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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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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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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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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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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제5화 : 모드시에서

DUMMY

제 5화, 모드시에서


모골린 왕국은 대륙 남부 6개국이 모여 결성한 친나 국가 연방의 맹주국으로써 6개국 중 가장 넓은 국토와 세계 최강의 검사 중 하나인 챠키즈를 보유한 실속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국토 대부분이 초원인 탓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유목 생활을 하였고 그렇기에 도시가 그렇게 활성화 되지는 못하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교역 도시라고 해봐야 다른 큰 나라들의 대도시만 못하지만 일생을 숲에만 있던 희아와 절반을 궁, 절반을 숲에서만 보낸 루안에게는 제법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있었다.


“와! 여기가 모드시인가요?”


상단의 대표가 국경사무소에서 출입 허가를 받는 동안 루안과 희아는 눈을 빛내며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렇게 놀랄 만 한 도시는 아니긴 한데······. 뭐, 처음이니 이해는 간다만 너무 정신을 빼놓고 있지는 마라. 치안이 좋지 않은 교역 도시에는 온갖 범죄자들이 판을 치니깐 말이야.”


루카가 불안한 듯 타이르지만 이미 루안과 희아는 귀를 닫은 지 오래였다.


“루카 대장. 허가 절차가 끝이 났소. 그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보수는 상단에서 용병단으로 바로 지급이 될 거요.”


상단 대표가 다가와 루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먼 길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인연이 닿으면 좋겠군요.”


루카도 손을 맞잡았다.


“자 임무가 끝이 났다. 이제 길드로 움직인다. 서둘러, 일한 만큼 돈을 받아야지. 너희들도 어서 따라와.”


루카는 의뢰의 종료를 알리고 보수를 받기 위해 용병단 길드를 향했다.

크지 않은 도시라지만 교역 도시인 덕에 그래도 그린빈의 길드가 들어서있었고 국경사무소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루카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중후해 보이는 한 신사가 응대했다.


“안녕하십니까, 마스터. 소대장급 루카라고 합니다. 루시아에서 수락한 상단 호위 의뢰를 잘 마쳤기에 완료 보고를 하러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루카 소대장님. 팀원분들은 잠시 앉아계시고, 소대장님은 서류를 작성해 주시겠습니까?”


서류를 작성한 루카는 길드마스터에게 서류를 넘기자 길드마스터는 서류를 가지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더니 이윽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집무실을 나왔다.


“모드시 상단 길드에 확인했더니 이상 없이 호위가 마무리 되었다고 하는군요. 의뢰 보수는 본부로 직접 들어가게 될 것이니 개인 보수는 길드에서 대리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길드마스터는 서랍을 열더니 주머니 하나를 꺼내 루카에게 건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드시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추가적인 의뢰를 진행하시려면 언제든 길드로 찾아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루카도 작별인사를 건네고 팀원들에게로 향했다.


“이번 개인 보수는 다들 알다시피 금화 한 닢씩이야. 숲쪽으로 왔더니 보수가 제법 쌔. 자 다들 받아.”


루카는 공평하게 보수를 나누었다.


“자, 모드시까지 다들 수고 많았다고. 나는 다른 임무로 곧 바토르로 떠나야 하니까 팀을 새로 꾸릴 녀석들은 여기서 꾸리던지 다른 곳으로 갈 녀석들은 알아서들 짐을 꾸리라고.”


그 말을 끝으로 팀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뿔뿔이 흩어졌다.

그린빈은 생각보다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운영되는 용병단인 듯 했다.

루카는 멀뚱히 서 있는 루안과 희아에게로 다가오며 마찬가지 금화 한 닢을 건냈다.


“너희들도 수고 많았다.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루안은 손사레쳤다.


“다들 한 닢씩이면 이건 루카의 보수인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우린.”

“어차피 너희들이 나타나질 않았다면 이미 임무는 실패했을 거야. 거기다 팀원들의 목숨을 내가 아닌 너희들이 구했으니까 이 보수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너희야. 자, 받어. 제법 큰 돈이라구?”


루카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더는 거절하기 민망한지 루안은 멋쩍게 웃으며 금화를 받았다.


“고마워요, 루카. 잘 쓸게요.”

“그래야지. 아! 이참에 모드시 구경도 좀 하고 와. 저기 저 건물 보이지?”


루카는 길드의 맞은편 큰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가 용병단들이 사용하는 숙소야. 내 이름으로 방을 빌려 놓을 테니까 충분히 구경하다가 내 이름 대고 들어가. 바토르로 출발은 이틀 뒤에 할 거니까 이틀간 푹 쉬자고. 그럼 난 먼저 한잔 하고 쉬러 들어갈게. 나중에 보자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루카는 아이들을 지나쳐 숙소를 향해 갔다.


“고마워요. 루카!”


희아가 인사를 건네자 루카는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루카가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루안이 슬며시 말을 건넸다.


“누이. 시장 구경하러 갈 거지?”


희아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히히, 벌써 기대된다. 어서 가자. 금방 어두워지겠어,”


루안과 희아는 다섯 살 배기 꼬마들처럼 시장을 향해 뛰어갔다.

어느 덧 해는 지평선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


“딱 봐도 촌놈들이구만?”

“그렇다니까. 게다가 아까 그린빈 길드 앞에서 금화를 받는 걸 똑똑히 봤다고.”

“금화? 금화를 받을 정도의 임무를 수행했으면 저 녀석들 실력이 엄청 좋은 거 아니야?”

“그럼 뭐해? 저렇게 푼수끼들을 흘리고 있는데.”


영 건실하게 들리지 못하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둘로 하나는 짜리몽땅하고 깡말랐으며 하나는 우람하고 큰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둘은 골목에 숨어서 시장을 헤집고 다니는 루안과 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영 불안하다. 나는.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목이 날아가면 어떡하냐?”

“이번에도 빈 손이면 두목한테 우리 목이 날아가는 걸 잊지마.”


작은 사람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대답하자 덩치는 침을 꿀떡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우선 네 말도 일리가 있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 엉? 근데 저것들 어디 가냐? 가보자, 따라와.”

“어, 엉.”


##


“누이 이쯤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 여기서 하자.”


루안과 희아는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시장 구경을 마치고 아무도 안 보이는 어두운 골목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들은 정보를 보라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정신없이 시장 구경을 하고 다녔지만 본분을 잊지는 않고 있었던 듯하다.

희아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다음 팔찌의 흑석을 굴리기 시작했다.


“보라매여, 나오라.”


그러자 흑석에서 어두운 빛이 발광하더니 어느 덧 하나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정령과도 같이 보이는 발광체는 손바닥만한 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나를 불렀느냐, 환인의 아이들아.


살짝은 불길한 듯한 묘한 목소리가 루안과 희아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우와······. 이게 보라매구나.”


루안이 놀란 눈초리를 보냈다.


- 호······. 너는 환인의 아이가 아니구나? 왕검이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있는가 보고만. 끌끌 그래 뭐 좋다. 전달할 정보는 무엇이냐.


희아는 루안을 슬쩍 쳐다 본 뒤 얻은 정보를 말했다.


“4년 전 그린빈 용병단이란 용병단이 새롭게 세상에 나왔는데 그 단장이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마스터라고 합니다. 이름은 다델이구요, 그래서 현재 폴틴 마스터즈는 그린빈 용병단장이 더해져 피프틴 마스터즈가 되었고 그는 용병왕이라고 불린다 합니다. 오늘 저희는 모골린과 루시아의 경계인 교역도시 모드시에 당도했습니다. 여기서 이틀 가량 머문 뒤 모골린의 수도 바토르로 향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제이프에 대한 정보를 더 깊게 알아보려 합니다. 이상입니다.”

- 다 말한 게냐?


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오냐 좋다.


대답을 마친 후 보라매는 한 번 더 발광을 하였다.

보랏빛에 가까운 어두운 빛이 주위에 퍼지더니 어느덧 잠잠해졌다.


- 모두 전달했다. 정보를 들은 왕검이 전언을 보냈구나.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리 좋은 정보를 얻다니 아주 훌륭합니다. 용병왕에 대한 정보도 가능하면 더욱 얻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몸조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이다. 또 보자꾸나.


보라매는 다시 빨려가듯 흑석 안으로 들어갔고 발광은 멈추었다.

보고를 마친 루안과 희아는 골목을 빠져 나와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


“봐, 봤냐?”

“봐, 봤어.”


덩치와 작은놈은 안 보이는 곳에 몸을 기댄 채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거! 분명, 에고(ego)야! 금화 따위와는 비교도 못 할 어마어마한 보물이라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작은놈이 덩치를 붙잡고 말했다.


“무조건 훔쳐야 돼!”

“정말 저게 에고야?”

“아오! 등신아! 너도 봤다며. 저 팔찌에서 정령 같은 게 기어 나오더니 저것들이랑 쫑알쫑알 거렸잖아!”

“그, 그치만. 말소리는 안 들렸는걸!”

“그걸 꼭 상세하고 세부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봐야 알 수 있는 대목이자 줄거리인거냐? 앙? 물론 뭐라는 지야 들리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거기다 대고 떠들고 있는 모습이었잖아, 인마!”

“그래······. 그렇기야 하지. 그럼 언제 훔쳐?”

“저놈들 분명 숙소로 향하는 걸 거야. 용병 숙소는 욕실이 객실마다 다 딸려있으니까 씻으러 들어갈 때 몰래 들어가서 가지고 오자.”

“응, 알았어. 그래, 해보자. 이제 두목한테 쥐어 터지기도 지친다고.”


그들은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며 용병 숙소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




있는 힘껏 방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희아를 루안은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뭐, 뭐야. 누이?”


희아는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없어, 없어, 없어!”

“뭐가?”

“보라매가!”

“뭐?”

“보라매가 없어졌다고!”


루안은 벌떡 일어나 희아의 객실로 들어갔다.

희아의 객실은 열린 창문 사이로 밤바람이 선선히 불어 들어오고 있었고 짐들이 풀어헤쳐져 있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루안은 옷가지 이곳저곳을 들추어봤지만 허사였다.

루안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16살은 돌발 상황을 헤쳐 나가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무슨 일 생겼어?”


마침 소란을 듣고 루카가 객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희아에게 물었다.


“아! 루카! 마침 잘 왔어요. 우리 좀 도와주세요,”

“뭔 일이 생기긴 했나보구만?”

“저희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 없어졌어요. 누가 훔쳐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니?”

“분명히 문을 다 닫고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목욕을 하고 나왔더니 창문이 열려 있고 제 짐들이 헤쳐져 있었어요.”

“그렇다면 도난이 확실하겠구만. 길드에 한 번 가보자. 이 주위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


셋은 함께 길드를 향해 움직였다.


##


“오, 루카 소대장님이시군요. 이 밤중에 어쩐 일이십니까?”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길드마스터께 물어볼 것들이 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얼마든지요, 차를 좀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조금 급해서요.”


길드마스터는 차를 내러 일어서려다 다급한 말투에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그러시군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지요?”

“감사합니다. 여기 이 두 친구들은 희아와 루안이라고 합니다. 저와 함께 동행하는 친구들인데, 용병 숙소에서 기거 하던 중 이 친구들의 귀중품을 도난당했습니다. 혹시 짐작가시는 게 있으십니까?”


루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희아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너무도 소중한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생각나시는 게 있으시면 좀 도와주세요.”

“저런······. 그런 일이 있으셨다니, 유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울 일도 아닙니다. 모드시의 어둠의 끝에는 늘 돌리스라는 사람을 향하고 있지요,”


루카가 손뼉을 쳤다.


“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드시의 관리들이 모두 뒤를 봐주고 있어서 체포도 쉽지 않다는 그 돌리스 말입니까?”


길드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자그마한 좀도둑부터 거대한 장물아비까지 모든 모드시의 범죄는 돌리스의 손 안에 있습니다. 굉장히 귀한 물건이셨다면, 그 또한 돌리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루안이 이를 악물며 물었다.


“으득, 그 놈은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습니까?”

“거물이란 것은 그만큼 소재파악도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드시의 시장은 모골린과 루시아의 특산물들이 모이는 불야성과도 같죠. 24시간 장이 열려 있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곳에는 언제나 눈 먼 돈을 기다리는 소매치기들이 들끓는 법이지요.”


셋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길드마스터의 말처럼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모드시의 시장은 낮과 별 차이점이 없었다.

아무리 크지 않은 도시라고 하더라도, 역시 교역도시가 주는 위상은 상당한 듯 했다.

그리고 오늘은 유난히 멍한 사람들이 많았다.


“히히히, 그 덕에 오늘은 짭짤하구만?”


소매치기 쿠조는 두둑한 주머니를 꺼내 안에 든 것들을 하나하나 세어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두목한테 다 안 갖다 바치고 조금 가져가도 모르겠는걸?”

“그러다 돌리스가 알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에이, 두목이 무슨 수로 알······ 응? 억!”


쿠조는 말하다 말고 깜짝 놀라 휙 뒤를 돌아보다가 별안간 얼굴에 불꽃이 이는 걸 느꼈다.


“우리랑 얘기 좀 해야겠다. 소매치기야.”


쿠조의 뒤에는 루안이 눈을 부라리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금새 퉁퉁 부어오른 코를 문지르며 쿠조는 바싹 엎드렸다.


“아이구, 공자님. 왜 그러십니까? 훔친 물건들은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이름이 뭐야?”

“쿠조입니다.”

“그래, 쿠조. 우리가 지금 엄청 귀중한 걸 도둑맞았어.”

“이 주머니 안에 다 있습니다. 가져가십시오.”

“여기 있는 게 아니야. 없어진 지 4시간 정도 된 것 같으니까 이 정도쯤이면 아마 돌리스에게 있을 것 같아.”

“네? 아이고, 안 됩니다. 공자님. 절대 안돼요.”

“돌리스 어딨어?”

“말하면 제가 죽어요. 공자님. 제발 한번만 봐주십쇼,”


쿠조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안녕, 난 루카라고 해.”


보고만 있던 루카가 나섰다.


“난 그린빈 용병단의 소대장이야. 너희 두목은 지금 그린빈이 보호하던 보물을 훔쳐간거야. 이 일을 내가 위에다 보고했다간, 모드시는 그린빈의 표적이 될 거야. 너 같은 사람들은 앞으로 먹고 살래도 살 수가 없을걸? 하지만 우리 쿠조가 돌리스의 위치만 알려준다면 돌리스만 처리한 후 우리 물건만 가지고 돌아갈거란 걸 약속하지.”

“그, 그린빈이요? 용병왕 다델의 그린빈?”

“맞아.”


쿠조는 그린빈이란 말을 듣는 순간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쿠조는 결심한 듯 입을 뗐다.


“그럼, 정말 저는 빼주시는 겁니까?”


루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좋습니다. 그럼 이 쪽으로 따라오십시오.”


쿠조가 앞장서서 깊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루카와 루안은 쿠조를 놓칠세라 뒤따랐다.

왜인지 희아는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


쿠조는 폐건물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더니 채 완공되지 않은 듯한 3층짜리 건물 입구 앞에 섰다.


“공자님들, 여깁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계단으로 바로 2층으로 올라갈겁니다.”


루안이 입구 앞에 서서 건물을 올려다봤다.


“이렇게 큰 건물에 돌리스 혼자 있는거야?”

“두목하고 두목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저희들은 수금할 때만 찾아오지요. 수금은 매 시간마다 하기 때문에 곧 있으면 다른 무리들이 또 올 겁니다. 서두르셔야해요.”


말을 마친 쿠조는 문을 열고 계단을 바로 올라 나오는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루카와 루안도 늦을세라 쿠조 뒤를 따랐다.

방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철컹


순간 문이 닫히며 굳게 잠기는 소리가 났다.


“루안. 아무래도 쿠조한테 속은 것 같다.”


루카가 루안에게 작게 속삭이자 그 말을 알아들은 듯 갑자기 방안이 환해졌다.

그러자 수많은 덩치들이 각자 병장기를 하나씩 꼬나들고 있었고 그 가운데 쿠조가 비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하하하하 두목의 말이 딱 맞았구만. 에고를 들고 다닐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분명 부잣집 자재들일거고 꼭 다시 찾으러 올 거라는 것이 말이야.”


쿠조 옆에 서 있던 덩치가 쿠조에게 물었다.


“이봐, 쿠조. 귀한 집 애새끼들이란 건 정확한 거겠지?”

“걱정마. 옆에 붙어 있는 저 놈이 그린빈의 소대장이래. 그린빈 정도 되는 곳에서 개인 호위까지 붙였으면 말 다 한 거 아니겠어?”

“그렇군.”


잠자코 듣고 있던 루안이 소리쳤다.


“시끄러워. 니가 돌리스냐? 팔찌나 다시 내놔!”


덩치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훗, 안 그래도 네놈들을 두목에게 데려갈거다. 세상 물정 모르는 공자님이라 그런지 깡이 세구만. 옆에 붙어있는 저 놈을 믿고 설치는 것이냐? 그린빈의 소대장이면 익스퍼트 정도의 실력일텐데······. 그 정도로는 우리 모두를 당해낼 수 없다. 얌전히 있어라.”


루안은 루카를 스윽 쳐다봤다.

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하······. 저 놈 말이 틀리지가 않아. 일단 하라는 데로 하자.”

“푸하하하 역시 용병이라 상황 파악이 빠르구만. 얘들아 묶어라. 두목에게로 데려간다.”


장정 몇이 루안과 루카의 손을 꽁꽁 묶고는 끈으로 연결해 앞으로 끌고 갔다.

이 방은 생각보다 굉장히 긴 통로의 구조였는데 입구 반대쪽에는 조금 더 사치스러워 보이는 문이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곳에 돌리스가 있는 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운데 큰 의자가 있고 주위에 장정들이 우글거렸다.

큰 의자에 뚱뚱한 배불뚝이가 눕다시피 앉아있었는데 표정이 여간 거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놈들이냐?”


쿠조가 앞장서서 대답했다.


“예, 두목. 이 놈들이 그 에고를 가지고 있던 놈들입니다.”

“니가 돌리스냐? 팔찌를 내놔.”


루안은 전혀 기가 죽지 않은 것 같았다.


“끌끌끌, 성깔 있는 놈이구만. 우리도 확인은 해봐야하니 기다려라. 데려와라.”


돌리스가 손짓하자 뒤에서 피떡이 된 두 사람이 잡혀 나왔다.

보라매를 훔친 작은놈과 덩치였다.

루안을 슬쩍 쳐다본 작은놈은 덜덜 떨며 말했다.


“네네, 맞습니다. 두목. 저 놈이랑 같이 있었습니다. 저 놈과 같이 있던 년이 팔찌로 에고를 소환해 내는 것을 봤습니다. 진짭니다.”

“뭐? 같이 있던 년?”


배불뚝이는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정말 다행이야.”


루안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뭐? 뭐가 다행이란 말이냐?”

“여기가 지하가 아니잖아. 창문도 달려 있고. 거기다 이렇게 환하게 불도 켜놓고 말이야.”

“뭐? 무슨······.”


배불뚝이는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불을 꺼라! 모든 불을 꺼! 당장!”


쉬이익 챙 퍽


배불뚝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창을 깨고 들어 온 수 발의 화살이 서있던 장정 7명을 꿰뚫었다.

급작스런 상황에 돌리스의 부하들은 허둥지둥 댈 뿐 이렇다 할 대처를 못 하고 있었다.


쉬이익


또 한 번의 파공음이 들리더니 두 발의 화살이 방 안으로 쇄도해 들어왔고 루안과 루카의 손목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화살은 방향을 꺾더니 또 다른 돌리스의 부하 둘을 짓이겨 놓았다.

희아가 반대편 건물에서 쏘아낸 어깃살의 신묘한 묘리였다.

손이 풀린 루카는 칼을 뽑아들고 뒤로 달려가 출구를 막아섰고 루안은 바로 장정들 무리로 뛰어들었다.


“이크!”


루안의 날치기가 시전될 때 마다 한 명씩 목이 꺾여 쓰러졌다.


“정신들 차려!”


그래도 두목이라고 배불뚝이는 목이 터져라 부하들을 질타했다.

몇몇은 정신이 들었는지 손에 든 무기들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루안을 덮쳤다.

하지만 이미 좌우품을 밟으며 바람처럼 춤을 추고 있는 루안을 단 한명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모두의 공격이 끝나는 그 순간 루안은 앞으로 품을 밟으며 부드럽게 적들의 품안으로 들어가 자연스레 다리를 잡아들고 있는 힘껏 어깨로 복부를 밀어 쳤다.

씨름 한라의 오금채기가 한 장정의 몸에서 터져 나왔고 그 충격파는 주위 서너 명의 장정들까지 한 번에 날려버렸다.

씨름의 파괴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놀라운 수였다.

돌리스의 부하들은 사기가 뚝 떨어졌다.

당장 등을 돌려 도망치려 해도 소드 익스퍼트의 실력자가 유일한 출구를 막고 있으니 뚫고 나가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루안에게 덤벼들기엔 루안의 신위가 너무 두려웠고 가만히 있자니 언제 화살이 자신을 꿰뚫을지 모를 일이었다.


“에잇! 다들 비켜라!”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른 배불뚝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장정의 칼을 뺏어들고 루안에게로 뛰어갔다.

큰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력이 역시 두목 소리를 들을 만 한 녀석인 것 같았다.

백두로 맞받아치려던 루안은 기운이 제법 강대하자 생각을 접고 회품을 밟아 칼을 피하고 배불뚝이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회품이 돌던 원심력을 그대로 이용하여 에크의 앞돌려차기인 후려차기를 배불뚝이의 옆구리에 갈겼다.

하지만 당연히 얻어맞고 나가떨어질 줄 알았던 배불뚝이가 빠르게 검 손잡이를 세워 루안의 에크를 받아냈다.


“크윽.”


찌르르한 고통이 루안의 발등에 전해졌다.

치우의 보호가 없었다면 뼈가 아작 났을 것이다.

루안은 웃음이 씨익 나왔다.


“너 제법이구나?”


배불뚝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칼을 세웠다.


“네놈이야말로 어려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실력을 가졌구나. 이미 익스퍼트 이상의 수련이다. 대체 정체가 뭐냐?”

“널 이길 사람.”


루안은 치우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치우의 진기가 루안의 뱃속을 휘휘 젓고 돌아다니자 온 몸에 활력이 돋아 올랐다.

무언가 기운이 바뀜을 눈치 챈 배불뚝이는 시간을 주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얼핏 막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나 정교함을 가진 예리한 검술이었다.

하지만 치우를 가득 실은 좌우품을 밟는 루안은 그야말로 산들바람과도 같았고 예리함을 조화로움으로 제압하며 모든 검격을 흘려냈다.


“이놈!”


공격이 먹히지 않자 검을 회수한 배불뚝이는 일격필살의 기운으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려는 루안의 몸에 깊숙이 검을 찔러넣었다.


“안돼!”


멀리서 지켜보던 루카는 순간 루안이 꿰뚫릴 것 같아 크게 소리질렀다.

그러나 이것은 루안의 주특기였다.

분명히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던 루안의 몸이 비정상적으로 틀어지더니 왼쪽에 나타났다.

갈지품의 신기와도 같은 묘리였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모습에 배불뚝이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을 알아챘다.

과거 노영학 장사가 루안의 앞에서 오우거를 제압할 때 보여주었던 씨름 천하의 매다꽂기가 8년이 지나 루안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배불뚝이는 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꽂혔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그 강한 자신들의 두목이 제압당하자 부하들은 너도나도 무기를 집어 던지고 자리에 엎드렸다.

루카는 검을 집어넣으며 다시 한 번 이들의 강함에 혀를 내둘렀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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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Korean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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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0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4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7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3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79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4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4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4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59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2 17 20쪽
»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6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3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1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8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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