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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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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45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7 22:05
조회
254
추천
2
글자
7쪽

?

DUMMY

일상이 흘렀다. 더이상 농구만으로 가득 채우던 내 학창생활이 아니였다.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느낌으로, 시끌벅적한 농구 패밀리 사이에서 친구들과 공허한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였다. 변화는 없다. 대화의 주제는 농구, 신작 게임에 관한 것 밖에 없다.

요즘은 경소설을 읽으며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해도 세아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 불편한 심정에서다. 관람차에서의 그 날 이후로, 나는 세아를 집가지 바래다 주고는, 서로 간에 이어진 대화 같은 건 없었다. 아마도 나의 부답을 거절로 해석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려해도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세아와의 인사 없는 지나침은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1학년 친구를 만났는데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서 마주쳐도 인사는 하지 않는 서먹서먹한 사이 정도였다.

세아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지훈이였다.

"야, 너네 잘 안 됬냐? 놀이공원에서 무슨 일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너를 떼어 놓을 수 있을까를 주제로 토론을 했지"

세아를 오른쪽에 두고 왼쪽에 앉은 지훈이가 그런 질문을 할 때면, 그 때마다 나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관람차의 그 날 이후로, 모두에게 '3차원 여자에 관심 없는 사람'인 나를 어필하고 돌아다녔다. 더 이상 세아와 엮이기가 싫은 건 아니다.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두고 싶을 뿐이였다.

태양이 계속해서 하늘을 가로질러 가던 어느 날, 전날 낮잠을 자버린 탓에 오랜만에 학교에 일찍 나왔다. 교실 뒷문을 열고 공부하고 있는 세아를 보고 나서야, 아침엔 항상 세아가 먼저 와 있다는 걸 기억해내고, 가방만 두고 잠시 나갔다 오려고 했다. 자리에 가방을 두자 세아가 알록달록한 색상의 책을 하나 건넨다.

"이..이건! 초판본!"

"저번에 빼앗아 갔던 게 미안해서, 생일축하해?"

"예?"

서로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상황 속에서, 5초만에 정적이 깨졌다.

"오늘 생일 아냐?"

"아닌데요"

"크흑!..."

건네받은 책을 서둘러 책가방 깊숙이 고이 모셔두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주지마, 나 숨덕이란 말야"

"어이쿠, 거 누가 알아버리면 참 유감이겠네요? 그런 것 보다 오늘 생일이라고 들었는데..."

내 생일은 10월달 이였다.

"누구한테?"

"거기 킴치훈 한테"

"김치라니...내 생일은 10월 25일이야 오늘이 아니라 걔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면서 천장을 배경으로 뭔가를 떠올리는 듯한 나를 연출하면서도, 지훈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도 나와 세아사이에 흐르는 불편함을 없애보려는 시도다.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고 책상에 기대는 세아를 바라보며 우리 사이의 불편함이 지훈이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거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당연하지만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둘 사이가 불편하면 주변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러고보니 최근에 지훈이의 표정에서 전해져오는 느낌이 딱 그렇다. 그런데 그런 녀석까지 고려해야 하겠냐마는 이라면서 눈살을 찌푸려본다.

지훈이에 관한 건 밀쳐두고 일단은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럼 공짜 선물 잘 받을게, 생일 때는 사에카노 12권 초판본으로 부탁해"

"흠...김동현"

틀림없이 화낼 것을 예상하고 건넨 말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담담해서 당황스러웠다.

"김지훈이 뭣하러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요새 근질근질 하데, 한 번 패주면 괜찮을거야"

그리고 지훈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대화가 왕래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해버린다. 개인적으로 말을 걸지 않으니, 대화가 오갈 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야 내가 관람차에서 느꼈던 불온함을 그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 거리감이 꽤 느껴져서 그런거 아니야?"

"무슨 거리감?"

"우리"

상당히 직설적으로 던져진 말에 다시 한번 당황한다. 생각보다 대담했다. 아니면 내가 소심한 걸지도. 생각해보니 내가 극도로 소심했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리?"

"그래,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하란 말야. 왜 이렇게 소심한 거야?"

세아의 말에는 반박의 여지가 있다. 변명이라고 해 본다면 원래 나는 타인에게 스스럼 없이 말을 거는 편이다. 허물과 장벽이 없다. 하지만 세아를 마주 볼 때면, 항상 그녀의 옆에는 남자애와 여자애들이 모여 있었다. 빛에 몰려드는 벌레들 처럼, 아, 그 아이들이 벌레 같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튼, 괜히 말 걸었다가 이상한 시선으로 보여지기 싫어서 그냥 지나치는 거였는데.

"소..소심하다니! 나 처럼 적극적인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적극~? ..아무튼 인사는 하란 말이야, 알았어?"

일부러 말 끝을 쭈욱 끌어올려서 말하는 세아, 물론 그녀의 말은 당연하다. 공부스터디를 같이 하고, 놀이공원도 같이 간 사이에 인사한다고 이상할 건 없다. 오히려 인사를 하지 않는 게 더욱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불편한 것이고.

그리고 다음에 세아와 마주쳤을 때, 입을 닫고 손만 슬쩍 드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생각해도 소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세아는 손짓만을 받고도 자신감 넘치게 "안녕?"이라고 말해준다. 물론 남자애들의 죽창이라는 이름의 시선과 함께.

어느새, 5월 5일. 선물받을 나이는 훌쩍 지나버렸지만 그래도 오늘은 쉬는 날이다. 비록 이 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누구 덕분에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늘이 쉬는 날인 것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며 느긋하게 쉴 생각이였는데..

띠리리리ㅡ

지훈 전용으로 지정해 둔 전화 벨소리가 침대 밑 바닥으로부터 울려온다. 일단 지훈이 전화이므로 한 번 무시했다가 두 번째로 전화가 왔을 때 연락을 받아 들었다.

"동현아! 우리 곧 기말고사야, 알고 있지?"

그 말을 들었을 때, 지훈이 나에게 전화한 목적을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스터디그룹 모아서 공부하자!"

"그럼 굽신굽신거리면서 전교1등님 한번 만 와서 도와주세요 흑흑 이라고 해봐, 그러면 생각해 볼께"

올해는 시험 기간이 조금 이상했다. 4월 초에 치고 5월 중순에 바로 치다니, 일정을 너무 힘들게 쥐어 짜놓았다. 세간에 흘려 듣기로는 여름방학 기간을 잘 못 잡았기 때문이라던데.

그러면 다시 한번 세아와 같이 있게 되는 건가? 어느새 거울 너머로 옷차림을 신경쓰고 있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3인용 독서실에 도착한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낮은 하늘을 보고 말했다.

"크으~ 이거 피시가기 딱 좋은 날씬데"


작가의말

요새 볼만 한 거 없나... 아, 경소설은 안 읽습니다. 요새는 위인전 뒤적뒤적 해보고 있는데, 내용들이 그저 그렇네요. 하긴, 내 소설도 그저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 소설이 좀 더 많이 그저 그렇군. 그저 그렇구나 내 소설. 뭐 그저 그렇더라도 계속 써야지. 헤헤 댓글 없으니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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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4 16.08.31 231 1 7쪽
35 33 16.08.30 150 1 9쪽
34 32 16.08.29 180 2 8쪽
33 31 16.08.28 161 2 8쪽
32 30 16.08.27 193 2 7쪽
31 29 16.08.26 163 2 9쪽
30 스물여덟 16.08.25 160 2 7쪽
29 27 16.08.24 107 1 8쪽
28 26 16.08.23 153 2 7쪽
27 25 16.08.22 217 2 7쪽
26 24 16.08.21 153 2 8쪽
25 23 16.08.20 142 2 7쪽
24 22 16.08.19 156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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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8.17 255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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