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과학을 모르는 사람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완결

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7.25 01:45
최근연재일 :
2016.09.11 23:51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7,956
추천수 :
78
글자수 :
132,401

작성
16.08.15 23:26
조회
218
추천
2
글자
7쪽

20%

DUMMY

자이로드롭을 타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더니,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였다. 아무래도 줄이 길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는 세아를 보며 점심을 제안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 같으면 브런치라며 점심을 먹지 않고 넘기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열심히 놀아서 그런지 근처 푸드점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저긴 어때?"

장우동 간판을 가리킨다. 지훈이가 우동말고 김밥을 권하자 세아가 이빨사이에 김이 끼여버린다고 거부했다. 그럼 남은 것 중에 괜찮아보이는 식당은 핫도그점이였다.

"그럼 저 곳은?"

"괜찮네"

세아가 앞장서며 걷는다. 입구의 자동문으로 갔을 때, 이상하게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어? 문 닫았나?"

"아닌데? 안에 알바가 일하고 있잖아, 불도 켜져 있고, 게다가 점심타임인데, 사람들도 안에서 먹고 있는데?"

"아! 열린다"

문에 열림 버튼이 있는지 확인하러 세아의 옆에 서는데, 굳건하던 문이 활짝 열린다.

"오..키 큰 자에게만 허락된 신전이로구나"

"얘가 키가 좀 작긴 하지, 그렇다고 해도 설마 센서가 안 닿을 줄이야 크헉!"

"시끄러! 나도 좀 있으면 클 거라구! 170까지 쭉쭉 클 거란 말야! 흥!"

키가 작다고 했을 뿐 인데 한 방 얻어맞고 말았다. 미간을 좁히며 째려보는 세아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하려고 얼른 알바에게 갔다.

"샐러드 핫도그"

"그런데 이렇게 인스턴트만 먹어도 괜찮아?"

"샐러드니까 괜찮아"

자신의 까칠한 피부를 매만지며 세아의 유리처럼 매끈한 피부에게 묻는다. 플라스틱으로 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내 앞에 앉은 세아가 고개를 숙인다. 그러더니 뭔가 말할 듯 말 듯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 모습을 보고도 괜히 딴청 피우며 바깥 경치를 칭찬하는 와중에, 눈치가 빠른 지훈이 세아의 말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를 한다.

"왜 그러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니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아니 얘는 만날 환장하고 있어서 말이지"

둘의 대화가 너무 뜬금없어서 무심코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이 녀석의 본성을 모르는 세아에게 약간의 도움말을 덧붙여 준다. 10년 가까이 알고, 붙어지내는 사이라서 단언할 수 있지만, 이 녀석은 정말 항상 미쳐있는 것 같다. 특히 예의 같은 건 밥 말아먹었다. 오죽하면 아침에 눈을 떳는데 자연스럽게 주거침입을 강행하고 있겠는가. 나로서는 신경쓰지는 않지만. 그런데도 이상하게 사리분별은 잘하는 녀석이라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약간의 신음소리를 내던 세아가 드디어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머뭇거리던 세아가 얼굴을 붉히며 물어들자, 몹시 당황한 나는 머릿속으로 최대한 이 상황을 잘 대처해 나갈 방법을 강구한다.

"기..김동현은 키 작은 여자는 싫은 걸까나?"

아까, 자이로드롭에서, 나는 지훈이의 질문에 키 작은 여자는 싫다는 투로 얘기해버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시 그렇게 대답하려니 미래에 있을 가능성을,

'정말 만에 하나, 혹시나 세아가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지금 여기서 작은 키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세아가 나를 포기하지는 않을까?'

하는 망상을 무시하며 부정하기가 힘들다. 특히 세아의 반응은 가끔 사람을 정말 헷갈리게 한다. 하지만 세아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지 않나? 뒷모습을 지켜봐온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나를 대하는 행동으로 보아 나는 그다지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애매하다. 세아가 얼굴을 붉히며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 애매하다. 그렇기에 섣불리 대답할 수 가 없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아의 언행은 나로 하여금 마음을 말할 수 없게 만든다.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면 지레 겁을 먹게 만든다.

우선은 이 질문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보기로 결정한다. 지훈이 옆에서 자라면서 나름 센스있는 화술을 훔쳐 들은게 여기서 도움이 될 줄이야.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이탈리아 남자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지"

"으..응?"

예상치 못한 대답에 고개를 들며 의아해하는 세아. 그리고 남은 대답을 들은 세아는 크게 한숨을 쉰다. 내쉬는 한숨조차 애매한 의미가 부여되는 것에 약간 답답한 마음이 일어난다.

"키가 작으면 공주님으로 모시고, 키가 크면 왕비님으로 모시면 된다는 뜻이야, 어느 쪽이든 신경안 써"

"휴우.."

"오~ 그러면 맛만 좋으면 다 먹는다는 거네? 이런 변태같으니~"

"오늘 너 죽이고 감옥간다"

"끄아악~미안!!"

극적인 센스로 겨우 빠져나간 트릭으로 만든 분위기를 지훈이 일순간에 망쳐놓았다. 정말 예의라고는 밥 말아먹은 지훈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든다.

"푸흣! 정말 못 하는 말이 없네"

"인성이 쓰레기야"

"어허~! 김동현! 인성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야!"

"푸핫! 그러네 이 녀석은 사람이 아니니까"

처음으로 세아와 의견이 일치했다. 지훈이의 흩날리는 머리카락 속에, 즐거운 대화 사이에 주문할 때 받은 진동벨이 울린다. 식탁의 진동을 느끼며 진동벨을 집어들고 먼저 일어선다.

"내가 갖다올게"

"크흑! 내 머리카락.."

"머리카락도 사람한테 쓰는 말 아니던가~?"

핫도그 3개와 콜라3개가 놓인 쟁반을 들고 앉아있던 식탁으로 돌아가는데, 도대체 10초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아와 지훈이 옥신각신 싸우고 있다. 심한 싸움은 아니고 그냥 말다툼 정도.

"어이! 무슨 일인데?"

"어!..으..응! 아무것도 아냐!"

"우리 동현이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봤지"

"너나 잘하세요 인격파탄자야"

"아~인격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라니까"

손사래를 치며 당연하다는 듯이 지훈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세아의 말에 동의하고, 핫도그와 콜라를 집어드는 찰나에 지훈이가 소리친다.

"잠깐! 니네 천천히 좀 먹어! 너무 빨리 먹는다"

나는 세아의 속도에 맞췄을 뿐, 고로, 세아가 빨리 먹을 뿐. 혹시 점심시간에도 탄환처럼 식사를 하는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10년만에 한 두번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지훈이의 말에 속으로 동의했다.

그렇게 핫도그를 먹어치우고 입술을 핥아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지훈과 나는 계획한듯이 세아를 앞장 세운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열리지 않는 자동문을 보고 아연질색하던 세아가 점프까지 시도해본다. 그래도 열리지 않는 자동문을 바라보며 지훈이와 나의 얼굴에 아빠미소가 저절로 샘솟아 오른다. 세아가 잔뜩 뿔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서 등을 떠민다.

"크크큭!"

"아~좀! 장난치지마!"

"미안, 근데 너무 웃기잖아. 너만 통과할 수 없는 문이라니, 킥킥!"


작가의말

광복절 그들은 죽어서도 나에게 휴식을 안겨주는구나. 나도 그런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나라를 보니 별로 하고 싶지가 않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은 어째서 돌려말하는 걸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명을 위한 공지 16.09.05 166 0 -
공지 자유 연.. 일일 연재로 바꾸겠습니다 16.07.25 287 0 -
41 에필로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6.09.11 202 1 6쪽
40 ㅡ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마른하늘에 눈 16.09.11 204 1 8쪽
39 80% 16.09.04 155 1 7쪽
38 36 16.09.03 142 1 7쪽
37 35 16.09.01 138 1 7쪽
36 34 16.08.31 232 1 7쪽
35 33 16.08.30 150 1 9쪽
34 32 16.08.29 181 2 8쪽
33 31 16.08.28 161 2 8쪽
32 30 16.08.27 193 2 7쪽
31 29 16.08.26 163 2 9쪽
30 스물여덟 16.08.25 160 2 7쪽
29 27 16.08.24 107 1 8쪽
28 26 16.08.23 153 2 7쪽
27 25 16.08.22 218 2 7쪽
26 24 16.08.21 153 2 8쪽
25 23 16.08.20 143 2 7쪽
24 22 16.08.19 156 2 7쪽
23 ./ 16.08.18 105 2 7쪽
22 ? 16.08.17 255 2 7쪽
21 21% 16.08.16 244 2 10쪽
» 20% 16.08.15 219 2 7쪽
19 19% 16.08.14 214 2 7쪽
18 18% 16.08.13 215 2 7쪽
17 17% 16.08.12 278 2 7쪽
16 16% 16.08.11 281 2 8쪽
15 15? 16.08.10 180 2 8쪽
14 14% 16.08.09 186 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