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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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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21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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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UMMY

그 뒤로 바이킹, 범퍼카, 롤로코스터 등등 놀이공원에 온다면 당연 타봐야 할 것들을 필수적으로 먼저 타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커플들이 이용할 만한 곳(유령의 집, 하늘자전거, 호수여행)등이 운행을 하고 있지 않았다. 긴장할 만한 순간이 더 없다는 것에 대한 안심과 내심 세아와 그런 곳에 가보고 싶었다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가운데, 어느덧 시곗바늘이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이는 늦게 가면 안되니까, 부모님이 엄격하시거든"

"그렇구나..아니!? 엄격하신데도 애가 이 모양이야?"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듣던 지훈이 아무것도 못들은 척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흠흠..그런고로 슬슬 가야 할 시간, 그러고 보니 너네 둘은 늦게 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

"나는 그렇다 치고, 이세아는 왜?"

어차피 집에 가도 부모님이 출타하신 상황이라 아무도 없다. 그런 것 보다는 지훈이 세아의 집안사정을 생각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세아가 늦게 가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순전히 정보력이 강한건지, 그러고보니 둘 사이는 평소에 나 없이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핫도그 들고가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어느새 옥신각신 다투고 있더라.

세아가 집에 늦게 가도 될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역시 나처럼 집에 아무도 없는 경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세아에게선 아침에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유감스러운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다. 둘 다 안 계신지 까지는 모르지만.

"집에는 거의 혼자 있거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번 들어오실까 말까 하시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경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경어를 사용하는게 당연한 예의 겠지만, 그만큼 마음의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나를 예로 들자면 아빠와 거의 친구같은 사이라 반말을 툭툭 내뱉는 경우없는 경우다.

아무튼 아버지는 살아계신거구나 하고 내심 안심한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친구랑 나오는 게 좋아. 집에 있어도 할 게 없거든"

4월의 일찍 지는 석양을 보며 미소 짓는 세아는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그 점은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 할 수 있었다. 혼자서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봤자, 하는 짓이라곤 거의 게임, 스마트폰, 낮잠 등이였다. 그런 식으로 혼자 오랫동안 자취하듯 생활하다 보면, 하루하루 지나가는 일상에 허무함을 느끼며 점점 더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강렬하면서도 뚜렷한 열정이 강해진다. 예를 들어, '오늘은 밖에 나가서 뭔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래 여름이니까 친구들 모아서 다같이 해수욕장에 가자' 같은 식으로 말이다. 매일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에 변화를 줘보고 싶은 욕구와 비슷한 경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해서 최근에 생긴 취미가 오덕질이였고, 마침 어느날 사에카노 신권을 사러갔을 때 모자를 푹 눌러쓴 세아를 만난 것이다.

맞다, 내 신권.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얘기하자, 한정초판본 어쩔거냐고. 물론 지금 같은 분위기는 때가 아니다.

"오오~ 그러면 둘이 잘해 봐, 나 먼저 간다~!"

"어..어이!"

급작스럽게 세아와 둘만 남겨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달아나는 지훈이를 쫓아가려는데, 뒤에서 소매자락이 붙잡힌다. 움직이지 않는 뼈를 삐걱거리며 겨우 뒤돌아 본다. 세아가 내 마음속에 차고 넘치는 눈웃음으로 나를 끌고 간다.

"좀 만 더 놀자~ 자유이용권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구? 즐기지 않으면 손해니까~"

"어..어이, 저랑 둘이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그러니까, 남녀 둘이 행동한다는 것은..그..뭐냐.."

"안심해, 그냥 친구로 가는 것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순간적으로 한방 먹은 신음소리를 내 뱉을 뻔 했다. 난 친구 이상도 아니다. 하지만 친구 이하도 아니다. 긍정적으로 보자, 난 친구 이하는 아니다. 그래, 세아의 '남자인' 친구가 얼마나 되겠는가? 막 전학 와서 지훈이 까지 포함한다고 치고 단 두명 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마음속으로 안심이 된다.

그건 그렇고 설마설마 했는데, 기어코 둘이 남는 상황이 와버렸다. 세아가 붙잡은 건 소매자락인데, 피부가 아니라 소매자락에서까지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되는 것 같다. 안그래도 석양이 지고 있는데, 세아랑 밤 늦게 까지, 아무래도 이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놀이기구를 이것저것 타면서 슬쩍 말을 있는대로 지어내서 건네본다.

"그런데 지훈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뭐가?"

검은색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세아. 머리카락이 앞을 가리자 귀 뒤로 쓸어넘기는 그녀.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화악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지는 어두운 저녁 속에서도 그녀의 피부는 빛이나여 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살짝 넘긴 머리카락 뒤로 새하얀 귓볼이 엿보였을 뿐인데.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였다. 세아가 이 사실을 조금 자각 했으면 좋겠다. 말해주고 싶었다.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고. 얼굴 붉히는 거 보이기 싫으니까 자제 좀 해달라고.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세아는 천진난만하게 미소지을 뿐이였다.

"오늘 점심 때, 내가 핫도그 들고가려고 10초 동안 자리 비웠는데 싸우고 있었잖아?"

"아~ 그거~ 음.. 비밀!"

질문을 웃어 넘기는 세아를 보고 내 마음이 더더욱 답답해졌다. 둘 만의 비밀이라니, 둘 만의 비밀이라니! 도대체 뭘까? 둘의 관계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랑의 싹이 싹튼 걸까? 아니, 그건 지나친 망상이다. 별 일이야 없겠다만 이내 세아의 말은 나로 하여금 놀이기구를 타는 내내 고민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칠 줄 모르고 신이 나는 세아의 손에 끌려다니면서 어느새 관람차에 탑승해버렸다. 머릿속으로 비밀에 대해 집중하느라 둘이서 관람차에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정신차려 보니 관람차 안에 둘 만 놓여있는 것이다. 닫히는 문을 보고 바깥의 알바를 보고 잠깐만이라고 외쳐보지만 눈치없는 알바는 유리창 너머로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엄지를 척 들어보이는 것이다. 짜증나기 그지없다.

관람차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한 분위기 속에 정적만이 계속 흐른다. 세아가 바깥 경치를 보며 정상에 서길 기대하는 가운데에, 이 관람차가 시속100km로 빨리 한 바퀴 돌아버리길 고대하는 가운데에,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세아 쪽이였다.

"김동현"

"엉?"

"부탁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다시 한번 5초간 고민이 흐른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세아를 기다리며 온갖 망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뭐야 이건, 고백? 고백인거야? 아니아니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하지만 분위기가'

만난지 한 달, 조금 더 됬을까? 벚꽃잎 묻은 농구공을 주워준 그날로부터, 이렇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날 교문 앞에서의 다짐을 거의 이룬 셈이였다. 지금 나는 이렇게, 세아랑 단 둘이, 관람차에서, 그녀의 표정, 언행, 미소를 하나하나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애매한 감정 속에서도 하나 확실하게 확신할 수 있는 생각은, 내가 바란 것은 분명 이런 것은 아니였을 것이다. 이렇게 등 떠밀려서 세아랑 단 둘이 남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 끌려만 다녔다. 도움만 받았고,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고. 쟁취했다는 성취감이라곤 하늘나라로 보내버린지 오래다. 그렇다고 이게 뭐가 불만인가 하고 묻는다면, 또 나는 그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할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나도 이 애매한 감정을 확실하게 모르겠으니까.

그리고 이대로의 세아와 나는, 석양이 질 때 세아에게서 들은 그 말 그대로, 친구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역시, 친구 이상이 아닌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랑 같이 놀러다녀 줄래?"

"음.."

그래서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세아의 질문과 부탁에. 이대로는 불길했다. 불안했다. 친구로 계속남을 것이라는 미래가 현실화되는 것이 싫었다. 저 질문은, 고백따위가 아니였다. 그저 자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집에서 쭉 혼자 남기 싫고, 추억만들기에 심취한 나 같은 부류가 하는 말을, 질문을, 나는 뼈저리게 이해 할 수 있었다. 그저 뭔가를 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와 같이. 어딘가로. 기억에 남을만한, 또는 물건이나 사진으로 남을 만한 추억을.

그렇다면 차라리 여기서 고백을 해버린다. 아마도 그녀라면 나를 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있을 남은 학창 생활 동안 나는 그녀의 친구 이하가 되겠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세아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거라 확신 할 수 있는 내가 밉고, 그걸 알면서도 고백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는 내가 밉다. 그리고 이렇게 용기가 없다며 현실도피를 하려는 내가 미웠다.

"바깥에 좀 볼래? 야경이 멋지네"

"우와.. 예쁘다.."

마음 없는 소리 속에서, 관람차는 내려온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원점에 돌아왔다. 교문으로 돌아왔다. 상처받을 것을 각오하고 고백을 해서 흉터를 남기던가, 아니면 이대로 쭉 친구로 남아 마음고생을 하던가. 양자택일이였다.

차이게 되더라도 일단 고백을 하면 속이 시원해질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개소리라며 불신으로 그 장소를 가득 채우고,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의 안주를 위해 다시한번, 나를 이 관람차 안에서 한번 더 도피 시켰다.


작가의말

순간 뒤돌아 본다가 뒤됼아 본다로 보였어. 근데 은근히 중독성있네 뒤됼아 본다 뒤됴오올아 보온다. 뒤됼뒤됼...커흠!..흠!..


그런것 보다 누진세 개편 관련 공지 있던데 잘됬으면 좋겠네요 애오콘 빵빵 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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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5 16.09.01 136 1 7쪽
36 34 16.08.31 230 1 7쪽
35 33 16.08.30 150 1 9쪽
34 32 16.08.29 179 2 8쪽
33 31 16.08.28 159 2 8쪽
32 30 16.08.27 193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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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16.08.18 103 2 7쪽
22 ? 16.08.17 253 2 7쪽
» 21% 16.08.16 24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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