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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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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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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50
추천수 :
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6.02 15:08
조회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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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8쪽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DUMMY

제 15화. 다델과의 만남


“그래서, 해야 할 말이라는 게 뭐길래, 총관을 넘고 바로 온 건가?”


다델은 대답을 하면서도 대나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소집령으로 움직이는 도중 이 일행들과 노야라는 분을 만났는데, 노야께서 이 일행들에게 단장님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델은 노야라는 말이 나오자, 드디어 루카를 쳐다봤다.


“자네가 말하는 노야라는 분이······. 헬리윤님이신가?”

“맞습니다. 일행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쪽은 이번에 백작의 작위를 얻게 된 모골린의 쿠빌린입니다.”


쿠빌린이 간단하게 목례를 하였다.


“그 유명한 쿠빌린 백작님이시군요. 아버님의 일은 유감입니다.”

“고마워요, 용병왕.”

“그리고 이 쪽은 권희와 루안이라고 합니다.”


다델은 그제야 루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드디어 제대로 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


다델의 얼굴을 보자마자 루안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다델도 루안을 한참 바라보더니 눈이 커다래졌다.


“서, 설마!”


벌떡 일어난 다델은 앞서 있는 루카를 밀치고 루안에게로 가 눈을 맞췄다.

루안의 눈동자는 얼핏 어두워 보이는 색상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은은하게 금빛을 머금고 있었고 그의 머리칼도 은발과 흑발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다.


“아······!”


다델은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더니 루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단장님!”


깜짝 놀란 루카가 다델을 일으키려 했지만 무언가를 눈치 챈 쿠빌린이 루카를 제지했다.


“소신, 다델 크레야. 드디어 왕자님을 뵙습니다. 이렇게 살아 계신지도 모르고 제 목숨만 연명해온 이 못난 자의 불충을 용서해주십시오.”


눈물을 훔치며 소리친 다델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루안도 너무 놀라 차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서 무릎 꿇고 울고 있는 저 용병왕이란 남자는 바로 사일라의 왕실을 수호하던 친위대장이었기 때문이다.


##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전되자 일행들은 모두 다델의 안내에 따라 쇼파에 앉았다.

다만, 루안이 불편한 건 자신이 상석에 앉아있는 것이었다.

계속 거부했으나 다델이 퉁퉁 부은 눈으로 계속 우기는 바람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리도 장성하신 모습을 뵈니 늘 무거웠던 소신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합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전 계속 바이두 숲에서 지냈어요, 용병왕.”

“용병왕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냥 다델이라 부르십시오.”

“그럼 다델 경이라고 부를게요.”


안 그래도 호칭이 애매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한 루안이었다.


“경이라······. 참으로 반갑고도 죄송한 칭호입니다. 그나저나, 바이두 숲이라면 마물들이 득실댈 텐데 어떻게 거기서 지내셨습니까?”

“고려인들의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어요. 거기서 여기 있는 우리 누이가 친남매처럼 대해주었답니다.”

“권희님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럼 고려인이십니까?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


다델이 희아의 손을 맞잡고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아니에요. 저도 예쁜 동생이 생긴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더더욱 감사할 따름이군요.”


희아는 다델이 진정으로 루안을 위하는 듯하자 자신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그 곳은 어떻게 가시게 된 겁니까? 보통 험한 길이 아닙니다만.”

“제 보모 안나를 기억하세요? 그녀가 데려다주었어요. 그리고 안나는 거기서 절 살리고 생을 달리했답니다.”


루안은 씁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그랬군요. 왕자님을 너무나 사랑했던 참 착한 아이였습니다. 지금 그 아이도 왕자님께서 이렇게 훌륭히 자라신 걸 보며 아주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다델 경. 그럼 이제 경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제가 루카에게 듣기로는 사일라의 잔존 세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들을 돕고 있다던데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사일라의 백성들은 제이프의 마수에 넘어가지 않고 언제라도 돌아올 사일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에 발맞추어 무력으로써 제이프에 대항하는 혁명 동지들인 사일라 철혈단은 하일라 산맥에 본거지를 두고 활발히 활동 중이고 말입니다, 그런 그들을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루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델이 친위대장일 때는 루안도 어렸기에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보니 이 남자는 참으로 멋있는 남자였다.


“거기다 이제, 왕자님께서 오셨으니 다시금 사일라 왕좌를 세울 수 있는 정통성까지 우리에게는 생겼습니다. 아직 하늘이 사일라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지요.”


그 말에 루안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 말은 역시······. 아바마마와, 형은 운명을 달리했다는 말이겠죠?”

“루안······.”


희아가 루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송구스럽게도, 신의 무능함이 국왕 전하를 결국 수호하지 못했습니다. 이 벌은 대업이 완수된 후 언제든 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다델은 루안을 향해 고개 숙여 보였다.


“그리고, 루웬 1왕자께서는 살아계십니다.”


루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이요? 형이 살아 있나요? 어디 있죠?”

“우선 앉으시지요. 여기 따뜻한 차를 좀 내주게.”


루안을 진정시킨 다델은 비서에게 소리쳤다.

분명 루웬이 살아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인데 다델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금세 차가 세팅되자 다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루웬 폰 사일라 1왕자께서는 게이츠 성에 계십니다.”

“네? 제이프에게 잡혀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럼······?”

“제이프 소속 사일라 관할 총독의 자리에 계십니다.”

“네? 그게 무슨······?”


이해하지 못하는 루안을 뒤로 한 채 다델은 말을 이어갔다.


“약 900년이 다 되어가는 사일라의 역사에서 게이츠 성은 단 한순간도 함락이 된 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 함락이 된 것이 바로 8년 전 제이프의 침략이었지요.”


게이츠 성의 견고함은 워낙 유명했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철옹성이던 게이츠 성이 함락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누군가 성문을 열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루안이 혹시나 아니겠지 하는 얼굴로 다델을 쳐다보았으나 다델은 루안의 기대를 저버렸다.


“예. 성문을 연 것은 바로 루웬 1왕자님이었습니다.”

“말도 안돼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분명 잘못 안 거예요.”


루안은 부정했으나, 다델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미 제이프와 이야기를 다 끝냈었던 모양입니다. 전하께 회군을 종용한 후 성문을 열었고 왕궁까지 바로 올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한 것이지요.”

“말도 안 돼는 소리 하지마세요.”

“전하께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저에게 모든 기사들의 탈출을 명하셨습니다. 물론 명을 수행하여야 하는 기사이나 차마 전하를 사지에 두고 발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다시 전하께 돌아가다 루웬 왕자님이 국왕 전하의 가슴을 검으로 꿰뚫는 것을······.”

“그만!!!”


루안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생각해 본적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얘기를 다델이 늘어놓자 너무도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왕자님. 그 당혹스러움을 소신이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진실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지금 루웬 왕자는 앞장서서 사일라의 백성들을 탄압하고 있고, 사일라 철혈단의 제1척살 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만.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이를 억세게 물며 말하는 루안의 눈에는 핏발이 어렸고 처음으로 왕족의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조금은 생각하실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저는 잠시 총관을 만나고 오겠습니다. 차를 드시고 계십시오.”


다델은 루안에게 예를 갖추고 자리를 벗어났다.

희아가 그런 루안을 위로해주려 했지만 사실 루안은 희아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무슨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자신이 사랑하던 아버지와 안나를 죽게 만든 변절자가 자신이 따라 마지않던 친형이라니······.

게다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백성들을 억압하고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한다.

훗날 왕위를 물려받아 모든 백성들의 어버이가 될 수 있었던 사람이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루안의 감정은 당황과 당혹을 넘어 분노로 일그러져 가고 있었고 그에 맞추어 치우가 자연스레 일어났다.

치우의 기운이 루안의 몸을 한 번 훑고 지나가자 루안은 감정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되지?’


깊이 고민을 하게 된 루안이었다.


##


약 30분쯤 시간이 지나자 다델이 다시 단장실로 돌아왔다.

다델이 보기에 루안의 눈은 차분함으로 가득했다.


‘이리도 성장하셨구나. 전하, 보고 계십니까? 당신의 아들이 벌써 이렇게 자랐습니다.’


다델은 속으로 벅참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다델 경.”

“예, 말씀하십시오, 왕자님.”

“지금 저는 행해야하는 임무가 있어요. 그 임무를 모두 완수한 후 다시 이곳에 오겠으니 그때 철혈단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루안은 우선 철혈단의 주력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물론 그리 할 것입니다. 왕자님. 헌대, 임무라니요?”

“지금 저는 고려 무사의 신분이에요. 사일라도 사랑하지만 그만큼 고려도 저는 사랑해요. 이 곳에서 해야 할 일을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루안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후~, 좋아요. 그럼 이 이야긴 여기까지 해요. 다른 말씀을 좀 드릴게요, 다델 경.”

“얼마든지 말씀하시지요.”


다델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안이 쿠빌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쿠빌린을 도와주세요, 다델 경.”

“쿠빌린 백작이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번엔 쿠빌린이 대답했다.


“고마워요, 루안. 용병왕, 우리 모골린은 차인과 전쟁을 벌일 겁니다. 그 전쟁에서 그린빈이 모골린과 함께 싸워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린빈은 말 그대로 용병단입니다. 보수가 지급되면 언제든 출전이 가능한 법이죠.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쿠빌린 백작님.”

“거기에, 용병왕도 참전해 주셔야합니다. 우리는 차인과의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용병왕이 우리의 편에 서준다고 하면 캐내딘 역시 우리와 함께 할 겁니다.”

“그린빈이 얻는 보수는 얼마나 됩니까?”

“새로 결성되는 친나 국가 연방에서 공식적으로 사일라 철혈단과 루안 폰 사일라 2왕자를 지지하고 지원하겠습니다.”


다델의 표정이 변했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친나 국가 연방 정도 되는 세력이 사일라 철혈단과 루안을 지지한다면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로써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사일라 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세계에 주장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게 될 수 있다.

거기다 나아가서 사일라의 독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왕자님. 왕자님의 생각도 같으십니까?”

“좋은 조건이라고 봐요. 다델 경. 도와주시겠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 조건이 아니더라도 왕자님의 명이라면 따를 지언데, 이런 조건이라면 나서서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이 도출된 것 같았다.


“노야 말대로 캐내딘에 오길 잘한 것 같네.”


희아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아! 단장님. 노야랑은 어떻게 아는 겁니까?”


루카가 이제 생각난 듯 물었다.


“저도 궁금해요, 다델 경. 어떻게 만나신거에요?”


루안도 거들자 다델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헬리윤님께서는 제 스승님이십니다. 그 분 덕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럼 노야가 대나무로 싸우라고 가르쳐 준거에요? 원래 검을 쓰셨잖아요.”

“그건 아닙니다. 주군을 지키지 못한 기사가 무슨 자격으로 주군께 하사받은 검을 휘두르겠습니까. 이 대나무는 그 한심함을 속죄하고자 하는 저의 다짐일 뿐입니다. 아무튼 궁을 나온 이후 헬리윤님을 만나게 되었고 거기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랬군요.”


루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감정이 전해진 것인지 일행들은 모두 입을 닫았고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다델은 크게 박수를 쳤다.


짝짝짝


“자, 이제 일적인 부분은 모두 얘기가 끝난 것 같으니 다들 식사를 하러 가시죠. 벌써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저희 본부의 식당은 조리사들의 실력이 엄청나답니다.”


다델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났지만 루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저는 생각이 없네요, 다들 식사하고 오세요.”

“루안······.”


괜찮은 척 하더니, 역시 혼란스러운 듯 해 보이는 루안이었다.

희아는 그런 루안이 너무도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


“헥헥, 아유~ 되다. 드디어 숲이 보이기 시작하네.”


후는 쉬지 않고 달려준 자신의 다리에게 감사하며 산뜻하게 땀을 닦아냈다.

간단하게 숨을 돌린 후는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숲을 향해 달렸다.

깃살품의 묘리는 쾌속 그 자체의 것이었다.

하지만 바이두 숲은 워낙 크기에 숲에 들어서서도 고을이 있는 심층부까지 들어가는 데는 며칠이 걸릴 터였다.


“이쯤이면 되려나?”


후는 숲 초입으로 들어오고 조금은 수풀이 우거지자 그곳에 자리 잡고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읏차, 읏차. 아휴, 바로 하려니 되긴 한데······. 궁금해서 못 참겠다.”


의미 모를 말을 내뱉은 후는 마지막으로 기지개를 크게 켰다.


“끄으으읏챠! 후아~ 개운하네. 자 이제 난 준비됐어. 그만 나와. 어떻게 쇼블랑에서 바이두까지 쫓아오냐?”


그러자 후가 응시하고 있는 곳에서 갑자기 검은색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하나의 형체를 이루었다.


“알고 있었나?”


뚜렷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대도 검은 형체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당연하지, 인마! 너 같이 찝찝한 기운을 풀풀 풍기고 다니는 자식을 어떻게 모르겠니? 아무튼 너도 참 대단하다. 적당히 하다 떨어질 줄 알았더니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쩌잔 거냐?”

“클클클 처음에는 엘프들을 노리려 했는데, 그놈들은 너무나 폐쇄적이라서 결계 밖으로는 전혀 나오지 않더군. 그러다 너를 보았는데······. 어떻게 그냥 놓칠 수가 있겠나?”

“내가 누군지 안다는 것처럼 얘기하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려인인 건 잘 알겠더군.”

“얼씨구? 제법일세? 어떻게 알았냐?”

“처음에는 그저 좀 강한 인간이겠거니 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여기까지 달려오는 네놈의 발재간이 먼 옛날 내 육체를 박살냈던 놈의 발재간과 비슷하더구나. 그 놈이 고려인이었지.”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던 후는 서서히 표정을 고쳐갔다.


“너. 마족이구나?”

“잘되었다. 너희들에게 빼앗긴 육체를 너희들에게서 다시 빼앗겠다.”

“이름이 뭐냐?”

“난 흑마법의 귀족, 그루퍼다.”

“난 권후다. 너에겐 미안하지만, 이번엔 육신에 이어 혼백까지 빼앗아주마.”


말을 마친 후는 치우를 끌어올렸다.

온 몸에 치우가 가득 차자 주위는 마치 후를 위한 공간인 듯 후의 기운들이 일렁였다.

루안과 대련을 할 때, 얼마나 후가 루안을 봐주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그는 장사에 가까운 실력이었던 것이다.


“이크, 살풀이!”


후의 기합과 함께 양손에서 찬란한 오러들이 쏟아져 나왔고 마치 나풀대는 천과 같은 움직임으로 그루퍼에게 쏘아졌다.


“본 월(Bone Wall)."


그루퍼가 시동어를 외치자 바닥에서 무수히 많은 뼛조각들이 일어나더니 살풀이의 길을 막았다.

역시 귀족 급의 마족들은 스펠 따위는 외우지 않고도 이런 고위 마법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살풀이가 막히자 후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더욱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살풀이의 오러들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자연스레 본월을 넘었고 다시 한 번 그루퍼에게 짓쳐들었다.


“본 랜스(Bone Lance)."


한 번 더 그루퍼가 시동어를 외치자 벽이었던 뼈가 빠른 속도로 모이더니 창이 되었고 그대로 살풀이를 꿰어버렸다.

하지만 후는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 중이었다.

공중에 높이 떠오른 후는 다리를 뻗으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에크, 돌개바람!”


대련에서 루안을 괴롭혔던 돌개질의 상위 호환인 돌개바람은 연속된 돌개질을 회전하며 계속 쏘아내는 것인데 이미 치우의 오러가 가득 실린 채로 쏘아내는 후의 돌개바람은 거의 폭격기나 다름없었다.


콰과과과광


돌개바람은 그루퍼를 짓이길 것처럼 쏘아져 그루퍼가 서 있던 일대를 초토화 시켰다.

하지만 어느새 그루퍼는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후의 바로 뒤에서 나타나 손을 뻗었다.


“제법이구나, 러스트 앤 디케이(Rust and Decay)."


고위 흑마법의 하나인 러스트 앤 디케이는 술자의 손길에 놓인 모든 것들을 부식시키는 무서운 마법이었고 보란 듯이 후의 등에 적중했다.

후는 등에서 사이한 마나들이 모이며 살이 괴사하는 느낌이 들자 서둘러 치우를 움직여 마법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그루퍼가 기다려줄리 만무했다.

그루퍼는 한 번 더 후의 등에 손을 짚고 시동어를 읊었다.


“소울 인텐션(Soul Intention)."


그러자 그루퍼는 다시 연기처럼 변해 후의 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더욱 강대한 기운이 자신의 몸 안으로 진입하려 하자 소스라치게 놀란 후는 있는 대로 치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소울 인텐션은 육체가 아닌 영혼에 직접 빙의하는 무서운 흑마법.

치우를 무시한 채 그루퍼의 기운은 후의 뇌를 집어삼켰고 후의 눈빛은 변하게 되었다.


“클클클, 좋은 육체구나. 하지만 아직 담긴 힘이 고강하질 못하니······. 고려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군. 이쪽이던가?”


후의 몸을 차지한 그루퍼는 고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울 인텐션의 진정한 무서움은 자신이 알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숙주의 기억을 그 부분뿐이지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윤봉창, 그 자만큼 강한 자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자보다는 더 강한 자의 몸을 손에 넣어야겠어.”


후의 얼굴은 비열하게 물들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_^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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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7

  • 작성자
    Lv.31 조세비
    작성일
    20.06.02 15:09
    No. 1

    첫 댓글과 첫 추천으로 좋은 글 응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2 15:14
    No. 2

    앗 업로드하자마자 ㅠㅠ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설레고 감사하네요 ㅠㅠ 조세비님의 응원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수수한칠성
    작성일
    20.06.02 16:06
    No. 3

    추천 콩! 대화와 지문 사이는 거리를 두는게 좋지않을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3 09:22
    No. 4

    안그래도 많은분들이 그런 피드백을 주셔서 전에 작성해놓은 세이브까지는 그대로 올라가구요, 16화부터는 나름대로 공백을 준 버전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늘 방문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좋은 피드백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수수한구름님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마스티
    작성일
    20.06.02 22:50
    No. 5

    가독성만 좋아진다면 훨씬 많은 분들이 보실거 같아요.
    그리고, 한 화에 너무 많은 내용이 있네요. 한 화당 4000자 내가 제일 적당한 듯하더라구요.
    지금까지 올리신걸 보니 1화당 30쪽이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을 쓰시는데, 그걸 나눠서 올리시는게 좋을듯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추천드려요.
    시간되신다면 제 글도 보시고 선작과 추천, 그리고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3 09:25
    No. 6

    으아 ㅠ 쭉 봐주셨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스티님. 간격을 통한 가독성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주셔서 15화 외전까지의 세이브파일은 그대로 올라가구요, 16화부터는 나름대로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_^ / 분량관련해서는 저도 계속 생각을 해오고 있던 문제입니다. 사실 전 웹소설보다는 종이소설이 익숙해서 이 환경을 제대로 이해를 못한 것 같아요 ㅎㅎ 점점 분량을 줄여보려고 하고 마스팀께서 말씀해주신대로 나눠서도 올려볼까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디를 끊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ㅠㅠ 주신 피드백에 대해서는 분할 쪽으로 더욱 고민해봐서 더 보시기 편하게끔 적용해보겠습니다 ^_^ 다시 한 번 피드백 너무 감사합니다! / 마스티님의 작품도 구경하러 꼭 가겠습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1.12.15 22:43
    No. 7

    잘 보고 갑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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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Kore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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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1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4 13 14쪽
»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3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79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4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4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4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59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2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6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3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1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8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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