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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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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33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4 22:45
조회
212
추천
2
글자
7쪽

19%

DUMMY

헛것이 보이나 싶어 눈꺼풀을 다시 비벼본다. 세아의 손이였다. 나는 잡았던 손을 황급히 놓으며 속사포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 미안! 방금 막 일어나서 정신이 없어가지고, 옆에 지훈이가 있는 줄 알고 손목시계로 시간 보려고 했는데 네 손 잡을 생각은 없었어 진짜로"

오른쪽에 지훈이가 앉아 있었고, 그 옆의 창가에 세아가 앉아 있을 터 였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세아가 오른쪽에 있고, 지훈이는 왼쪽에 가 있다. 오른쪽에 있었을 지훈이의 손목시계를 보려고 손목을 잡았는데 세아의 손이 잡힌 것 이다. 왼쪽에서 얄미운 웃음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라 해야 할 지 세아는 별다른 화를 내지는 않는다.

"킥킥킥!"

"지금 발로 차 달라고 킥킥킥 웃는 거냐? 그런데 이세아가 왜 내 옆에 있지?"

그때 오른쪽 어깨에 손길이 느껴지고, 그 손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세아가 말없이 창가 쪽의 햇빛으로 빛나는 의자를 가리킨다. 세아가 빛을 피해 자리를 옮겼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곤 해도 세아가 내 옆에 붙어 앉은 행동은 대담해야 하달지, 나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슬퍼해야 할 지. 사실 둘 다 해당되는 얘기지만. '그래도 세아의 손은 부드러웠지. 다시 한 번 잡아보고 싶다', 막 일어나서 머릿속이 혼란의 도가니 일텐데도, 그 손의 감촉은 뚜렷이 기억에 남았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지금이 11시30분임을 확인하며 버스에서 내린다. 통도사, 통도환타지아와 신평터미널은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지도를 보며 걸어간다. 사실 볼 필요도 없었지만.

거의 유년 시절에 한번 와보고는 와 본적이 없는 통도환타지아. 과거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올라서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익숙한 향기만이 느껴져서 없는 기억 속에 알 수 없는 그리움만이 솟구쳐 올랐다. 넓은 광장 한 가운데에 있는 분수를 지나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입장한다.

"빅3? 3번밖에 못 타? 이걸 누가 사냐?"

"저기 있는 거 한 번씩은 다 타봐야지"

미소 띤 세아가 롤로코스터를 가리킨다. 롤로코스터를 보자 저절로 안면에 웃음이 우러러 나왔다.

"크으~ 여길 친구들끼리 올 줄은 몰랐는데"

앞장 서서 문을 통과하는 지훈의 말 속에 '친구'라는 단어가 은근히 강조되어 들리는 건 나 뿐인가. 저 악랄한 지훈이가 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을까?

놀이공원 입구 쪽에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를 지나 안쪽 깊숙이 침투한다.

"나 먼저 간다!"

뛰어가는 지훈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데 세아마저 뛰어가는 바람에 얼떨결에 나까지 뛰고있다. 세아가 뒤돌아 보며 외친다.

"나 잡아봐라!"

손발의 시공간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문장을 저렇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극심한 경탄에 빠지지 아니 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주변에 사람이 저글링부대처럼 깔려있는데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날아오는 죽창을 피하며 잽싸게 뛰어간다.

놀랍게도 그들이 처음 고른 놀이기구는 자이로드롭이다. 초장부터 이런 위 놀리는 걸 탈 줄이야. 사실 놀이공원에 오기전까지 소소하게 범퍼카로 시작할 생각이였다.

아득히 먼 높이로부터 내려오는 철덩어리. 고소공포증이 없기에 즐겁게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철덩어리가 내려오는 순간의 머리카락을 다 탈모시켜버릴 풍압과 중압감을 느끼고 생각이 바뀌었다.

"허..헐"

"으흐흐! 재밌겠다""

어떻게 저 지하행 자이로드롭을 아무렇지도 않게 탈 수 있는걸까. 타보지도 않은 자이로드롭을 바라보며 현대 과학에 깊은 불신을 남기고, 지훈의 손에 끌려가 억지로 탑승한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승객들이 내린 자이로드롭에 탑승하자 마자 다리를 뻗는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지훈이 옆에 탄 세아를 바라보는데, 오로지 즐겁다는 표정 뿐이였다. 우연히 시선이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쪽으로 갔는데, 땅에 닿지 않는 하얀 다리가 허공을 휘젓는것을 보고 무진장 귀엽다고 생각했다. 흐뭇하게 지켜보는 찰나에 지훈이 말을 걸어왔다.

"야! 동현아! 이건 그냥 물어보는 건데! 다리 짧은 여자는 싫냐?"

일부러 강한 악센트로 크게 말하는 지훈. 지금 저 질문에는 내 이상형의 일부분을 건너편의 세아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걸 눈치채고, 안전바를 체크하며 지나가는 알바직원을 보며 일부러 반대방향으로 대답했다.

"아니! 내 키에 맞아야 하지 않겠냐"

그 말은, 세아가 아직은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대답이였다. 그리고,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세아의 짧은 다리가 허공에서 멈추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녀가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내 대답을 들은 지훈이가 자이로드롭에 탑승한 채로, 짧은 다리로 내 종아리를 찬다.

"뭐야!? 왜 긴게 좋다고 말하는 건데!?"

"뭔 소리야!? 내 취향 말하는 건데?! 왜 차!?"

"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이라니!.. 히익!"

서로의 종아리를 걷어차며 투닥투닥하고 있는 사이에 자이로드롭은 예고없이 상승한다. 갑작스럽게 멀어지는 지면을 바라보며,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런데 옆의 지훈은 겁도 없이 공중에서도 내 종아리를 계속해서 걷어찬다. 그래도 다리의 감각따위는 이미 저리가고 온 신경이 멀어지는 지면을 향해 쏠린다.

"아아, 달콤한 꿀과 같은 아름다운 대지여 나를 놓지 말아다오, 내 발을 받아들여주오 오 하나님"

"큭큭큭! 아름다운 대지래 크큭! 그리고 무신론자 주제에"

"시끄러"

거대한 기둥의 정상에 도달했을 때, 내 생각은 오로지 땅에 발을 다시 붙이고 싶다는 것이였다. 실수로 눈을 잠시 깜빡였을 때, 개미만해진 사람들이 북적이는 놀이공원을 보고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 놈의 기계덩어리는 일부러 날 애태우려는 건지 공중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있는 힘껏 나를 감싸고 있는 안전바를 쥐어짜내며 온갖 망상의 나래를 머릿속에 있는대로 펼쳤다.

갑작스레 안전바가 고장나서 나가 떨어진다거나, 기둥이 자력을 이겨내지 못해 부서진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자력이 작동하지 않아 그대로 땅에 쳐박히거나.

푸슝ㅡ

거대한,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고철덩어리가 급강하 하기 시작했다. 오장육부가 머리 끝까지 쏠리는 느낌을 받으며 소원대로 지면에 발을 붙이기까지는 순식간이였다.

그리고 내리자마자 드는 생각.

'재미있다!'

내가 느낀 것은 오장육부가 입 밖으로 튀어나가는 느낌이 아닌,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였다. 고철덩어리가 기둥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위를 관통하는 고혹적인 울림이였다. 마약과도 같은.

"한번 더 타자!"


작가의말

kick!kick!ki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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