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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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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50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9.03 13:21
조회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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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36

DUMMY

다시 한번 붙잡았을 때 그녀의 표정은 서늘한 공기와도 같았다. 붙잡힌 그녀는 나를 노려보았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 이대로 연을 끊어도 좋아, 하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려줘"

순간적으로 그녀의 입가가 씰룩거리는 모습이 보였지만, 이내 팔을 뿌리치고 가던 길을 간다. 그녀를 둘러싼 코트만큼이나 자기방어가 심했다.

"세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쫓아가 본다. 쌩쌩하게 부는 찬 바람에 맞서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이름을 부르니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다. 하지만 뒤 돌아 보진 않았다.

이름을 부르며 쫓아가서 바로 그녀의 뒤에 까지 가서 서보지만, 싸늘한 뒷모습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였고, 나는 드라마의 남주처럼 이런 일에 능숙하지는 못 했다. 그렇게 손을 뻗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름으로 부르지 마"

"응?"

"나..미국으로 이사 가게 됬어. 아버지 일 때문에.."

청천병력 같은 소릴 듣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는 그대로 가던 길을 가버렸다. 가을 하늘은 높았다.


누가 날 퍽하고 지나간 느낌이다. 그녀를 끌고 가버리는 부모가 야속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원망스럽다.

느닷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해외로 넘나드는 걸까. 말도 안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의 아버님이 그녀를 두고 가셨으면 좋겠다. '제가 잘 돌볼테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십시오.'라는 대사를 중2 어린아이가 하면 뺨 맞고 돌아오겠지.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 아무리 매사에 바보같은 중2라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의 의미를 모르진 않았다.

미국으로 이사 간다.

'이젠 만날 수 없으니 여기서 헤어지자'

왜? 떠나는 날 까지, 마지막 날 까지 사이좋게 지내다가 작별인사를 하면 안 되는 걸까. 그것은 나만 좋으라는 이기적인 목소리일까.

미웠다. 그녀를 나에게서 떼어놓으려는 이 세상이 미웠다.

꿈이였으면 좋겠다. 일어나보니 그녀가 이사가는 일을 없었습니다~ 같은 꿈이였으면 좋겠다.

환상이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도 못 거는 사이가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하는 전개가 되었으면 좋겠다.

거짓말이였으면 좋겠다. '그녀가 했던 말을 철회하며 거짓말이였습니다~ 하핫.' 이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질리도 없었고, 벌어지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다시금 마주친 그녀의 뒷모습은 쓸쓸한 내 마음과 더불어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후줄근한 차림의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갔다.

0교시 자습시간, 복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담임 하는 소리가,

"음..이건 비밀로 하랬는데.. 역시 말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 세아가 전학 가는 것 알고 있니?"

그래도 예전에 있던 빛 갚는답시고 해준 말일텐데, '알고 있는데요'라고 말 할 수가 없어, 대충 적잖이 놀란 척 해주고 담임의 뿌듯해 하는 표정을 지켜보았다.

"하아.."

복도에 홀로 남자 마자 나온 한숨이였다. 선생님의 역할은 나로 하여금 현실을 다시 깨닫게 해 준 것이였다. 그리고 그녀가 전학을 안 갈일은 없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주고 간 것이다. 그렇다고 내 가슴에 못만 박고 웃으면서 가는 선생님을 원망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려본다. 분명 마지막의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 싫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눈 앞에 닥친 현실에 이별을 선택한 그녀의 심정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붙잡고 싶었다. 이미 붙잡고 붙잡았지만, 다시 한번 붙잡아서 떠나는 날 까지 사이좋게 지내자는 따뜻한 한 마디를 예수님의 구원이라도 되는 마냥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 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빼빼로데이 때는 그녀가 좋아하는 아몬드초코 맛을 들고 책상앞을 서성이며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주차장에서 혼자 뜯어먹었다.

어느새 그녀의 취향까지 꿰고있을 만큼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이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별을 선택한 그녀의 무거운 마음이 내 마음의 무게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뻗으려는 손길과 전하려는 말이 멈추었다.

겨울방학이 다가왔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미국과 한국만큼 가까웠지만 그 사이를 가르는 태평양 만큼이나 멀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에게 고백할 당시의 감정의 무게를 초월하는 것이였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흘렀다.

그래도 같은 반이고 싶다. 말 걸지 않는 사이라도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가버린다.

가끔은 하늘을 원망한다. 왜 그녀와 나를 떼어놓으려 하냐고 말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은 옆에서 장난질이다.

어느날 다시 나를 부른 선생님은 있지도 않은 노련미를 뽐내며 나에게 충고를 한다.

"아직도 너네 사이가 안 좋아보여서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지금 다가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그래서 선생님은 솔로에요?"

"크헉!"

선생님이 말하려는 의도는 안다. 하지만 괜히 민감해져서는, 괜시리 화가나서 담임에게 못할 말을 하고 만다.

옥상 철조망에 몸을 기댄다. 구멍이 뚫린듯한 하늘 정중앙은 어두운 색깔이 보인다. 정원에서 흘러나오는 코를 찌르던 꽃향기도 지금은 없다. 스산한 바람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자살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조금만 감성에 젖어 있고 싶다. 그리고 깨끗하게 털고 일어서서 농구공을 떨어트리기 전의 나로 복귀할 생각이다. 농구공만은 나를 버리지 않고 언제나 반겨주니까.

"혼자 궁상떨고 뭐 하냐?"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지훈이 옥상에 올라왔다.

"그냥.."

"무슨 일 있냐?"

눈치가 빠른 지훈은 금방 내 감정을 알아차린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장난 스럽던 지훈도 진지하게 다가와서 내 옆에 선다. 지훈이가 나를 따라 등을 기대자, 철조망이 삐걱이는 소리가 난다.

"털어놔봐"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재촉하듯 말하는 지훈. 오랜 친구의 목소리에 자극받은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세아랑 나 사이가 벌어지게 된 이유. 그리고 다가가지 않는 이유.

그것을 들은 한숨을 쉰 지훈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같이 정적에 동참했다.

고요한 바람소리를 조용히 감상하며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기로 한다.


작가의말

맞습니다. 암 걸립니다. 쓰는 저도요. 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제목을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본심이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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