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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29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9 17:55
조회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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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32

DUMMY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백을 했다. 세아는 그리운 듯한 눈빛을 하더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나는 세아와 함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벚꽃잎이 흩날리던 그 날, 떨어뜨린 농구공을 건네받은 날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답시고 모자를 푹 눌러쓴 그녀와 마주친 날로부터, 그리고 그 날로부터 조금씩 말이 트이기 시작하고, 지훈이 덕분에 연이 생겨 함께 스터디를 시작하고, 끝내는 단 둘이 놀이공원에서 데이트 비슷한 것을 하기도 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마지막에는 수학여행을 같은 조로서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백했다. 천천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거절 당해도 좋다는 심정이였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은 아니였으니까.

"고백해줘서 기뻐, 나도 너 좋아해, 정말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말하는 세아의 모습에 기쁜 기색을 안면에서 숨길 수 없어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것은 승낙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터였다.

"하지만, 미안"

그리고 이어지는 거절. 총알을 심장 속에 갖다 박은 느낌이였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고 사회와 가정이 무너지는 기분이였다. 거절 당해도 좋다는 심정이였지만 막상 거절 당하고 나니 죽을 맛이다. 아까까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나는 창피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때는.

거절당했다. 납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싶었다. 구질구질 해 보이겠지만, 서로 좋아하면서도 사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다. 세아가 내 마음을 간파한건지,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난 한국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 잠시나마 그들을 혐오하며 야유하고, 피해 다닌 점을 반성하고 있어. 남들 입장에서는 이 것이 쓸데없는 감정처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아는 한숨을 쉬더니 이내 이야기를 이어갔다. 햇빛이 다시 가린 구름에 음영이 나타났다.

"만약 내가 이 죄책감을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이 심장을 괴롭히는 죄책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난 아직 한국인인 너를 사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친구까지만 선을 긋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논리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 속의 고통이 줄어들지를 않아.."

말도 안 되는 논리,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세아를 붙잡고 '그런 건 무시하고 그냥 나랑 사겨줘'라고 박력있게 말하고 싶은 마음도 15%정도 있었으나, 세아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구차하게 마지노선을 정비했다.

"그럼, 친구는 해 주는 거지?"

"풋! 당연하잖아~"

나의 소심하기 짝이 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세아를 보고, 당분간 우리 사이에 어색함이 있겠지만,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제는 세아와 대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세아와 같은 조 였기에, 보고서를 세아랑 같이 말 맞춰가며 쓰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조금은 다른 애들 앞에서도 당당해진 것 같다.

구름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며 향방을 멈추기 시작할 때, 방학이 찾아왔다. 고대하던 여름 방학이다. 학생을 가두는 감옥으로부터, 노예 생활로부터 탈출이였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이, 방학 때 자주 만나자고 해 놓고는 대부분 방에 콕 틀어박혀서 집에만 있기를 반복한다. 나도 그랬고, 그것은 오히려 다른 부분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예전까지와의 나는 달랐다. 평소의 여름방학 같았으면 소파에 누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다가 등짝을 맞았을 나지만, 오늘의 나는 최대한 무난해 보이는 옷을 고르며 거울을 보고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시원하게 짧게 깎고 옆으로 넘긴 머리는 나름 마음에 들었다.

띠리리ㅡ 띠리리ㅡ

지훈이 전용으로 지정해둔 벨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공허했던 여름방학을 메우는 음파였다. 전화를 받아들며 햇빛이 쏟아지는 바깥으로 나선다. 문을 열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나를 덮친다. 뜨거운 열기가 에어컨으로 단련되 차가운 상태인 내 팔의 온도와 뒤 섞이고 있었다.

오늘 갈 곳은 바다였다. 의미없는 삶 속에 추억만들기를 좋아하는 나 같은 부류가 한번쯤 상상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것도 세아와 함께라니, 평생 운 다 썼다.

도착한 곳은 해운대 해수욕장이였다. 파라솔로 진지를 구축한 이 곳은 오전9시인데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 많은 인산인해를 헤집으며 먼저 만난 지훈이와 함께 세아를 찾아다녔다. 해변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 멀리 세아가 혼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길게 내려진 티셔츠에 검은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가 너무 길게 내려온 탓에 하의를 안 입은 줄 알았지만, 주변에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이 넘쳐나니 놀랍지는 않았다. 드러난 허벅지는 누구의 것보다 탐스러웠다. 사람의 심장을 저격하는 미소를 있는대로 발사하며 달려오는 세아를 보고 일부로 못 본척 헛기침을 하며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세아가 옆에 서고서야 주변 남자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득 궁금해 진 점.

"세아, 혹시 헌팅 받거나 그러진 않았어?"

"응, 100번은 받은 것 같은데~"

마음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아가 하는 말은 거짓말 같지가 않았고, 실제로 세아 정도라면 여기있는 여자들을 외모로 다 꿇어 앉힐 기세였기 때문에 가능할 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간수 잘 해~"

"네.."

위트있게 넘기는 세아를 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여자에 대한 면역이 생겼거니 생각했는데 바다 앞에서 그녀를 만나니 또다시 쑥스러움으로 만연해진 것이다.

맨 앞에 위치한 파라솔을 빌린 나는 새파란 수영복 반바지만 입은 지훈에게서 묘한 물건을 건네 받는다. 그것은 나랑은 인연이 없고, 보기 싫은 물건이였다. 선크림. 나는 내 몸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찝집하기 때문이다.

'저 허여멀건 것을 내 몸에 펴바르고 바다 속에 뛰어들면 바다에 그 크림들이 촤라락 하고 펼쳐질 것이 아닌가? 얼마나 더러운 민폐 행위인가, 자연을 더럽히는 행위이다.'

사실 크림 바르는게 귀찮아서 구차하게 준비해 본 변명이다. 해가 지날 수록 심해지는 이 폭염 속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뛰어든다면 피부가 다 벗겨져 에일리언이 되도 무방했다. 크게 한 숨을 쉬며 세아에게 물었다.

"그런데 다른 친구도 같이 불러오지 그랬어?"

조금 더 많은 친구들이 있거나, 적어도 여자 한 명이라도 더 따라왔으면 세아 혼자만 여자인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세아 생각은 달랐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 불러봤자 불편할 뿐이야, 이렇게 셋이서 놀러다니는 게 더 좋아"

선크림을 대충 펴바른 나를 붙잡는 지훈.

"제대로 발라, 다 타기 전에"

"아, 이 정도면 됬지. 나도 많이 양보한 거야"

자기 피부에 대체 무엇을 양보하겠냐마는, 이어지는 세아의 말에 나는 선크림을 단단히 바르지 않을 수 없었다.

"피부 탄 남자는 싫은데"


작가의말

에에...죄송합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추천글 신중하게 쓸게요... 계단오르면서 지금도 막 멀미합니다. 나 혼자 욕 먹는 거면 상관없는데 어쩌다보니 대대선배나 다름 없는 사람을 욕 보인 것 같은 상황이 되버려서

아 3000자 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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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16.08.11 279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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