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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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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3,998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12 10:45
조회
818
추천
24
글자
10쪽

전공

DUMMY

피터가 떠나고.


스륵-


나는 곧장 염력 마법을 사용해 기숙사 방을 정리했다.


‘비워줘야 하니까.’


지금 내가 머무는 방은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들을 위해 며칠 안에 방을 비워줘야 한다.


‘뭐, 챙길 것은 많이 없지만.’


책은 전부 도서관에서 빌렸다.

사실상 옷가지 몇 벌이 짐의 대부분이었기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돌리고 있는데 꽃을 들고 있는 졸업생들이 보였다.

졸업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가족이나 지인에게 받은 것일 터였다.


‘···.’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꽃다발을 줄 사람은 없었으니까.

나는 기억도 없는 애기 시절부터 혼자였다.


‘주책이군.’


나는 회색족의 침략을 대비해야 한다.

유치하게 저런 걸 부러워할 때가 아니었다.


회귀 전의 나이까지 합하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길튼 교수가 서 있었다.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졸업 축하하네.”


길튼 교수가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는 얼떨결에 건네받으며 답했다.

꽃다발을 받은 것도 놀라운데, 의외의 사람에게 받아 조금 더 놀랐다.


“봉투를 한 번 열어보게나.”


꽃다발에 봉투가 끼어 있었다.

나는 꽃다발을 옆구리에 낀 채로 봉투를 열어봤다.


[대학원 입학 신청서]

추천인 : 연금학 교수 길튼


봉투 안에는 길튼 교수의 추천사가 적혀 있는 대학원 입학 신청서였다.


‘···.’


설마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렇게 꽃다발까지 준비해서 부랴부랴 찾아온 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길튼 교수가 참으로 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자네는 아직 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길튼 교수가 물었다.

생각해보니 대학원에 입학하겠다고 마음만 먹었을뿐 길튼 교수를 찾아가 말한 기억이 없었다.


“전에 말씀하셨던 조건이라면 입학하겠습니다.”


학업을 진행하면서 따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파트 타임 대학원생.

이 조건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플라티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력이 조금이라도 높은 게 유리했으니까.

그때 길튼 교수가 물었다.


“여전히 내 연구가 성공할 거로 생각하는가?”

“당연히 성공할 겁니다.”


마법 공학 연구는 성공하여 세상을 크게 바꿔놨었다.


‘꽤나 나중의 일이지만.’


회귀 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것이다.


마법 공학이 가미된 무기는 회색족과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인류의 전투력 상승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럼 됐네. 자네가 내 연구에 참여한다면 파트 타임 대학원생이던 풀 타임 대학원생이던 상관 안 하겠네.”


말을 마친 길튼 교수가 등을 돌려 멀어졌다.


####


이후로 여러 밤이 지나고.

대학원 원서 접수 시기가 되었다.


나는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 입학처에 원서를 접수했다.


“일주일 뒤에 합격 불합격 여부가 나올 거예요.”


입학처 직원이 말했다.


“뭐···. 길튼 교수님 추천사가 있으니까 당연히 합격하겠지만요. 게다가 앨런 학생은 이사장님으로부터 최우수 학생 표창도 받았잖아요?”


맞는 소리다.

사실, 대학원 입학은 교수의 추천이 있으면 거의 합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입학처 밖으로 나왔다.

맑은 햇살이 플라티나 아카데미의 건물들을 내리쬐고 있었다.

참으로 예쁜 풍경이었다.


‘회귀 전엔 엉망이 됐었지.’


회색족은 인간이 만든 건물을 가만두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부수고 불태웠다.


‘이젠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내가 막아낼 거니까.

나는 잠깐 서서 풍경을 즐기다 마력 단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마력 단련장은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플라티나 아카데미는 방학이었으니까.


쾅!


항마력 허수아비에 마법을 쏟아부었다.

과거 싸웠던 회색족과의 전투를 떠올리며 실전처럼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위태위태했던 적이 많다.’


회색족의 강함은 보통이 아니었다.

놈들의 학살을 막기 위해선 지금보다. 아니, 회귀 전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그렇게 마력을 쏟아붓는데.


‘···.’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조금 떨어진 거리에 피터가 보였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피터도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건가.’


지금 플라티나 아카데미에 머물고 있는 학생은 대학원생이거나 예비 대학원생뿐이었다.

지금까지 이곳에 남은 것을 보면 분명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것이리라.


‘뭐, 상관없겠지.’


피터는 함께 학생회를 운영했던 맴버 중 한 명으로, 내게 독을 먹였을 강력한 용의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굳이 녀석에게 적의를 들어낼 생각은 없었다.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둘 생각은 없으니까’


사소한 복수나 원망 어린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나는 끔찍한 미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방해하지 않는다면 내버려 둔다.’


과거 내게 독을 먹였던 것처럼, 또다시 나를 망치려 들지 않는다면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스륵-


피터 녀석에게 신경을 끈 채로 계속해서 마법으로 항마력 허수아비를 때렸다. 피터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본인도 마력을 단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검은점박이꽃 독의 영향으로 인해 슬슬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많이 늘었군.’


마법을 쓸 수 있는 시간과 마력 운용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저벅-


나는 꽤나 흡족한 기분으로 마력 단련장 밖을 나섰다.

방으로 돌아가 해독약을 먹을 생각이었다.


“앨런!”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히아. 바네사.”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히아였다.

옆에는 바네사도 있었다.


‘녀석들도 대학원에 입학하는 건가.’


사실, 회귀 전에는 녀석들의 행보를 전혀 몰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도 못 하고 쫓겨난 뒤로는 시골 마을에 틀어박혀 살았었으니까.

회색족과의 전쟁이 벌어진 이후에도 녀석들에 대한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


아마, 높은 확률로 회색족의 손에 운명을 달리했을 터였다.

회색족 녀석들은 마주친 인간을 살려두지 않았으니까.


“앨런도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거구나? 전공이 뭐야?”


자히아가 물었다.

대답해 주지 못할 것은 없었다.


“연금학 전공.”

“...연금학? 조금 의외네.”


자히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의외라니?”

“앨런 너 옛날 수업 때 연금학 교수님이랑 얼굴을 많이 붉혔었잖아.”


아, 그랬었지.

물론 지금도 관계가 썩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만약, 파트 타임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길튼 교수의 대학원생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뭐, 그렇게 됐다.”


이에 대한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적당히 답했다.


“···그래? 나랑 바네사는 전공 뭐로 했게?”

“뭐로 했는데?”

“검술교육과! 바네사는 마법교육과야!”


교육과라···.


‘합리적인 선택이군.’


지금 시대에 교육과는 최고 인기과 중 하나였다.

굳이 전선에 나서지 않아도 대접받는 전공으로 가장 입학 경쟁률이 치열했다.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던 둘은 어렵지 않게 교육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을 터였다.


“저기 숨어서 보고 있는 피터도 똑같이 마법교육 전공이고.”


자히아가 내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터는 마력 단련장부터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쳇-


피터가 혀를 차며 건물 뒤에서 걸어 나왔다.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있나 보다.


나는 녀석이 내 뒤를 밟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왜 앨런을 미행하고 있는 거야? 최우수 학생을 빼앗겨서 앙심을 품고 뒤통수를 치려고?”

“난 그런 비겁한 짓은 안 해. 치려면 앞통수를 치지.”

“그렇게 당당한 사람이 왜 앨런의 뒤꽁무니를 몰래몰래 쫓아다니는데?”

“시끄러! 내 마음이다!”

“니 마음만 있니? 내 마음도 있거든?”


사실 뒤통수던 앞통수던 상관없었다.

지금 피터의 실력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었다.


‘그나저나 전부 모였군.’


함께 학생회 생활했던 녀석들이 한곳에 모였다.

이 중에 분명 내게 독을 먹인 녀석이 있을 것이다.


“우리 오랜만에 모였는데 커피에서 카페나 마실까?”

“카페에서 커피겠지. 건물을 어떻게 마시냐?”

“푸하핫! 농담이었거든? 너는 어떻게 머리 좋다는 마법사가 이 정도 농담도 이해 못하니? 교양 좀 쌓아야겠다.”

“무식한 검사들이나 쓸법한 수준 낮은 농담이군.”


자히아와 피터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과거 학생회 시절.

그러니까 내가 고장난 마법사가 아니었을 때는 흔히 보던 광경이었다.


‘바네사는 조금 다르군.’


본래 시끄러운 녀석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말수가 적은 녀석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꼬르륵-


바네사의 배에서 배꼽 시계가 울렸다.

꽤나 소리가 컸다.

침묵이 찾아오고 모두가 바네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헉! 누가 폭발 마법 쓴 줄 알았네! 바네사 엄청 배고프구나?”


자히아가 검을 뽑는 시늉을 하며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벼, 별로.”


바네사는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외면했다.


‘그러고 보니 식사할 때가 되었군.’


슬슬 나도 배가 고파왔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생회 맴버가 한자리에 모인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젠 다들 대학원생이라 바빠질 테니까.


게다가 나는 파트 타임이라 다른 평범한 대학원생보다 배는 더 바쁠 터였다.


‘마지막으로 한번 봐둘까.’


세 명을 동시에 놓고 비교해보면 누가 내게 독을 먹인 녀석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침 식사할 때가 됐기도 했고.

나도 바네사처럼 배꼽 시계가 울리기 직전이었다.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먹자.”

“그래! 아카데미 식당 말고 밖으로 나가서 먹자!”


자히아가 답하며 플라티나 아카데미 정문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꽈악-


바네사는 자히아에게 손목이 잡힌 채로 질질 끌려가듯 멀어졌다.


“자, 자히아! 천천히 가요! 넘어지겠어!”


나는 저들의 뒤를 따랐다.


흥.


피터도 어쩔 수 없이 가준다는 표정으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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