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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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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54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20 21:23
조회
142
추천
2
글자
7쪽

23

DUMMY

하루 종일 시끄러웠던 교실. 세아를 힐끗힐끗 훔쳐보기만 하고 끝내 말을 걸지 못한 나를 후회하며 냉장고를 뒤적거려 본다.

"어이~ 뭐 시원한 거 있으면 가져와라"

"니가 갖다 쳐 먹어"

이곳은 내 집이다. 그리고 지훈이란 녀석은 여전히 뻔뻔스럽게 내 집에 놀러와서 ps4를 하고 있다. 부엌까지 거실의 총소리가 탕탕 울려퍼진다.

부모님에게 허락은 (지훈이가 어느새) 맡았고,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간다고 한다.

"이야~ 그러고 보니 세아는 결국 여자애들이랑 한 조를 짰지?"

시원한 것 갖다 달라고 할 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왕 냉장고 문을 연 김에 특별히 시원한 주스를 지훈이 몫까지 컵에 부어서 가져온다. 책상 한 가운데 올려 놓고 옆에 앉는다.

"그러게, 다행이네"

"어휴, 답답한 놈아. 니가 재빨리 낚아 채와야지, 아! 으아아! 저 개xx!"

적 플레이어에게 뒤치를 당해 죽은 지훈이 욕을 난사한다. 카펫에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며 감자침을 쩝쩝 대며 먹고 있는 지훈이를 보며 속으로 '개xx'라고 똑같이 말해준다. 청소하는 게 나였기 때문이다.

"세아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한 점을 본인이 아닌 지훈에게 나지막히 물어본다. 생각해보면 난 항상 이 녀석에 의지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말 그대로 세아는 어떤 기분일지. 조가 그렇게 된 것에 만족하는지 궁금했다. 대인관계 쪽은 그녀라면 문제 없겠지만.

"글쎄? 그딴 건 잘 모르겠고, 확실한 것은.."

컨트롤러를 현란하게 두드리던 지훈의 손가락이 일시에 멈춘다. 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긴듯이 티비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쓰고 있던 캐릭터는 그 사이에 죽고 리스폰 중이였다.

폰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컨트롤러.

"아니다. 그런데 웃기지 않냐?"

"뭐가"

스팀에 들어가 신작 게임을 둘러보던 나는 거의 무의식 적으로 대답했다. 이미 나의 관심은 폰 안의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아는 서울에서 왔는데, 서울로 견학 가는 거 잖아. 재미있지 않나, 서울에서는 수학여행을 해외로 간다던데"

"뭐, 중국이나 유럽, 아, 일본은 나도 가보고 싶네"

특히 아키하바라에, 그곳은 나 같은 놈의 성지였다. 덕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곳에 가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학교가 그곳을 수학여행으로 갈리가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끼리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천장을 바라보며 수학여행을 간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조금 더 그대로 놀다가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지훈이가 보이지 않았다. 불온한 공기를 느끼며 전화를 걸어볼까, 잠시 핸드폰을 들었지만, '그 녀석이라면 알아서 잘 하겠지'라며 다시 내려놓는다. 게임을 해서 피곤했는지, 일찍 잠 든 탓에 꽤 이른 시간에 등교를 한다. 햇살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며 세아를 비추고 있었다. 변함없는 그녀를 보고 나는 '역시나 성실하구나'라고 생각한다. 왼쪽으로 가서 앉는다.

"3달 정도 지났나? 금방 적응했네"

"나한테 하는 소리야?"

세아의 말을 듣고 교실을 둘러본 나는 대답했다.

"너밖에 없잖아"

"허미.. 나 밖에 없다고요? 어디에? 니 마음 속에?"

세아가 점점 지훈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하하.. 장난이고, 여기 전학올 때는 솔직히 걱정 많이 했어"

잠시 교실을 돌아보고 한 숨을 들이켠 세아는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부산은 억양이 강하고 사투리가 심하다고 들어서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았거든, 그런데 별로 서울말이랑 다를게 없네?"

"그렇지 뭐, 개인적으로 인터넷의 영향이라고 생각해, 그게.."

말을 하던 도중, 뒤쪽에서 드르륵ㅡ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우리는 대화를 멈춘다. 일시에, 약속이라도 한 것도 아닌데 동시에 고개를 돌리고 대화를 끊는다. 아직 모르는 애 앞에선 세아와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세아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운다.

"세아~! 어라? 열이라도 있나? 얼굴이 붉어졌는데"

뒷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애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세아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수학여행에 관한 화제로 몰두한다. 그리고 나는 또래 여자애와 수다를 떠는 세아를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진 이유가 혹시 나 때문인가 하는 망상을 펼쳐보다가 이내 접는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종이 쳤다. 하지만 내 왼쪽 자리에 있어야 할 지훈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 의외로 성실한 그녀석은 종치기 10분전에는 항상 교실에 들어왔는데 말이다.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스윽 들어올 때가 되자 슬슬 지훈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야, 니 옆에 왜 안 왔어?"

세아도 마찬가지로 걱정됬나 보다. 아픈 건 아니였다. 어젯밤에 바로 내 집에서 잤으니까. 지훈이가 결석할 만한 별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조례시간이 지나고 자습시간이 찾아왔다. 0교시. 수학여행에 관한 가정통신문을 배포한 담임선생님은 떠들썩한 반을 진정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나를 호출하셨다.

교실 문 밖에 나오자 앞 문을 닫고 복도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후줄근한 선생님은 지금 만큼은 눈빛에 강렬한 힘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표정이 어두웠고, 진지한 투로 말을 꺼냈다.

"오늘 지훈이 등교 안했지?"

"예, 안 왔던데요"

"어젯밤에 지훈이 집에 큰 불이 났다더구나..그런데 지훈의 부모님이 제때 피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바로 한달 전만 해도 지훈의 아버지를 만나 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좀 위급한 모양이야. 학교 마치면 한번 찾아가 봐라"

심각한 얼굴로 얘기하던 선생님이 장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쪽지를 받아든다. 수학여행 건으로 실컷 들떠 있던 나 자신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쪽지를 받아든 순간, 문 너머로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를 향해 괴리감이 느껴졌다.

말을 마친 선생님은 그대로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교무실로 돌아가버렸다. 가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아마도 지훈이에게 걸었을)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뒷문으로 힘없이 들어왔다. 뭔가 달려드는 농구 팸 아이들이 흥분한 상태로 말을 걸어왔으나, 제대로 호응하며 받아칠 수 없던 상태였던 나는 그들을 무시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아이들로 장벽을 세우고 있던 세아가 말을 걸어온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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