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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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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48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9.04 21:10
조회
154
추천
1
글자
7쪽

80%

DUMMY

시작은 정말 별 것 아니였다.

산뜻한 바람, 다가오는 봄 속에서, 인도를 걸으며 농구공으로 튕기다가 손에서 놓친 것이 시작이다. 그것을 주워준 아이는 떨어지는 벚꽃과 같이 어우러져, 청아했다.

동화같은 첫만남이였다. 그 날 나는 바로 사랑에 빠졌다.

이 후, 그녀의 주위를 한참이나 맴돌게 되었다. 간혹 그녀의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는가 하면서도, 괜히 그녀의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애들이 싫기도 하고, 막 그랬다. 그녀의 주위를 의식하게 되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내가 이렇게나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러던 중, 서점에서 그녀를 마주치게 된다. 경소설 한 권 남은 신간을 사려는데, 왠 모자 눌러쓴 여자아이가 흑칼을 흩날리며 먼저 집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책에 동시에 맞닿은 손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 손의 감촉은 실크보다도 부드러웠다.

그 때부터, 그녀가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왜 그 시점부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는지.

그 후로, 우리는 지훈이라는 촉매제로 급진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농구대회에 응원하러 와주고,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같이 공부했으며, 같이 놀이공원도 갔다.

문득, 발렌타인데이 때의 초콜릿이 떠올랐다. 그 하트 초콜릿은 지금 생각해보면 세아가 두고 간 초콜릿일게 뻔했는데, 그 때의 난 너무 눈치가 없었다.

몰랐던 건 아니였다. 알면서도 모른 체 한 것이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여자에 관심없는 나를 어필하고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괜한 짓이였다.

그리고 수학여행 건으로, 여러 우여곡절이 생기며 그녀와 담임에게도 더욱 다가간 기분이였다.

그 뒤로도 많은 해프닝이 일어나며, 그녀에 대한 세세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었다.


"야.."

"야!"

오랜 회상을 깨는 목소리, 지훈이다. 회상에 너무 심취해서 그가 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휴.. 귀가 먹었나..."

씁쓸하게 땅만 바라보고 있으니 지훈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던 우리는 하늘을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게 된다.

우웅ㅡ

"언젠가 세아도 저 비행기를 타고 떠나게 되겠지.."

"동현아, 할 말이 있어"

사뭇 진지해진 지훈이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처럼 나를 북돋는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 내가 친구하나는 정말 잘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부터, 가끔씩 부모님을 만나는 꿈을 꿔"

그 말을 하며 철창에 등을 비비며 주르륵 앉아버리는 지훈.

"어느 날은 같이 놀이공원을 가기도 하고, 절을 가기도 했지. 그리고 항상,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을 잡으려 할 때면 난 꿈에서 깨어나.."

지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같이 주저앉은 나는 지훈의 손위를 덮는다. 그러자 나를 한 번 스윽 돌아본 지훈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결국 닿을 수가 없었어. 그런 거리인거야 엄마아빠랑 나와의 거리는, 이제는 닿을 수 없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이야"

그리고 심장이 꺼질듯한 긴 한 숨을 쉰 지훈은 손을 뿌려쳤다.

"하지만 넌 아니야, 바로 눈 앞에 있다고. 닿을 수 있는 거리임에도 포기하지마, 그녀를 포기하지마, 지금 니가 잡아야 할 손은 이게 아니야"

"..."

"세아는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것만은 장담 할 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지훈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대로 사라지는 지훈을 한동안 바라보며 한탄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벌써 했다. 그리고 이미 여러번 하고 실패해서 이젠 실패하는 것이 두렵다. 이미 나는 밧줄에 묶인 아기코끼리의 발처럼 의지가 없었다.

그래도 일어섰다. 지훈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닿지 않는 부모님께 닿으려는 지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래도 나는 다시 한 번 닿을 거리이지 않은가?

적어도 그녀가 이 곳에 남아 있을 동안, 한 번만 더 다가가보자.


내일이면 방학식이였다. 12월 22일이다. 저 만치에서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나는 그녀와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왔다.

100미터ㅡ

나는 두려움을 딛고 그녀를 향해 걸어간다.

50미터ㅡ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만큼,

10미터ㅡ

그녀와 나의 거리도 가까워 질수 있기를.


"이세아"

차갑게 식은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에 일련의 변화를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세아가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기다릴게, 오지 않으면 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장소와 시간이 적힌 메모를 그녀의 손에 쥐어놓고는 돌아왔다. 이젠 기다릴 뿐 이였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방학식이 지나가고, 크리스마스 이브날이 다가왔다.

마음 속까지 사무친 추위를 견디며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 기다린다. 약속시간은 중천이지만, 어느덧 해가 지고, 주변이 LED로 빛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빛나기 시작했다. 스쳐지나가는 연인들도, 가게들도, 모두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 그 찬란함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어둠을 자처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불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전등처럼 그녀를 기다렸다.

추위에 너덜너덜해진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사람이 한창 북적일 때쯤, 인파 속에서 세아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우아악ㅡ!"

거의 넘어질 뻔하여 바닥에 손을 짚고 있는 세아를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아는 손을 털고 일어섰고, 한동안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흘러갔지만, 세아를 여기서 이렇게 만났다는 마음이 너무 강렬하여 계속해서 웃음을 지었다.

"뭐야, 넘어지는게 그렇게 웃기냐?"

그동안의 일이 없었던 일인것 처럼, 세아는 뻔뻔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나도 FUNFUN하게 말을 걸었다.

"아니, 세아가 지금 여기에 와 줬다는 게 너무 기뻐서.."

"치.."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다가도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세아는 사과한다.

"저기..미안해, 그동안.. 일부러 피하고 다닌것.."

"흐음..."

세아는 땅을 보고 손가락을 꼼지락 하다가 말을 이었다.

"무서웠어, 너랑 헤어진다는 사실이, 그리고 너랑 더 이상 만나는 것도, 하지만...하지만.."

세아의 표정이 급격하게 풀어지더니 급기야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리고 눈물 뒤 섞인 말은 모호한 발음에도 귓속에 잘 들려왔다. 나는 한달음에 세아에게 다가가 눈물을 가리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래도...그래도.. 흑..보고 싶었어..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미안..나..이기적이지.."

"세아가 이 곳에 와 줄 거라 생각했어, 용기내 줘서 고마워"

심장이 뭉클해진다.


작가의말

아기 코끼리 발에 밧줄을 묶으면 다 자라나서도 밧줄을 풀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 밧줄을 풀지못한다는 사실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죠.

저건 이미 사용한 적이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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