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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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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39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9.01 18:52
조회
137
추천
1
글자
7쪽

35

DUMMY

여름방학은 길고 짧게 딱 한달이 주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달의 유예기간은 어떻게 보면 당연히 주어져야 할 자유라며, 사회의 이중적인 작태라고까지..생각한다면 너무 비관적이려나.

유예기간이 반 쯤 남았을 때, 지훈이의 새로운 집에 초대받게 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예상과 다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게 뭐야?"

높은 빌딩의 지하, 유럽 신전 뺨치는 웅장한 크기. 수많은 첨단 기기들과 서적들. 이 지하를 내 앞에 가져다 놓고 자기 집이라 우기는 지훈의 모습에 문득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정신나간 건 아니지?"

"하! 아니야, 정신나갔다니.."

아무리 봐도 시야에 펼쳐진, 너저분하게 널린 기계들 속은 사람 살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산다고?"

"아, 여기는 연구실, 자는 곳은 윗층에서"

지훈의 반대쪽 책상에 앉으려다가 그을린 재를 보고 관두었다.

"그런데 저 첨단기기는 뭐야?"

여러가지 불빛이 번쩍거리는 기계들, 그 중에는 묘하게도 사람의 팔, 다리와 비슷한 생김새도 있었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자신감 충만한 모습으로 대답하는 지훈.

"클론들,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지"

"돈지랄이구나"

"아니아니, 클론에 대해 정말 제대로 공부하고 있어, 나 진지함"

"그렇게 돈이 많았나? 뭐.. 암튼 재산 탕진하고 나 찾아오진 마라"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받아들이는 지훈이였지만, 나는 지훈의 돈관리 습관에 진지하게 걱정이 되었다.

돈은 둘째치고, 옛날부터 옆에서 지켜봐온 친구로서, 지훈은 한다면 하는 아이라고 장담 할 수 있다. 주변에 널려진 수많은 필기 노트와 기계들을 바라보니 지훈의 마음은 진심이였다. 언젠가 크게 대박을 칠 지훈을 상상하니 흐뭇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뜬끔없긴 하다, 갑자기 클론이라니, 하긴 지훈이라면 항상 뜬끔없긴 하다만.

우스갯소리를 해본다.

"그럼 니가 인간과 똑같은 클론을 만들고, 내가 가상게임세계를 만드는 건 어때? 소아온같은 거 말야"

"응? 소아온이 뭐야?"

"말을 말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는데? 내가 만든 인간이 니가 만든 가상게임을 플레이 한다니 말이야. 크큭"

이 때는 몰랐다. 먼 훗날, 우리가 했던 말이 정말로 실현될 것이라고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클론은 형편없다. 물론 가상현실게임세계도 말이다. 가끔씩은 박수를 받으며 시제품을 들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보기도 하며, 지훈이 처럼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상현실에 대해 공부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름 방학이 끝나버렸다.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는 이것이 처음이지만 가상현실에 대한 내용과 공부해가는 과정은 나의 흥미를 충실하게 끌었다.

그리고 등교한 날 아침, 세아의 뾰루퉁한 얼굴을 보고 나서야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비워두라며!? 이 나쁜 놈아!"

느닷없이 교실문을 열자마자 달려오는 세아에게 미들킥을 맞는 순간, 온갖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미..미안, 먼저 전화를 걸지 그랬어.."

"그..그건..흐으..몰라!"

구차하게 해본 변명에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돌아가버리는 세아의 모습은 알쏭달쏭하다.


시간이 흘렀다. 소풍을 가기도 하고, 현장체험학습, 논술 대회, 과학의 달 등, 많은 행사가 있었고, 구름이 남으로 향할 적에 세아는 온도와 같이 차가워 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주고 다가오던 세아였지만, 요즘은 먼저 말을 걸어도 무시하기 시작했다.

밀당이란 건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함으로서 세아의 표정이나 태도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어느정도 구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밀당이 아니란 것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복도에서 서로 지나칠 때면 슬쩍 아는 체를 해봐도 반응이 없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쩍 세아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위에 겹쳐진 재킷 만큼이나 가드가 탄탄해진 그녀가 왜 이렇게 쌀쌀맞아 졌는지 궁금했다. 그건 지훈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요새 세아가 좀 차갑지 않냐?"

자리를 바꾸면서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게 된 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긍정했다.

"차가운 정돈가, 얼어 붙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생리?"

"지훈아, 모든 여자를 대표해서 널 후들겨 패기 전에 입 다물어라"

여전히 지훈은 큰일 날 소리와 어이없는 소릴 함부로 입 밖으로 내 뱉는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런 행실을 가지고서도 이 녀석의 대외관계는 매우 좋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세아의 팔을 붙잡아 보았다.

"이것 놔"

"요즘 왜 이러는 건데?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

최대한 다정하게 얘기해보지만 그녀의 태도는 일관적이였다. 사실 불만이 있다면 내 쪽이였다. 요즘 인사란 인사는 죄다 무시해버리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일부러 멀찍이 벽 쪽에 붙어서 가는 가 하면, 종이 칠 때마다 어딘가로 사라져 나에게서 도망친다는 느낌을 주었다.

내가 잘 못한 것은 없었다. 세아의 태도는, 어느 날, 돌연히 변해버렸다.

"김동현"

"응?"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반가웠지만 차가웠다.

"우리 헤어져, 애초에 남친도 아니였지만, 친구관계도 끊어"

"하.. 대체.."

끝까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구차해 보여서 그만뒀다. 끊고 싶다는 데 끊어버려야지. 별 수 있을까. 최근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건 내 쪽도 마찬가지였다.

"하..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놓아 준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횡하니 집으로 가버렸다. 내심 후회하는 마음이 강력했지만 그 상황에서 그렇게 나와버리면 정말 정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려간 계단과, 그녀가 지나쳐간 신발장이 쓸쓸하게 내 주변에 남았다.

그간 함께 해 왔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고, 정신을 차려보니 세아의 빈자리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쁘진 않았어. 이 정도면 평생 행복은 다 쓴 셈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만 그녀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혹시 다른 남자가 생긴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경우라면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문득, 크리스마스 트리아래에서 그녀와 함께 있는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때마침 첫 눈이 내리고, 그녀가 장식리본을 자신의 머리위에 올려두며 선물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한번 쯤 그런 것들을 상상해 보지만 이젠 덧 없이 느껴졌다.

그녀가 친구관계를 끊고 싶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유는 알고 싶어서, 나는 다음 날 지나가는 그녀를 다시 한번 붙잡았다.


작가의말

어쩌면 이 작품은 선호작2개로 완결 낼 수도 있겠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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