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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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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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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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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6.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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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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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9쪽

제16화 : 전조 - 2

DUMMY

마물이 많기로 유명한 바이두 숲이지만, 그날따라 흔한 들짐승 하나 보기 힘들 정도로 평화로웠다.


“마치, 날 반기는 듯이 말이지?”


후의 영혼에 빙의하여 고을을 향해 움직이는 그루퍼는 한적하기만 한 숲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900년 전 마계를 버리고 중간계를 침략한 이유가 중간계의 이런 풍요로움과 푸르름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엘프들을 포기하고 후의 뒤를 쫓아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

게다가 후도 제법 강한 기운을 담고 있지만 더더욱 고강한 기운을 담고 있는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면, 훨씬 큰 성공을 거둔 것이리라.


“확실히 이 곳은 무언가 다르군. 결계의 입구로 제대로 찾아 온 모양이야.”


그루퍼는 후의 기억을 더듬어 입구를 찾아 통과했다.

결계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결계 밖에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저 우거진 숲으로만 보이던 곳이 갑자기 시내가 흐르는 어여쁜 동산으로 바뀐 것이다.

저, 동산 너머 멀리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것 또한 보였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좋아, 저 곳에서 누가 가장 강한지 보여주겠니?”


그루퍼는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또다시 후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후는 어떻게 서든 치우를 끌어올리며 저항하려 하였으나 이미 모든 육체의 통제권을 빼앗긴 뒤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영혼의 심연 속에서 몸부림치는 후를 가소롭게 바라본 그루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후의 기억에 접근했다.

후의 기억 안에서 현재 고려 내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을 찾자 4명의 인형이 떠올랐다.

세 명의 장사들과 왕검이었다.


“한웅······. 지금까지 살아있었단 말인가. 고려인도 결국은 인간일진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그 힘 때문인가?”


떠오른 인형들 중 유독 낯익은 한 명을 그루퍼는 알아보았다.

900년 전 윤봉창과 함께 자신의 일족들을 도륙한 한웅이었던 것이다.


“지금 한웅이 기거하는 곳이 저기 저 신시라는 곳인가 보군. 강자들은 모두 저기 있는 건가? 곤란하군. 한웅은 신통력이 있는 자인데······.”


혹여나 다른 육체를 빼앗기 위해 접근하였다가 한웅의 신통력에 의해 발각되어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날아가게 될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그루퍼는 후의 영혼이 갇혀 있는 영혼의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어떠냐? 지낼 만 한가?”

“이 더러운 마족 놈아. 정정당당히 싸워야지, 긍지도 없는 것이냐? 어서 내 몸에서 나가라!”

“클클클클클 좋아 보이는군.”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는 그루퍼에게 가래 가득한 침무더기를 뱉어버리고 싶은 후였다.


“기억을 또 들여다보았다.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서 말이지.”

“뭐?”

“아주 어여삐 여기는 동생들이 있더구나.”


순간 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놈! 동생들을 건드리면 절대 곱게 죽이지 않겠다. 기필코 네놈을 찢어 죽일 테다.”

“어우~ 무서워라. 그래 뭐 좋다. 그건 너 하기에 달려있지.”

“그게 무슨 소리냐?”

“난 욕심이 크게 없는 마족이다. 그저 육체만 가지면 돼. 아주 고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육체를 말이지.”


그루퍼는 은근한 목소리로 후를 꿰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족은 마족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너무나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너희들의 수장인 한웅이지. 그 놈 몸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야 크지만, 그 놈이 가진 신비로운 힘은 내가 파고들기엔 너무나 강하다.”

“흥, 당연하지. 네깟 놈이 어떻게 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거기다가, 네 기억 속에 있는 장사라는 것들의 몸을 빼앗으려 해도 한웅은 분명히 알아차릴 거다.”

“그럼, 네놈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아니냐! 그냥 숲에서 꺼져라, 어서!”


후가 당차게 소리쳤으나, 그루퍼는 개의치 않고 더더욱 후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더더욱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봐, 아까 한 얘기는 벌써 잊었어? 난 네가 동생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니까?”

“뭐?”

“선택권을 주마. 나의 혼을 담은 씨앗을 너에게 주겠다. 그 씨앗을 한웅을 제외한 가장 고강한 사람에게 심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동생들을 노리개로 부리다 처참하게 조각내어 죽이겠다.”

“야이, 씨발새끼야!”


후는 순간 얼마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눈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사랑하는 동생들의 안전이 바로 후의 역린인 것이다.


“오우, 화내지 마렴. 그저 씨앗만 심으면 된다. 물론 비밀은 지켜야겠지? 마족들은 살아있다. 그리고 과거의 힘을 거의 되찾았다. 약속할 수 있어. 내 부탁을 거절한다면 네 동생들은 무조건 죽는다는 것을.”

“아아아악! 차라리 나를 죽여라!”

“너처럼 좋은 친구를 왜 죽이겠니? 그냥 넌 선택만 하면 돼. 나도 좋고, 동생들도 살릴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있잖아?”


후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냥 무시하고 결계 안으로 들어왔으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아둔함을 탓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가 빌겠다. 아니, 빌겠습니다. 어르신.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푸하하하, 왜 그래 친구? 갑자기 그렇게 나오니까 마음이 약해진다. 동생들이 위험해도 절대 고려를 배신하지 않겠단 거구나? 그래 좋아. 그럼 너의 선택을 도와줄게. 할루씨네이션(Hallucination)”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환각을 보여주는 흑마법의 안개가 펼쳐졌다.

그 안개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후의 영혼을 옭아매었고 순간 후의 눈앞에는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 안 돼.”


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끔찍한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여동생 희아는 손발이 잘린 채 마물들의 성노리개로 휘둘리고 있었고, 루안은 비명을 지르면서 산채로 마물들에게 뜯어 먹히고 있었다.


“으아아, 후야 형! 살려줘! 살려줘!”

“오라버니! 다, 너 때문이야! 왜 우릴 구하지 않은 거야!”


그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후를 원망하는 비명을 쏟아냈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해! 개자식아!”

“아직 안되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렴. 너의 잘못된 선택이 불러올 결과니까 말이야.”

“알겠다! 네 말대로 하겠다. 그러니 제발 그만해!”


그러자 거짓말처럼 환각은 없어졌고 눈앞에는 예의 그 꼴보기 싫은 검은 형체만 떠있을 뿐이었다.

후는 어찌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자, 그럼 대화를 나누어 볼까? 누가 가장 고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니?”

“······. 천하장사님.”

“그래, 좋아. 그럼 이제 나의 혼을 담은 씨앗을 너에게 주마. 물론 네 몸에서도 나갈 거야. 너는 그 씨앗을 천하장사라는 자의 몸 위에 올려두기만 하면 돼. 아! 다른 생각하면 알지? 아까 보았던 그 광경을 보게 될 거야.”

“크윽, 알겠다.”


후는 자신의 무능함에 스스로 모멸감이 들었다.

이렇게 쉽게 무릎 꿇게 되는 것을, 무엇이 금강장사의 후계자고, 무엇이 태껸의 후계자란 말인가?

어느덧 마법이 풀려 자신의 몸에 통제권을 찾은 후였지만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에 들려있는 시꺼먼 구체는 마치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 했다.

이 시간부로 자신은 민족의 죄인이 될 터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들을 그러한 사지로 몰아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아니, 후? 언제 왔는가? 임무는 잘 마친 게야?”


신시의 경비를 보고 있던 무사가 다가오는 후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어, 그래. 막 도착했네. 왕검님과 장사님들께 문안을 드리려고 말이야.”

“시간이 좀 늦어서 벌써 잠자리에 드셨을 텐데, 그냥 내일 오는 게 어때?”

“꼭 드려야 될 보고 사항이 있어서 그래.”

“아, 그렇겠군. 들어가 보게.”


무사는 신시의 입구를 활짝 열어 주었다.

평소 신시는 늘 열려있지만 밤이 되면 무사들이 잠금을 하고 불침번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보았다.

후는 무사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곧장 천하장사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하장사는 약을 먹고 잠들었는지 후가 들어가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장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비처럼 돌봐주셨는데 이리 배은망덕 하는 것을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후는 잠들어있는 천하장사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후의 행적을 알 턱이 없는 천하장사는 그저 쌔근쌔근 숨소리만 내쉴 뿐이었다.

절을 마친 후가 가까이 다가가 천하장사를 바라보았다.

그간 더 노쇠해지셨는지 얼굴에 살이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잠결에 흘러나오는 치우의 강대함은 역시 장사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후는 살며시 장사의 가슴팍에 흑빛 씨앗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씨앗은 마치 스며들 듯 장사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제 저 씨앗이 발아하면 천하장사의 몸은 천하장사의 것이 아니게 될 터였다.

언제 발아할 지는 후도 모를 일이었다.

넘쳐흐르는 죄책감에 후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소리 없이 울었다.


이로써 대륙에는 전쟁의 바람이 불어오고, 바이두 숲 역시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작가의말

16화 전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음주에 17화로 찾아뵐게요 ^_^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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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1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5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5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0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5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5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5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1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4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7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5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2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9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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