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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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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20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7 22:15
조회
192
추천
2
글자
7쪽

30

DUMMY

"지금 네 마음이 어떤데? 우리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을 존중하고...아니다. 세아야"

세아의 의견을 따르려던 내 마음이 일순간 바뀌었다. 이게 무슨 오지랖인가 싶지만, 그래도 세아가 서울에 가기를 원했다.

"너의 과거가 이 학교에 소문이 나는 건 원치 않지?"

그 순간 고개를 든 세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비밀로 해줘 또 전학가기 싫어, 이제야 적응했는데"

물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배신하는 짓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일 것이다.

"물론! 네가 수학여행에 같이 따라와 준다면!"

"아..하아.."

나는 주제에 씨익 웃으면서 발칙하게 말했다. 세아는 시퍼런 한숨을 쉰다. 그리고 온화한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

그렇게 말하는 세아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는 것이 미세하게 보였다. 아마도 그녀는 등을 떠밀어주길 원했을 것이다. 그걸 눈치챈 나는 치사한 선택지를 내놓았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선택했다.

이제 세아에게 한국인에 대한 혐오감과 공포증은 없다. 세아에게 남은 트라우마는 그들이 괴롭힌 기억, 또, 그들이 기억하는 한국인 혐오주의자인 세아였다.

물론, 서울에 있을 그 아이들이 세아를 반겨주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최대의 중심지인 서울이라는 한국의 수도에서, 그리고 거기에서도 현재에 이르러 최대의 유원지라 극찬받는 에버랜드에서, 그녀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리고 기구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이런 세계에도 축복이 가득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분명 멋진 수학여행이 될 거야"

"응..."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그녀의 트라우마를 해결할 생각은 그만뒀다. 어차피 할 줄도 모른다. 시간이 해결 해 줄 거라 믿는다. 그렇다고 이 트라우마를 이용해 그 '동지'라는 녀석이 남겨준 마음을 이용해 세아와 더욱 가까워 질 생각은 더욱 아니였다. 내가 세아에게 이렇게 끈질기게 설득한 이유는, 세아가 수학여행에서 빠지면 아쉬울 거라는 일념뿐이였다.

한동안 그렇게 앉아서, 지나가는 구름을 쳐다봤다. 구름은 이제 서울을 향하고 있었고, 슬슬 후덥지근 해질 때였다. 난간 쪽에선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이 꽥꽥 소리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중간중간에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번뜩이는 박수소리, 웃음소리, 그때마다 책 모서리로 교탁을 쳐서 아이들을 집중시키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섞여서 하나의 학교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저 곳으로 돌아갈 때였다.

"슬슬 일어나 볼까 다음 시간 뭐지?"

나는 몸이 근질근질한 듯한 지훈을 돌아보며 기지개를 폈다. 허리를 이쪽 저쪽으로 휘었다.

"담임이야, 별 일이네, 니가 체육시간을 놓치고"

마음 속으로 뜨끔했다가 세아를 쳐다보았다.

"뭐, 이번 만큼은 놓쳐도 괜찮아"

물끄러미 올려다 보는 세아는 미소짓고 있었다. 지훈은 손목에 찬 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수업 시작한지 20분 정도 지났어, 갈지 말지 고민 된다"

애매했다, 돌아가기엔 남은시간이. 그래도 이 경사를 어서 선생님께 자랑하고 싶었다. '넌 못했지만 난 해냈지'라고, 그럴만한 기쁨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선생님은 나한테 맡겼으니, 선생님도 선견지명이 있어서 선택한 일일 것이다. 마음 속으로만 들뜨자.

걸레짝처럼 축 늘어진 세아를 이끌고, 지훈이는..오던가 말던가, 교복차림으로 담임선생님이 있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드디어 학교로 돌아왔다. 당연하지만 선생님은 나를 학교 뒷편 구석으로 불러들였다. 가끔 정신나간 불량학생들이 담배를 피러 오는 곳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담배를 피고있었다. 연기가 스멀스멀 일정한 간격으로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벽 모퉁이 너머로도 알아 챌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잡았다 요놈!'하는 심정으로 희미한 그림자의 실루엣을 쫓아 뛰어갔다. 따라가보니 그 실루엣의 정체는 교장 선생님이였다.

교장 선생님은 허둥지둥 담배를 땅바닥에 던져 발로 숨긴다. 담임 선생님이 두눈 부릅뜨고 째려보자 흰 수염 가득한 교장 선생님은 동공을 옆으로 피신시키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내 시선을 견디지 못한 교장 선생님은 사과했다.

"미안하네, 습관이 되다 보니 그만.."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말과 표정이 완전히 반대였다. 반대로 교장선생님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은 수업시간이 아닌가?"

"저번에 제가 세아 학생에 대해 전입 신청서를 요청했지 않았습니까? 그 일입니다"

그 뒤로, 담임과 교장 사이에 대화가 오갔고, 나는 세아와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은 꼭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러가지 표정변화를 겪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하기도 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두 선생님은 이야기를 끝내자 나를 칭찬하였다.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은 교장 선생님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흠흠! 고맙네, 정말 잘했어"

교장 선생님과 더불어 담임 선생님도 미소지었다. 그리고 발길을 옮기는 교장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담임이 말했다.

"교장님, 꽁초는 주워가셔야죠"

교장 선생님이 헛기침을 강하게 하며 허리를 숙이고 꽁초를 줍는다. 나는 눈치껏 거리를 둬서 벽을 쳐다본다. 다시 돌아가는 교장 선생님을 바라보며 담임에게 물었다.

"교장선생님이랑 친하신가 봐요?"

"그렇지, 삼촌과 질녀姪女 사이니깐, 아! 낙하산은 아니야, 뭐, 말해도 모르려나"

교장선생님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담임선생님이 말하셨다. 질녀라는 말은 잘 모르지만 친척관계를 뜻하는 말임을 뉘앙스로 파악했다. 그리고 낙하산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를 정도로 나는...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 순진하지는 못 했다.

"그렇구나~ 낙하산이구나~"

"아니 이 녀석이..아니라고 하잖아"

그렇게 은근히 티격태격하면서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위엄있던 교장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해서 즐거웠다. 막 여기저기 소문내고 떠들고 다니고 싶지만 그건 도리가 아니겠지. 돌아오니 남은 체육시간은 5분이였다. 교복차림의 지훈과 세아는 선생님이 시킨대로 손을 들고 있지 않았다. 왠지 이럴 것 같아서 선생님보다 5m 앞장 서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 나는 신호를 줬다. 선생님 오셨다고. 그러자 둘의 벌서는 자세가 빠릿해진다. 제대로 무릎 꿇고 양 손을 번쩍 들었다. 뒤늦게 들어온 선생님은 이를 보고 흐뭇해 하셨다. 그리고 완전히 속아 넘어가 흐뭇해 하시는 선생님을 본 세아와 지훈이 악동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한 건 해결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작가의말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왔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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