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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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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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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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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DUMMY

외전. 사일라의 탄생


대륙의 동쪽 반도를 차지한 수많은 부족 들 중 가장 거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부족은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이었다.

두 부족은 주위의 부족들을 흡수 병합하며 점점 세를 키워나갔고 결국 반도의 동쪽과 서쪽을 차지하게 된다.

서쪽에 위치한 호랑이 부족은 호시탐탐 동쪽을 차지할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고, 시기는 혁거가 곰 부족의 일원이 된 지 어언 7년, 숲을 떠난 지 꼬박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제사장님, 부르셨습니까?”


부족 제일의 전사가 된 혁거는 제사장이 급히 찾는다는 전언을 듣고 제사장을 찾아왔다.


“오, 왔는가? 여기 앉게. 상황이 급박하게 되었어.”


제사장은 혁거가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권한 후 테이블 위에 거대한 지도를 펼쳤다.

그러고는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의 영역이 맞닿은 반도의 배꼽 부분을 가리켰다.


“이 곳을 호랑이 부족이 침범하고 병영을 꾸렸다고 하네. 아마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 같아. 게다가 이 놈들이 국가를 선포했다고 하더군. 자신들은 더 이상 일반 부족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써 자리매김을 시작했고 국명을 ‘바체’라고 정했다고 하이.”


국가의 선포는 사실 빠를수록 좋았다.

이러한 부족연맹들은 한 무리에 속해있더라도 어쨌든 다른 부족원이기에 구성원들의 통일감이나 소속감을 주기 힘든 반면에 국가화가 된다면 체계화된 통일된 시스템 안에서 같은 국민임을 인지하는 소속감을 주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감정상태는 물론이거니와 경제, 사회 국면 할 것 없이 모든 면에서 수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체’라······.”


혁거는 생각보다 빠른 적의 행동에 조금은 당황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제사장은 혁거를 채근했다.

고려의 대장군을 지낸 혁거는 무력도 고강했지만 전투를 내다보는, 책사로써도 훌륭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우선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이 곳은 적을 방어하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훗날 우리가 나라를 세우려 해도 도읍으로서 역할을 수행해내기 좋지 못한 곳입니다.”


그렇게 말한 혁거는 지도의 한 부분을 짚었다.


“이 곳은 강을 끼고 있어 물자의 운용이 쉽고 강 사이로 높은 지대의 계곡이 끼어 있어 외길이기 때문에 방어하기도 매우 용이합니다. 게다가 토지 또한 비옥하니 우리는 이 곳으로 이동을 한 후 도읍을 정하고 국가 선포를 해야 합니다.”

“그래, 전에도 얘기 했던 점이지. 허나,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포기하고 떠나기가 쉽지가 않네.”


제사장은 혁거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나 가슴으로 공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제사장님. 이 문제는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살아왔던 고향만큼 살기 편한 곳도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일순간의 빛과 함께 한평생 본 적도 없는 세계에 떨어져 나와 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절망적일지 상상이나 해 보셨습니까? 늘 보던 가족들, 동무들, 친지들이 전혀 없는 그런 외딴 곳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 우리는 우리만의 입지를 다져왔고 저 험한 바이두 숲에서 새로운 고려를 다시 만들어내어 보란 듯이 잘들 살고 있습니다. 제사장님도 곰 부족의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십니까?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모두 죽고 나면 대대로 내려오던 삶의 터전 또한 없는 것입니다.”

“흠······. 그래, 알겠네. 무엇부터 하면 되겠는가?”


제사장은 혁거의 열변에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우선 부족의 3할 가량 되는 인원을 먼저 이 곳으로 옮겨 틀을 마련하고 방벽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처음은 목재 방벽으로도 충분합니다. 국가를 선포하고 바체를 막아낸 뒤 제대로 만들어도 성벽은 늦지 않습니다.”

“알겠네. 그럼 그렇게 하지. 이제 우리 부족은 이 곳을 버리고, 게이츠로 이동할 것이야.”

“네, 게이츠는 곰 부족의 새로운 터전이 되고 훗날 생길 곰 부족 국가의 위대한 도읍이 될 것입니다.”


혁거가 짚은 지도 위에는 게이츠라는 지명이 적혀 있었다.


##


곰 부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선봉으로 움직였던 인원들이 게이츠의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나머지 인원들 중 4할이 게이츠를 향해 움직여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동하는 인원에는 여전히 고운 베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는 7살배기 아들 혁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여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도록 해요.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바체군들이 습격을 시작해서 그 쪽부터 처리하고 가야할 것 같아요.”


혁거가 베가를 꼭 안으며 말했다.


“난 걱정 말아요. 잘 갈 테니까. 난 당신이 더 걱정이야. 절대 몸 함부로 놀리지 말아요. 당신에겐 처자식이 있으니까. 나 과부 만들 생각 추호도 마요.”


베가는 당차게 대답했다.

혁거는 그런 아내를 보며 너털웃음을 짓고는 쪼그려 앉아 혁윤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 자, 아들아. 아비는 나가서 멋있게 나쁜 놈들을 무찌르고 와야 한다. 그러니 엄마는 우리 윤이가 지켜주려무나. 할 수 있겠니?”

“네! 할 수 있어요!”


윤이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런 아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혁거는 그 우악스러운 손으로 윤이도 꼭 안아주었다.


“늦겠어요. 우리 걱정 말고 어서 가봐요.”


베가가 채근했다.


“허허, 알았어요. 그럼 우리 게이츠에서 만납시다.”


혁거는 위풍당당하게 전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런 낭군을 베가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았다.


##


현재의 대륙은 용마대전으로 피폐화된 대지를 개간하며 이제 막 국가들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각 국마다 먼 거리에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이름난 능력자들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 두 명의 강자가 대륙 끝 동쪽 반도에 존재했는데 바체의 퀘백과 곰 부족의 혁거가 그러했다.

그리고 두 영웅은 거대한 벌판에서 서로의 군을 대동한 채 대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피바람에 양 군은 날선 긴장감을 가지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가운데로 한 남자가 당당히 걸어 나왔다.

그 남자는 호피로 이루어진 가죽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웬만한 황소의 허벅지만큼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도를 들고 있었다.


“저 드넓은 하늘 아래에도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가 없는데, 이 좁은 반도에 두 부족이 함께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남자는 호쾌하게 소리쳤다.

그는 바로 바체의 최고 전사 퀘백이었다.


“이제, 우리도 끝을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잔챙이들의 싸움은 집어치우고, 나오라! 혁거여! 오늘 사생결단을 내자!”


실로 호방한 사내였다.

부름을 받은 혁거는 바체가 나와 있는 중원까지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이보게, 퀘백. 그냥 다 같이 얼쑤덜쑤 살 수는 없는 건가?”

“크하하하. 자네다운 말이군. 뭐 그렇게 살면 좋지. 허나, 이미 너무 많이 지나와버린 것을 자네도 알지 않는가?”


바체는 시원스레 대답하고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도에는 눈부신 금빛이 모이더니 하나의 도신으로 응축되었다.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그의 오러 블레이드였다.

이 시기에는 마스터니 하이어니 하는 등급의 분류가 이루어져있지 않을 때라 그저 강자라고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혁거도 가만있지 않고 치우를 가득 끌어 올렸다.

그러자 흙색을 띄는 빛의 무리들이 혁거의 다리 주위로 모여들었다.

바체와 다른 점은 빛이 응축이 되는 것이 아닌 다리 주위를 떠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붉은 줄 같은 오러가 혁거의 허리에 메어졌다.


“오랜만에 기운을 일으키는군. 퀘백 영광으로 알게, 내가 용마대전에 참전했을 때 이끌어냈던 경지를 자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일세. 소개 하지 고려 무술 씨름의 최고봉, 샅바라네.”


혁거가 말을 끝내자 붉은 오러가 더욱 빛나기 시작했고 갑자기 퀘백이 누군가가 끌고 가듯 쭉 미끄러져 혁거의 손에 멱살을 붙잡혔다.

씨름의 단점이라면 상대를 붙잡지 못했을 때는 그 이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인데, 샅바를 운용할 수 있는 실력이 되면 인력과 척력을 조절하게 되어 그 단점을 상쇄시키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잡힌 퀘백은 갑자기 다리 아래로 마나가 몰리자 급하게 도를 아래로 향했다.


“한라, 첨성대!”


혁거는 외침과 함께 퀘백을 잡은 손은 퀘벡을 당기며 잡지 않은 손으로 힘껏 복부를 쳐올렸고 그와 동시에 아래에 흩뿌려졌던 흙빛 오러들이 혁거의 손을 따라 네모반듯한 형상으로 치고 올라왔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퀘백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나마 퀘백이 도를 아래로 향하고 있었기에 타격은 덜하였으나 오러를 빵 반죽 하듯 사용하는 혁거의 움직임에 상당히 놀랐다.

지금의 루안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씨름의 신기원인 것이다.

퀘백은 크게 놀랐으나 전장에서의 잔뼈가 굵은 강자.

오랫동안 놀람의 늪에 빠져있지 않고 금세 전열을 정비한 뒤 도를 그어 내리며 혁거를 덮쳐들어갔다.


“촤아압!”


힘센 기합과 함께 태산도 두 동강 내버릴 듯한 강한 거력이 담긴 도가 혁거를 향해 날아왔다.


“샅바!”


혁거가 다시 외치며 기운을 갈무리 하자 붉은 선의 오러가 이번엔 푸른색으로 바뀌어 발광했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기운이 폭사되며 퀘백을 반대방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인력과 척력을 다루는 샅바의 묘리는 자연 섭리를 거스르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모든 걸 두 동강 낼 것 같은 퀘백의 도였지만 결국 샅바의 척력에 밀려 혁거에 닿지 않자 퀘백은 더욱 강하게 도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마치 흉포한 맹수와도 같은 그의 도는 혁거의 사방을 점하며 들어왔고 피할 곳은 없어 보였다.

퀘백이 자랑하는 도술인 ‘호랑이 죽이기’였다.

혁거는 막아내려다 사단이 날 것 같아 새로운 품을 밟았다.

마치 취한 듯 비틀비틀 거리더니 칼날의 폭풍 속으로 들어갔고 말도 안 되는 방향으로 몸을 꺾으며 호랑이 죽이기를 피해냈다.

취타품의 변은 강으로 찍어 누르기에는 너무도 신묘한 것이었다.

퀘백은 도를 다시 꼬나 잡고 혁거의 목을 노려 오러를 쏘아냈다.


“호환마마!”


퀘백의 도술 중 최고봉인 필살 오의 ‘호환마마’가 펼쳐진 것이다.

마치 한 쪽 눈을 잃고 이성을 놓아버린 듯한 호랑이처럼 숨 막히게 흉포한 기운이 혁거의 목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혁거는 당황하지 않고 마찬가지 최고의 한 수를 사용했다.

그의 모래알 같은 오러들은 마치 모래바람처럼 피어올랐고 달려드는 호랑이를 잠식시켰다.


“천하! 화랑!”


씨름의 살인기는 호랑이를 잠식시키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퀘백까지 집어삼켰다.

오러의 폭풍에서 몸을 난도질당한 퀘백은 흙빛의 오러가 하나의 꽃모양을 그려낼 때 비로소 내쳐져 풀려날 수 있었고 피떡이 된 채 겨우 숨만 붙은 형국이 되었다.

반도 내 최강자들의 싸움치고는 너무나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이제 질긴 악연이 끊기겠구먼. 그 동안 고생 많았네. 퀘백.”

“끌끌. 이리도 차이가 날 줄 몰랐군. 쿨럭.”


퀘백은 누운 채로 피를 한 움큼 토해낸 채 말을 이었다.


“혁거. 그 동안 함께한, 어떻게 보면 전장에서 만난 전우로써, 마지막 정보를 주겠네. 곰 부족이 게이츠에 성을 짓고 그 쪽으로 부족민들을 이주시키고 있다지? 그리고 오늘이 대규모 이주 날이고 말이야.”


혁거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서, 설마?”

“어서 가보게. 바체군이 매복중이야. 쿨럭.”


퀘백은 계속 피를 토해냈다.

또 한 번의 피토를 한 퀘백은 힘껏 소리질렀다.


“바체군은 후퇴하라! 이 전투는 우리의 패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퀘백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도열해있던 바체군은 너나 할 것 없이 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가운데 호랑이 부족의 용맹한 전사 퀘백은 쓸쓸히 숨이 멎어갔다.

혁거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곳에서 게이츠 길목까지의 거리는 말을 타고 쉼 없이 달려도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이미 바체군이 매복하고 있다면 자신이 당도했을 때는 이미 이주민들은 몰살당한 후일 터.

그리고 그 이주민 행렬에는 사랑해 마지않는 베가와 혁윤이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혁거는 고민 없이 품속의 신경을 꺼냈다.

곰 부족에서 뼈를 묻을 생각을 하였을 때 다시는 신경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던 혁거였다.

그것이 옛 동포들에 대한 의리이자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눈에 밟히는 처자식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오랜만이구나. 그간 날 잊은 줄 알았다.

“힘을 빌려주십시오. 한시가 급합니다.”

- 모처럼 인데 인사 나눌 시간도 없는가 보군. 좋다.


신경을 들고 있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퍼져갔고 그는 혁거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주었다.

그러자 혁거 몸의 빛깔이 점점 짙어지더니 쇠빛이 되었고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그의 눈에서 넘실거렸다.




바람 소리와 함께 혁거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곰 부족의 전사들은 어찌해야 될지 난감한 채였다.


##


신경의 능력으로 이주민이 있는 현장으로 당도하는 것은 불과 3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너무나 길었던 것일까?

여기저기 널브러진 곰 부족 전사들과 바체 전사들의 시신은 얼마나 긴박한 상황이 이 곳에서 펼쳐졌었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혁거는 사방에서 들리는 울음소리와 신음소리를 뒤로 한 채 눈에 불을 켜고 베가를 찾았다.

그렇게 10여분을 찾아다니자 구석에서 피를 흘리며 앉아 있는 베가와 혁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맙소사. 여보, 윤아. 정신 좀 차려 봐요. 내가 왔소.”


혁거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윤이는 이미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숨이 멈춘 뒤였고 베가는 꿰뚫린 배에서 계속 피를 흘려내고 있었다.


“하······. 왔어요?”


혁거의 기척에 베가는 겨우 눈을 뜨고 말을 했다.


“여보, 우리 윤이가······. 윤이가, 움직이질 않아요. 흑흑흑, 윤이를 살려줘요.”


베가는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는 와중에도 아들의 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 여보. 안돼요.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의사를 불러올게요.”


혁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베가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요, 가지 말아요. 우리 윤이를 두고 가지 말아요. 흑흑흑”


베가는 진한 눈물을 계속 흘리며 식어버린 혁윤을 쓰다듬었다.


“불가살!!!!!!!”


갑자기 혁거가 무릎을 꿇더니 신경에다 소리쳤다.


“나는 영생이 필요 없소! 나의 영생을 가져가고 나의 처자식을 살려주십시오! 이리 빕니다. 당신의 권능을 바랍니다!”

- 나와의 권속을 이대로 마무리해도 괜찮겠는가? 영생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신경에서 빛이 나더니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던 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포기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이 둘을 살려주십시오!”


혁거가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 좋다. 허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명뿐이다. 선택하라.

“뭐?”


혁거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바로 그 때,


“윤이를! 윤이를 살려주십시오! 우리 아들 윤이를 살려주시면 됩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부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제발 윤이를 살려주십시오.”

“여보!”


베가가 소리치자 혁거가 다급하게 불렀다.


“난 당신을 잃을 수가 없어요!”


베가는 처연히 웃으며 혁거를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나의 낭군 혁거. 저 곳에 가서도 난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부디 우리 윤이를 잘 키워주세요. 나는 괜찮아요. 그러니 내가 떠나는 마지막 길 선물로 우리 윤이의 생기를 보여주지 않겠어요?”

“으아아아악”


베가의 심지가 곧은 눈빛에 혁거는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울부짖었다.


“불가살! 나는 현 시간부로. 신경의 권속을 모두 포기하고 나의 아들 혁윤을 다음 신경의 주인으로 지목하는 바입니다!”

- 알겠다.


그러자 신경에서 폭사하듯 빛이 뿜어져 나왔고 순간 세상이 멈춘 듯이 느껴졌다.


##


‘여긴 어디지······?’

- 이 곳은 그대의 심연 속이다.

‘누, 누구세요?’

- 나는 환인의 일꾼 중 한 명이자 무쇠와 씨름의 신 불가살이다.

‘그, 그런데요?’

- 나는 그대의 아비 혁거와 계약이 되어 있던 몸이나, 혁거가 너에게 나의 권속을 넘기려 하여 너의 심연 속으로 찾아 온 것이다.

‘아버지가요?’

- 그래. 너는 나를 받아들여 새로운 신경의 주인이 되겠느냐?

‘아버지가 넘기신 거라면, 그렇게 하겠어요!’

- 좋다. 오늘 부로 넌 새로운 환인의 일꾼이 되었고 나 불가살의 권속이 되었다. 너에게 나의 모든 능력과 영생을 선물하마.


##


“헉!”


혁윤은 깜짝 놀라듯 잠에서 깨어났다.


“오······. 윤아, 정신이 드니?”


윤이 고개를 돌리자 베가가 너무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머니!”


피를 철철 흘리는 어미의 모습에 너무도 놀란 윤은 다급하게 어미를 끌어안았다.


“그래. 이리 보니 너무 반갑구나. 앞으로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 언제나 널 사랑한단다.”


베가는 지금껏 겨우 붙잡고 있던 생명의 끈을 놓아버렸다.

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었으리라.

혁거와 혁윤, 두 부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서럽게 울어댔다.

하지만 세상을 등진 베가의 얼굴은 그리도 밝을 수가 없었다.


##


최강의 전사를 잃은 호랑이 부족은 더 이상 곰 부족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고, 결국 바체는 건국 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반도 전체를 하나로 통일해낸 곰 부족은 게이츠를 도읍으로 정하고 나라를 건국하게 되는데 앞으로 900년 가까이 반도를 통치하게 될 ‘사일라 왕국’의 탄생이었다.

왕국의 초대 국왕으로는 곰 부족 제사장의 강력 추천으로 인해 혁거가 추대되게 되고 혁거는 새로운 왕조의 출현을 알리고자 자신의 성도 혁에다 사일라를 추가해 곰 부족 언어의 발음대로 헬리커 사일라가 되었다.

헬리커 사일라는 약 20년간 사일라를 통치하다 늘 염원해 마지않던 베가의 곁으로 떠나갔고 그의 아들 혁윤, 아니 헬리윤 사일라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헬리윤은 왕위에 등극하자마자 부족을 살려냈으나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게 한 애증의 도시 게이츠를 중간 성씨로 지정하고 헬리윤 게이츠 사일라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그도 역시 혁거의 아들이기 때문일까? 약 10년간 사일라를 통치 한 뒤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시키고 훌쩍 왕국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가 보았던 모든 세상을 직접 자신의 눈에 담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왕국을 떠난 이후 헬리윤 게이츠 사일라의 소식은 어디서도 들려오질 않았다.


작가의말

길었던 11화의 외전이 끝났네요 ^^

내일부터는 본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추천 부탁드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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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0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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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7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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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3 15 22쪽
»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79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4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4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4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59 16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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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2 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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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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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1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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