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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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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34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2 21:58
조회
216
추천
2
글자
7쪽

25

DUMMY

그날 밤은 어떻게 잠 들었는지 모르겠다. 펑펑 울다가, 눈물을 닦고, 또다시 우는 지훈을 지켜보다가 그대로 같이 뻗었다. 일어나보니 회색갈 카펫 위였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얼굴에서 짠내가 느껴지면서 눈꺼풀을 움직여보는데 옆에서 갑자기 이불이 날리는 게 보인다.

펑ㅡ펑ㅡ

"이게 미쳤나.."

소파로부터 내려온 이불을 지훈이가 누운 채로 위쪽으로 차고 있었다.

"크아아! 쪽팔려!"

"에휴.."

아침해가 뜨니 지훈이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안심했다.

각자 다른 화장실에 들어가 동시에 씻고 교복을 털어 입는다. 현관문 앞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풋! 눈이 탱글탱글하네"

"거울이나 보고 말해"

서로 마주보면서 씨익 웃고 현관문을 연다. 온화한 분위기의 빛이 덜 들어오는 복도를 걷고,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고, 정문으로 나가서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걸어가면서 앞으로의 일상에 대해 의논한다.

"그런데 너 집은 다 불타버린거지?"

"깔끔하게 다 잿더미로 변했어"

지훈이의 얼굴에 씁쓸함과 향수가 감돈다.

"그러면 앞으로 어디서 지내?"

"그러게, 여기 주변엔 친척도 없고..아니, 아예 부산안에 있는 친척이 없어"

"그러면.."

"새 집을 사거나, 학교를 옮기는 수 밖에"

그 말을 들은 순간 심장이 짓눌리는 기분이였다. 유치원 시절부터 쭈욱 동고동락한 사이인 지훈이가 떠나면 아주 외롭고 슬플 것이다. 그런 일 만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 집을 사라, 니가 가버리면 난 어쩌라고"

"크윽..친구야.."

"크흡!.."

순간적으로 친구라는 말에 감동받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코를 훌쩍인다.

"오글거린다. 너답지 않게 왜 그러냐?"

예전같이 분위기 못 맞추는 지훈이를 보고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이불킥이나 한 주제에.

"상속받을 것도 많은데 그냥 여기다 하나 살까아~?"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됬는데 너도 참 태평하다"

"그딴 감정은 어젯밤에 다 날려버렸어, 살 사람은 살아야지"

상속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아직 자세히 알지는 못 했지만 다른 보호자가 나타나면 그 쪽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었다. 혹시나 못된 보호자가 나타나서 지훈이의 재산을 가로챌까봐 겁이났다. 내 재산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정말로 일어날까?

지훈이가 내 옆집으로 이사온다면 여러가지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도 때도 없이 내 집에 들락날락 거리게 될 테지만. 그래도 그 편이 좋았다.

"여전히 말은 잘하네, 버스왔다"

폰의 홈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확인하니 6시50분이였다. 학교까지는 이대로 10분거리니까 일찍 일어난 셈이였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난 원래 이시간에 나와, 집이 멀어서 늦게 도착해서 그렇지"

폰의 홈버튼을 누른 나는 그대로 잠금화면을 밀어서 모닝 웹툰을 정독한다. 지훈도 따로 폰을 들어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임에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 폰을 만지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버스는 조용히 학교를 향해 총알을 피하듯 지그재그로 나아갔다.

이른 시간에 오면 항상 세아 밖에 없는 교실 뒷문을 열고, 앞장 서서 들어간다. 세아가 소리를 듣고 휙 돌아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얼굴에는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세아가 지훈이에게 말했다.

"괜찮아? 눈이 퉁퉁 부었는데?"

세아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나는 다소 키득키득 거리며 끼어들었다.

"세아야, 어제 얘가 뭐 했는지 알아? 갑자기 소파로 다가가더니.."

겨우 하룻밤 차이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지훈이가 황급히 등을 떠밀며 화제를 돌린다.

"어!어! 응! 활력이 불어넘치는 것 같다야! 아주 좋네! 그보다 나를 위해 이렇게 일찍 마중 나와서 기다려 줬구나? 감동적이네~"

"원래 일찍 나오는데, 멀쩡한 것 같네"

세아 목소리의 온도가 급격하게 빙하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등을 떠밀려 자리에 앉는다. 폰 게임이나 해야겠다.

"그래서 수학여행은 가는거지?"

"아 맞다! 너 수학여행 가는거지?"

세아의 질문에 비밀번호를 치다가 내려놓고, 나도 똑같이 지훈에게 물어본다. 수학여행에 지훈이의 유무는 꽤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 반의 분위기 메이커, 세아가 학교의 외모 역할을 한다면, 지훈은 그 폭넓은 발로 2학년 전체의 분위기 메이커로 말할 수가 있겠다.

"가야지, 인생에 단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놓칠리가 없잖아"

"휴우~분위기 메이커가 따라간다니 조금 안심이 되네"

"그리고 전국 클래스의 여신이 따라가지"

지훈이의 말에 속으로만 동의하고,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세아가 템포를 맞추듯이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가운데 멀대가 하나 끼어서~"

"공부잘하는 멀대지"

지금의 난 그냥 멀대가 아니였다. 무려 전교1등을 하는데 키까지 큰 멀대였다.

"그래, 결국 멀대잖아"

아무래도 그들의 시점에서 나는, 키만 큰 멀대에서 키 큰 멀대로 진화한 듯 하다.

"멀대"

"이씨! 키도 작은게!"

"퉷! 키 크면 단가? 멀대 같이 생긴게"

그대로 서로의 발을 밟으며 유치한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쪽팔린 줄도 모르고 현란한 발놀림을 보이다가 세아의 말에 정신 차렸다. 그리고 지훈의 발에 밟혔다.

"그래서 너네 조는 어떻게 할꺼야?"

"아야, 우린 농구 패밀리끼리 한 조를 하려고, 너는?"

"으..엑? 아!.나..나도 물론 여자애들끼리 같은 조를 하려고.."

깜짝 놀라는 분위기를 보니 조를 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대부분 아이들이 저들끼리 조를 정했을 텐데, 약간 걱정되는 마음이 생겼다. 지훈이가 발을 슬쩍 빼며 말했다.

"그럼 세아를 우리 조에 넣는 건 어때?"

"홍일점이냐? 그렇게 하면 부담스럽잖아, 남자끼리 여자끼리 따로 하는게 낫지, 안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세아 쪽을 돌아봤다. 그런데 세아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훈이가 다시 내 발을 밟으며 소리친다.

"이런 멍청한놈이! 왜 같은 조를 하자고 말을 못하니! 왜 말을 못해!"

"무슨 소리야, 세아에게 부담이 되니까 그러는 거 잖아"

"어휴~! 이름도 그냥 부르면서 그냥.."

열을 내며 감언이설을 하던 지훈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개 숙인 세아를 노려본다. 내 시선도 지훈이를 따라 오른쪽으로 주목시켰다. 세아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을 꼼지락 대고 있었다.

"아, 동현이, 매점좀 가자"

"어? 어.."

갑자기 진지해진 지훈이의 분위기에 따라나온 나는 뜻밖의 말을 듣는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내 어깨를 붙잡은 지훈은 그대로 내 귓가에 속삭인다.

"저거 왕따당하는 거 아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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