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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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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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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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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제12화 : 신검

DUMMY

제 12화. 신검


루안 일행은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쿠빌린과 함께 캐내딘 공화민국의 수도 타오에 있는 그린빈 용병단의 본부를 향해 움직이게 되었다.

직선 거리상으로는 모드시에서 바토르까지 가는 거리 보다 조금 더 먼 수준의 멀지 않은 거리이나, 샤라 데저트와 나이가 레이크를 모두 통과하여야 하기에 사실상 숲을 나온 이후 가장 힘든 여정이 될 것이었다.

샤라 데저트는 바토르에서 말을 타고 이틀이면 당도하게 되는데 모골린 왕국부터 프리카 왕국, 캐스탄 왕국, 캐내딘 공화민국, 브리딜 공국의 영토까지 퍼져있는 거대한 사막으로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었다.


“다들 컨디션들은 좋으시죠? 내일이면 사막이 나오게 돼요. 긴장들 하셔야 할 겁니다.”


야영을 위해 피워둔 모닥불 주위로 일행들은 앉아있었고, 사막을 처음 경험하는 루안, 희아 남매를 위해 쿠빌린은 한 번 더 내용을 상기시켰다.


“알고 있어요, 쿠빌린. 걱정하지 말아요. 내 한 몸 정도는 건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혹시나 무언가 일이 생겨도 쿠빌린이 절 구해줄거죠?”

“물론입니다, 레이디 희. 당신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켜드리죠.”


이제 이 꼴을 매일 봐야 할 생각을 하니 루안은 치가 떨렸다.


“아, 됐고! 밥이나 먹어요, 밥이나.”


서둘러 둘을 떨어뜨린 루안이 김치찜을 담은 그릇을 나누어주었다.


“와! 김치찜이네? 많이 했지 루안?”


루카는 침을 흘리며 게걸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럼요, 많이 드세요. 쿠빌린도 한 번 먹어봐요. 처음 먹어보죠?”


루안은 쿠빌린에게도 취식을 권했다.


“호······. 이 음식이, 그 신비의 음식입니까?”


쿠빌린은 신기한 듯 포크로 김치찜을 뒤적였다.

희아가 옆에서 어깨를 으쓱했다.


“네, 맞아요. 그 신비의 음식. 세상에, 매일 같이 먹었던 건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효능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마물을 쫓는 음식이라니······.”


마물을 쫓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시간은 노야와 대화를 나누던 때로 올라간다.


##


“아무튼 나의 바탕은 그 정도로 마무리 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궁금한 사항은 없니? 내가 알아낸 제이프의 정보들에 한해서 답을 해주마.”


노야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루카가 질문했다.


“제가 하나 여쭙겠습니다. 제이프 제국은 마물들까지 길들여 낸 겁니까? 이번 챠키즈 백작 습격 사건에는 강력한 마물들도 동원이 되었습니다. 서펜트나 그리폰 같은 훈련형 마물이 아닌 절대 길들일 수 없다는 야생의 마물들을 말입니다.”


루카는 바토르 성문을 막고 있었던 늑대와 같이 생긴 마물을 말하는 듯 했다.


“용마대전의 마지막에는 마족들이 세상의 끝에 있는 섬으로 몰려 파멸되었다고 흔히들 알고 있지. 아마 그 섬이 제이프 제국의 섬일 것이네. 이건 내 생각이네만, 제이프가 고대 마족들의 마물을 길들이는 술법을 손에 넣은 것 같더군. 내가 유랑을 하며 간간히 접하는 제이프의 소식은 대부분이 새로운 마물들이 제이프 섬에 나타났다는 것이었어. 하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지. 물론 내 추측이지만 크게 벗어나진 않을게야.”

“후······. 제이프 제국은 갈수록 무서워지는군요.”


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마물들에 대해서 좀 궁금한 게 있어요, 노야.”


루안은 헬리윤의 정체를 알았지만, 호칭이 불편해 계속 노야라고 부르기로 한 것 같았다.


“그 놈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은데, 유독 저랑 누이만은 슬슬 피하더라고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리한테 냄새나나?”


루안의 말에 노야가 호탕하게 웃었다.


“껄껄껄껄껄, 그래, 냄새가 나지.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말이다.”


루안과 희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네? 우리 매일 씻어요! 냄새가 나면 루카한테서 더 난다구요!”


가만히 있던 루카만 얻어맞았다.


“뭐? 난 왜!”

“허허, 진정들 해라. 그런 뜻이 아니란다. 대대로 마와 대적할 수 있는 것은 성이지. 성스러운 기운은 사이한 기운을 잠재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단다. 그렇기에 신성력을 쓰는 집단이 마물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신성력이라는 것은 신에게 그의 권능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태생적으로 신성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생물들이 있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마늘이지.”


너무도 엉뚱한 이름이 튀어나오자 루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늘요?”

“그렇단다. 마늘은 땅에서 자생하며 햇볕이 주는 신성력을 차곡차곡 저장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 마족의 귀족중 하나인 흡혈일족의 ‘블러드 엠페러’가 마늘을 씹고 그 자리에서 불타 죽었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란다. 그런 마늘이 발효 되게 되면 신성력의 응집이 폭발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신성병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고려의 음식을 먹기만 해도 마물들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는 건가요?”


루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지만 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던 듯하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다만, 인간의 몸은 신성력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장기간 먹어야 할 것이고, 바토르를 에워쌌던 마물이 후각이 극도로 예민한 늑대형 마물이었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발휘 했을 수도 있다네. 그러니 지금 급하게 먹는다고 해서 몇 년 내에 쉬이 효과를 보지는 못 할 것이야. 늘 이런 음식을 한평생 취식해온 고려의 친구들만이 가능한 것인 게지.”


##


“좋아요. 글로리아 마스터가 인정한 마물을 쫓을 수 있는 음식이라······. 한 번 먹어보죠.”


쿠빌린은 희아가 먹는 것을 곁눈질로 본 후 어설프게나마 따라했다.

김치를 쭉 찢은 후 고깃조각을 말아서 국물에 차박차박 적신 후 깔끔하게 한 입!

그러자 순간 역하다면 역하고 구수하다면 구수한 아주 희한한 새콤함이 치고 올라왔는데, 쿠빌린은 자기도 모르게 뱉을 뻔했다.


“웁.”


하지만 일평생 백작가의 귀족으로 살아온 쿠빌린이 그런 천박한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는 법.

튀어나오려는 음식을 혀로 간신히 붙잡고 억지로 씹어내자, 그제야 김치찜의 진정한 맛이 피어올랐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고소함과 개운함은 이루 말하기가 힘들었다.


“음······. 솔직히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제법 괜찮군요. 고마워요, 루안.”


루안은 요리 솜씨를 인정받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헤헤, 많이 드세요, 쿠빌린. 아차, 루카, 샤라 데저트에 들어가고 얼마나 가야 캐내딘에 당도하는 거예요?”

“우물우물, 다행히도 샤라 데저트는 좌우로 방대하지만 상하로는 그리 길지 않아. 쩝쩝, 우리가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북쪽으로만 움직이면 되는 거니까, 우걱우걱, 말 타고 4일 정도면 캐내딘 영토에 들어가게 될 거야.”


루카는 입에 김치찜을 계속 밀어 넣으며 대답했고 그것을 본 쿠빌린의 얼굴엔 혐오감이 가득했다.


“근데, 말로 사막을 횡단할 수 있어요?”


루안은 아직 궁금한 게 많은 듯 했다.

루카가 다시 대답하려 했지만 쿠빌린은 다급하게 막았다.


“아! 그건 제가 대답해드리죠, 저 용병의 천박한 모습을 또 보았다간 토악질을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샤라 데저트는 대륙의 배꼽 부분에 넓게 퍼져 있는 사막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교역이나 거래를 위해서는 필수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먼 옛날 자주 왕래하는 상인단들이 힘을 모아 사막 위에 길을 닦아 냈지요. 그 결과, 실크 로드라고 불리는 도로가 생긴 상태입니다. 그 길만 따라가면 적어도 샤라에서 길을 잃을 일은 없을뿐더러 그 위를 다니면 말로도 충분히 횡단이 가능한 것이죠. 답이 되었나요, 루안?”

“아하, 그렇군요. 그럼 생각보다 편하게 다닐 수 있겠네요?”

“그저 모래 위를 다니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겠지만, 길이 생겼다고 해서 그 곳의 괴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긴장은 늦추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아······. 그렇겠군요.”


루안의 궁금증은 이제 대부분 해결이 된 듯 했다.


##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다보니 서서히 기온은 높아져갔고 초원의 푸르름도 어느덧 푸석해져갔다.

사막의 시작인 것이다.

샤라 데저트가 시작되는 곳에 당도하니 정말 모래 말고는 눈에 띄는 것이 없었고 일렁이는 아지랑이는 마른침을 삼키게 했다.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것은 전날 쿠빌린이 말했던 실크 로드의 존재였고, 그 덕에 적어도 모래에 발이 빠지거나, 길을 잃는 등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후아······. 숨이 턱턱 막히네. 이게 사막이구나······. 으, 퉤퉤, 어휴 이 모래들. 누이는 괜찮아?”


앞장 서 말을 몰던 루안은 사막의 위용에 몸서리치다 문득 희아가 걱정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희아는 쿠빌린이 준비해 온 양산을 받쳐주며 에스코트 하고 있었고, 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걱정을 접었다.


“응? 뭐라고, 루안?”

“아~무 소리도 안했어~ 신경 꺼. 응?”


루안은 괜히 툴툴대다 갑자기 느껴지는 이물감에 고개를 갸웃했다.


“모두 조심하세요!”


쿠빌린은 벌써 무언가를 눈치 챘는지 검을 뽑아들고 예기를 발산하고 있었고, 희아도 활에 화살을 걸었다.


“응? 뭐야? 무슨 일이야?”


언제나 고통 받는 루카는 이번에도 혼자만 영문을 모르는 듯 했다.


“용병씨, 주위를 경계하세요. 무언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차분히 가라앉은 쿠빌린의 말투에 루카도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눈치 채고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고 잠시 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어떤 것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제기랄, 첫 날부터 지랄병이구만. 샌드웜이야.”


사막은 그들을 환영한다는 듯 입장한 첫 날부터 사막의 최고 포식자를 소환해냈다.

창공의 가고일, 숲의 오우거, 해양의 크라켄. 각 장소의 최강의 자리를 영유하는 몬스터들이었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바로 이 사막의 샌드웜이었다.

가장 먼저 선공을 가한 건 역시 쿠빌린이었다.

쿠빌린은 달려가며 부드러운 검로를 연속으로 그려냈고 오러가 실린 그의 검은 하나의 길을 만들 때마다 패도적인 기운이 실려 샌드웜을 난도질할 듯 날아갔다.


“블루 히비스커스!”


그렇게 쏘아진 오러들은 하나로 뭉쳐지며 처연한 꽃모양을 그려냈고 그 안에서 샌드웜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뀌에에에에엑


힐포링샤의 한 초식인 ‘블루 히비스커스’의 위력은 샌드웜에게도 깊은 상처를 내기 충분했다.

샌드웜은 검을 떨쳐내려 몸을 쭉 뻗은 후 다시 모래 속으로 들어가려 하였다.


“셋꼬리살!”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희아의 국궁이 쏘아졌고 마치 한 몸인 듯 날아간 세 발의 화살은 정확히 샌드웜의 머리 아래를 꿰뚫었다.

사방으로 녹색의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샌드웜은 쓰러지지 않았다.

피를 질질 흘리며 모래 속으로 파고든 샌드웜은 발버둥을 쳤고 그러자 마치 해일처럼 모래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곧게 뻗은 실크 로드 위로 모래들이 쏟아지자, 말들은 이미 그 안에 파묻혔고 루안 일행들은 나름의 기술들로 겨우 하체만 묻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샌드웜이 아니었다.


파바바바바밧


겨우 중심을 잡고 서있는 일행을 향해 샌드웜은 모래 사이로 끔찍한 구강을 드러내 보였고 루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오우거도 일격에 쓰러뜨리게 된 루안이 쉽게 당할 리 만무했다.

자연스레 좌품을 밟아 냄새나는 주둥이를 피해낸 루안은 샌드웜의 옆면에 이크, 꼬두기의 묘리로 정권을 질러 넣었다.


꿰에에에엑


고작 작은 주먹에 맞은 반응치고는 꽤나 요란했다.

루안의 주먹에 실린 치우가 그만큼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샌드웜이 발악을 하며 모래 안으로 들어가자 사막은 요동을 쳤고 서서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모래 소용돌이가 일자 주위 지반이 침식하기 시작했고 루안은 그 사이에 휩쓸렸다.


“우와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른 루안은 주욱 미끄러지며 소용돌이의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것을 본 희아는 루안을 구하기 위해 자신도 몸을 던졌다.


“루안!”

“누이!”


둘은 겨우 손을 맞잡았지만, 침식하는 모래는 식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고 순식간에 루안과 희아를 집어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둘이 모래 안으로 사라지자 쿠빌린은 고민 하지 않고 자신도 몸을 날렸다.


“야! 쿠빌린! 저, 미친놈!”


쿠빌린조차 모래 안으로 사라지자 혼자 남은 루카는 난감해졌고 아직도 주위에서 발악을 하고 있는 샌드웜도 자신이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에라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루카는 눈 딱 감고 돌고 있는 모래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일행들은 샌드웜을 뒤로 한 채 모두 모래 안으로 사라졌다.


##


쿵!


“아이고!”


숨을 틀어막고 계속 모래 안에서 몸을 못 가누던 루카는 갑자기 나타난 공터에 엉덩방아를 크게 찧었다.


“루카 괜찮아요?”


루안이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아고고······. 에잉, 언짢아. 넌 괜찮니? 여긴 어디야 대체?”


주위를 둘러보자 복도처럼 생긴 어떠한 통로였고 사이사이 놓여있는 구슬에서는 밝은 빛이 흘러나와 사위를 환히 밝히고 있었다.


“어딘진 모르겠지만, 모래로 막혀 뒤로는 못 가니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군요.”


쿠빌린이 벽을 더듬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이동해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봐야 답을 못 얻을 것 같으니까.”


희아는 씩씩하게 앞장서서 걸었다.

통로는 별다른 함정이 있다거나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진 않았다.

한참을 걸어 나가다 보니 거대한 회랑이 나왔는데 일행이 나온 회랑의 반대편에는 엄청난 크기의 동굴이 있었다.


“루안! 이거 좀 봐!”


회랑 가운데로 먼저 나간 희아는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루안을 크게 불렀다.

일행들이 다가가보니 희아는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회랑 바닥에는 무언가가 가득 쓰여 있었다.


“이건 처음 보는 문자인데? 고대 문잔가?”


루카가 턱을 어루만지며 처음보는 문자를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루안이 고개를 저었다.


“응? 뭐?”

“고대 문자가 아니라고요.”

“너, 이 문자가 어떤 문자인지 알아?”


루카가 물어보자 루안 대신 희아가 대답했다.


“이건 우리 고려의 문자에요.”

“뭐? 고려의 문자?”

“그렇다면 읽는 것이 가능한가요?”


쿠빌린이 물었다.


“네, 한 번 읽어볼게요. 어디가 시작인가······? 아, 여기네. 어디 보자······. ‘나는 관악산의 수호신인 이무기였다. 수호신으로서의 이무기들은 천년의 세월동안 수행을 하게 되면 승천하여 용이 되고 강과 바다를 다스릴 수 있는 권능을 환인께서 하사하신다. 그러던, 어느 날. 한양 전체를 신비로운 빛이 감싸는 일이 발생하였고 그 빛이 모두 발하였을 때 환인의 목소리가 닫지 않는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 곳에는 또 다른 생김새의 용들이 존재하였는데, 그들은 환인의 백성들에게 악마의 무리들과······.’ 여기서 끊겨있네.”

“이무기가 뭐야? 용은 또 뭐고?”


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희도 모르겠어요. 다만 용마대전 때 스칼렛의 부름으로 넘어온 일행 중 하나인 건 분명한 것 같네요.”

“루안! 여기에 또 문장이 이어져 있어요. 여길 한 번 읽어봐 줄래요?”

“아, 네. ‘그들은 결국 삼신기의 힘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빼앗으려 하였다. 하지만 삼신기는 권속이 이어진 자들만 사용이 가능했고 신령은 한웅이, 신경은 혁거가 권속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 둘은 빼앗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신검이었다. 신검은 권속이 없는 상태였기에 난 수호신으로써 신기를 지켜낼 의무가 있었고 신검을 가지고 몰래 이 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난 두려웠다. 신검을 계속 수호하고 있었으나 언제 들키어 그들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결국 난 이곳에서 천년의 수행을 마치고 용이 되었고 이제는 능히 그들을 상대할 힘을 가지게 되었다. 신검은 새로운 수호신으로써 나의 뒤를 이을 나의 아들에게 양도하고 난 이제 세상에 나가 그들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혹시라도 이 곳을 찾아내어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환인의 백성들이 온다면 나를 찾아오라. 나는 한강의 주인이 되었어야 할 재룡(災龍)이다.’ 여기까지네요.”

“신검이라는 게, 노야가 가지고 있는 손거울 같은 보물이지?”


루카가 얼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확인했다.


“네, 맞아요. 아무래도 신검이 여기 있나 봐요.”


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렇다, 환인의 백성이여.


갑자기 천지가 울릴 듯 거대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쿠빌린은 바로 검을 뽑아 들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겨누었다.

소리는 예의 그 거대한 동굴에서 나고 있었다.


- 겁먹지 마라, 이 세계의 아이여. 나는 위대한 재룡의 아들이자 수행중인 신검의 수호신이다.


쿠구구구구구구궁


말소리에 이어 무언가 웅장한 소리가 나더니 동굴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뱀의 대가리였다.

뱀의 눈을 보려고 해도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


“이런 빌어먹을, 이건 또 뭐야.”


루카가 지친다는 듯 욕지기를 내뱉었다.


“아무튼 내가 너희들이랑 다닌 다음부터는 참 별 걸 다 보고 산다.”


쿠빌린은 여전히 검을 겨누고 있었다.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건가요?”

- 나는 위대한 재룡을 이어 긴 시간 환인의 백성을 기다린 이무기다. 드디어 만난 환인의 백성을 공격할 리가 없지 않느냐?


그 말을 들은 쿠빌린이 검을 거두자 희아가 물었다.


“수호자님. 저는 고려 거레에서 온 권희라고 합니다. 신검이 여기 있는 겁니까?”

- 그래 나의 몸 안에 있다. 그대는 신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제, 제가요? 만약 제가 준비가 되면 신검을 가져갈 수 있는 건가요?”

- 무조건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검도 아무에게나 권속을 주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신검과 교감을 이루어낸다면 그대는 신검의 권속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이. 도전해봐. 우리가 여기서 신검을 가지고 고려로 복귀한다면 왕검님과 장사님들이 엄청 기뻐하실 거야.”


루안도 부채질 하자 희아는 이를 악 물었다.


“수호자님! 제가 신검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내 입 안으로 들어오라


갑자기 이무기가 입을 크게 벌렸다.


“뭐요?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다 먹히는 거 아니에요?”


쿠빌린이 소리쳤으나 루안이 붙잡았다.


“쿠빌린. 믿고 기다려보죠. 허튼소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크윽”


희아는 돌아서서 쿠빌린을 보고 웃어 보이며 안심시켰다.


“쿠빌린. 날 믿어요.”


그러고는 천천히 이무기의 주둥이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이내 입이 닫혔다.

희아는 어둡고 축축한 이무기의 입 안에서 갑자기 작은 빛 하나가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빛이 가까워오자 자세한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빛은 9개로 나뉘어진 불꽃같은 모양이었다.


- 어서 오너라, 환인의 아이야. 나는 신검의 주인인 불꽃과 국궁의 신 구미호다. 그대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네! 구미호님, 제가 구미호님을 고려로 돌아가실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 당차구나. 좋다.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인지 확인해 보겠다.


말을 끝낸 스스로를 구미호라 칭한 빛이 갑자기 희아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희아는 온몸이 불길에 휩싸이는 고통을 느꼈다.


“꺄아아아아악”


해당 불길을 견뎌내고자 희아의 단전은 스스로 치우를 내뿜었고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한 치우의 본능은 격하게 일어나며 구미호의 불길을 상대했다.

하지만 구미호의 불길은 워낙 거셌고 조금씩, 조금씩 치우의 기운을 태워버리고 있었다.


“끄으으으윽”


끔찍한 고통에 희아가 까무러칠 때 쯤 구미호는 희아의 몸 밖으로 나왔고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 900년을 기다려서 만났지만, 아쉽구나. 너는 아직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질 못한다. 좀 더 정진하여라.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불빛은 사라졌다.


##


루안은 자신 있게 쿠빌린을 막아섰지만 초조하긴 누구보다도 초조했다.

희아가 저 못되게 생긴 뱀 아가리로 걸어 들어간 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다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놈의 뱀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러고 있으니 더욱 환장할 노릇이었다.

루안이 그냥 저 뱀의 죽탱이를 날려 버리고 아가리를 벌려버릴까 라는 충동에 사로잡힐 때 쯤 이무기가 다시금 입을 벌렸고, 그 사이로 희아가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누이!”

“레이디 희!”


루안과 쿠빌린이 동시에 튀어나가 희아를 살폈다.


“괜찮아? 어떻게 됬어? 신검은?”

“미안해, 루안. 신검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어.”


희아는 힘없이 웃었다.

그러자 쿠빌린이 희아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괜찮아요, 레이디 희. 몸 상하지 않게 나왔으니 되었어요.”

“윽.”


루안은 쿠빌린이 대체 왜 지가 저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 아무래도 신검이 너를 선택하지 않은 것 같구나. 하지만 아직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재룡의 전언을 읽어보았다시피 재룡을 찾아가거라. 재룡은 이 세계의 서쪽에 계신다. 재룡을 만나면 너희들이 신검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실 것이다. 이 동굴 옆에 난 바위를 밀어내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잘 가거라.


말을 마친 이무기는 다시 동굴로 사라지듯 들어갔고, 일행들은 희아에게 이무기 입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다.


“쉽진 않구나. 고작 뱀 뱃속에 있으면서 보물은 보물이라 이건가?”


루카가 비아냥대자 희아가 도끼눈을 떴다.


“위대한 환인의 삼신기를 욕하는 것은 듣고 있을 수 없어요, 루카.”

“윽, 미안.”


루카는 찔끔하여 사과했다.


“일단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이곳을 벗어나죠.”


쿠빌린이 상황을 정리하고는 이무기가 알려준 바위를 밀었다.

그러자 허리를 굽혀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입구의 동굴이 나왔다.


“자, 다들 움직입시다!”


루안이 씩씩하게 동굴로 걸음을 옮겼다.

비록 얻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삼신기의 위치를 알아냈으니 오늘의 보라매는 엄청날 것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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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Kore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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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1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4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4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79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4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4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4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59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3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6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4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1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8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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