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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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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27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3 23:32
조회
213
추천
2
글자
7쪽

18%

DUMMY

대략 10시 가까이 되가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님에도 토요일의 사상역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8차선도로를 지나자 하얀색과 연갈색이 어우러진 APPLE아울렛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버스정거장으로 가는 길에 맥도날드가 보인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어서 손을 바르게 펴고 안쪽을 가리킨다. 눈치가 빠른 지훈이 나를 따라하며 양쪽에서 세아를 모시는 꼴이 되었다.

"어서 들어가시죠. 바람이 차갑습니다"

"크흑! 너네 일부러 이러는거지"

과도한 배웅에 몸서리치는 세아를 구경하며 속으로 빙긋 웃는다. 지훈은 역시나 악마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창가의 적당한 식탁에 깨끗한 의자를 골라 살짝 당겨준다.

"앉으시죠"

"수행원 컨셉인가.."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니네랑 똑같은 걸로 해줘"

한번도 지훈이와 계획한 적이 없지만 마치 각본이 짜여져 있는 것처럼 세아를 공주님 모시듯 모신다. 멋대로 무릎을 빌린 것이 마음에 찔려서 시작한 '공주님 모시기'에 재미가 들렸다. 세아가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즐겁기도 하고, 세아가 정말로 공주님 같기도 하니까.

한 두명이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패스트푸드점 답게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기 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평소에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시는 일이 태반인 나는 맥도날드 같은 것에 의지할 때가 많았다.

특히 맥도날드라면 아침에 먹으면 무지 맛있는 세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감자 패티다. 살짝 고기맛도 나는 것 같으면서도 씹히는 것이 없이 부드럽게 혀에서 녹아내리며, 겉이 바삭바삭하고 속이 부드럽다. 그 맛은 케찹에 살짝 찍어먹어도 일품이다. 거기다가 얼음으로 압축된 탄산이 담긴 콜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지만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을 세아는 어쩌면 먹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며 자신있게 자신이 고른 메뉴를 들고갔다.

손에 든 플라스틱 쟁반을 식탁에 내려놓자마자 세아가 군침을 삼키며 눈을 반짝인다.

"너도 감자패티 좋아해? 역시 아침엔 감자패티지~"

"어? 넌 이런 패스트푸드는 안먹지 않아?"

피부미용이라던가, 건강, 몸매관리라는 이유에서.

"아침에 밥차려주는 사람이 없거든"

"너도 나처럼 부모님이 아침마다 출타하시냐?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니까 여행가 있더라"

웃으면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데, 감자패티를 들고 입에 갖다대려다 그대로 멈춘 세아를 보고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아에게서 어두운 분위기가 스멀스멀 흘러들어온다.

"돌아가셨어"

"아..미안"

"아니 뭐 얼굴도 모르니까 괜찮아"

금세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는 세아, 아마도 이런 상황에 벌써 익숙해져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을까? 그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세아의 고통을 나눠지고 싶었다. 물론 그럴 자격은 없지만.

혀에 닿아 녹아 없어지는 감자 패티도 지금은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아는 내 생각과 다르게 험난한 삶을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가운데,

ㅡ와그작, 쩝쩝

눈 앞에서 감자 패티가 게 눈 감추듯이 사라졌다. 감자가 다 사라지고 입술을 혓바닥으로 적시는 세아. 의외로 품위나 그런건 없구나.. 상관은 없지만 첫인상과 많이 다르다. 배가 많이 고프구나 싶어 내 것도 건네준다.

"이것도 먹을래?"

"오오! 나 줘도 돼?"

말은 질문 형식으로 하면서 얼른 받아서 먹어치우는 그녀. 있는 그대로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그녀에게 나도 있는 그대로 이유를 설명했다.

"너 먹는 모습이 재밌어서"

"켁.."

당황한 세아가 콜라를 들이킨다. 세아의 감정변화를 살필 때 마다 느끼는 심장 동맥의 황홀을 느낄 때,

"내 건 없냐? 나도 하나만"

"응, 돌아가"

세아에게 감자 패티를 건네는 모습을 본 지훈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흉내내며 쳐다본다. 물론 싸늘한 시선으로 대꾸했다.

그나저나 원래 저렇게 식사를 빠르게 하는건지 아니면 배가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배고픈건지, 세아의 식사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식사의 기본은 상대와 속도를 맞추는 것부터'를 들은적이 있는 나는 우격다짐으로 허겁지겁 먹었다. 세아를 기다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일념이 나의 몇 안되는 브런치 타임을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는 여유를 이겼기 때문이다. 목구멍에 햄버거가 가시처럼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옆의 지훈을 흘겨보니 햄버거의 반도 못 먹은 채 멍하니 들고 있다.

"야! 전쟁 난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빨리 먹냐?"

그렇게 햄버거를 그대로 종이안에 구겨 넣어 쟁반을 들려는 지훈을 만류한다.

"난 아침 먹고 왔거든, 그보다 끊어놓은 표 시간이 슬슬 다 됬어"

"표도 끊어났어? 의외로 준비성이 철저하네"

"니가 그런 말을 하면 안되지"

플라스틱, 종이 쓰레기들을 분류해서 버린다음 정거장을 지나면서 버스에 탑승하기까지 수다를 떨면서 걸어간다.

"아참! 화장실은 안 가도 돼?"

"숙녀한테 못 하는 질문이 없구나"

"아, 하면 안 되는 질문이였나? 사실 그런 건 잘 몰라서, 미안"

"아니, 사실 나도 잘 몰라"

멋쩍어 하며 당당하게 말하는 세아, 어이없어 하는 나를 두고 탑승하는 둘. 승객이 많이 없어, 한산했다. 그대로 뒷자리로 직행한 우리 셋은 세아에게 창가를 양보하고 이번엔 지훈이가 가운데 앉는 형식으로 앉는다. 주머니에서 껌 하나를 꺼내어 세아에게 건네주고, 그대로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어이 그대로 자냐?"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요"

말그대로 8시30분에 일어난지라 졸음이 몰려왔다. 밤늦게 자서 그런지 평소보다 심했다. 그래도 지금 느끼는 졸음은 뭔가 변했다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예전에는 세아 앞이라면 늘 긴장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다혈질 마냥 얼굴을 붉혔는데,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 진 걸까?

시동이 걸리고, 버스의 기분좋은 진동에 몸을 맡긴다. 커튼이 젖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배려심을 느끼며 의식이 날아갔다.

..

일어나 보니 신평 터미널에 도착해 있다. 1시간 쯤 잤을 때의 찝찝함을 느끼며 고인 침을 삼키고, 지훈이의 손목을 잡고 시계를 들여다 본다. 동공이 덜 확장된 것 처럼 시야가 흐릿해서 눈을 비빈다. 빈혈이라 그런지 가끔 눈 앞이 캄캄해 질 때가 있다.

서서히 앞이 보이기 시작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하얀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생각해보니 사상에서 통도로 가는 버스 같은 게 없네요. 다시 쓰긴 귀찮고, 그냥 세계관이 다른 걸로^^(철썩)(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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