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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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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17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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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7

DUMMY

시곗바늘이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여러차례의 수업시간이 찾아오고, 나는 그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세아를 유심히 관찰한다. 하지만 역시 왕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배치된 조를 프린트 해서 게시판에 갖다 붙여놨을때, 아이들이 모여들어서 종이를 살펴보았다. 세아의 이름이 없는 것에 의문을 느낀 몇몇의 아이들이 간혹 본인에게 질문해 오기는 했으나, 그녀는 대충 둘러 댈 뿐이였다.

그런 모습을 쳐다 볼 수록 생각에 빠진다. 놀이공원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닐 것이다. 장소의 문제라고 가정한다면 어떨까. 지훈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살던 곳으로 견학을 가는 것이 아니냐 하고.

그녀는 서울에서 전학왔고, 지금은 그 서울로 견학가게 생겼다. 그런데 지금 가기를 거부한다면 분명 전학을 오기전에 서울에서 사고나 문제가 있었 던게 틀림없다.

아니면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이 가정적인 문제일 수 도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일이 우연히 수학여행 날짜와 겹친다거나 하는 이유에서다. 보통같으면 빠지겠지만 유서 깊은 집안이라면 혹시 또 모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세아가 수학여행에 동행 할 수 없는 이유는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좀 더 복잡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을 거라고 예상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확신이 드는 생각은 없다. 세아를 설득하고, 물어보는 것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제까지와의 태도와는 360도 다른 형태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심했던 나는 어느새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신비로운 느낌이였다.

하지만 교묘하게 잘 피해가는 세아는 도통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학여행에 가지 못할 비밀을 이대로 무덤까지 가져갈 계획인 것 같았다.

복도에서 몇 번이나 마주치고, 옆자리에 몇 번이나 앉았다. 그녀가 매점에 가있으면 배고프거나 목 마른 척 하며 우연을 가장하고 따라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번번이 그녀에게 무시 당할 뿐이였다.

어느 날, 나는 선생님에게 또다시 불려나가게 되었다. 그곳은 학생상담실이였다. 성폭행이나 학교폭력 등으로 학생들이 상담하러 오는 곳 이였다.

어두운 방안에 온화한 불이 켜지고,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선생님과 대치하여 앉았다.

"그래, 뭐 좀 알아낸 건 있어?"

선생님은 마치 나에게 뭔가 의뢰한 것이 있는 것 마냥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뜻을 모르는 건 아니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태클은 넘어가자.

"아니요"

세아의 무시력에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진득하게 달라붙어도 도통 속내를 털어놓지를 않았다. 대답을 들은 선생님은 그대로 일어나서 서랍이나 책장등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하는 행동인지 궁금했던 나는 유심히 선생님의 행동을 관찰한다.

"아! 여기가 좋겠다"

이곳저곳 구석을 살펴보던 선생님이 두 손을 탁 마주치며 말했다. 선생님의 손이 멈춘 곳은 서랍 구석의 커다란 빈 공간이였다. 싱크대 아래에 있는 빈 공간은 사람하나가 들어가기에도 족한 공간이였다.

"자! 들어가!"

"네?"

순간 들려온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나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나를 저 비좁은 공간에 집어넣으려는 선생님을 보고 물었다.

"아니 왜요? 잠시만요, 설명을 해야 내가 들어가든 말든.."

"아, 일단 들어가면 알게 될테니까 들어가 빨리, 올 시간 다 됬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꾹꾹 눌려진 채로 서랍 안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드르륵ㅡ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서랍문을 닫고 있어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들어온 사람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조용히 의자를 당겨서 자리에 앉는 듯 했다.

"어서 와"

들어온 사람은 말이 없었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도청은 아닌가 범죄라고 생각하며 가만히 숨을 죽이고 듣고 있었다.

"너의 작년 선생님이랑 통화했어"

그 순간, 덜컥ㅡ 소리와 함께 놀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년..선생님이요?"

그 목소리가 세아의 것임을 인지한 순간,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서랍 안의 공기가 급격하게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답답하면서도 숨소리를 죽이려고 필사적으로 호흡을 골랐다.

"그래, 혹시 그 학교에 같이 다니던 친구를 다시 만날까 봐 못 간다고 하는거니?"

"..."

침묵이 흐르고 다시 말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이 대화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세아야, 네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난 네가 수학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왜죠"

몇 초 지나지 않았지만 세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까지 몇 시간은 흐른 기분이였다. 끊임없이 둘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끊임없이 상상했다, 둘의 표정을, 감정을.

"너는 지금 도망치고 있어"

"예?"

"서울에서,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며?"

"..."

또다시 침묵으로 일관하는 세아,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세아가 따돌림 당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너를 봐, 지훈이도 그렇고, 동현이도 그렇고, 주변에 어엿한 친구들이 있잖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선생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만약 세아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나는 당장 가서 그 녀석을 때려 눕힐 것 이다.

"그러니까 서울로 가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거야. 수학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 들이 있어"

침묵으로 달관하는 세아를 두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선생님을 보고, 이것이 선생님이 하는 일이구나 하고 감탄한다. 그리고 세아가 수학여행에 같이 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하는 담임. 오늘은 후줄근한 차림의 담임이 아니였다.

"수학여행은 인생에 단 한번뿐이야, 지나간 중학교 2학년 생활은 돌아오지 않고, 되돌릴 수 없어. 언뜻보면 이것은 놀러가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학생들의 성장의 일환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문화를 경험하고, 많은 새로운 일들을 겪는거지. 그 과정에서, 나는 사람이 대외적인 관계로 성장한다고 생각해, 너의 경우는 이번 수학여행이 어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이 될 테고, 기회가 될 거야, 그러니까 수학여행에 가지 않는 건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줄래?"

"선생님..."

세아의 흐릿해지는 말소리에, 이건 거의 넘어왔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들려왔다.

"그런 가벼운 감정이 아니에요. 죄송해요.."

다시 드르륵 소리가 들리고, 문이 탁 닫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거북이 등껍질을 뚫고 나오듯 서랍문을 팍 열어 재껴서 신선하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신다.

"후아~!"

그리고 쿵ㅡ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선생님이 책상에 엎드리고 있었다. 책상위에 뻗은 선생님을 향해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시선이 마주친 선생님은 기가 죽은 소리를 내었다.

"크흐.. 역시 안 되는구나.."

"어렵네요"

그 말에 공감하며 동의했다.

"드라마에서 보던대로 한 건데 역시 현실과는 다르네.."

"아니, 이 선생님이?..하아.."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에 한숨을 내 쉬고는, 선생님의 원초적인 목적을 묻는다.

"그런데 저는 왜 부른 거에요? 괜히 엿듣기를 해버렸네"

"내가 실패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예?"

"달려라, 소년"

"..."

담임 선생님이 생각보다 막 사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또 인간적이여서 보기 좋았다. 선생님과의 거리가 가까워 지는 기분이였다.

"뭐..어떻게든 해보겠슴돠"

그 말을 끝으로, 뻗은 선생님을 등지고 세아의 손길이 닿았던 문을 밀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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