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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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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42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8 06:36
조회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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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31

DUMMY

그동안 침울함으로 일관하던 세아는 드디어 미소를 되찾았다. 나 자신의 마음의 안정도 함께 되찾은 기분이였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칠판 옆의 게시판에 섰다. 세아의 손에는 검은색 볼펜이 들려있다. 그리고 눈 앞에는 1~6칸으로 나누어진,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있었다. 그 종이는 각 조에 어떤 사람들이 속해 있는지 알려주는 종이였다. 우리의 반은 총 32명이지만 이 종이엔 31명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32명째의 이름이 적히려고 한다. 소중한 쉬는시간을 아낌없이 3분이나 투자하며 종이를 멍하게 쳐다보는 세아를 흐뭇하게 기다린다.

"아~ 좀 이리 내 봐!"

멍청하게 서 있는 세아를 보다 못한 지훈은 세아가 든 볼펜을 뺏어 든다. 그리고 농구 패밀리가 속한 2조에 당당히 이름을 적어 놓는다. 이름이 적힐 때의 그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뻣다. 황홀함이 번뜩이며 지나갔다.

언젠가, 생활기록부를 살펴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지각한 체육시간에, 그여져 있는 선은 없었다. 선생님의 조그마한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수학여행 날이 왔다. 들뜬 마음으로 가방하나에 바람막이 1개, 속옷3개, 티3개, 바지3개, 수건2개를 들고 간다. 왠지 가방에 빈 공간이 많이 남는 것 같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어딘가에 놀러다닐때 짐이 많은 것을 싫어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엄마가 짐을 잔뜩 챙겨서 캐리어 하나를 통째로 들고 가게 한 적이 있는데, 내 장담컨데 그 물건들 절반도 안 썼다. 사용하지도 않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닌 그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며, 나는 최대한 짐의 중량을 줄이는 것에 치중했다.

그러고보니, 지훈이 녀석도 준비물을 쓸데없이 많이 챙기는 편이였지, 아니나 다를까, 운동장에서 만난 지훈은 커다란 은색의 하드 캐리어를 하나 끌고 왔다. 이윽고, 세아도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세아의 사복 차림은 역시 황홀하기 그지 없었다. 하얀 망토를 두르고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흰색 원피스 차림으로 등장한 그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세아가 내 표정을 봤는지 멋쩍어 하며 가방끈을 두 손으로 잡는다.

출석 조회를 하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우리의 주인공인 버스에 탑승한다. 농구 팸들이 뒷자석에 자리를 잡아 놓고 나에게 가운데 앉으라고 소리쳤지만 나는 무시하고 중간에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잇따라 올라오는 지훈에게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으나, 사악하게 웃으며 지나치는 지훈을 보고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세아가 옆에 앉았다. 그녀의 옷깃이 닿자 숫기가 없는 나는 최대한 창가로 바짝 붙었다. 반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질색하거나 놀리거나 하며 지나갔다. 대부분이 나에게 하는 소리임을 깨닫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세아는 앉은 채로 구태여 움직이거나 하진 않았다. 말도 없었다. 그냥 앉았다. 생각해보니 그녀로서도 마땅히 같이 앉을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가 짝을 정해놓고 듀오로 앉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버스는 출발했고, 기분좋게 졸음을 유도하는 엔진의 진동 덕에 출발하자마자 거진 20분만에 잠들었다. 잠을 설친 탓이기도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엔진이 멈춤과 동시에 자동으로 눈이 떠진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햇빛의 공격에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눈을 떳다. 휴게소 였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니 세아가 얼굴을 내 어깨에 기대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조용히 들려오자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녀가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고, 책임감이 생긴 기분이였다. 이제는 긴장감이나 쑥스러움은 그렇게 크게 우러나오진 않았다. 굳이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오랜만에 휴게소에 온 김에 맛있는 거나 사 먹어 보려던 나의 마음을 접어둔다. 어깨로 작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 아이들이 초토화 상태다. 모두 수면제를 맞고 누워있는 것 같았다. 나처럼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몇몇 깨어나서 화장실을 가거나 군것질거리를 사올 뿐이였다. 또다시 죽창의 눈초리를 얻어맞기 싫어서 나는 자는척을 했다.

여러가지 문화재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단체 사진을 찍고, 간혹 멋진 풍경이 있다 싶으면 친구들과 또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리고 반들이 섞여 소란스러운 틈을 타 지훈과 나, 그리고 세아랑 단 셋이서 한 컷을 찍기도 했다. 물론 찍어준 친구는 똥 씹은 표정이였다.

유원지에도 왔다. 각 종 동물들을 안전한 버스에 타서 창문 너머로 만나보기도 하며 희귀하다는 백호도 볼 수 있었다. T-express도 탔다. 대기 줄이 얼룩말 무리 마냥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탑승하고 나서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는 담배와 술을 몰래 챙겨온 아이들도 있었다. 감독 선생님은 가방 다 뒤져 볼거니 술담배 들고 온 학생은 알아서 자수해라, 진짜로 뒤져볼거다, 샅샅이, 정말로.

그렇게 말한 감독 선생님은 결국 가방의 털끝에도 손대지 않았다.

결국, 수학여행 내내, 세아에게 해가 될 만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오랜만에 밟은 서울을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올 때는, 허탈감과 허무함, 공허함과 함께 집에 빨리 들어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피곤해 죽을 것 같은 와중에도, 내일 학교를 등교한다는 사실을 빼먹지 않고 공지하는 담임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다음 날, 답지 않게 일찍 침대의 품에 뛰어든 나는 답지않게 일찍 등교했다. 그리고 답게도 앉아있는 세아는 뒷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인사를 건네온다. 그런데 오늘은 공부를 하고 있지 않고, 왠 본 적 있는 것 같은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다.

"그건 뭐야?"

옆자리에 앉으면서 슬쩍 물어봤지만 이내 종이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온 나는 아연질색에 빠진다. 하아..보고서라니, '고급돌게임하고 놀고 먹고 자고 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적어 낼 수 없다는 점이 귀찮은 수학여행의 유일한 오류이자, 단점이였다. 싫더라도 어쩌겠는가, 써내야지.

그러고보니 종이가 없다. 멀뚱멀뚱하게 세아가 끄적이는 종이만을 바라보고 있자, 눈치 빠른 세아는 교탁을 가리키며 저 앞에 새 종이 있으니까 갖다 쓰라고 알려주었다. 심심치 않은 배려에 감사하며 종이를 가져와서 있는 말 없는 말을 우려낸다.

그러다가,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환하게 창문을 통과할 때, 나는 펜을 멈추었다. 화사한 햇빛은 눈부신 세아를 더욱 빛내주었다. 그녀의 주변에 하얀 오오라가 보일 정도였다. 그 순간적인 황홀함에 빠진 나는 지금 이 순간, 세아를 도와준 직후라는 비겁한 타이밍으로, 그리고 서울의 그 동지라는 아이가 말해줬다는 조언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고백하려고 한다.

"세아"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든 세아와 눈이 마주쳤다. 세아의 투명한 눈이 햇빛을 그대로 받아들여 촉촉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고백하려는 순간 마음이 급격하게 무거워지며 붕 뜨는 상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심장을 뭉클한 감정으로 주물럭 거리는 이 마음은 그녀에게 고백하는 것을 너무도 무겁게 만들었다. 힘들게 만들었다. 가혹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래도 나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나랑 사귈래?"


작가의말

난 왕도가 싫어, 같은 전개도 싫어하고, 그래서 비슷한 스토리를 쓰는 것도 싫어. 그냥 그래..

쓰다가 다른 작품이 떠오를 경우엔 삭제한 경우가 많아. 특히 수학여행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도 겹쳐지고 비교당하기 때문에 삭제했어.

솔직히 우익을 사랑한 이야기는 이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대로 쓰고 있어. 설마 있는 건 아니겠지? ㄷㄷ 이젠 스포가 아니라 당당히 말할 수 있군.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 반말 해도 ㅋㅋ 상관 없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고백할 땐, 분명 더욱 더 가혹한 느낌이였는데..음..

오늘도 3000자 컷트 책 뒤적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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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3 16.08.30 150 1 9쪽
34 32 16.08.29 180 2 8쪽
» 31 16.08.28 161 2 8쪽
32 30 16.08.27 193 2 7쪽
31 29 16.08.26 163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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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4 16.08.21 153 2 8쪽
25 23 16.08.20 142 2 7쪽
24 22 16.08.19 156 2 7쪽
23 ./ 16.08.18 104 2 7쪽
22 ? 16.08.17 254 2 7쪽
21 21% 16.08.16 243 2 10쪽
20 20% 16.08.15 218 2 7쪽
19 19% 16.08.14 213 2 7쪽
18 18% 16.08.13 214 2 7쪽
17 17% 16.08.12 278 2 7쪽
16 16% 16.08.11 280 2 8쪽
15 15? 16.08.10 18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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