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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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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26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3 21:09
조회
152
추천
2
글자
7쪽

26

DUMMY

"왕따?"

뜻밖의 소리에 신음소리를 내며 고민한다. 지난 날의 세아를 떠올리며. 세아 주변엔 항상 친구들이 있었고, 특히 조를 정하는 날에는 그녀 주변으로 벽이 생길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걸 보고 따돌림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아까 전에 보았던 세아의 어두운 표정이 신경쓰였다. 그래서 나는 한번 더 부정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보이는 것과 달리 지훈이의 눈은 생각보다 날카롭고 예리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정말 따돌림 문제는 아니였다. 3층 창문 바깥에 고개를 내밀어 등교하는 애들을 멍하게 구경하며 추리를 해본다.

일단 세아는 조를 아직 정하지 못 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조를 남자애들끼리 정했다고 말했을 때, 세아는 난감한 눈치였다. 즉, 세아는 나랑 같은 조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매몰차게 쫓아버려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같은 조에 들어오려는데 내가 튕겨서 그러나?"

"음.."

지훈이가 신음소리를 내며 끙끙 앓는다. 생각할수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시간이 지나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수학여행 날짜가 다가올 수록 조례와 종례시간 때 받는 가정통신문의 장수가 많아졌다. 마지막 종이뭉치를 앞 아이로 부터 건네 받고 뒤로 넘기자 선생님에게 또다시 호출 받았다.

요즘들어 좀 자주 불리는 것 같다. 그때마다 사고쳐서 불리는 것은 아니였지만 편치 않은 마음으로 선생님을 따라 복도로 나가게 된다. 문을 닫고 또다시 주변을 둘러보는 선생님이 물었다.

"너 세아랑 친하지?"

"예? 아 예 그냥 친해요"

"너 세아가 수학여행 안 가는 건 알고 있니?"

"네..네?!, 네!?"

대충 한 귀로 흘리며 선생님과의 1대1 면담구조를 회피할 생각만 하고 있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아가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안가요?! 왜요!?"

"나도 몰라서 지금 물어보려고 하는 건데, 너도 모르는구나, 흠.."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의 선생님은 서 있는 상태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건지 못 간다고 해 놓고 이유를 말 안하더라, 내 입장에선 꼭 알아내서 사유란에 적어내야 하는데 말이지, 하아.."

그건 내 문제가 아니잖아요 선생님 그보다,

"아무 말도 없었나요?"

"그냥 못 간다고만 말하더라"

"못 간다?"

"그래, 혹시 알게 되면 나한테 말해줘"

"민감한 사항이라면 알게 되더라도 비밀로 할 거에요"

있는대로 세아에 대한 나의 존중을 표현한다.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 했다면 선생님에게 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학생들의 사정을 잘 아는게 중요하니까 기다리고 있을께, 그럼 들어가 봐"

"서..선생님? 전 말 안한다고.."

책임감이 있는 건지 뚝심이 있는 건지, 그렇게 말한 선생님은 슬리퍼를 끌며 대충 손짓을 하고 교무실 쪽을 향한다. 귀찮음을 표현하는 선생님의 걸음걸이를 보며, 될 대로 되라는 듯이 사는 듯한 모습의 선생님이지만 은근히 학생들을 살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바톤이 나에게 넘겨졌다. 드라마를 보면서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 나는 앞문을 세게 열었다. 그리고 당찬 걸음으로 세아에게 걸어가며 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일으켜 세운다.

"어..어어?! 뭐..뭐야?"

어리둥절 하는 세아를 그대로 뒷문으로 끌고 나간다.

"나..나압치이이?!"

그동안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환호하는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진다. 3,4층의 중간계단까지 와서, 뒤를 돌아보니 따라나오는 학생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세아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평소같으면 털끝하나도 터치 못 할정도로 소심한 상태였겠지만, 세아가 없는 수학여행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기에 오늘만큼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섰다.

"너, 수학여행 안 간다며?"

"어..엣? 어..으응? 아?"

마주보고 있는 세아는 동공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강하게 나갔나 싶어 어깨를 놓았다. 놓자마자 그대로 뒤쪽의 벽까지 뒷걸음질 쳐서 딱 붙어버리는 세아를 보고 한숨을 내쉰다. 5초가 지날 즈음에 진정한 듯한 모습의 세아 쪽에서 먼저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한테 들었구나? 아까 불려나가더니 했던 얘기가 그거였어?"

"응"

양 팔을 감싸고 방어태세를 취하는 세아에게 짧고 강렬한 대답으로 대응했다. 또다, 또 다시 그녀는 땅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의 등교시간 때 처럼 말이다.구름이 껴서 그런지 그녀의 그림자가 더욱 흐릿해지고, 짙어지는 느낌이였다.

"왜 못가는 거야?"

"..."

세아는 그 상태로 얼어붙어 묵묵부답이였다. 잠시동안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던 나는 질문의 형태를 바꾸었다.

"수학여행엔 같이 못 가는 거야?"

"..."

또다시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말했다.

"기대했어"

"으..응?"

고개를 살짝 드는 세아에게 나는 이번 수학여행에 내가 상상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걸로 그녀가 같이 수학여행에 가주기를 바라면서.

"너랑 또다시 놀이공원에 같이 놀러다니는거. 같이 밥 먹는 거, 나, 사실은 너랑 같은 조로 해서 일정 내내 너랑 같이 돌아다니고 싶었어. 그리고 다시 한번 너랑 관람차를 타고 싶었어"

"으으.."

괴로운 듯한 신음소리를 내뱉는 세아에게, 나는 크게 한숨을 들이키고 한번 더 말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물을께, 수학여행에 못 가는 거야?"

그대로 다시 얼어붙은 세아는 또다시 5초가 지날 즈음에, 한참을 고민하던 세아는 바닥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

타닥타닥 발소리를 내며 계단 밑으로 내려가는 세아를 말없이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는 한은, 내 바램만 내세우며 이기적으로 그녀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도망쳤다.

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아마도 벽 뒤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지훈이를 불렀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와, 어떻게 알았냐? 엿듣고 있는 거"

솔직히 몰랐다. 가끔 집에 들어오면 혹시 모를 도둑이 있을까 봐 괜히 성을 내보고는 하는데, 그런거랑 비슷한 논리였다. 말그대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지훈을 그냥 불러본 것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였다.

"됬고, 어떻게 생각해?"

"아니 나한테 물어봤자.."

두 손을 들어보이는 지훈은 입술을 툭하고 내밀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어느새 쉬는시간 종이 치고, 나는 답답한 감정을 느끼며 소란스러워진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농구 팸 친구들이 달려들었다.

"야아아아! 끌고가서 뭔 짓했냐?"

"키야아~! 박력있더라"

그제서야 아까전에 교실에서 내가 세아에게 했던 짓이 기억났다. 나름 그녀를 당황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후폭풍을 맞이해보니 갑자기 후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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