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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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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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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5.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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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제6화 : 돌리스

DUMMY

제 6화, 돌리스


“으앗! 미치겠네! 진짜! 왜 없냐고!”


루안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을 모두 묶어놓고 방을 다 뒤져봤지만 보라매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덧 합류한 희아가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쿠조에게 물었다.


“너희 진짜 아는 거 없어?”

“아이고, 공녀님. 제가 아는 건 모두 다 말씀드렸습니다요.”

“다시 한 번 얘기해봐. 빼먹은 게 있을 지도 모르잖아.”

“처, 처음부터요?”

“당장.”

“에, 그, 그러니까, 처음에 저기 엎어져있는 두 놈이 공자님과 공녀님이 팔찌로 에고를 불러내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훔쳐온 거구요. 저 놈들이 귀한 걸 얻었으니 두목 앞에서 얼마나 허세를 부렸겠습니까.”

“쓸데없는 사족은 붙이지 말고.”

“아, 네. 그래서 두목이 확인을 해보려고 에고에게 말을 걸었으나 어떠한 반응도 나지 않더군요.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화가 난 두목이 저 두 놈을 쥐 잡듯이 잡아 패버렸지요.”

“그런데 어떻게 돌리스가 우릴 꿰어낼 생각을 한 거지?”

“끄응, 내가 돌리스가 아니기 때문이지.”


이제 정신이 들었는지 배불뚝이는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말을 했다.


“뭐? 네가 돌리스가 아니라고?”

“또 쥐어터지기 싫으면 바른대로 얘기하는 게 좋을 거다. 진짜 네가 돌리스가 아니냐?”


루안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배불뚝이는 묶인 손발을 흔들며 몸을 바로 잡았다.


“끄응, 아이고, 골이야······. 휴, 이렇게 된 거 다 얘기해주지. 어차피 나도 이제 지긋지긋했거든.”


루카가 검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라.”


배불뚝이는 루카를 스윽 쳐다보더니 입을 뗐다.


“되도 않는 위협일랑 집어치워. 어차피 말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우선 너희가 찾는 돌리스는 내가 맞다. 그런데 정확히는 내가 아니야.”

“그게 뭔 개소리야?”


루안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너는 진짜가 아니라 대타란 말이야?”

“호~, 이 아가씨는 머리가 잘 굴러가는구먼.”


웅성웅성


보아하니 부하들도 전혀 몰랐던 듯하다.


“조용!”


희아가 소리치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계속 얘기해봐.”

“우선 저 두 놈이 팔찌를 훔쳐왔을 때 에고니 뭐니 하는 얘기들을 솔직히 믿지 않았어. 팔찌에게 말을 걸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무 반응이 없더군. 그래도 팔찌 자체만은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게 제법 값어치가 있는 물건 같기에 수금한 품목에다 넣어서 진짜 돌리스에게 전달을 하려고 했지. 그런데 돌리스가 그 팔찌에 관심을 보이는 거야. 특별한 에고라면 분명 소환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 거라고 말이지. 그래서 주인이었던 너희들을 납치해서 사용 방법을 알아내려고 했던 거야.”

“그럼 넌 대체 누구야?”


루카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내 이름은 위스키다. 그린빈 용병단의 소대장 출신이지.”


루카는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그럼 그린빈 출신이 이 따위 더러운 짓들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흥, 아직 어리구만. 협이니 의니, 그건 용병왕이 떠드는 고상한 절개일 뿐이야. 결국 모든 건 돈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법이다.”

“이 자식이······.”


루카는 검을 뽑아 들었고 루안이 루카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루카. 아직 못 들은 게 있어요.”

“제길.”


루카는 욕지기를 뱉으며 검을 도로 넣었다.


“그래서, 지금 팔찌는 어디 있지?”

“모든 수금품들은 빠짐없이 돌리스에게로 간다.”

“이 정도 되는 부하들이 널 따르고 너도 제법 강한데 네가 직접 일을 행할 생각은 못했어?”

“하, 어린 거냐? 멍청한 거냐? 이런 짓들을 하고 다니는 데 관리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돌리스의 정보력과 접대 덕에 이렇게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는 거라고. 우리도 그를 거슬러서 좋을 게 없다 이 말이야. 그나저나 너희도 보기 좋게 우리를 속였군. 저 계집애가 활을 귀신같이 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나쁜 놈들을 믿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돌리스는 누구야? 어디에 있지?”


위스키가 답답하다는 듯 쳐다봤다.


“아직도 몰라? 생각을 한 번 해보지 그래. 우리가 어떻게 너희가 소매치기들을 쫓을 줄 알고 소매치기로 유인했을까?”

“헉!”


루카가 이마를 짚었다.


“설마······?”

“그래도 저 놈은 대가리가 컸다고 돌아가긴 하나보군. 좋다, 알려주지. 너희들이 그린빈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는데도 우리가 걱정 없이 너희를 유인할 수 있었던 이유. 전직 그린빈 소대장을 자신의 수족으로 부리기 위해 쉽게 접근이 가능한 사람. 모드시의 정보에 굉장히 빠른 사람. 관리들과의 만남을 쉽게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너희들에게 소매치기의 소스를 흘린 사람.”


루안과 희아는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돌리스는 모드시 그린빈 길드마스터다.”


##


앞서 뛰어가는 루카의 얼굴엔 어마어마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자신은 언제나 협을 행하는 그린빈 용병단으로써의 자부심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린빈의 영향력 아래 이런 추악한 짓을 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다.


“너희들에겐 그린빈을 대신해서 사과하마.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니, 정말 비참하다.”

“루카 잘못이 아니잖아요. 우리가 바로잡자고요.”


대화를 주고받으며 달려가자 어느 새 저 멀리 길드 건물이 보였다.

길드 앞에는 많은 용병들과 부랑배들이 무기들을 들고 있었는데 가장 앞에는 길드마스터가 예의 그 신사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루카 소대장님. 마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카는 대답하지 않고 검을 뽑아 길드마스터에게 겨눴다.


“제가 아주 귀한 것을 손에 넣었는데, 사용 방법을 모르겠더군요. 왠지 루안님과 희님은 아실 것 같은데. 들어가셔서 함께 얘기해 보시겠습니까?”

“그 입 닥쳐, 돌리스! 감히 신성한 그린빈의 이름을 앞세워 이런 저급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었다니······! 용병왕 다델을 대신하여 널 응징하겠다.”

“하하하하하. 곧 동이 트는 시간인데 너무 시끄럽게 말씀하시는군요. 실력은 있으십니까?”


루카는 돌리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루안, 희아. 길드마스터 자리는 소대장 이상의 직급을 일정 기간 우수하게 수행한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는 자리야. 저 자의 실력은 보장되어 있단 소리지. 그러니 아무리 적게 잡아도 나보다 나은 실력일 거야. 그러니 빠르게 잔챙이들을 처리하고 다 같이 동시에 돌리스를 공격하자.”


둘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치우를 끌어올렸다.

선공은 희아부터였다.

화살 한 발을 활에 건 희아는 화살에 날카로운 치우를 가득 싣고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날아가던 화살은 실려 있던 치우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고 스무개가 넘는 조각들로 나뉘어져 쏟아져나갔다.

화살이 그렇게 나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용병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조각들에 폭사 당했고 화살 한 발에 8명가량이 명을 달리했다.

장맛살의 놀라운 한 수 였다.


“호~ 실제로 보지 않았으면 못 믿을 뻔 했군요. 실로 훌륭한 궁술입니다.”


루카와 루안도 놀고 있지 않았다.

미친 듯이 사방을 휩쓸고 다닌 결과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용병들과 부랑배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야말로 오합지졸들이었다.


“후, 후, 이젠, 니 차례다. 개자식아.”


거친 숨을 몰아내시며 루카가 소리 질렀다.


“하하하, 어차피 이들이 여러분을 어떻게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전달받은 보고가 사실인지 궁금했을 뿐이죠. 이 정도면 충분히 눈요기가 되었습니다.”

“뭐 인마?”


루안이 불쾌한 듯 따지고 들었다.


“어리신 분이 당돌하군요. 역시 이 물건의 주인으로는 옳지 않습니다.”


돌리스는 자신의 팔에 걸린 보라매를 쓰다듬었다.


“너! 그거 당장 내놔!”


희아가 소리쳤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고 이제 시작하시죠. 저도 바쁘답니다. 여러분들을 정리한 후 위스키를 처리하러 가야하거든요.”


루안과 희아가 동시에 달라들었다.

뛰어오는 루안과 희아를 본 돌리스는 품 안에서 구슬 하나를 꺼내 앞으로 내던지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날아간 구슬이 쭉 늘어나더니, 루안과 희아의 태껸을 막아냈다.


“연금술?!”


루카가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전 연금술사이지요.”


그리고는 구슬을 하나 더 꺼내들고는 중얼거렸다.


“소환, 스틸 골렘(Steel Golem)!”


그러자 쇠구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니 사람의 육신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하였다.

그것을 본 루카가 소리치며 달려나갔다.


“골렘은 무시해! 술사를 직접 노려!”


그러고는 본인이 직접 골렘을 공격했다.




하지만 쇠로 된 골렘에겐 흠집하나 나질 않았고 성질만 돋우었는지 골렘은 미친 듯이 루카를 공격했다.

덕분에 편해진 루안과 희아는 다시 한 번 돌리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소환, 스틸 골렘!”


돌리스도 당할 생각은 없는 지 같은 골렘을 또 소환하여 맞부딪혔다.


“비켜! 백두! 들배지기!”


치우의 거력을 담은 루안의 두 팔이 달려오는 골렘의 힘을 이용해 그대로 들어 올렸고 땅에 엎어버렸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났지만 무기물인 상대에게 씨름의 공부는 크게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골렘을 보고 루안은 바로 술사에게 달려들었다.


“소환, 스틸 골렘!”


또 다시 막혔다.

맙소사.

골렘 한 마리를 겨우 상대하고 있던 루카는 여유롭게 골렘 세 기를 운용하는 돌리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흐아앗!”


전면은 루안에게 맡기고 뒤로 돌아간 희아가 골렘에게 계속 활을 쏘았지만 역시 쇠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깡깡깡깡


하지만 나름대로 희아의 노림수였다.

5발의 화살을 연달아 발사하고 마지막 화살은 어깃살의 묘리로 쏘아 보낸 것이었다.

4발은 그대로 골렘에게 막혔으나 나머지 한 발은 골렘 앞에서 방향을 꺾더니 그대로 돌리스에게로 향해 날아갔다.

명중하려는 찰나


“변형, 스틸 플레이트”




맨 처음 루안과 희아를 가로막았던 쇠 막이 어느 덧 돌리스에게 돌아가 돌리스의 주위를 보호했다.


“하, 하이어?”


루카가 절망스레 말했다.

골렘 3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운용하며 나머지 연금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분명 알케믹 하이어의 경지일 것이다.

상대가 하이어라면 셋이 모두 달려들어도 승산이 없었다.

거기다 돌리스는 전투 경험도 풍부해 전투 센스 또한 남달랐다.


“실망이군요. 이 정도로 멈춰서시면 제 흥이 깨져버립니다. 자 다시 시작해보죠. 저는 쇠의 연금술사이고 얼마 전 알케믹 하이어의 경지에 오른, 돌리스입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골렘 3기가 각각 나뉘어 덮쳐들었다.

루카는 검으로 골렘을 쳐내는 것이 고작이었고, 루안은 씨름을 이용해 골렘을 넘어뜨리기는 하나 이렇다 할 유효타를 주지 못하였다.

희아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화살을 쏘며 직접적으로 돌리스를 노렸지만 마찬가지 유효타가 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셋은 지쳐만 갔고 골렘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헉, 헉, 헉. 루카 어쩌죠? 헉, 헉, 뭔 방법 없어요?”


루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젠장, 너희들이라도 도망쳐.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마지막 화살을 쏜 희아도 둘에게 다가왔다.


“그게 방법이에요? 다른 걸로 생각해봐요. 이제 화살도 떨어졌어.”

“좋아, 그럼 잘 들어. 우선 루안이 골렘 두 녀석을 자빠뜨려. 나랑 희아는 나머지 한 녀석의 머리 부분을 동시에 공격 하는 거야. 그래서 돌리스가 우리 쪽으로 신경을 돌리면 루안이 바로 돌리스를 제압해. 일격에 끝내야 해.”

“오케이, 시작!”


루안은 듣자마자 뛰쳐나갔고 두 골렘을 한라의 밭다리로 넘어뜨렸다.

그러자 루카의 혼신을 담은 검격과 희아의 에크 탁치지르기가 동시에 나머지 골렘의 머리를 공격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골렘의 머리는 금이 가더니 이내 부서졌고, 돌리스는 그 골렘을 구슬로 되돌리려 하였다.

바로 그 때, 루안은 깃살품을 밟아 쏜살같이 날아갔고 전신의 온 치우를 끌어올려 팔뚝에 집중시켰다.

그렇게 작렬한 일격필살의 도끼질.


까아앙


강한 쇳소리와 함께 기회는 한 번에 달아나 버렸다.


“좋은 시도였습니다만, 아쉽게 되었군요. 변형, 스틸 스피어!”


돌리스를 보호하던 쇠막은 순식간에 변하더니 창 모양이 되었고 루안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커억.”

“루안!”


깜짝 놀란 희아가 루안에게로 달려갔다.


“안 돼!”


루안과 희아를 동시에 노리려는 돌리스를 본 루카가 소리 질렀지만, 희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스틸 스피어!”


또 한 번 돌리스의 입에서 시전어가 흘러나왔고 쇠창은 희아와 루안을 동시에 꿰뚫으려 하였다.




“이 곳에 초대한 적이 없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루안과 희아 앞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왠 남자가 서 있었다.

돌리스의 공격도 그 남자가 처리해 준 듯했다.


“하하하하, 그냥 지나가던 작은 공무원입니다. 아 글쎄 모드시에서 여러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진단 소문이 있어서 진상조사를 나왔다가 아리따운 아가씨가 위험해 보이기에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껴들었네요, 어떻게, 괜찮았나요?”


눈치를 보던 루카가 다가와서 루안과 희아를 챙겨 뒤로 물러났다.


“그럼, 가시던 길 그냥 지나가시죠. 저도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아, 물론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조사를 쭉 해보니까 여러 가지 일들이 당신과 관계가 많은 것 같더군요? 그래서 당신에게 죄를 좀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분들이 싸우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넋 놓고 구경하느라 일찍 끼어들지는 못했지만요. 하하하하하.”


그러더니 갑자기 남자는 희아를 향해 윙크를 했다.


“그리고 당신의 미모 역시 바라보기 좋고 말이죠.”

“윽.”


여간 밥맛이 아니었다.

그래도 희아는 참고 사정했다.


“이렇게 된 거 저흴 좀 도와주세요. 루안이 다쳤어요.”


루안은 고통스러움에 신음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겁니다. 레이디.”

“저를 아주 우습게 보고 있군요. 가랏!”


돌리스가 손짓하자 세 기의 골렘들이 일제히 남자에게로 뛰어갔다.

남자는 천천히 검을 들더니 사선으로 크게 베어냈다.

남자의 검에는 반짝이는 빛이 가득 서려있었다.


“오러? 또 하이어야?”


루카가 놀라 소리쳤다.

검은 부드럽게 움직였지만 결과는 굉장했다.

단 일검에 골렘 세 기가 깨끗하게 두 동강이 나버렸으니 말이다.

놀란 돌리스는 급하게 연금술을 운용해 쇠막을 펼쳐 자신을 보호했다.


“변형, 스틸 플레이트!”


하지만 남자는 서두르지 않고 간단하게 쇠막에 검을 찔러넣었다.


“끄악”


마치 종이를 뚫고 가는 듯 쇠막을 뚫고 들어간 남자의 검은 그대로 돌리스의 복부를 꿰뚫었다.


“크억, 넌, 대체 누구냐?!”


돌리스가 악에 바쳐 소리질렀다.


“아휴 얘기했잖아요. 그냥 작은 공무원이라고. 이름은 쿠빌린이에요.”


남자의 이름을 듣자 돌리스는 경악했다.


“뭐? 네, 네가···?”


그러고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


“으에? 당신이 쿠빌린이라고?”

“그렇습니다. 경박스런 당신은 누굽니까?”

“흠흠······. 내 이름은 루카요. 자랑스러운 그린빈의 소대장직을 맡고 있소.”

“아, 이번 모드시 범죄의 온상이었던 그 그린빈 말씀이시군요. 잘 알았습니다.”

“윽.”


루카는 치욕스러웠다.

이 곳은 용병 숙소 안 루안의 객실이었다.

다행히 쇠창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 크게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다.

루안은 보라매를 한 번 잃어버렸던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루카에게 시원스레 상처 주는 말을 한 쿠빌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날이 밝아옵니다. 많이 피곤하시겠군요. 우선은 휴식을 좀 취하시죠. 돌리스와 연관되어 있던 관리들을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아리따운 레이디에게 인사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들르겠습니다.”

“전 권희예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누워있던 루안도 거들었다.


“전 루안이구요. 누이에 동생이에요. 고맙습니다.”

“오, 레이디 희. 천만에요. 그리고, 루안? 미안합니다. 오해했군요. 레이디 희의 동생이셨다면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몸조리 잘하시길.”


과장스런 몸짓으로 목례를 한 쿠빌린은 객실 밖을 나섰다.


“뭘 오해했단 거지······? 그나저나 루안. 정말 괜찮아?”

“응, 누이. 그냥 쓰라린 거 말고는 괜찮아.”


쓰라림의 상처도 태극의 치우가 빠르게 치유해줄 터였다.


“루카, 저 사람 누군지 알아요?”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듯 손목에 몇 번이나 보라매를 매듭지면서 희아가 물었다.

루카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굴은 모르더라도 이름은 모를 수가 없지.”

“누군데요?”


루안이 따라 물었다.


“쿠빌린. 이제 20대 중반의 나이인데, 20대 초반에 이미 소드 하이어 경지에 오른 걸로 유명한 검술의 천재이지. 하지만 쿠빌린의 검술보다도 더 유명한 것은 그의 아버지야. 단순히 그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쿠빌린은 유명하지.”

“아버지?”

“그래, 어떻게 보면 아버지 후광에 그의 실력이 묻혀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그래서 아버지가 누군데요?”


희아는 답답함에 대답을 재촉했다.


“바로 챠키즈 백작이야.”


루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즈의 일원이군요.”


그다지 크지 않은 반응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루카가 물었다.


“너희 챠키즈를 그냥 피프틴 마스터즈라고 알고 있는 거야 설마?”


루안과 희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다른 마스터도 있어요?”

“에휴. 정말 너희는 많이 배워야겠다. 잘 들어. 피프틴 마스터즈도 다 같은 마스터즈가 아니야. 15명 중에 최강의 5명을 따로 글로리아 마스터즈라고 부른다고. 글로리아 마스터즈는 다른 피프틴 마스터즈 둘이 덤벼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게 정평이야,”

“뭐라고요?”


루안은 깜짝 놀랐다.

돌리스나 쿠빌린 같은 하이어 등급의 능력자들도 우습게 요리하는 게 마스터인데, 그런 마스터가 둘이나 덤벼도 못 당한다는 건 그야말로 천외천의 경지였다.

이번엔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루카는 계속 떠들어댔다.


“이제 좀 말할 맛이 나는구먼? 앞서 말했듯이 글로리아 마스터즈는 피프틴 마스터즈 중의 상위 5명을 말하는 거고, 루안과 같은 격투사 ‘헬리윤’, 프란칠라 제국의 다르크 기사단장 ‘쟌느’, 정령을 부리는 ‘키란’, 술사의 탑 교장인 ‘미르웰’, 그리고 저 쿠빌린의 아버지인 ‘챠키즈’. 이들을 말하는 거야. 이들끼리 싸움이 나면 지도에서 한 나라가 지워질 거라는 말이 있지.”


루안이 문득 떠오른 듯 물었다.


“그럼, 제이프엔 없는 건가요?”

“맞아. 헬리윤과 키란은 유랑 생활을 하는 걸로 알려졌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 소속이지.”


루안과 희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휴, 그나저나 정말 긴 밤이었어. 고생 많았다. 이젠 정말 쉬는 게 좋겠어.”

“그래요. 일어나요. 루안 푹 자.”

“응, 누이. 누이도 어서 가서 쉬어. 루카 고마워요.”


둘이 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던 루안은 문이 닫히자 새벽에 있었던 전투를 곱씹어봤다.

역시,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앞으로 어떤 강력한 적을 또 만날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쿠빌린 같은 강자가 나타나서 도와준다는 보장은 없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루안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치우를 끌어올렸다.

당장 이렇다 할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수련을 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조금은 안심이 되는 듯 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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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3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1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8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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