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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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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19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9 20:39
조회
155
추천
2
글자
7쪽

22

DUMMY

스터디 그룹은 하루하루 무난하게 흘러가고, 5월이 끝나갈 쯤에 기말고사가 끝났다.

"크흐흐~수학여행이다~"

"오옷!"

교실 뒷편에 농구 패밀리가 모여서 수학여행에 대한 화제로 떠들썩하다. 부산에 있는 대부분의 중학교는 롯데월드 아니면 애버랜드 둘 중 하나이고, 우리는 서로 T-express를 수십번은 타 봤다고 허세를 부린다.

"난 그거 책 읽으면서 탔어, 롤로코스터가 너무 얌전해서 타면서 정독함"

"난 그거 물구나무 서서 탔음"

"난 그거 타다가 너무 평온해서 깜빡 잠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직원이 운영 시간 끝났다면서 깨워주더라. 졸려서 죽는 줄"

그렇게 허언증 놀이에 참여하는 나는 실은 서울 쪽에 있는 놀이공원에 간 적이 없다. 집안 책장의 구석에 있는 앨범을 펼쳐보면 아주 어린 시절에 한 번 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6월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성적표를 나눠 받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끔 몰래 손으로 가려서 가져오는데, 세아에게 빼앗겨버렸다. 내 성적표를 빼앗아 보는 세아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맑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오오오..아름다운 성적표다"

"이리 주시죠? 나도 아직 다 못 봤어"

국수사과영 순으로 나열된 성적표에 아직 수학까지밖에 못 본 것이다.

'뭐, 보나마나 다 100점이겠지만' 아이들에겐 내성적이 급증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는 나는 목구멍까지 말이 올라왔다가 들어갔다. 나는 속마음을 그대로 말하는 대신 집게 손가락을 입술로 갖다대며 내 성적에 관한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쉿~"

"알았어~알았어~,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녀도 될 텐데~"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의 절규와 환희가 뒤 섞인 교실 속에서 전자의 아이들에게 죽창을 맞기는 싫었으므로 겉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한다. 곧이어 성적표를 받아들고온 지훈이 절규한다.

"크윽! 또 졌어! 또오! 이것 놔! 하나도 위로 안 되니까! 약 올리냐?"

저번 성적표를 받을 때도 그랬지만 내 입꼬리가 거의 귀에 닿을 듯 뻗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짓고 지훈이의 등을 토닥인 건 결코 고의가 아니였다.

"뭐라구? 1등 못하는 찐따라 잘 안들리는데에~?"

"크흑!"

한동안 절규와 환희가 반에 흘러넘치고, 마침내 올 시간이 왔다. 여전히 츄리닝만 입고 다니는 선생님이 수학여행의 '수'자만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학생들이 환호하며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미쳐 날뛰고 있었다.

조를 정하는 시간이 왔다. 30명이 넘는 반 인원을 대략 6,7개의 조로 나누어 따로 활동하게 하는 건데, 나는 세아에게 같은 조를 해달라고 말해볼까 말까, 거짓말 안하고 200번 고민 중 이였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은 나는 손과 입만 근질근질거리고 있었다.

마침 일어난 소란을 틈타 세아에게 말을 걸려는데, 세아에게로 모여드는 인파에 밀려나 버렸다. 거의 나가 떨어지듯이 내 의자로 도로 앉혀졌다.

"우..우아악!"

세삼 세아의 인기를 실감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노소는 없지만) 세아에게 몰려든다. 아마 저 인파가 사라질 때 쯤이면 그녀는 벌써 품절되어 있겠지. 작년처럼 농구 패밀리를 모아서 한 조를 짜야겠다.

왼쪽에 앉아있던 지훈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일단 이렇게 두명.. 그리고 시완이랑.."

"세아도 넣고 싶지? 응? 넣고 싶지? 같은 조에 넣었다가 막 농구 팸들 다 밀쳐버리고 둘이서만 같이 돌아다니고 싶지? 벌써 희희낙락하며 놀이공원에서 아이스크림 나눠먹는게 눈에 선하다"

"끄으응~ 아니거든"

지훈이의 속삭임에 겉으로는 부정하지만 속으로는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였다. 다시한번 단 둘이서 관람차를 타고 정상에서 알록달록한 색으로 오로라처럼 빛나고 있는 크렘린 궁을 바라보고 환호하고 싶었다. 그 때 세아랑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앞으로도 나랑 같이 놀러다녀 줄래?"

"음..바깥에 좀 볼래? 야경이 멋지네"

그리고 창문에 두 손을 갖다 붙이며 무지개 빛깔의 놀이공원을 바라보던 세아는 환호하고,

"그러고보니 너 롤로코스터 입장할 때 상당히 기대했는데, 키가 안 되서 못 탈까 봐. 아쉽게도 1cm차이로 입장 할 수 있었지만"

"내가 난쟁이 드워프로 보이냐?"

"네가 가까이 있으면 키가 너무 작아서 안보이거든"

'아니, 한 마리의 요정같아, 설원에 한 발 내디딘 눈꽃처럼'

내 속마음과 튀어나오는 말은 자꾸만 어긋나버린다. 스스로도 답답하면서도, 그렇게 나는 화제를 돌리며 대답으로부터 도망쳤다.


"뭐, 여자애들이랑 다니겠지. 애초에 대부분의 조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짜여질 걸?"

"너 그러다 빼앗긴다?"

"빼앗기다니? 뭐를?"

"세.아.를."

지훈의 속삭임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받아든 종이에 농구 패밀리의 이름만 적어 넣는 나의 필체에 씁쓸함이 묻어나온다.

"순간적으로 귓가에 울려퍼지는 폭음에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아난다. 지훈이의 말을 들은 그는 어떻게든 세아와 같이 다닐 방법을 강구한다"

"나레이션 넣지 마라, 농구 팸 모아서 다같이 놀러 다닐꺼야"

상황을 설명하던 지훈이가 낄낄대며 나를 놀리고 있다. 하여튼 저 놈의 놀리기 위한 근성은 어디 가지를 않는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지? 귀엽잖아, 안 그래?심심할 때마다 꺼내서 보고"

잠시 그 상황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고 진심으로 112를 찍고 있는 내 손을 황급히 막은 지훈이 말한다.

"어디 경찰 번호가..1..1.."

"걱정마, 세아라면 적어도 다른 남자랑은 같이 안 다닐 걸, 여자애들이랑 조를 짤 모양인 것 같아..애초에.."

"애초에?"

옆에서 아주 호들갑을 떨어대는 지훈이의 말에 하나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세아를 화제로 드는 바람에 뒷 내용이 궁금해서 머리보다 입이 먼저 반응하고 말았다. 관심종자에게는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다시 한번 지훈의 입이 내 귓가에 다가온다.

후우ㅡ

"크아악! 야이 미친놈아!"

내 귓가에 숨을 불어넣는 게이같은 지훈의 멱살을 부여잡고 있는 힘껏 흔든다. 은근히 온화한 바람이 들어오는 바람에 귀가 간지러워서 죽을 뻔 했다.

"아니아니! 미안! 다시 대 봐!"

0신100의하며 한 번더 귀를 대 주었다.

"애초에 세아는 네가 아니면 나오지 않아. 저번에 보드방 가자 했을 때도 처음엔 거절했었잖아? 그래서 귓속말로 너도 간다고 하니까 흔쾌히 따라오겠다고 했잖아"

"지..진짜?"

얼굴에 드러나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터뜨리기 시작한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한다. 등이 화끈해지는 걸 느끼며 세아가 있는 곳의 반대로 얼굴을 슬쩍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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