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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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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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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DUMMY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상인 길드 타란지부 응접실.


“자, 이렇게 해서 두 분의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길드장이 두 개의 계약서를 붙여놓은 상태에서 중간에 상인 길드의 인장을 찍었다.


이로써 확실하게 상인 길드장의 보증이 들어간 셈이다.

만약 둘 중 누군가라도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면 경제적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서로 계약서를 나눠 가지고 주헌은 한 번 더 계약서를 훑었다.


500골드의 투자를 받는 대신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남작에게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거기에 안전장치로 남작이 조건 하나를 추가로 넣었는데, 그것은 일정 비율의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원금을 회수한다는 조건이었다.


원금 회수 조건이 발동됐을 때 원금을 갚지 못하면 사업권을 넘긴다는 내용도 포함 됐다.


주헌에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사업이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주헌은 그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후 남작을 네브린에 데려다준 주헌은 곧장 상인 길드 네브린 지부에 들렸다.


피자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기 위함이었다.


요리를 특허로 등록한다고 하니 직원이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세계에 없는 레시피였기에 신규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피자 레시피는 정식으로 특허 등록이 되었다. 법적으로 레시피의 권리를 가진 셈이다. 이제 이 레시피로 다른 이가 수익성 사업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몰래 만들어 먹거나 그런 건 어쩔 수 없고.



***


그리지 와이스너 여관.


“뭐? 화덕에 안 굽고 20판?”


메이는 다짜고짜 굽지 않은 피자 20판을 만들어 달라는 주헌에 당황했다.


“네, 제가 좋은 투자자를 만나 투자를 받게 됐거든요. 그래서 타란에서 무료 시식 행사를 하려고요.”


“그럼, 완성된 요리를 가져가야지.”


“에이, 그러면 식잖아요.”


모든 음식은 따뜻할 때가 제일 맛있는 법이다. 아무리 무료 시식이라 하더라도 식은 걸 주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리고 누군가 레시피를 훔쳐볼 수도 있으니,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다.


“일단 하라니까 만들긴 하는데... 치즈가 충분하려나?”


“치즈는 충분해요! 마크와 맥이 많이 가져왔거든요.”


사업 계약 때부터 계속 옆에 붙어 있었던 엘로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사업은 내가 하는 건데 왜 네가 더 신났냐?”


“피자가 잘 되면 랫트 마을의 치즈도 인기가 늘지 않겠어요? 랫트 마을에 차고 넘치는 게 치즈인데 잘 되면 좋죠~”


그걸 노리고 랫트 마을과 그리지에서만 사업을 하는 거긴 한데...


“그래, 그런데 엘로. 혹시 치즈를 그리지에서도 만들 수 있으려나? 이번엔 받은 투자금으로 젖소들을 사서 말이야. 치즈 때문에 랫트 마을까지 왔다갔다하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대비를 해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 그건... 좀...”


엘로는 곤란하다는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게... 어... 랫트 마을산 치즈에 쓰이는 우유는 일반 젖소들을 쓰는 게 아니라... 그 특수한 걸로 써서... 저희 마을 아니면 맛이 완전 달라질 텐데...”


젖소가 다 일반 젖소가 아닌가?


그리고 안 되면 안 된다고 하면 될 일인데, 과하게 긴장한 모습이다.


치즈를 싫어했던 주헌이 치즈에 맛 들릴 정도로 랫트 마을산 치즈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 정도 수준이면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비법을 전수하기 거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곤란해 하니, 더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얼마 후 메이가 혼자서 피자를 만들다 미란다도 옆에서 도와주며 굽기만 하면 완성되는 피자 생지 20판은 금방 완성됐다.


1판당 8조각이니 1조각씩 타란에서 무료 시식을 한다고 하면 타란 인구 10퍼센트 이상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자, 그럼 가볼까?”



***



타란 플로라 주점.


피자 생지를 챙겨 타란에 도착한 주헌은 플로라 주점에 방문했다.


길거리에서 피자를 일일이 구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플로라 주점에 있는 화덕을 빌릴 셈이었다.


“어머, 이게 다 뭐야?”


플로라가 생전 처음 보는 피자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이건 피자라는 건데, 치즈와 각종 채소가 들어간 빵입니다.”


“모양이 신기하네요~”


“이게 이번에 제가 사업으로 밀고 있는 아이템인데, 누님 먼저 드리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네요. 호호.”


“그... 죄송하지만 화덕 좀 잠깐 빌려도 될까요?”


“맘껏 써요. 오늘 메뉴는 화덕을 쓸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써도 돼요.”


“감사합니다.”


주헌은 곧바로 이번에 수인들이 만들어 낸 피자삽을 꺼내 들었다.


“어우! 이건 또 뭐예요? 무기 같은 건가?”


어마어마한 크기의 피자삽에 플로라를 포함한 매장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주헌에게 쏠렸다.


“읏쌰! 후우... 제가 이번에 부탁해서 만든 겁니다. 피자가 크기가 크다보니 화덕에 넣기가 힘들어서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거죠.”


주헌은 피자삽에 피자 생지를 올려놓고 화덕에 그대로 쏙 넣었다.


화덕 바깥에서 느긋하게 잘 구워지기를 기다리다가 적당히 도우가 부풀어 오를 즈음.


주헌은 피자삽을 당겨 그대로 주방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뜨겁게 달구어진 피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맛있는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크흐. 잘 구워졌네~”


주헌은 다 만들어진 피자를 조각내기 위해 이번엔 피자칼을 꺼내 들었다.


이것 역시 사업을 시작하면서 편의를 위해 폴과 수인들에게 부탁해서 만들었다. 손잡이만 잡고 밀면 둥근 칼이 굴러가는 방식이었다.


주헌은 전문가처럼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그리고 대각선으로 두 번을 빠르게 칼질하며 피자를 조각냈다.


“저기 혹시 그릇 좀 빌려도 될까요?”


“어... 어. 여기”


플로라가 급하게 그릇을 하나 가져오자, 주헌은 피자 서버를 이용해 피자 한 조각을 들어 플로라의 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자, 드셔보세요! 이번에 제가 만든 요리입니다. 전세계에서 그리지와 랫트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거예요.”


“세상에 이 귀한 치즈가 이렇게나 많이... 가격이 꽤 비싸겠네요.”


“가격은 작은 사이즈 한 조각 2쿠퍼, 큰 사이즈 한 조각은 3쿠퍼로 판매하고 있어요. 일단 그리지 사람들과 랫트 마을 수인들에게는 극찬을 들었는데, 누님의 입맛에는 어떨지 그게 제일 궁금하네요. 한번 맛보시고 솔직하게 평가해 주세요.”


“어, 그럼. 한번...”


플로라가 피자를 접시째로 들어 베어물려다가 뭔가 제대로 되지 않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더니, 접시를 내려놓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어떻게 먹는 건지...”


“아! 그냥 이런 식으로 손으로 집어서 베어 물면 돼요.”


주헌이 시범을 보이자, 플로라도 주헌을 따라 피자를 반으로 접어 들고는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


“어때요?”

피자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 위해 피자를 끊어내려던 플로라.


하지만 치즈는 끊어지지 않고 기다랗게 늘어나며 플로라는 어쩔 줄 몰라했다.


“하하. 치즈가 안 끊길 때는 포크로 이런 식으로 감아서 끊으시거나,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입으로 따라가서 다 먹어요, 아니면 그냥 손으로 끊으셔도 되구요.”


입으로 늘어란 치즈를 따라 먹는 것과 손으로 끊는 건 좀 그랬던지, 플로라는 포크를 이용해 치즈를 감아서 끊어냈다.


두 눈을 감고 오물거리며 피자의 맛을 즐기는 플로라.


“플로라 어때? 맛있나?”


“모양은 이상하게 생겼는데 냄새는 고소하니, 침이 고이는구만.”


‘깜짝이야!’


오목에 열중하고 있던 손님 두 명이 인기척도 내지 않고 주헌의 뒤에서 플로라에게 말을 걸었다.



“하아~”


손님들의 질문에 플로라는 대답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맛에 집중했다. 모두가 플로라에게 집중하는 상황 속에 플로라는 피자는 넘김과 동시에 이상야릇한 날숨을 내쉬었다.


“맛있어요. 이런 빵은 처음 먹어봐요. 딱딱한 빵이 아닌 부드럽게 찢어지면서도 녹은 치즈가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함을 느끼게 해주고, 특유의 느끼함이 다가올 즘에는 양파와 피망, 그리고 토마토소스의 알싸하면서도 달달함이 혀를 달래주는... 하아...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어요. 이런 빵은 처음이예요!”


설명을 마친 플로라가 허겁지겁 남은 피자 한 조각도 입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이미 볼 한 가득 피자를 머금고 있음에도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계속 피자를 맛있게 먹고는 손가락에 묻은 소스까지 쪽쪽 빨아댔다.


누가 보면 걸신이 들렸냐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표정에서만큼은 마치 쾌락을 느끼는 사람처럼 황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나 보다.


“나... 나도 먹어볼 수 있겠나?”


“얼만가? 돈... 돈을 내지!”

뒤쪽에 있던 남성 두 명이 주헌의 어깨를 서로 잡으며 얘기하자, 주헌은 누구를 봐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두 사람의 손을 뿌리쳤다.


“어차피 공짜로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뭐?!”

“뭐라?!”


공짜라는 얘기에 주점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주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어... 잠깐만요! 일단 시간이 걸리니까. 잠깐!”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에 당황하면서도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주헌은 접시에 한 조각씩 빠르게 담아내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접시를 건넸다.


다행히 1판으로 주점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


“혹시 한 조각 더 먹을 수 있나?”


“아... 죄송합니다. 하루에 한 조각씩만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는지라... 160명분밖에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차피 여기엔 우리밖에 없는데 우리가 먹어도 되지 않아?”


“아이고... 저도 그리지와 랫트 마을에서만 파는 피자를 홍보하려고 이렇게 손해보면서 제공해 드리는 건데... 많은 분들이 먹어야 홍보가 돼죠.”


“그럼, 난 돈을 내고 먹겠네! 아까 들으니까 3쿠퍼라고 했지?”


“아니, 오늘은 팔려고 온 게 아니...”


‘흠... 잠깐...’


주헌은 오히려 이걸 이용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료 시식을 한다고 해도, 결국엔 처음 보는 요리에는 거부감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주변인이 맛있다며 꼬드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럼, 정확히 1시간 뒤에 버스에서 무료 시식을 할 예정이니까 가족이나 친구 또는 지인 2명을 데리고 오시면 한 조각 더 드리겠습니다.”



***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주헌은 타란에 도착하자마자, 심부름을 맡겼던 엘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있으면 무료 시식을 시작해야 하기에 이전에 엘로가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건가? 자네 말대로 데리고 왔네.”


“그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이미 플로라네 가게에서 피자를 맛본 이들 몇은 가족들과 친구, 지인들을 데려와 버스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관심을 가진 이들도 몇몇 구경하고 있었는데 주헌은 이들을 놓칠세라 곧장 소리쳤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곧 시작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뒤에 지나가시는 분들도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잠시 후 바로 시작합니다!”


일단 어찌저찌 주변인들에게 소리치면서 시간을 끌어가고 있을 때쯤.


때마침 멀리서 뛰어오는 엘로의 모습이 보인 주헌은 손을 흔들어 대며 ‘빨리와’라고 외쳐댔다.


“하아... 하아! 여기... 여기요.”


헐레벌떡 뛰어온 엘로가 양쪽 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꺼내 주헌에게 건넸다.


주헌은 물건을 받아 개수를 확인하더니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모여있는 인파들에게 외침과 동시에 피자를 덮어둔 덮개를 열어 젖혔다.


“무료 시식 시작합니다. 질서 있게 한 줄로 서주세요!”


이미 맛본 이들은 환호성을 그냥 따라온 이들이나 먹지 못한 이들은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며 얌전하게 있었다.


주헌과 엘로는 피자 서버로 한 조각씩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동시에 홍보문구도 잊지 않고 얘기했다.


“피자라는 요리입니다. 전세계에서 그리지와 랫트 마을에서만 드실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엘로가 들고 온 물건을 쥐어주면 모든 홍보는 마무리!


“응? 이건 뭔가?”


“아, 그건 말이죠!”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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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비밀 +2 24.05.09 2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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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세례 24.05.06 34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32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30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35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33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1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33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33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37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43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44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39 0 12쪽
»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38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49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46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0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5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5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6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6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62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69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7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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