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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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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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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작성
20.06.0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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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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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제17화 : 고결한 길 - 2

DUMMY

“너는 뭐하는 계집이기에, 경거망동하는 것이냐?”

“그러는 너는 뭐하는 새끼길래, 칼부림을 함부로 놀리냐? 자고로 사내라는 것은 꼭 필요한 곳에 검을 뽑아야 하는 것인데, 너 하는 짓이 시정잡배나 다를 바가 없구나? 기사는 무슨 얼어 죽을”

“좋다. 너도 죽여주마.”

“할 수 있으면 해봐.”


기사는 솟구쳐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말에 무릎 꿇을 희아가 아니었다.

자세를 잡으며 기사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까딱까딱 하자, 폭발한 기사가 말에서 내리려 하였다.


“그만.”


기사 뒤에서 말을 타고 있던 한 남자가 기사를 제지시켰다.

그는 화려한 제복에 휘두를 수 나 있을지 의문인 보석이 가득 박힌 검을 차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나 귀한 집 자식이오.’ 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하지만, 공자님. 감히 주제도 모르고 고결한 길에 올라 있는 것도 모자라 기사를 능욕했습니다. 처단해야 합니다.”

“멍청한 놈. 저 공녀의 어깨에 메어진 것이 보이지 않느냐?”


기사는 그제야, 희아의 어깨에 메어진 기를 발견했다.

거기엔 친나 국가 연방의 심볼과 함께 모골린 왕가를 상징하는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이 소녀의 정체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모골린 왕가가 보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기에 분명히 귀한 신분일터였다.

순간 멘붕에 빠진 기사를 뒤로하고 공자라고 불린 남자가 말을 몰고 앞으로 나왔다.


“내 대신 사과드릴 테니, 이 아둔한 자의 무례를 용서하시오, 그런데, 이 고결한 길 위로는 프란칠라의 귀족들 외에는 덤폴의 학생들만 오를 수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학교에서 그대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만, 그대는 누굽니까?”

“뭐 인마? 예의라는 거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것들이네. 말에서 내려 온 다음 물어봐, 이 새끼야.”


공자라는 자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한다고 했는데 상대가 저따위로 나오니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겠는가?

열이 치솟아 올랐지만 꾹 참으며 말에서 내려왔다.


“알겠소. 미안하오. 그대는 누굽니까?”

“너는 누군대?”

“하, 그래. 좋소. 내 먼저 이야기하지. 나는 브리딜 공국의 올리스 브리딜 푸티요.”


올리스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상대가 누그러들 줄 알았다.

당연하게도 자신은 최강국 루시아 신성제국의 공국인 브리딜의 후계자였기 때문이다.

웬만한 사교계의 인물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모르지 않을 터였다.


“야이, 개새끼야. 니가 어디에 누구든 간에 무슨 자격으로 이 사람을 죽여?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 뭐? 고결한 길? 하는 짓들은 지독히도 불결하면서 고결하기는 니미 똥이다. 개새끼들. 니들도 한 번 죽어봐라.”


희아가 숲 밖을 나오고는 처음으로 성질을 드러냈다.

속사포처럼 시원하게 욕지기를 내뱉은 희아는 그대로 올리스의 상판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 올리스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주먹에 정통으로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피가 줄줄 흘렀지만 고통보다도 수치심이 더더욱 컸다.

브리딜은 루시아의 푸티 황조와 같은 혈통을 가진 말 그대로 형제 국가였다.

자신은 루시아의 황족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남의 나라 한 복판에서 이따위 일을 겪는다는 것이 말이나 된단 말인가?

누군지도 모르는 저 모골린의 버러지 같은 것들에게?


“맙소사!”


올리스를 수행하는 수행원들도 놀랐고 마을 주민들도 놀랐지만 가장 놀란 건 루카였다.

상대의 정체를 들었을 때 당장 희아를 들쳐 매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희아가 훨씬 먼저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한 나라의 후계자를 때려눕혔다.


“야! 니 누나 좀 말려봐!”


루카가 소리치며 루안을 툭툭 쳤다.

아니, 치려 하였다.

하지만 루안 역시 어느 샌가 그 자리를 벗어나 고결한 길 옆에 서 있었다.


“촌장님이라고 그러셨죠? 괜찮으니 어서 사람들 데리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아직 보니까 저 분 죽지 않았어요. 빨리 치료하면 괜찮을 거예요, 어서요!”

“아? 아!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자님.”


루안은 곧바로 칼에 베인 남성을 확인하고 주민들을 다독여 자리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희아의 옆에 가 섰다.

물론 고결한 길 위였다.


“뭣들해! 저것들을 당장 죽여 버려!”


수치심으로 벌게진 얼굴을 한 올리스가 차마 일어나지 못한 채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처음 보는 광경에 너무도 놀란 수행 기사들은 순간 얼었다가 올리스의 발악에 검을 빼어들고 루안과 희아에게 달려들었다.

루안과 희아는 주먹을 꽉 쥐고 제대로 저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지금까지 싸웠던 잡배들과는 기세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후계자를 수행하는 기사들이니 아무리 못 쳐줘도 루카와 비슷한 실력인 것이다.

그런 자들이 8명이나 있었으니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백두, 잡채기!”


가장 앞에 달려오던 기사가 검을 찔러 넣자, 루안은 한 발짝 더 기사에게 다가가며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씨름의 반격기인 잡채기를 시전 했다.


쉬익


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기사의 검이 루안을 향해 짓쳐들어왔고, 잡채기는 끝내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누이!”


루안이 희아를 크게 부르자 희아는 순간 뒤로 훌쩍 물러나며 화살을 쏘았다.

역시 이런 경우에는 루안의 씨름을 중심으로 희아의 국궁이 보조를 맞추며 견제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효율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어깃살!”

퉁퉁퉁


세 발의 어깃살이 묘한 궤도를 그리며 루안에게로 날아갔고 화살들이 루안의 지척에 닿자 갑자기 방향을 틀며 주위 세 명의 기사들에게 날아갔다.

깜짝 놀란 기사들은 루안을 공격하려던 검을 급하게 회수하여 화살을 막아갔다.

그 찰나를 놓칠 루안이 아니었다.


“천하, 덧걸이!”


씨름의 살인기라 불리는 천하가 루안의 몸에서 불을 뿜었다.

루안은 가장 앞에 있는 기사에게 달려들어 한쪽 손은 기사의 팔을, 한쪽 팔은 기사의 목을 감고 그대로 상대의 뒷오금을 걷어찼다.

그러자 기사는 그대로 뒷통수를 땅에다 꽂아 박혀 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익스퍼트 급의 기사가 눈 깜짝할 새에 당해버리자 나머지 7명은 상대를 무시하던 감정을 싹 지워버리고 사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자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고, 루안과 희아는 방어에 급급했다.

루안의 몸에 작은 생채기들이 조금씩 생기자 희아는 루카를 크게 불렀다,


“루카! 협과 의!”


루카는 계속 전투를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희아가 의와 협을 부르짖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아오! 빌어먹을!”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 협과 의가 늘 발목을 잡는다.

루카는 어쩔 수 없이 검을 뽑아들고 뛰어나갔다.

실력은 루카가 셋 중 가장 못했으나, 백중세였던 싸움에 끼어들게 되니 수행 기사들은 점점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용병처럼 보이는 놈이 제법 실력이 있어 기사들과 맞먹는 검술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살!”


국궁의 일격필살이라 불리는 황금살이 쏘아졌다.

치우의 강대한 기운을 화살촉 끝점에 집중시켜 쏘아지는 황금살은 속과 강 모두를 아우르는 실로 위대한 궁술이었다.

그렇기에 쾌속으로 날아간 화살은 기어코 기사 한 명의 어깨를 박살내고야 말았다.


“크악!”


진의 하나가 무너지자 루안은 공격해오는 기사 하나의 검에 다리를 얹으며 딴죽을 걸었다.

기사는 검의 활로가 막히자 순간 검을 잡아당겼는데 루안은 힘을 빼고 그대로 딸려가며 옆에 있는 기사의 미간에 손날을 꽂아 넣었다.


“이크. 도끼질!”


마치 장작을 두 동강내는 도끼의 일격처럼 기사의 얼굴에 꽂힌 손날은 그대로 기사의 얼굴 윤곽을 아작 냈다.

루카의 참전으로 대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루안과 희아의 합은 순식간에 기사 두 명을 쓰러뜨린 것이다.

8명으로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는데 5명이 어떻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겠는가?

기사들 전체가 쓰러지는 데는 그로부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희아의 화살은 정교했고, 루안의 거력은 매서웠다.

물론 루카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게 이루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올리스는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두 사람이 8명의 기사들을 모두 때려눕힌 것이다.

학교에서 자국까지 귀가하는 길이었고, 자신의 신분으로는 절대 큰 위험이 있을 수가 없기에 언제나 익스퍼트 급의 기사들만 대동했는데, 오늘처럼 자신의 수행기사들이 덜떨어져 보인 적이 없었다.

루안과 희아가 엎어져있는 기사들을 뒤로한 채 올리스에게로 다가갔다.


“오, 오지마!”


그런다고 멈출 이들이 아니었다.

루안과 희아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은 올리스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미, 미안하다. 위대한 기사들을 몰라봤다. 브리딜과 루시아에 앞으로 그대들의 명성이 가득할 것이다.”

“뭐라 씨부리는거냐, 너 지금? 사과를 어디다가 하는 거야?”

“덜 맞아서 그래, 루안. 나와봐.”


희아는 루안을 옆으로 민 뒤 올리스의 얼굴에 또다시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러자 부러졌던 콧대가 아주 뭉개져버렸다.


“끄악! 이 개자식들! 천한 것들! 내 기필코 죽이겠다!”


제대로 얻어맞고 발광하는 올리스에게 희아는 한 번 더 주먹을 들어보였다.


“히익! 죄송해요!”

“어휴, 등신. 됐고, 일어나 인마.”


루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올리스를 일으켜 세웠고, 마을 입구로 데려가 거기다 던져버렸다.


“무릎 꿇어, 이 자식아.”

“힉!”


루안이 위협적으로 말하자 올리스는 재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각자의 집 안에서 상황이 궁금해 밖을 보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싶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사과해. 얼른.”

“저, 저 천한 것들에게?”

“음······. 아직 덜 맞은 게 분명해.”

“루안. 팔 하나 잘라 버려.”

“히익!”


루안과 희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작살내버릴 소리들을 하자, 올리스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납작하게 바닥에 엎드렸다.


“미안하다! 앞으로 절대 그러지 않겠다! 용서해다오!”

“어휴, 착하게 좀 살아라, 착하게. 다신 그러지 마라 알겠냐?”

“알겠다! 무조건 그러마.”

“그래, 가봐라, 이제.”


루안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자 올리스는 희아의 눈치를 보았다.


“얼른 꺼져.”


희아도 고개를 돌려버리자 올리스는 부리나케 말 위로 올라타 쓰러져있는 기사들을 버려둔 채 힘껏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보자 피해자의 아들이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감사합니다, 공녀님.”


고작 도로에 발을 들였다는 이유로 아비를 잃을 뻔한 아이가 마치 자기와도 같아 보여 루안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냐, 아버지 잘 간호해 드려. 알았지?”

“네!”


계속 고개를 숙이는 아이를 뒤로 한 채 일행들은 남쪽으로 다시 움직였다.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응? 알고들은 있어? 이러다가 루시아가 화를 낸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일이 돼 버린다고!”

“뭐 어쩌겠어요, 루카?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잖아요.”

“아주 속 편한 소리만 해대네, 어휴, 내가 앓느니 죽지 죽어!”

“헤헤, 그런 것 치고는 멋있었어요, 루카. 역시 약자의 편에 서는 그린빈의 소대장!”

“아, 몰라, 이 자식아!”


루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안과 희아는 밝기만 했다.


##


“이, 쳐 죽일 놈들. 내 절대 이 수모를 잊지 않겠다.”


루카의 걱정대로 올리스는 이를 갈고 있었다.

오늘의 굴욕감은 복수심이 되어 불타오르기 딱 좋았다.

그리고 그 복수심의 방향은 엉뚱하게도 다른 곳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17화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슬슬 폭염이 시작되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_^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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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5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9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8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40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5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0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5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5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6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1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5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4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7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5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5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2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20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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