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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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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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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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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DUMMY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그리지의 기적.


갑작스러운 폭우로 그리지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마을 입구의 경비초소와 목책이 힘없이 무너졌고 흙더미가 마을 안으로 쏟아지면서 경비병 2명과 마을 주민 2명이 매몰된 것.


비가 그친 이후에도 계속되는 낙석들로 인해 지연되던 구조작업에 매몰자들의 가족들과 주민들이 비통을 금치 못하던 때, 그리지에 기적이 일어났다.


일꾼으로 고용된 수인 수십 명이 용기있게 구조작업에 나선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용기있게 나선 그들 덕분에 매몰된 4명은 큰 부상 없이 구조되었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수인들이 마을 복구 작업에 힘쓰며 그리지는 산사태 이후 단 며칠 만에 원래 모습을 되찾으며 다시금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이에 그리지 촌장은 타이칸 제국 최초로 수인들에게 그리지에 대한 이주권을 주기로 하면서 또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이게 뭐야? 영지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튼과 네브린을 직선거리로 뚫는 도로공사 때문에 하튼에 시찰 가 있던 클레드 네브린은 돌아오자마자 책상 위에 놓여진 월간지를 훑어보다 충격을 금치 못했다.


“왜, 진작에 보고 하지 않았어? 이런 일이 있었으면 보고를 해야지!”


“미리 상황을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지요. 하지만 이 소식이 나온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이후였습니다.”


네브린 남작의 비서 겸 집사장을 맡고 있는 모그가 수북히 쌓인 서류들을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참... 미안해서 원.”


“지금 미안한 것보다는 뒷일을 더 걱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래... 수인에게 이주권이라니, 귀족들에게 시달릴 게 벌써부터 두려울 지경이야. 지금도 아버님이 저지른 일들 때문에 손해가 막심한데 참... 하나 해결하면 하나가 터지도 머리가 아프구만 머리가 아파.”


선대 남작이 죽고 이제 영지를 맡은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현 남작이었다.


선대 남작은 우유부단하면서 성격은 착해, 거절을 못하는 걸로 유명했는데, 다른 영지와의 계약에서도 불리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현재 네브린 영지 전체는 막심한 손해를 보는 중이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도로공사를 진행하기도 했고.


“하튼 쪽 일은 잘 해결하셨는지요?”


“아~ 이제 완전히 청산됐지. 그 쓰레기 같은 계약은 이제 종료야. 하튼까지 뚫는 천문학적인 공사비용을 우리가 다 담당한다고 하니 그제야 받아들이더군. 더 이상 지긋지긋한 그놈들한테 돈을 줄 필요 없다는 거지. 도대체 아버지는 터무니없는 도로세 조건은 왜 받아들여서... 쯧”


선대 남작은 극심한 가뭄에 하튼 백작에게 돈을 빌린 적이 있었는데, 무이자라는 사탕발린 말에 속아 도로세 조건을 받아들였다.


네브린 남작령에서 타지로 가기 위해서는 하튼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했고 모든 네브린 남작령 주민들은 통행세와 더불어 도로세까지 내는 기가막힌 일을 겪어야 했다.


선대 남작은 급히 돈을 구해 원금을 갚았지만, 계약서에 기간에 제약이 없다는 단어로 인해 도로세는 피할 수 없는 셈이 된 것이다.


현 남작은 그 부분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고, 하튼 백작에게 도로공사를 제안하며 모든 비용은 네브린령이 부담하는 걸로 계약을 마치면서 하튼 영지의 도로이용세는 폐지되게 되었다.


“선대 남작님이 심성이 너무 고운 분이셨습니다.”


모그가 선대 남작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클레드가 그를 째려봤다.


“좋게 말하면 착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였던 거지. 됐어. 돌아가신 분 들먹여서 뭐하겠어.”


클레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앞에 있던 서류뭉치에서 한장을 가져왔다.


그 서류는 세금 관련 서류로 각 마을에서 들어온 세금들과 길드들에서 들어오는 세금 내역이 적혀있었다.


“응? 혹시 타란 쪽에 이주민이 늘었나?”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마부 길드에서 들어온 수익이 꽤나 늘어서 말이야. 상세 내역을 보니, 타란 쪽이 네브린을 거의 따라 잡았는데?”


“아, 그거라면 아마 버스 때문일 겁니다.”


“버스? 그, 말없이 움직이는 쇳덩어리?”


“예, 속도가 마차 비해 월등히 빨라 네브린에서 타란까지 1시간 그리지까지는 2시간만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거기다 마차에 비해 매우 넓어 한번에 30~40명은 이송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용객이 좀 늘어난 모양입니다.”


“오호... 모그.”


“예.”


“버스 타러 가자!”


“안 됩니다.”


“아, 왜~”


탁. 탁.


모그가 책상을 두드리며 고갯짓으로 수북히 쌓인 서류뭉치를 가리켰다.


“모그.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일하러 가는 거야. 놀러 가는 게 아니라니까.”


클레드가 순수한 눈빛을 보내면서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이니, 어렸을 적 클레드의 모습이 생각난 모그는 한숨을 쉬며 잡아두는 것을 포기했다.


“하아... 오늘 하루만...”


“그래! 그럼, 위장 좀 하고 올게~”


모그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건만, 클레드는 곧장 방으로 사라졌다.




***


“이게 뭐라고 두근댈까? 기대되지 않아 모그? 아니 할아버지?”


모그와 클레드는 현재 허름한 복장과 함께 할아버지와 손주로 위장 중이다.


“그게 그렇게 기대됩니... 아니, 되니?”

현재 매표소 앞에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매표소에 사람도 없건만, 이용객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바닥에 앉아 꾸벅꾸벅 쪽잠을 자거나 나뭇가지를 이용해 흙바닥에서 오목을 두고 있었다.


“저건 뭐지?... 요?”


클레드가 오목을 두는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오목이라는 겁니... 아니, 거란다. 최근에 네브린 전 영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놀이지.”


“오호. 그럼, 잠시 구경 좀 하고 올게요. 할아버지.”

클레드는 줄을 서다 말고 잠깐 옆으로 빠져나와 오목을 두는 이들을 구경했다. 자세히 보고 싶어 같이 구부정하게 앉으면서 한 수 한 수 두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아이고, 또 이겼네. 또 이겼어.”


“잠깐, 이건 4, 3 이잖아! 넌 규칙도 모르냐?”


“그런 규칙이 언제 생겼는데? 난 들은 적도 없거든? 너는 무슨 입만 열면 거짓말이 튀어나오냐.”


부우웅-


“너 딴소리 하는 거 없기다! 버스 기사한테 물어보자고!”


멀리서 버스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4, 3 규칙을 주장한 이가 버스 쪽을 가리켰다.


“좋아! 만약 내말이 맞으면 버스비는 네가 내는 거다!”


“훗. 내 말이 맞으면 아니, 내 버스비나 준비해 놓으셔~”


클레드는 규칙 얘기를 하는데 왜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자는 말이 나오는지 의문스러웠다.


거기다 기사라니, 버스 기사라는 단어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버스를 지키는 경비원 같은 건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클레드는 흥분한 두 남자에게 질문했다.


“저... 버스 기사가 뭐냐? 아니... 뭐죠?”


“응? 너 버스 처음 타 봐? 나는 이미 수십 번은 타봤... 어욱!”


옆에 있던 다른 남성이 자랑질하는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왜 때려!”


“버스 여러번 탄게 자랑이냐? 쯧. 자랑할 게 없으니 이상한 걸 자랑하네! 어휴 내가 대신 사과하마. 버스 기사는 말 그대로 버스를 모는 마부라고 생각하면 돼.”


“그럼 버스 마부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몰라. 그냥 버스 주인이 고향에서는 기사라고 불렀대.”


“아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아까 오목 규칙을 물어본다고 하셨잖아요. 왜 버스 기사한테 물어보는 거죠?”


“아~ 그거야 당연히 오목을 알리기 시작한 이가 버스 기사니까.”


부우웅. 끼이익.


“엇! 도착했다. 읏쌰”


버스가 도착하자 줄지어 서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클레드 역시 모그가 있는 쪽으로 돌아와 줄을 섰다.


취이익, 덜컹.


버스의 앞 뒷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뒷문에서만 내리는 거지?’


처음 보는 버스에 보는것마다 이유가 궁금한 클레드.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버스 기사가 앞문을 통해 내리자, 클레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거운 쇳덩이가 움직인다고 들었을 때부터 버스는 마도구라고 생각했다. 마도구는 대부분 마법사들이 사용하는데, 마법사들은 모두 나이가 많았기에 버스기사 역시 나이가 느긋한 노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거의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내리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주헌이 매표소의 자물쇠를 열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닫혀있던 커다란 창이 열리며 매표소의 오픈을 알렸다.


“자자, 한명씩 오세요~”


한명, 한명 줄이 줄어들고 클레드와 모그의 차례가 됐을 무렵.


처음 매표소를 이용하는 둘은 어찌할 줄 몰라했다.


주헌은 이런 경험이 많았던 듯, 자연스레 좌석 배치도를 앞쪽으로 내밀었다.


“두분이시면, 현재 2인 좌석이 여기 11번, 12번 좌석이 남아있습니다.”


주헌은 검지로 위치를 가리켜줬다.


“거기로 주세요.”


“네 두분 하셔서 6실버입니다. 표를 가지고 계셨다가 내리실 때 뒷문에 있는 통에다가 넣어주시면 됩니다. 바로 탑승하시면 되겠습니다.”


클레드와 모그는 버스에 탑승했다.


처음에는 어디가 자리인지 몰라 허둥댔지만, 자리 위에 숫자로 표시된 것을 확인하며 금세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모그... 나... 이렇게 넓은 마차 처음 봐.”


넓은 공간과 함께 여러 개의 좌석이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던 클레드는 넋이 나갔다.


“저도 처음입니다.”


“근데 상식적으로 마차보다 훨씬 무거운 쇳덩이가 어떻게 빠르단 거지? 확실히 넓고 자리가 있어 편한 건 맞지만 소문이 와전된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무거운 쇳덩이가 속도를 내기엔 불가능하죠. 아무래도 뜬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 다들 표를 위로 들어주시고요.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승객들은 주헌의 말에 따라 위쪽으로 표를 들어올렸다.


주헌은 운전석 옆에 일어선 채로 표를 대충 쓱 훑어보고는 곧바로 운전석에 앉았다.


“다들 운행중일 때는 일어나지 마시고, 일어나실 상황이 있다면 꼭 손잡이를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우리 버스 타란을 거쳐, 그리지로 출발합니다.”


부우웅-


시동이 걸리고 버스가 조금씩 출발하며 네브린의 도로를 거닐자, 클레드는 코웃음을 치기 시작했다.


“역시. 소문이 와전된 게 맞네.”


네브린 도로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주헌은 늘 도시 내부에서 운행할 때에는 저속주행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모르는 클레드는 그게 원래 속도라 생각하며 마차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속도는 마차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쇳덩이가 그정도 속도까지 내는 것도 경이롭지요.”


“뭐... 그건 그러네. 이 상태라면 그리지까지 2시간은커녕 하루는 걸리겠어.”


“타고 싶다고 하신 건 남작님입니다... 아니면 지금 당장 내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바로 저택으로 가셔서 남은 업무를...”


“크흠... 그래도 그리지에 한 번 가야지. 산사태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 시찰도 하고...”


서류 뭉치가 가득 쌓인 저택으로 돌아가기 싫었던 클레드는 어떻게든 핑곗거리를 생각하며 내리는 것만큼은 피하려 했다.


“어쨌든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으니까. 난 잘게. 무슨 일 있으면 깨워 모그.”



***


얼마 후. 그리지.


버스는 해가 지고 어둑해진 길을 지나 그리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특이한 경우가 생겼는데, 바로 그리지까지 온 손님이 있다는 거다.


대부분 승객들은 네브린에서 탑승하여 타란에서 내리거나 타란에서 탑승해 네브린에 내리는 경우가 많았지, 그리지에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경우는 눈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주헌은 2인좌석에서 곤히 자고 있는 둘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기에 운전석에서 나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손님? 종점입니다.”


옆에서 조용히 말을 걸었지만 답이 없자, 그들을 깨우기 위해 손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누구냐!”


자고 있던 노인이 눈을 번쩍 뜨더니 대뜸 주헌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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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신탁 24.05.08 22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31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30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29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34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32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0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32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32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36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42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43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39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37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48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46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0 1 12쪽
»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5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5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6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6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62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69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7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71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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