 돕다!]

[아직 학생임에도 껍질곰을 마법 한 방에 쓰러트린 실력자!]


담꽃 마을 타임즈.

대륙 전역에 뿌려지는 대형 신문사들과는 달리, 담꽃 마을 내부의 일을 기사로 적어내는 동네 신문사였다.


‘많은 걸 물어봤었지.’


어제 오후쯤인가 담꽃 마을 타임즈 기자가 내게 찾아와 인터뷰했었다.


인터뷰를 한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성실히 답변했었다.


‘담꽃 마을에서의 평판이 올라갈 테니까.’


비록 담꽃 마을 사람들만 보는 작은 마을 신문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신문에는 내게 유리한 내용만 적혀 있었다.


‘이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다.’


개인의 무력을 기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쟁은 홀로 할 수 없었다.

결국엔 명망을 쌓고 사람을 모아야 회색족 놈들의 침략에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었다.


####


다음 날이 되었다.

밀봉이 가능한 유리병에 바싹 말린 푸른 이끼를 가득 담았다.


‘목적은 전부 달성했다.’


푸른 이끼를 잔뜩 채취했으며, 마법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슬슬 플라티나 아카데미로 돌아가 추가 졸업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해야 할 터였다.


슥-


가방을 등에 메니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묵직함이 느껴졌다

안에 유리병과 푸른 이끼가 가득 담긴 탓이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산아래 식당 1층으로 내려가 식당 부부와 꼬마에게 며칠간 신세 진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했다.


“자네 몫이네.”


검은 털모자 사냥꾼이 내게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봉투가 터질 듯 뚱뚱했다.

안에는 지폐가 잔뜩 들어 있었다.


“이게 뭔가요?”

“돈일세.”

“···.”


봉투에 담긴 게 돈인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하하! 농담이고 자네가 잡은 껍질곰 값일세. 자네가 혼자서 한 마리를 처리하지 않았는가.”


아, 껍질곰 한 마리를 내가 잡았었지.

깜빡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애초에 자네 몫인데 감사는 무슨.”


굳이, 사양하지 않고 봉투를 건네받았다.

나는 지금 학생이었고 돈이 매우 쪼들리는 상황이었으니까.


“이것도 받아 학생.”


이번엔 식당 주인아줌마가 뭔가가 가득 담긴 보따리 두 개를 건넸다.


“이건 뭔가요?”

“학생이 우리 집에 머물면서 날마다 먹은 소시지.”


이것도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선물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맛이 좋기도 했고.


나는 양손에 보따리를 하나씩 쥐었다.


“감사합니···”

“기다려봐 더 있어 학생.”


식당 주인아줌마가 보따리 세 개를 더 가져왔다.


“···저, 너무 많아서 손이 부족한데요.”

“손이 부족하면 겨드랑이 사이에 껴서 가.”

“예?”

“젊을 때 많이 먹어 살 좀 찌워둬야지. 그렇게 해골처럼 지내다가 나중에 골병 생겨 학생. 이거 다 먹으면 살이 좀 붙을 거야.”


뭐, 어떻게 든 되겠지.

겨드랑이까지 이용해 온몸으로 보따리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몸조리 잘하게. 다음에 담꽃 마을에 오게 되면 우리 식당에 꼭 들르고.”

“형아 잘 가! 다음에 또 와서 마법 보여줘!”


식당 부부와 꼬마의 배웅을 받으며 담꽃 마을 역으로 향했다.


####


보름달이 뜬 저녁.

플라티나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저벅-


곧장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곳곳에 세워진 전등이 길을 밝히고 있어 넘어질 걱정은 없었다.


“저 사람 뭐야?”

“그러게, 웬 보따리를 저렇게 많이 들고 있지?”


주변을 지나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나를 보며 수군거렸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

“자세히 보니 앨런 선배네. 이제 마법을 못 쓰게 됐으니 보따리 장사라도 하려는 건가?”


충분히 보따리 상인으로 보일 법했다.

나는 지금 온몸으로 보따리를 다섯 개나 들고 있었으니까.


“에휴, 왜 학생들 상대로 보따리 장사를 하려고 한대? 장사를 할 거면 시장에나 갈 것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나였으면 몸이 고장 난 순간 바로 자퇴했다. 왜 마법도 제대로 못 쓰게 됐으면서 껌딱지처럼 아카데미에 붙어있는지 이해가 안 가. 완전 시간 낭비잖아.”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회귀 전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나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런 소리를 많이 들었었지.’


고장 났으면 포기하라고.

왜 구차하게 아카데미에 붙어있냐고.


저벅-


그렇게 아카데미 학생들을 지나쳐 플라티나 아카데미 졸업반 기숙사에 도착했다.


‘···.’


기숙사 내부는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반은 이제 받을 수업이 없었으니까.

다들 취업하기 위해 각자 면접을 보고 있거나, 본가에서 쉬고 있을 터였다.


저벅-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려는데.


“앨런 학생? 이게 다 뭔가요?”


기숙사 관리인인 엠마가 다가왔다.

보따리를 잔뜩 이고 가는 내 모습이 수상했나 보다.


“소시지예요.”

“...?”


엠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긴, 여러 의문이 들 거다.

나도 내가 왜 소시지를 이렇게 많이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일단, 옮기는 걸 도와드릴게요.”

“고맙습니다.”


나는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소시지 보따리의 무게가 꽤나 나갔으니까.

이미 손에 힘이 거의 풀려 있었다.


“별말씀을요. 학생분들을 도와드리는 게 제 일인 걸요.”


그렇게 엠마와 함께 소시지 보따리를 들고 방으로 향하는데.


“...그나저나 아직인가 보네요.”


엠마가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슬쩍 훔치며 입을 열었다.


아직이라니?


“예전의 앨런 학생이라면 마법을 사용해서 훨씬 편하게 옮겼을 텐데··· 어휴, 왜 앨런 학생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엠마가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였다.


‘아.’


엠마의 말을 듣고 깨달은 게 있었다.

내가 왜 마법을 사용할 생각을 못 했지?


‘바보 같았군.’


염력 마법은 대다수의 전투 마법에 기본이 되는 기초 마법이었다.

염력 마법을 사용하면 편하게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휴, 그래도 안 떨어트리고 무사히 도착했네요.”


그렇게 자책하는 사이에 방에 도착했다.

테이블 위에 소시지 보따리가 가득 쌓였다.


“그럼 쉬세요 앨런 학생. 꼭 몸이 나아서 추가 졸업 시험에 합격하길 바랄게요.”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멀어지는 엠마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엠마가 뒤를 돌아봤다.


“예?”

“몸이 낫고 있거든요. 사실 이제는 소시지 보따리 정도는 들 수 있어요.”


나는 염력 마법으로 다섯 소시지 보따리를 들어 올린 채로 말했다.

그러자 엠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긴.’


어이가 없을 터였다.

이렇게 쉽게 소시지 보따리를 들 수 있었으면 괜한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었으니까.


‘왜 진작 마법을 쓰지 않았냐며, 헛수고를 했다며 화를 내겠지만.’


엠마에게 싫은 소리를 듣더라도 지금이라도 말하는 게 나았다.

며칠 후면 내가 마법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아카데미에 있는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


“···앨런 학생.”


엠마가 다소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흠흠. 저도 까먹고 있었으니 너무 화내지는···.”


민망한 변명을 하려는데.


텁-


그런데, 엠마로부터 예상외의 반응이 나왔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앨런 학생.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지요? 이제 졸업할 수 있겠네요. 앨런 학생은 항상 열심히 했었으니까 원래 이게 당연한 거죠.”


엠마가 내 양어깨에 손을 올리며 토닥이며 말했다.

화를 내기는커녕 다행이라고 말하다니.

조금 놀랐다.


“고생하기는요. 저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요. 한 번 우등생은 영원한 우등생이니까요.”


당황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


이후로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서 조금씩 마력은 운용하면서 마법서를 읽었다.


‘회귀 전에는 마법에 손을 놨었다.’


추가 졸업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고,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쫓겨났을 때.

나는 마법에 완전 손을 놓고 다른 길을 걸었었다.


‘시골 마을의 도서관 사서로 일했었지.’


나라고 마법에 손을 놓고 싶어 놨던 게 아니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몸이 되었는데 무슨 수로 마도의 길을 걷겠는가.

마법에 관련된 책은 쳐다보기도 싫었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회색족의 학살이 시작됐었지.’


학살이 시작된 이후, 뒤늦게나마 몸에 있는 독을 해독하여 마법에 다시 손을 댈 수 있었다.


‘허나, 너무 늦었었다.’


이미, 패착이 짙어진 상황에다가, 마법 실력을 향상시킬 여건도 되지 않았었다.

매일 생존하기 위해 싸웠다. 그러다 최후를 맞이했었다.


‘이젠 시간과 상황이 주어졌다.’


회귀 전과는 달리 마음껏 힘을 기를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

철저히 대비하여 참혹한 미래를 반복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비염을 달고 사는 코찔찔이 꼬마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준 엠마.

그리고, 함께 피 흘리며 회색족과 싸웠던 동료들.

그들을 회색족 녀석들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강해져야 한다.’


회귀 전보다도 훨씬 더.


스륵-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그때.


똑똑-


“앨런 학생! 안에 있습니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1 22.12.21 129 0 -
18 고양이 22.12.20 351 11 12쪽
17 감기 22.12.19 447 9 13쪽
16 손수건 +2 22.12.18 525 17 11쪽
15 분위기 22.12.17 582 18 10쪽
14 마키나 22.12.16 614 18 11쪽
13 등록 22.12.15 651 21 11쪽
12 선배들 22.12.14 698 19 11쪽
11 먼저 일어난다 22.12.13 746 23 10쪽
10 전공 +1 22.12.12 819 24 10쪽
9 최우수 학생 +1 22.12.11 812 24 12쪽
8 곱빼기 22.12.10 800 22 12쪽
7 긍정 22.12.09 827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6 24 14쪽
» 보따리 22.12.06 902 23 11쪽
3 꿀밤 22.12.05 916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1,000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50 2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