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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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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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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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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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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투자를 받다

DUMMY

56화 투자를 받다


‘험멜 이 망할놈!’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그저 더 이상 소문이 퍼지지 않게 얘기를 잘하는 수밖에...


“예... 오목도 피자도 제가 원래 살던 곳에 있던 것들이라 이곳에 정착하면서 제가 전파했습니다.”


“오호~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을 말하지. 피자 레시피에 대한 특허권을 내게 팔아.”


특허권을 사겠다는 것은 아예 독점판매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특허권을 낸 상품의 경우 등록자가 독점판매권을 가지게 되는데, 보통 제품에 관심 있는 상인들은 특허 등록자와 거래하여 판매권을 사가는 게 일반적이다.


“아... 그건 좀 곤란합니다.”


“200골드”


“아니... 그렇게 말씀 하셔도.”


“좋아! 2배는 어때? 400골드.”

푼돈도 아니고 거금을 쉽사리 말하는 클레드의 모습에 강도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특허권을 팔 생각은 없다. 아니 팔 수도 없다.

바둑판과 바둑돌은 이미 특허 등록을 해놓았지만, 피자의 경우는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야 버스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차곡차곡 원래 세계에 있던 것들을 차용해 이세계에서 사업을 할 요량이었다.


그렇게 해서 돈 많은 백수가 되는 것이 목표! 그걸 위해서 주 7일 쉬지도 않고 버스 운행을 나가며 사업을 위한 돈을 모으고 있건만...


겨우 400골드 가지고는 평생을 먹고 지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귀족에게 대놓고 싫다고 말하기도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라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 죄송하지만, 저는 특허권을 팔 생각이 없습니다.”


“뭐? 돈이 부족한가? 자네가 원하는 금액을 말해 봐.”


클레드는 주헌이 더 큰 금액을 바란다고 오인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네브린령은 하튼과의 불공정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써 도로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네브린령의 세수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다. 빚을 갚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수익을 극대화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피자는 조건에 부합하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이었다.


레시피를 아는 이도 적고, 그리지와 랫트 마을에서만 판매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는 없는 음식이니 말이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하아~, 800골드! 처음 제시한 금액의 4배야! 4배! 이 이상은 나도 안 돼.”


“죄송합니다. 남작님. 저는 애초에 피자 사업을 랫트 마을과 그리지에서만 할 생각입니다.”


“도대체 자네 생각을 모르겠어... 인구도 없는 이런 곳에서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랫트 마을은 수인 거주지역인데 그곳을 누가 간다고... 차라리 내게 넘기는 게 낫지.”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치즈를 제일 잘 만드는 건 랫트 마을 사람들인 걸요.”


“뭐?”


“피자에 쓰이는 치즈는 모두 랫트산입니다. 쥐족은 치즈를 가공하고 보존하는 기술이 뛰어나 그 맛이 일품이죠. 그런 최고급 치즈는 네브린령 어디서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치즈를 결국 수입해 와야한다는 건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죠.”


치즈의 원재료 중 하나는 우유.

하지만 주헌이 네브린과 타란을 운행하면서 목축업을 하는 이들은 본 적도 없었고, 치즈를 판매하는 곳도 랫트 마을 외에는 본적조차 없었다.


“그렇다는 건 랫트 마을과는 무조건 연계가 돼야 한다는 거군.”


그제야 골똘히 생각하는 클레드였다.


“그리고 타란과 네브린은 수인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문젭니다. 그리지도 그리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을 간 자매결연을 맺을 정도로 왕래가 많죠. 하지만 타란이나 네브린의 인식을 바꾸기란 어려울 겁니다. 당장 피자의 재료가 수인들이 만든 치즈라고만 알려져도 사업 자체에 차질이 가겠죠.”


“하아...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했어. 하지만 사업을 위해 난 충분히 투자할 생각이야. 목축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해결하면 될 일이니, 자네의 주장은 틀렸지.”


모든 사업에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추후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면? 투자는 기본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간의 양보란 전혀 없는 상황.


사려는 자와, 팔지 않으려는 자.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무렵.


덜컥-


엘로가 방문을 열었다.


문 뒤편에서 얘기를 다 듣고 있던 엘로였다.


“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억지로 강요하는 건 부당합니다!”


‘쟤가 미쳤나?’


뜬금없이 외치는 엘로에 주헌은 당황하면서도 남작의 눈치를 살폈다.


“상인 길드에 이미 특허권이 등록된 이상 주인은 형님이시고, 형님이 안판다고 하면 그걸로 끝인 겁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시는 건 오히려 상인 길드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실 텐데요?”


상인 길드는 국가권력 따위는 무시하는 존재다.

전세계의 상인들이 등록되어 있고, 그들에게 압력을 가할 경우, 모든 상업이 마비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상인 길드를 이길 순 없었다.


엘로는 겁이 났지만서도 이 부분을 이용했다.


남작이 랫트 마을산 치즈를 쓰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치즈는 쥐족의 주식이었기에 랫트 마을에 넘쳐나고도 남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런 치즈가 피자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흥의 길이 열리는 상황.


절대로 피자 사업을 뺏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모그는 수인의 예의없는 행동에 팔을 걷어 붙이며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클레드는 그런 모그를 막았다.


“하아... 지금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내가 하는 건 강요가 아니라 부탁이야. 네브린은 도로 공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서 재정이 부실한 상황이거든.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고 농사로 먹고 사는 영지가 그 막대한 채무를 어떻게 감당하겠어... 그래서 새 사업을 하고자 이리 부탁을 하는 거지... 그것도 안 되면 세금을 올려야 하는데, 그건 최후의 보루로 두고 싶어, 어쨌든 강요로 느꼈다면 그건 내가 사과하지.”


주헌은 남작의 진솔한 얘기에 고민이 많아졌다.


그리지 마을은 네브린 남작의 영지 중 하나다. 그런데 네브린 남작령이 막대한 채무에 시달린다면 그 타격은 나비효과가 되어 언젠가 그리지를 덮칠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남 일이라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하며 불편한 정적이 이어지다가 주헌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피자에 대한 권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도 랫트 마을, 그리지, 그리고 네브린 남작령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


“그럼, 저에게 투자를 하시는 건 어떠십니까?”


“뭐?”


“계약은 정식적으로 상인 길드에서 하시죠. 그리고 길드장 입회하에 하면 제가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길드장이 보증을 한 셈이 되는 거니, 남작님 입장에서는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고, 피자 사업으로 얻은 수익은 투자금에 비례해서 일정 비율을 받는 걸로 하시죠.”


상인 길드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것은 꽤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결국 전체 사업권을 따낸 것이 아닌 투자를 통한 이자를 받는 셈이기에 막대한 채무를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느낀 클레드는 역정을 냈다.


“내가 이렇게 까지 굽히며 재정적으로 힘들다 말을 했는데! 어찌 한 마디를 안 질까. 자네는 우리 영지가 망하기를 바라나 보지? 랫트 마을과 그리지 인구를 합쳐도 타란의 인구에 반도 안되는데 수익은 도대체 어디서 내겠다는 거야? 나랑 장난하나?”


“그러니까 사람들을 그리지로 데려와야지요.”


“뭐?”


인구가 작은 나라나 시골 같은 곳에서는 내수 경제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 결국 그런 곳에서는 타지에서 사람들이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하아! 그리지는 관광지가 아니야. 그리고 타이칸 제일 구석에 있는 마을에 누가 관광객하러 온다는 거야!”


“그렇게 만들면 되죠.”


“뭐? 하!그래, 말이나 해봐. 들어는 보지.”


클레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일이 대꾸하는 것도 귀찮아 대충 손짓하며 말이나 들어보자 생각했다.


듣어봤자, 뚱딴지스러운 얘기일 것이 뻔했기에 기대감 없이 의자에 누워 흘려듣고 있는데...


“그리지에 오기 위해서는 네브린, 타란을 무조건 거쳐야 합니다. 그리지에 방문객이 늘면 그만큼 통행세의 세수가 배가 되겠지요. 타란에서도 통행세를 내야하고 그리지에서 내야하니까요.”


“하... 자네는 눈앞만 보는군. 누가 걸어서 가겠나. 다들 마차나 자네의 버스를 이용하겠지. 그렇게 되면 마부 혼자 통행료를 내지, 탑승자들이 통행세를 내지 않는 걸 잘 알잖아?”


주헌의 말은 나름 일리 있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클레드는 신선한 발언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결국엔 잘 배우지 못한 평민이라며 마음속으로 무시했다.


“마부도 네브린 영지민입니다. 마부가 돈을 벌면 어디에 쓰겠습니까? 생필품을 사거나 밥을 먹거나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는 건 내수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부의 수익은 일정 비용이 마부 길드로 들어가고 마부 길드는 영지에 또 세금을 내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지만 그 정도 수익으로는 막대한 채무를 변제하기는 어림도 없었다.


“자네가 아직 큰 돈을 만지지 못해서 그런가 본데,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채무는 커. 그거 가지고는...”


“관광객들은 여관에 머물고, 음식을 사먹고, 술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다시 마차를 빌려 타란과 네브린을 지나 살던 곳으로 떠나겠죠. 그런데 마차를 이용하면 그리지에서 타란까지 6시간~10시간, 타란에서 네브린까지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의자에 기대고 있던 클레드의 자세는 점점 앞으로 쏠렸다.


“그리지에 방문한 사람들은 제 버스가 아니고서는 무조건 하루를 더 영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고, 다시 그들은 여관과 식당에서 돈을 쓰겠죠.”


“그래... 인정하지, 자네가 말은 꽤 흥미로워, 하지만 자네가 말한 것들이 이루어지려면 전제 조건이 있어, 관광객이 무조건 그리지에 간다는 거지. 계속 결과론적으로만 얘기를 하는데 확실하지 않은 예상치만 가지고는 투자를 할 수 없어. 정확하게 어떤식으로 사업을 할건 지에 대한 얘기를 해야지. 이건 너무 막무가내 잖아!”


조금은 마음이 열린 클레드였다. 하지만 네브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막대한 빚을 변제할만한 능력이 있는 사업이었고, 주헌이 말한 내용만 가지고는 투자하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타란에서 피자 무료 시식회를 열 생각입니다.”


“무료 시식?”


“예. 피자를 아는 이가 없으니 먼저 알리는 것이 우선이지요. 넉넉 1주일 정도 타란에 머물며 피자 무료 시식 행사를 한 후, 다음은 네브린으로 넘어가서 또 1주일 동안 무료 시식회를 열 겁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고 했다. 거기다 귀족인 남작도 맛있다고 한 피자인만큼 맛도 걱정할 필요 없다.


“돈을 아주 버리는군.”


“원래 홍보와 마케팅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남작님. 그리고 투자금 일부는 어차피 회수하실 겁니다. 피자의 원재료는 치즈를 제외하곤 모두 네브린 영지에서 충당할 것이니, 결국 돈은 내부에서 또 돌 겁니다.”


“하! 말은 청산유수지.”


주헌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이젠 마음이 완전 기울어 버린 클레드였다.


“좋아. 투자하지. 하지만 길드장 입회하에 계약가지고는 영 시원치 않으니, 내가 원하는 조건을 하나 넣어서 하도록 하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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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비밀 +2 24.05.09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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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세례 24.05.06 33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31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30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35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33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1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33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33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37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43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44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39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37 1 13쪽
»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49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46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0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5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5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6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6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62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69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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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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