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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판금투구
작품등록일 :
2023.05.10 12:22
최근연재일 :
2023.06.24 22:2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1,995
추천수 :
4,256
글자수 :
254,220

작성
23.06.03 14:21
조회
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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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글자
17쪽

23화 뜻밖의 만남(3)

DUMMY

"통조림 위주로 고르자."

"그게 낫겠지?"

"소비기한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보존식이지."


서은후는 도준명과 함께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오늘 같은 경우를 상상도 못 했었기에 집에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참치, 햄, 골뱅이, 고등어, 꽁치, 황도 등의 통조림 제품과 2ℓ 생수 6개들이 두 묶음을 챙겼다.

아포칼립스가 4년 뒤의 시간대인 걸 감안하여 소비기한은 되도록 2031년 이후인 것들로 골랐다.

얼추 다 샀다고 여긴 둘은 계산을 마치고, 차에 물건을 실었다.


"잠깐만."

"응? 어디 가는데?"


은후는 마트 옆에 있는 철물상에 들러 해머와 쇠 지렛대도 구입했다.

미래의 한명식에게 줄 무기로 챙긴 것들이다.


곧 집으로 돌아온 은후는 머티리얼 룸 옆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렸다.


"근데 말이야."

"어?"


준명은 불러놓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그 세상에서 우리는 뭘 하고 있을까?"

"······."


준명의 물음에 은후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생수와 통조림 상자를 B섹터에 쌓았다.

사 온 물건 전부를 안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아건 뒤에야 입을 연다.


"전에도 말했잖아. 괜한 추측은 하지 말자고."

"···알지. 그냥 오늘 한명식이란 분을 만나게 돼서 그래. 기분이 뭐랄까? 싱숭생숭하네."


똑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현실에서 알고 지내던 이를 아포칼립스에서 마주치면 어떡하나.

또 자신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과연 살아는 있을까.


나온 예상은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다.

동생의 불치병이 완치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은후의 생존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혼자 살겠다고 동생을 버려뒀을 리는 없으니까.


준명 역시 마찬가지다.

집돌이인 데다 싸움도 평생 해본 적 없는데,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았을 리가.

초창기에 리타이어 됐을 거라며 실없이 웃기나 했었다.


둘은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몹시 심란해했다.


"할 일부터 마저 끝낸 뒤에 생각해 보자."

"그래. 준비는 다 됐지?"

"바로 들어갈게. 대기해 줘."

"오케이."


VR 캡슐로 들어간 은후는 라운지에서 머티리얼 룸 B섹터를 연동한 뒤에 아포칼립스를 실행했다.


화악-


두 시간여 만의 재접속이다.

마이비전과 이어폰, 드론과 장비들까지 재빠르게 갖춘 뒤, 인벤토리에서 큰 배낭 두 개를 꺼내 통조림과 생수로 채웠다.

이윽고 가득 찬 배낭을 옆으로 빼고서 나머지는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두 손 무겁게 걸음을 떼어 계단을 오르길 잠시.


"?!"


막 5층에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냄새에 은후의 얼굴이 굳었다.

뭔가 잘못됐다!


턱- 타악!


가방을 바닥에 팽개치듯 내려놓고 글록을 뽑아 들었다.

조심스럽게 벽에 붙어 복도를 살펴보는데, 인테리어 사무실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다.

피 냄새가 한층 더 짙어지는 느낌이다.


은후는 서둘러 복도를 가로질렀다.

이내 도착한 사무실.


"한명식 씨?"

"으, 은후··· 씨? 쿨럭!"


결코 멀쩡한 상태는 아니다.

복부에 난 자상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힘겹게 소파에 기댄 그는 숨만 겨우 내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떠날 때와 달리 주변도 엉망이었다.

뭘 찾으려고 했는지 책상과 서랍장 모두 어질러져 있었고, 소파 하나도 뒤집혔다.

무엇보다 다솔이가 보이지 않았다.


"야, 약탈자들이···. 다솔이를 데, 려갔습···."

"언제요?"

"모, 르겠습···, 니다. 마, 많이 지난···, 것 같, 은데···."


서둘러 상처 부위를 압박해 보지만, 이미 바닥을 흥건히 적셨을 만큼 출혈량이 많다.


"우, 우리 다··· 솔이 좀, 제발···."

"말하지 마세요!"

"전 이미, 트, 틀렸···, 어요."

"······."


숨결이 더 거칠어져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은후도 직감했다.


"부, 불쌍한··· 다솔이···. 그때 내가 지, 집을 비우지 아, 않았어도···."


한명식은 마치 유언처럼 다솔이가 겪은 일을 숨 가쁘게 토해냈다.


어느 날, 식량을 구하러 같은 동 아파트 여러 곳을 뒤지고 돌아왔는데 작은방 문고리가 부서졌고,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놀란 마음에 뛰어들어가 보니 빨랫줄로 꽁꽁 묶어놨던 아내와 첫째는 베란다 입구에 엎어진 채 미동도 없다.

그 옆에서 다솔이가 울고 있었다.

피에 물든 장도리를 든 채로.


그 이후로 아이는 말을 잃었다.


"······."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던 은후에겐 무척 무겁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차라리 듣지 말 것을.


비록 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접속하고는 있지만, 여기가 가상이 아닌 실제 미래의 세상이란 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은후는 애써 이를 외면하고 그저 하나의 수단으로써 이 세상을 대했다.

미래의 정보로 재앙에 대비할 힘을 기르고, 궁극적으로 동생의 치료법과 미래를 바꿀 방안을 찾기 위해서.


그랬었는데···.

전에 김수진에게 말로만 들었던 참상들도 그러했고, 눈앞에서 보고 있는 비극 역시 마음을 조금씩 흔든다.


죽어가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아무 말이나 지어낼 수도 없었다.

가식에 불과하니까.

그의 슬픔에 공감하듯 울어주는 것 역시 값싼 동정일 뿐이다.

애초에 이들을 위한 계획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재난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의 비극을 속으로만 안 됐다고 여기는 관객의 입장과 현재의 자신이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문득 은후는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덥석-


그때, 한명식이 은후의 손을 잡았다.


"은후, 씨···. 우리, 다솔··· 제발, 구해주십···."


눈빛이 점점 흐려져갔다.

한명식은 마지막 동아줄처럼 은후의 손을 부여잡았다.

눈꼬리 옆으로 흘러내리는 뿌연 물방울에 은후는 순간 현실의 그를 떠올렸다.


- 아이고, 괜찮습니다. 제가 좋아서 더 있는 건데 추가 수당이라뇨.

- 은후 씨, 이거. 별거 아닙니다. 지난번에 보너스 몰래 챙겨주신 것도 고맙고 해서 하나 샀습니다. 근력 보조제로 이만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 은후 씨 아이디를 알고 있을 테니 추게와 댓글은 절대 안 됩니다. 그냥 전 편 읽어보시고 '좋아요'를 다 눌러주세요. 그걸로도 충분할 겁니다.


오늘 낮에도 만났었던 선한 인상의 한명식이 죽어가는 그와 겹쳐 보였다.

4년 전의 그도 자신이 알고 있는 한명식과 전혀 다르지 않았겠지.


그래서일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당신들을 도울 수는 없다고, 미안하지만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머리로는 거절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으면서도 입술이 멋대로 움직여 버렸다.


"···네. 구해내겠습니다."


은후의 대답에 한명식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 다솔이 걱정하지 마시고 한숨 푹 주무세요."

"고맙···."


툭-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


은후는 작게 떨리는 손으로 그의 경동맥을 짚었다.

맥박은 뛰지 않았다.


"준명아."

<···어.>

"드론에 집음 기능 있다고 했었지?"

<으응.>

"지금 그거 사용해서···."


은후는 이를 악물었다.


"약탈···, 아니. 다솔이 어딨는지 좀 알아봐 줘."

<알았어.>


준명은 한계 거리를 반경으로 드론을 천천히 이동시키면서 주위 소리를 증폭하여 모았다.

은후는 숨이 멎은 한명식을 한참 바라보다 입술을 달싹였다.


"인벤토리."


우웅-


눈앞에 나타난 파란 구슬을 쥐고 천천히 한명식에게 가져다 댔다.

속으로 제발 구슬이 붉게 변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구슬이 닿는 순간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바닥에 흥건한 핏물만 남겨두고서.


은후는 한명식이 누워있었던 자리를 잠시 내려다보다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틱- 철커덕!


글록의 탄창을 다시 확인하고 활과 화살도 꺼내서 한 손에 말아쥐었다.

계단에 두고 왔던 배낭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아래로 내려온 그가 건물 입구에 섰을 때, 기다리던 소식이 이어폰을 통해 들렸다.


<찾았어.>

"어디?"

<북쪽. 신우중학교.>

"알았어. 가는 길목도 경계 부탁할게."

<그래. 그런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약탈자들···. 우리도 아는 사람이야.>

"······."


머뭇대며 전하는 말에도 은후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다솔이를 구해내기로 한명식과 약속하였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그 외의 것들은···.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은후는 곧장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 * *



박우석과 그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일진 패거리였다.

언제나 넷이 어울려 다니며 저학년들 돈을 뺏고, 경쟁자와 패싸움하는 등.

마치 제 세상인 것처럼 막무가내로 굴었다.


그러던 중학교 2학년 때, 학급에서 겉돌기만 하던 부유한 동급생에게 빨대를 꽂으려다 큰 곤욕을 치렀다.

하필이면 그 녀석 부모가 검사와 변호사였을 줄이야.

학폭으로 징계 조치 먹고, 각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렇다고 제 버릇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도로 뭉친 넷은 교내 평정은 물론 주변 원정까지 다니며 양아치 감성 충만한 청춘 드라마를 찍었다.


화려한 학창 시절?

그러면 뭐 하나.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나오니 이런 찬밥 신세도 없는걸.


일찍 군대를 다녀온 넷은 죽이 잘 맞는 친구 사이답게 동네 백수로 매일 어울렸다.

이따금 아는 형님들 심부름해 주며 용돈을 타 쓰면서.


그런 무료했던 일상이 좀비가 나타나면서 크게 달라졌다.

당시엔 남들처럼 우왕좌왕하며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것도 한때다.

패거리의 수장인 박우석은 멸망으로 치닫는 세상에서 기회를 엿봤다.

지난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함께.

그렇게 우석팸이라는 약탈자가 생겨났다.


여의도 대피소가 무너지던 날, 근처에 있던 경찰 하나를 때려죽이고 총과 총알을 빼앗아 달아난 뒤부터 그들은 마포구의 포식자가 되었다.

좀비 습성도 재빨리 파악하여 잘 피해 다니면서 곳곳에 숨은 생존자를 사냥했다.

생포한 생존자는 그들의 생존에 유용하게 쓰였다.


- 끄아아악!


팔 한쪽을 끊어 고통을 준 후, 달아나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비명과 피 냄새에 이끌린 좀비들이 생존자에게 몰려가면 우석팸은 헐거워진 포위망을 손쉽게 뚫고 다음 목적지로 나아갔다.


그들의 악랄함은 이를 목격한 생존자들에 의해 알려졌고, 현존 최악의 약탈자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 스컬에게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다.

물론, 직접 그들과 만난 건 아니었다.

우석팸이 활동하는 마포구 일대 곳곳에 어디로 오라는 내용을 벽서처럼 휘갈겨 놓은 걸 종종 확인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어쩔 건데?"

"뭘?"


총을 추가로 얻게 될 거란 기대에 하나 남은 제물까지 바쳐가며 길을 나섰는데, 얻은 거라곤 약간의 식량과 말을 못 하는지 안 하는지 분간이 안 되는 꼬맹이 하나뿐이다.

다음 제물로 쓸만했을 애 아빠는 하도 반항해서 배에 칼침을 놓았다.

총을 가진 놈은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1시간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그냥 버리고 떠난 걸 거다.


"이젠 여기도 씨가 말랐잖아. 다른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레드 스컬에 들어가든···."

"씨발!"


팍-


박우석은 마시던 물병을 십년지기 윤상철에게 던졌다.


"아악! 물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깝게시리!"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닌지 윤상철도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정말 물이 아깝다는 얼굴이다.


"우리가 여기서나 왕이지, 레드 스컬에 들어가 봐. 바로 밑바닥 신세야. 예전처럼 반달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어?"

"에이, 씨.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냐!"


둘의 말다툼에 옆에서 회칼로 손톱을 다듬던 말라깽이가 참견했다.


"상철아, 상철아.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뭐래, 이 똥파리가!"

"개새끼가!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죽고 싶어!"

"왜 나한테 지랄이야. 전동팔, 그 이름을 내가 지었냐? 너네 부모님께 가서 따져. 아, 못 따지나? 이미 두 분 다 하늘나라 가셨지? 푸흐흐흐흐."

"씨발 새끼. 누가 들으면 네 부모님은 살아있는 줄 착각하겠네. 크크크."


패드립도 그들 사이에선 대화의 추임새 정도에 불과했다.


"음!"


그나마 과묵한 편인 민머리의 마지막 멤버 지강훈이 마침 옆방에 묶어둔 제물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우석아."

"왜? 아직도 말을 안 해."

"음."

"씨발! 하필 걸려도 벙어리야."


짜증 난다는 듯 옆에 세워둔 다른 물병을 거침없이 차버리는 박우석이다.

지강훈은 그를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시선을 느낀 박우석을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안 돼. 소리는 못 내더라도 제물의 가치는 있어."


좀비 유인 효과가 덜할 뿐, 뛸 수만 있으면 써먹는 데 문제는 없다.


"으음음!"

"씨발! 왜 늦바람 들어서 지랄이야, 지랄이! 패고 싶으면 지지리 말도 안 듣는 저 두 새끼를 패든가."

"음?"


지강훈은 구미가 당기는지 윤상철과 전동팔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타격감은 꼬맹이보다 어른이 낫다.


"야, 지강훈! 어디서 눈을 부라려. 내 도끼 맛 좀 볼래!"

"우석아, 그냥 꼬맹이로 퉁쳐. 우리 십오 년 우정 금 가게 만들 거야?"

"지랄."


박우석은 자신의 등을 믿고 맡겨야 할 놈들이 이런 또라이들이란 사실에 한숨만 푹 내쉬었다.


"음!"


그러는 와중에도 지강훈은 얼른 결정을 내리라는 듯 특유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마구 보내왔다.


"네 마음대로 해. 개새끼야."

"음음!"


단번에 낯빛이 밝아진 지강훈은 나는 듯이 일어나 옆방으로 가서 꼬맹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


"여기 왜 데려와? 우린 너 같은 취미 없으니까 안 보이는 데서 처리하고 와!"

"음!"


세상이 멸망하면서 평소 숨겨왔던 폭력성을 실제 사람들에게 푸는 지강훈.

그에게 남녀노소의 구분은 없다.

주먹에 와닿는 손맛과 상대의 생사를 결정짓는 데서 오는 우월감을 만끽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괜찮았다.

희희낙락 웃으면서 계단으로 뛰어가는 모습에 박우석은 천장에 대고 하소연했다.


"아오- 미친놈들뿐이야, 진짜!"


그 말에 나머지 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씩 했다.


"뭐래, 저 새낀. 지가 가장 미친놈이면서."

"그러게. 좀비에게 제물 바쳐서 길 뚫자는 발상을 한 놈이 누군데."

"닥쳐!"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의 대화를 엿듣는 귀가 두 쌍이나 있는 줄 전혀 몰랐다.



* * *



이런 게 악연인가.


박우석, 윤상철, 전동팔, 지강훈.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들이다.

한때 같은 중학교에 다녔고, 괴롭힘당했으며, 맞서 싸웠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사라지는 기분이다.

대신 걱정스러운 마음에 은후는 물었다.


"괜찮아?"

<···으응.>


최근에 몇 번 본 적이 있다.

악몽을 꾸는지 자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는 준명을.

과거 겪었던 학폭의 경험을 꿈속에서 되풀이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었다.


그걸 청산하라는 하늘의 뜻인지, 얄궂게도 그들과 마주쳤다.

물론, 여기서 어떻게 한다 해도 현실의 그들은 버젓이 살아갈 테지만.


"시간 없으니까 지금 들어갈게. 서포트 부탁해."

<오케이.>


이미 중학교 정문에 들어섰다.

하필이면 장소도 중학교라니.

우연치고는 참 지독하다.


은후는 구름이 달을 가린 사이,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운동장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마이비전도 야시 모드로 변경했다.

준명 역시 드론의 야간 카메라 모드로 그 뒤를 보조하며 따랐다.


<중앙 현관 말고는 다 막았어. 입구와 로비에 깡통 같은 걸 달아놨고.>

"지강훈 위치부터 알려줘."


당장 한다솔부터 구해야 했다.

어떻게 어린애를···,

때릴 때가 어디 있다고!

참작의 여지조차 없다.


<1-F반이야! 중앙 현관에서 오른쪽 두 번째!>

"알았어."


은후는 준명의 보조에 맞춰 중앙 현관을 조용히 넘어 목표물이 있는 교실로 다가갔다.


"흐흐흐-"


민머리의 근육 덩이가 사물함 위에 한다솔을 올려놓고 손가락 마디를 풀고 있었다.


꾸드득-


바로 화살을 당겼다.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도 이런 밤이라면 위까지 격발음이 닿을 수도 있어 활을 선택했다.

리볼버가 보인다고 했으니 되도록 은밀히 움직여 볼 심산이다.


나이트비전을 활용한 상태에서의 사격은 처음이지만, 은후는 신중히 활을 겨냥했다.

그리고 막 복서처럼 파이팅 자세를 취하는 놈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 본 작품은 픽션이며, 실제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일부 설정은 현실과 다소 다를 수 있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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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74 da******..
    작성일
    23.06.03 17:06
    No. 1

    아포가 오기전에 쉘터가 답이네요. 지구종말을 기획한 거대세력을 분쇄해서 아포를 방지하기에는 불가능할것 같음. (전쟁이면 가능 할수도 있겠지만 세균에의한 좀비화라 .....세계 어디에나 한곳만 뚫려도 전세계에 퍼지는건 순식간일테니....)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6.03 17:31
    No. 2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뭔데뭐야
    작성일
    23.06.03 18:44
    No. 3

    다음편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리화영
    작성일
    23.06.04 20:40
    No. 4

    아포칼립스 물들이 망작이 많은게 주인공이 이기적이지 못해서에요. 일단 몰입이 안되요. 일반적인 행동이나 생각만해도 배경이 아포칼립스인데 바로 호구마가 되는거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ds****
    작성일
    23.06.24 15:13
    No. 5

    작가님이 살짝 순화하신게 보이네요.
    과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쓰려 많이 노력하신거 같아요.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3.07.02 18:50
    No.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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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대비책 마련(3) +4 23.05.24 3,838 115 14쪽
14 14화 대비책 마련(2) +4 23.05.23 3,882 117 15쪽
13 13화 대비책 마련(1) +5 23.05.21 3,954 111 16쪽
12 12화 귀국 +5 23.05.20 4,002 117 14쪽
11 11화 미국에서(3) +6 23.05.19 4,072 118 15쪽
10 10화 미국에서(2) +4 23.05.18 4,255 117 16쪽
9 9화 미국에서(1) +3 23.05.17 4,358 115 14쪽
8 8화 출국 +6 23.05.16 4,539 119 13쪽
7 7화 교차 검증 +3 23.05.15 4,619 119 15쪽
6 6화 도서관 +4 23.05.14 4,742 129 14쪽
5 5화 도서관으로(2) +5 23.05.13 5,002 131 14쪽
4 4화 도서관으로(1) +8 23.05.12 5,305 137 13쪽
3 3화 당첨 +12 23.05.11 5,724 134 14쪽
2 2화 아포칼립스 +5 23.05.10 6,220 161 13쪽
1 1화 로그인 +8 23.05.10 7,684 1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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