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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부 님의 서재입니다.

비얼라이브 - 그들의 생존 게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이야부
작품등록일 :
2019.10.28 14:22
최근연재일 :
2019.11.05 06:0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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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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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80,917

작성
19.11.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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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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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3_파국의 시작 (2)

DUMMY

비얼라이브 세계로 떨어진지 15일째, 첫 방어전 이벤트.


아홉번의 방어를 치뤄내고, 마지막 열번째 방어만을 남겨둔 시점.


모두는 어색한 표정으로 우진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가 창조라는 미지의 힘을 지금껏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비록 그의 입으로 직접 밝혔다고는 하지만 이미 그에 대한 의심이 싹트고 있는 모두에게는 그가 설명한 내용들이 사실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미지야"


복잡한 표정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는 미지. 우진은 그녀마저 자신에게서 등 돌리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묘한 표정을 지은 채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서 박수를 두어번 치며 모두의 집중을 유도했다.


"자.. 다들 생각이 복잡하시겠지만, 아직 방어전이 끝나지 않았어요. 다들 자리로 돌아가셔서 준비해 주세요"


그녀의 말에 이내 사람들은 수긍한듯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미지야, 잠깐만"


우진의 다급한 부름에 미지는 움찔하더니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시선은 땅에 고정되어 있었다.

끝내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착잡한 기분을 느끼며, 그는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


"나한테 배신감을 느끼는 거, 이해해. 처음부터 전부 다 털어놓지 않아 미안하다.. 그래도, 그런 감정이랑 상관 없이 이건 갖고 있어줘라"


그가 내민 것은 구리 반지였다. 일체의 장식 없는 밋밋한 디자인의 그 반지 안쪽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어떤 기호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진작에 주려 했는데, 타이밍이 영 안 좋네. 하하, 의미같은거 두지 말고.. 그냥 몸에 지니고민 있어.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야"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그는 미지의 손에 반지를 억지로 쥐어준 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걸어가 버렸다.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미지의 눈빛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


"옵니다!"


마침내 시작된 첫 방어전의 마지막 열번째 몬스터 무리. 마지막 몬스터 무리는, 무리가 아니었다.


"..저게 뭐야.."


일반적인 고블린과 달리 무척 짧은 귀와 투실투실한 몸집, 불그스름한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고블린은..


"뭐가 저렇게 커..?"


척 보기에도 위험하게 생긴 고블린 한마리가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모두는 자신들도 모르게 제갈현을 바라보았다.

경악 어린 표정으로 다가오는 고블린을 보고 있던 제갈현은 낮게 뇌까렸다.


"..고블린 킹? 어째서..?"


"고블린 킹? 그게 뭐여!"


그의 말을 들은 광춘이 다그치자, 공포에 사로잡힌 제갈현이 외쳤다.


"도..도망쳐요! 저건 못 잡아!"


"뭐여..?"


"고블링 킹은 지금 상태에서는 못 잡아요! 도망가야돼!"


"어디로!"


"몰라! 일단 도망가!"


다들 공포에 빠져 저마다 뭐라고 소리치고 있을 때, 우진은 고블린 킹을 바라보며 침음성을 삼키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블린 킹은 너무한데'


고블린 킹. 게임상에서 초보들의 첫번째 시련으로 악명 높은 이 보스 몬스터는, 철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를 갖추고 스킬들을 충분히 배운 후에야 도전할 만 하다.

일행들의 수준은 겨우 돌과 나무로 만든 무기에 짐승들의 가죽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방어구. 스킬도 고작 한두개를 익혔을 뿐이다.


우진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에게 승산은 없어보였다.


"다들 서쪽에 있는 절벽쪽으로 달려요!"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고개를 돌려 외친 사람을 확인해보았다. 소연이었다.


"어차피 도망쳐도 죽을 때 까지 쫓아오고, 지금 무기로 죽일 수도 없다면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수 밖에 없어요! 달려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절벽으로 가서 무슨 수로 저놈을 떨어뜨린다는 말인가. 우진은 크게 의구심을 느꼈지만, 모두는 이미 입구를 빠져나가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제길!"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은 어쩔 수 없이 그도 모두의 뒤를 쫓아 전력으로 뛰었다.


----


크워어어어-


젖먹던 힘을 내며 서쪽으로 뛰어가는 일행들. 그들의 뒤편에서는 성인 남성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몬스터, 고블린 킹이 그들을 빠르게 쫓아오고 있었다.


슬쩍 뒤를 돌아본 우진은 고블린 킹이 달려오며 경로상의 나무들을 통째로 뭉개버리는 모습을 확인하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헉.. 헉.."


숨이 턱끝까지 올라와 심장이 입으로 빠져나올 것 같은 괴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소연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흩어져요! 절벽까지만 유인하면 화살로 시선을 분산하는 틈에 광춘씨가 뒤에서 밀쳐줄 거에요!"


..어느새 저런 내용을 논의한걸까. 뇌에 들어가는 산소가 부족해진 건지, 우진은 점점 생각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졌다.


"헉.. 헉..?"


어느새 저 앞에서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절벽 끝에 서 있는 미지. 우진은 가장 뒤쳐진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고블링 킹을 확인했다.


"허억.. 미지야..! 다른 쪽으로 피해!"


"하지만..!"


황급히 외치긴 했지만, 그가 보기에도 이미 다른쪽으로 도망치기에는 늦었다. 그의 머리속이 새하얗게 탈색되는 기분이다.


"다들, 쏴요!"


지금에 와서 생각지도 못한 리더쉽을 보여주고 있는 소연. 그녀의 외침에 모두는 고블링 킹에게 화살비를 집중했고, 우진은 최대한 고블린킹을 미지가 있는 반대쪽으로 유도했다.


"으워어어어어!!"


이제는 우진의 바로 뒤까지 다가온 고블린 킹. 우진의 머리속이 새하얘질 무렵 다시금 미지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이에요! 밀어요!"


다시금 우진의 시간이 점점 느려졌다. 그의 눈에는 고블린 킹에게 정신 없이 활을 쏘아대는 제갈현의 눈빛, 결연한 눈빛으로 방패를 쳐든 채 고블린 킹의 뒤편으로 달려오고 있는 채광현의 모습, 어찌할 줄을 모르며 공포에 떨고 있는 미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쪽 뒤편에서는 그런 미지를 울음을 터뜨릴듯한 얼굴로 노려보며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혜란, 그리고 환희에 찬 미소를 띈 채 우진쪽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소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둘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쏘아졌다.


다른 일행들은 고블린킹에게 시선을 집중하느라 미처 그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을 덮치고 있는 고블린킹의 모습.


그런 고블린킹의 등 뒤까지 다다른 광춘의 모습.


공포에 휩싸여 눈을 질끈 감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채 비명을 지르고 있는 미지의 모습.


그런 미지에게 날아가고 있는 한발의 화살.


그리고, 우진 본인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또 한발의 화살.


우진은 재빨리 손을 들어 창조 스킬, 하급 스몰 매직 실드를 발동했다.


그러자, 이내 미지를 향해 쏘아져 나가던 화살이 마법에 가로막혀 다른 곳으로 튕겨나갔다.


이를 확인한 우진은 재빨리 몸을 틀어 화살을 피해냈고,


그의 몸을 덮친 고블린킹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아아아악!! 오빠아아아!!"


시간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며 미지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는, 그는 고블린킹과 함께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


'..미지 그 계집애.. 그래도, 마지막엔 걱정해주네.. 흐흐, 진작 좀 믿어주지..'


"쿠, 쿨럭.. 쿠흘럭"


우진의 팔, 다리는 모두 부서진채 기괴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고, 내장은 찢어져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그는 확실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소연, 혜란.. 왜 이렇게까지..'


그의 동공이 조금씩 풀어졌다.


'시발.. 만들어놓길 잘했네..'


결국, 그의 정신은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업적: 첫 사냥 달성 - 고블린 킹 >

< 업적: 단독 보스 사냥 달성 - 고블린 킹 >


...


< 1회 한정 창조 제작 아이템 '부활의 구슬'이 소모됩니다 >

< 히든 업적: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자 >


----


밤이 깊은 해안가의 숙소.


거실에 모닥불을 피운 채, 다섯명의 일행들은 침울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흑흑.. 미안해요.. 제 화살을 피하다가 그만.."


소연은 펑펑 눈물을 쏟으며 계속해서 되뇌였다. 자신의 실수로 우진을 죽게 만들었다는 그녀의 자책에, 모두는 그녀를 찬찬히 위로해주었다.


"누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말씀 드렸던 방어전 정보가 맞지 않아서.."


"아녀.. 누구 잘못도 아녀.. 그냥, 운이 없었던 게지.."


열심히 소연을 위로하던 그들은 이내 또다시 기나긴 정적에 들어갔다.


"..결국, 우진이형이 숨기고 있었던 건 뭐였을까요..?"


"..모르제. 우진이가 했던 말 대로, 그냥 그게 전부였을지도.."


광춘의 말에, 제갈현은 그를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랬다면, 왜.. 왜 우리한테 말 하지 않은걸까요"


".."


옆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듣고 있던 혜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만약 말 했다면, 우리에게 의심 받을거라 생각하지 않으셨을까요..?"


".."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이 곳에 떨어진 첫날, 단지 게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이유로 제갈현을 거칠게 다뤘던 광춘의 모습과, 단지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우진을 의심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혜란은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우진 오빠의 그 힘이 우리가 돌아가는 열쇠라면.."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힘없이 말을 마쳤다.


한켠에 앉아 멍하니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앉아있는 미지의 손에는 작은 구리 반지가 들려 있었다. 밋밋한 생김새에 장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구리 반지.

하염없이 타오르는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던 미지는 그 구리반지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빛을 미처 보지 못했다.


----


온 세상을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의 태양빛마저 한줄기 뚫고 가지 못하는 무성한 정글 속 숨겨진 던전.


그 누구의 방문도 일체 허용하지 않았던 굳건한 강철 게이트는 반파되어 있었고, 게이트 안의 온갖 흉악한 몬스터들은 찢기고, 얼리고, 불태워진 채 사방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 안쪽 깊숙히 이어져 있는 비밀스러운 통로에는 각종 트랩들이 이미 발동되어 효력을 잃은 채 군데군데 늘어져 있었고.


그 통로의 끝 악마의 얼굴이 음각된 장엄한 게이트 속에는 믿지 못할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신화속에서 '우둔의 불꽃'이라고도 불리우는 신적인 존재 발로그. 이 깊숙한 던전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던 바로 그 공포의 존재는 지금 몸통과 머리가 분리되어 검붉은 피웅덩이 속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발로그의 시체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던 한 인영은 뒤돌아서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제야, 충분한 창조 포인트가 모였네"


어두운 미궁 속의 한 인영, 우진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비얼라이브 1부 - 그들의 생존 게임> 완결 (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2부로 돌아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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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_파국의 시작 (1) 19.11.04 64 2 13쪽
11 011_다가오는 위협 (2) 19.11.03 68 2 13쪽
10 010_다가오는 위협 (1) 19.11.02 62 2 13쪽
9 009_갑작스러운 알림 (2) 19.11.01 60 2 14쪽
8 008_갑작스러운 알림 (1) 19.10.31 72 2 13쪽
7 007_창조의 힘 (2) 19.10.29 67 2 14쪽
6 006_창조의 힘 (1) 19.10.29 72 2 15쪽
5 005_믿음 (2) 19.10.29 69 2 14쪽
4 004_믿음 (1) 19.10.28 74 3 14쪽
3 003_생존의 시작 (3) 19.10.28 77 2 14쪽
2 002_생존의 시작 (2) +2 19.10.28 111 3 15쪽
1 001_생존의 시작 (1) 19.10.28 22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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