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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전투 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atasy
작품등록일 :
2022.12.05 21:26
최근연재일 :
2022.12.20 12:33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4,006
추천수 :
369
글자수 :
93,443

작성
22.12.09 11:30
조회
827
추천
22
글자
10쪽

긍정

DUMMY

“···그건 좀.”


대학원 입학.

갑작스럽기도 하고 썩 달갑지도 않은 권유였다.


“왜지? 자네는 아직 졸업하고 무엇을 할 건지 정해둔 게 없다고 하지 않았나.”

“애초부터 대학원 입학은 선택지에 없었습니다. ···그보다 왜 제가 연구에 참여하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잡아먹을 듯이 굴었으면서 갑자기 왜?


내 말에 길튼 교수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감일세.”

“예?”

“자네가 내 연구에 참여하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은 감이 오는군.”


참나···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내 말을 따라 하는 건가?

나처럼 회귀도 안 했으면서.


“죄송하지만, 저는 학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회색족의 침략이 시작된다.

나는 학자가 아닌 전투 마법사로서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뭐 내가 관여한다면 속도는 훨씬 빨라지겠지만.’


마법 공학에 대한 자세한 원리는 모른다.

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핵심 재료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대학원에 입학하지 않아도 알려줄 것들이다.’


직접 알려주든지 아니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려주던지.

길튼 교수의 연구가 회귀 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마법 공학에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학자보다는 전투 마법사가 되겠다 이 말이구만.”

“예.”

“왜 굳이 험한 길을 가려는 겐가. 자네 재능이라면 굳이 위험하게 전선에서 싸울 필요는 없을 텐데?”


맞는 말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전투 마법사보다는 학자가 더 인기였으니까.

전투 마법사와는 달리, 학자는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만 해도 최우등 학생들은 전부 학자로 진로를 잡았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러니 말씀은 감사하지만 대학원에는 입학하지 않을 겁니다.”


곧, 힘이 가장 중요해지는 세상이 온다.

회색족 놈들을 막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


“흐음···.”


길튼 교수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침묵했다. 또다시 생각에 잠긴 것이다.


‘···.’


아무래도, 나를 정말로 대학원에 입학시키고 싶은 것 같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조금 전까지는 모든 걸 내려놓을 듯이 말하더니만, 갑자기 함께 연구하자고 집착하다니.


‘보아하니 내가 간섭하지 않아도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겠군.’


조금 휴식을 가진 뒤에 다시 연구실로 들어왔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우리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에는 파트 타임이라는 제도가 있네.”

“파트 타임이요?”


길튼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자네가 대학원에 다니면서 전투 마법사로서까지 활동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제도지.”


아, 파트 타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


‘플라티나 아카데미 초창기에는 파트 타임 대학원생을 했던 사람이 꽤나 있다고 들었지.’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장된 제도로 알고 있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파트 타임 대학원생을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조금씩 사라진 것이다.

길튼 교수가 이제는 거의 잊혀진 파트 타임이라는 제도를 내게 권유하고 있었다.


“파트 타임으로 대학원을 졸업하면 자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더욱 많아질 걸세. 요즘 같은 때에 고학력 전투 마법사는 희귀하니까.”


사실, 이 부분은 길튼 교수의 말이 맞았다.

이 도시에서는 학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활동하기 편했다.


‘이러면 썩 나쁜 제안은 아니다.’


아카데미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명문 플라티나 아카데미 대학원생이란 신분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도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겠지.’


마법 공학의 연구에 어떠한 재료들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조금 걸리는 게 있었다.


“교수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썩 얌전한 학생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파트 타임 제안까지 하시면서 저를 원하십니까?”


길튼 교수도 내가 고분고분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나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


“말했지 않나. 자네처럼 감이 왔다고.”


####


덜컥-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앨런이 길튼 교수 연구실 밖을 나갔다.

연구실에 혼자 남은 길튼 교수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건방지군.’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는 더는 찾아보기 힘든 파트 타임까지 제안했는데 생각을 한번 해 보겠다니···.

건방짐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건 사라지고 있는 제도다.’


적어도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는 그랬다.

연구를 함께할 학생을 구하는 교수로서는 썩 좋은 제도가 아니었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길튼 교수는 앨런이 꼭 자신의 연구에 참여하기를 바랐다.


‘유일했으니까.’


현재, 길튼 교수의 연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교수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길튼 교수 본인조차도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간 연구에 진전이 없었으니까.


수년에 걸쳐 여러 물질들을 조사했지만 계속 제자리만 맴돌 뿐이었다.

얻은 것은 삐걱거리는 관절과 침침해진 시력뿐이었다.


‘교수도 아니고 학생 주제에 반드시 성공할 연구라고 말하다니.’


조금 재능있다고 건방지게 굴던 학생인 앨런.

알고 보니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성공할 연구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연구를 긍정한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빈말이 아니었다.’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그간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아니면 아부를 하는 건지 구별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애초에 길튼 교수는 앨런이 빈말하는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거짓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풋내기의 말일 뿐이지만.’


아무리, 마법 신동이라 불릴 만큼 재능이 있고, 플라티나 아카데미에서 최고 우등생이었다지만 이제 막 졸업 시험에 통과한 풋내기였다.

한참 자신감이 넘칠 시기.


‘···그럼에도.’


풋내기의 말임에도 나아갈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앨런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면, 진전이 있을 거라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


이른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었다.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하는 게 좋겠지.’


길튼 교수가 파트 타임 대학원 입학을 제안한 지 며칠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안을 수락하는 쪽으로 마음이 굳혀져 갔다.


슥-


생각을 마친 나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장 마력 단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덜컥-


마력 단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으니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나는 적당히 몸을 푼 후, 항마력 금속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앞에 섰다.

그리고 마나를 끌어모아 오른손을 뻗었다.


화르륵!


손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항마력 금속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를 뒤덮었다.


‘확실히 어제보다 낫군.’


날이 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비록, 아직 회귀 전만큼의 위력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법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었다.


‘매일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


마력 운용 능력은 쓰면 쓸수록 늘고, 쓰지 않고 내버려 두면 퇴화한다.

매일 단련하여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까.’


나는 회색족의 학살을 대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생각이었다.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닐 터였다.


‘전투 마법사로 활동하게 되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많아질 거다.’


그렇기에 강해지는 데에 있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것이다.


스륵-


다시 마력을 끌어모아 허수아비를 향해 손을 뻗어 공격 마법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


슬슬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검은점박이꽃 독의 독성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


조금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최대한 억눌렀다.

조급함은 마법사에게 썩 좋은 감정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대박··· 진짜 고쳤나 보네.”

“전보다 더 실력이 좋아진 것 같은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는 선배한테 물어보니까 추가 졸업 시험 때도 제일 잘했다던데?”

“헐, 그럼 취업 좋은 데로 하겠네.”

“실력만 돌아왔으면 나쁘지 않게 하겠지. 아니면 대학원 올라가거나. 앨런 선배 학생회장일 때는 명성이 엄청났었잖아.”


아침부터 마법을 수련하러 나온 부지런한 플라티나 아카데미 재학생들이었다.

아마, 나처럼 수업이 없는 졸업반이거나 아침 수업을 신청하지 않은 하급생들일 터였다.


녀석들이 동물원에 온 듯 나를 동그랗게 에워싸 구경하고 있었다.


‘···.’


하긴, 신기하긴 할 거다.

졸업반 내내 고장난 마법사로 고생했던 내가 마법을 펑펑 시전하고 있었으니까.


‘이만, 돌아가야겠군.’


마력 단련은 충분히 했다.

몸이 뜨거워진 상태에서 무리해서 마법을 쓰면 몸 상태가 악화된다.

여기서 그만하고 몸을 식혀줘야 한다.


슥-


걸음을 옮기자 녀석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이 생겼다.

쳐다는 보지만 딱히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녀석은 없었다.


꼬르륵-


마력 단련장 밖으로 나오니 배꼽 시계가 울렸다.


‘오랜만에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어야겠군.’


담꽃 마을에 다녀온 뒤로는 매일 소시지로 끼니를 때웠다.

꾸준히 먹은 덕분에 그 많던 소시지를 전부 해치울 수 있었다.


저벅-


기숙사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


맞은 편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바네사.’


저번에도 만났던 전 학생회 맴버 바네사였다.

내기 그랬던 것처럼 아침 훈련하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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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 22.12.09 828 22 10쪽
6 연구 +1 22.12.08 870 25 15쪽
5 마법 글씨 22.12.07 886 24 14쪽
4 보따리 22.12.06 902 23 11쪽
3 꿀밤 22.12.05 916 24 11쪽
2 담꽃 마을 22.12.05 1,000 23 12쪽
1 추가 졸업 시험 22.12.05 1,55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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