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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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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41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5 21:14
조회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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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스물여덟

DUMMY

복도로 나오고서 열었던 문을 닫는다. 쥐새끼 마냥 엿듣는 행동을 한 것이 조금 죄책감이 들었지만 불가항력이였으니까, 지금은 세아의 문제에 집중하자.

일단 선생님이 말한대로라면 세아는 서울에서 왕따를 당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 아닌 것 같다. 세아가 한 말을 떠올려 본다. '그런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선생님의 예측이 빗나갔음을 의미했다. 세아가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을 따돌렸던 친구들을 마주칠 까봐'라는 예측이 빗나갔다. 세아의 반응과 분위기로 봐서는 거의 반이 맞은 듯 했다.

정리해보자, 세아는 왕따를 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하는 세아. 생각 끝에, 나는 다른 것이 더 얽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의자에 앉을 때면 몸이 축 늘어지고, 어딜가나 기운이 없다. 식은땀이 증기가 되어 다시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였다.

마땅히 해결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나는 결국 이런 생각에 도달해 버렸다. 남의 과거를 함부로 조사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꽤 괜찮은 도피처였다. 선생님에겐 어떻게 해보겠다고 말 했지만, 나는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이제 나에게 남은 길은 네가지였다. 세아를 버리고 가던가, 같이 남던가, 주거침입해서 보쌈해 가던가. 그리고, 귀찮지만 서울까지 찾아가서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던가다. 4번째는 정말 해도 될 짓인지 의문이 갔다. 만약 내가 세아가 다녔던 학교들을 들추고 다녔을 때, 세아가 그 사실을 안다면 소름끼쳐하며 날 혐오할 것이다. 스토커 바라보듯이. 그건 역지사지여도 피차일반이였다. 그래서 이 방법 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기로 했다.

가만히 창문 밖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지훈이가 떠올랐다. 그는 이런 부분에서 눈치와 잔머리가 잘 굴러 갔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몰랐다.

말을 걸었다. 학생들이 뭐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도덕 선생님을 앞에 두고, 수업시간에, 종이에 글을 적어서 왼쪽책상으로 매끄럽게 밀었다. 종이는 지훈이가 앉아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세아에 대한 거 뭐 좀 알아낸 거 없냐'

'아주 많이. 그런데'

지훈이가 글을 적던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훈이의 손이 '그런데' 부분에서 완전히 멈추었다. 나는 속으로 '적을 거면 끝까지 적을 것이지 왜 도중에 그만두고 지랄이야'라고 외치며 애간장을 태웠다. 도덕 선생님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잘못 기록된 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할 때, 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알았다? 몰라, 동일 인물인가?'

그 부분까지 쓴 지훈은 다시 지우개로 모든 것을 지웠다. 그리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쉬는시간에'

그렇게 글을 끝 마치고 펜을 내려놓는 지훈의 표정은 아리까리 했다. 그의 손은 다시 책상 밑으로 내려가 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고대하던 종소리가 들리고, 지훈은 조용히 옥상으로 나를 불렀다.

장마 때문인지 요즘은 날이 밝은 걸 보기 힘들었다. 뚫린 천장이라고 햇빛을 가리는 먹구름이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싶었다.

대충 철조망 구석에 가서 앉은 지훈이 손짓을 했다. 옆에 가서 앉으니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인맥이 넓잖아?"

"어 너 잘났다"

지훈이는 나의 빈정거림을 무시하고 진지하게 얘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보통 때 같으면 이런 장난을 받아줬을 텐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서울 쪽에 있는 애들 연락 다 돌려서 세아에 대한 걸 조금 알아봤거든.."

갑자기 말을 멈춘 지훈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크고 강하게. 그리고 나지막하게 비명을 지른다.

"하!..아아, 내가 알아낸 게 맞는 건지를 모르겠다"

의심암귀에 빠진 지훈을 재촉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지훈이가 내뱉었다기엔 너무 의미심장했다.

"내가 알아낸 세아가 지금 여기 있는 세아와 동일인물인지를 모르겠다.."

"뭐?"

얼굴을 찡그리며 지훈을 쳐다본다. 지훈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며 대응한다.

"자세히 말해 봐"

"어..음, 일단 세아가 서울에서 전학 왔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가 끊기지 않게 일일이 대답을 해준다. 집중하고 있다는 표시를 온 몸으로 내 비춰주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서울에서도 전학을 왔었데, 일본에서"

"일본?"

또 다시 한숨을 쉬며 지훈의 이야기는 한 템포 느리게 진행된다. 마치 파도타기를 하는기분이였다. 그리고 파도를 한 차례 거칠 때마다 놀라운 정보가 머리속에 들어왔다.

"그래, 그런데..음.. 이건 진짜 오해하지 말고.. 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난 듣기만 했으니까, 근데 그러니까 음..걔네들이 하는 말이.."

"아~ 뜸들이지 말고 말 좀 해봐"

답답함을 참지 못한 나는 지훈을 재촉한다. 지훈은 반신반의 하는 태도로 말했다.

"세아가 지독한 일본우월주의자 였나봐. 한국인을 혐오했다고 하던데..아..이게, 이해가 안되는게.."

"뭐어~?! 그럴리가 없잖아!"

나도 모르게 지훈의 멱살을 쥐고 말았다. 세아를 욕보이는 짓 같았다.

"아니 좀! 놔 봐! 그러니까 나도 이해가 안된다고 했잖아!"

"아.."

"세아가 맞아! 맞는데 세아가 아닌 것 같다고!"

차마 사과하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는다. 순식간에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진이 빠져버렸다. 한숨소리만 오갔다.

"하아.."

"아..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한숨소리만 그윽하게 울려퍼지는 이 곳에서 나는 있는대로 머리를 쥐어 짜내었다. 우선은 정리다.

"그러니까 일단 정리를 해보자. 세아는 일본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고, 다시 이곳으로 전학을 왔다"

"그렇지"

"그렇다면 아마도 세아는 일본인 일테고, 한국인을 혐오했다. 그리고.."

"아마 그 상태로 전학을 온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지"

지훈의 말이 맞았다. 한국인을 혐오하는데, 한국 최대의 중심지 한가운데에 난데없이 던져진다? 당연히 불화가 생기고, 따돌림 당한다. 조심한다고 해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당연히 도와주는 선생님도 없었겠지..따돌려지는 걸 말야"

"그래서 이 곳에 전학을 온 건가?"

"이 곳이 나름의 도피처겠지.. 근데 이해가 안 가는게, 도대체 왜 일본에서 한국으로 전학을 온 거지?"

거대한 의문이였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런 건 좀 나 없는데서 얘기하지?"

화단 너머였다. 누군가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고, 그것은 바로 세아였다.

"뜨아아악!"

"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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