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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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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ox.W.
작품등록일 :
2019.06.06 16:12
최근연재일 :
2019.06.28 18: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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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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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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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화. 리듬이야 리듬

DUMMY

이적태 사건에 휘말린 이후 아린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평일은 평소 대학생들이 그러하듯이 수업을 듣고 공강 시간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창 떠들다 영화를 보는 그런 시간은 이제 그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삶은 저녁부터 일반인과 달라졌다. 공부, 아르바이트, 여가활동이 아닌 스프린터 훈련과 포지션 연습을 하였다. 친구들이 해주겠다는 소개팅도 걷어차야 했고 언니에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얘기해야 했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리와 스터디 활동이라고 거짓말을 한 뒤 아지트로 올 때마다 아린은 죄책감이 들었다.


‘언니, 미안. 나 요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중이야.’


보호대를 착용하며 언니에게 사죄하였다. 훈련을 시작한 지 3주가량 지나자 그녀의 실력도 점점 늘어갔다. 땅바닥에 굴러 넘어지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고 땅에 부딪히더라도 낙법으로 충격을 완화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다. 그동안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아직 파쿠르라던가 주법은 그녀에게 머나먼 다른 나라 얘기였다.


「아린아! 오늘 쉬어도 된대!」


「아! 뭐야! 나 그럼 여기 왜 왔어!」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이미 그녀는 순식간에 보호대를 벗어 던졌다. 아린이 유리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가니 류환을 비롯해 팀원들이 이미 착석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원이 다 모인 것은 아니고 류환, OA, 리라 그리고 또 다른 시커, 마형석만 회의에 참석했다.

아린과 유리가 자리에 앉아 류환이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임무가 내려와서야.」


아린이 오고 나서 첫 번째 임무였다. 아린은 책상 아래로 손을 모으고는 아무 신에게나 위험한 일이 아니길 기도했다.


「이번 임무는 유한 건설에서 이번에 시공하는 건물에 관련된 거야. 정보에 의하면 건축 재료를 속여서 비자금 조성에 착수하려는 것 같아. 우린 이걸 확인해야 해.」


‘와, 이것들 정말 가지가지 한다.’


아린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건축 재료를 바꾸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S.I.N.이 왜 이러한 활동을 하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우리 인원수라면 원래 체이서들이 도와줘야 하지만 각자 해야 할 것들이 있다 보니 지원은 쉽지 않아. 그래서 일단 조사 단계에서는 시커랑 OA만 투입되야 할 것 같아.」


류환은 덧붙여 이번 일은 의심이 되는 부분을 확실하게 알고 들어가는 만큼 쉬울 것이라고도 하였다. 이에 형석이 류환에게 물었다.


「그래, 생각해 둔 건 있냐?」


「네, 힘드시겠지만 잠시 일용 근로자로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건설업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백아린.」


「네, 네!」


자신이 불릴 줄 몰랐던 아린은 경직된 채로 대답했다.


「너는 리라와 함께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로 들어가야 해. 이번 임무는 시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가.」


「네!」


「긴장하지 말라는 얘기야. 못 들어갈 수도 있어.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는 면접도 봐야 하니까.」


복잡한 설계 같은 것은 없었고 회의는 정말 간단하게 끝났다. 류환이 자리를 뜨자 아린은 의아하게 여겼다.


「이게 끝이야? 난 아키텍트가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거창할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 모든 걸 한 번에 끝내는 게 아니야. 지금 너랑 리라 언니도 알바에 붙을 거라는 보장이 있어?」


그래도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아린에게 정말 다행인 건 기말고사 이후에 임무가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S.I.N.도 융통성이 있어서 조직원의 삶에 영향이 안 가게끔 일정을 조정한다고 들었던 아린은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하였다.

가뜩이나 훈련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임무와 기말고사가 겹쳤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또한 그 임무 전까지는 딱히 신경 쓸 일이 더 없을 것 같아 아린은 마음이 편해졌다.


오랜만에 휴일을 갖게 된 아린에게 유리는 밖으로 나가서 놀자고 하였다. 유리의 유혹에 분위기 전환 겸 나가고 싶었지만 아린은 영상에서 봤던 그 남자의 빨간 눈이 생각났다.


「아냐, 좀 더 연습할래.」


결국 잭을 불러내는 것은 그녀의 몫이었기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아까 쉬어도 된다고 하였을 때는 내심 신났지만 사실 그렇게 신내야 할 입장이 아니란 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덕택에 덩달아 아린 옆에서 훈련을 가르쳐 주던 유리 또한 아지트에 발이 묶여 아린의 연습에 동참해야 했다.


「아니지! 내가 뭐랬어! 상체를 더 숙이랬지!」


분명 첫 주만 해도 어르고 달래며 가르치던 유리도 점점 언성을 높였다. 짜증이나 신경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유리도 지금과 같은 진도가 너무 답답했던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공중도약을 가르쳐야 하는데 남들보다도 익히는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멈칫거리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발을 내딛으면서 다리를 쭉 펴!」


「으아악! 안 해! 나 안 할 거야!」


아린은 결국 땅에 드러누워 포기선언을 했다. 그리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건이 3주나 지났는데 자신에게 아무런 일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사이코는 아린을 잊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굳이 그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걸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 맞다, 날 미끼로 쓴다 했지.’


말이 거창해서 미끼지 아린은 자신이 이것을 배워도 한 10초 정도면 사이코 손에 대롱대롱 잡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리 누나, 저 보고서 작성 좀 도와주세요.」


「아, 정말 미쳐버리겠네. 아린아, 나 잠시 다녀올게.」


OA의 호출에 유리가 떠나자 넓은 훈련장에 아린 혼자만 남게 되었다. 그대로 아린은 누워서 아무 생각도 안 하기로 작정했다. 아니, 이미 아무 생각도 없이 천장만 바라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팔자 좋네.」


그 말에 황급히 아린이 일어나보니 류환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훈련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저랑 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은데요.」


아린이 침울하게 대답하자 류환은 그녀에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였다. 지적받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아린은 마지못해 스프린터를 장착하고 트랙 위를 달렸다. 날쌔게 달리던 유리와 비교하면 아린의 자세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오자 류환이 말한 첫 마디는···.


「엉망이네.」


「죄송합니다.」


고개를 떨궈 땅으로 시선을 향하는 아린에게 류환은 스프린터를 달라고 하였다. 아린의 스프린터를 받은 류환은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그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스프린터로 달릴 때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해?」


「다리를 쭉 뻗는 거요?」


아린은 유리가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상기하여 대답했다.


「아니, ‘리듬’이지.」


아린이 아무 반응 없이 눈만 깜짝이자 류환은 스프린터를 땅에 대고 누르기 시작했다. 스프린터가 휘어지면서 금방이라도 튕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스프린터를 용수철이라고 생각을 해봐. 너가 땅을 딛을수록 스프린터는 압축을 하면서 너를 밀어내려고 할 거야. 너의 몸무게와 너가 딛는 힘이 합쳐져 최고로 압축을 시키면 그만큼 스프린터는 너를 밀어내지. 그에 반해 너는···」


「아! 최고로 압축되기 전에 제가 발을 뗀다는 말이세요?」


「그렇지. 박자에 맞추며 움직여야 해. 일반적인 달리기에서는 성별에 따라 육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느릴 수 있지만, 스프린터는 그런 부분을 메꿔줄 수 있어. 잘만 활용하면 보완을 넘어서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분명 유리가 스프린터를 처음 보여주었을 때 했던 말과 같은 말이었다. 팀장님을 빼면 자신이 팀에서 가장 빠르다고.


「그리고 달리는 것이 두려운 것 같아 보이던데.」


그의 말이 맞았다. 아린은 거듭된 부상으로 다치는 것이 두려웠고 이따금씩 자신의 속도가 제어가 안 되어 넘어질까 무서웠다. 그러다 보니 멈칫거리게 되고 그것이 속도에 제동을 걸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네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리고는 류환은 다시 스프린터를 아린에게 돌려주었다.


「어차피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있으니 당분간 공부하라는 의미로 오늘 쉬라는 거였어. 훈련은 시험 끝나고 나서 다시 하도록 해.」


류환은 뒤돌아 나갔고 그와 동시에 유리가 들어왔다. 유리는 류환이 이곳에 온 것이 뜻밖이라는 듯이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언제 온 거야? 뭐라고 해?」


「기말고사 준비하래.」


「응? 진짜? 웬일이래?」


류환은 이미 문밖을 지나 시야에 없었지만 아린은 그가 나갔던 곳을 응시하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한 번 더 해볼래.」


「뭐? 야, 어차피 오늘 한다고 안 늘어. 그냥 쉬자.」


「당분간 안 해도 된다잖아.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하려고.」


유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미 아린은 달릴 자세를 준비하였다.

타닷-

텅 빈 트랙 위를 아린은 질주했다. 충분히 그녀의 몸에 속도가 붙었다고 생각되자 있는 힘을 다해 스프린터를 눌렀다. 스프린터가 구부러졌고 이내 응축된 힘이 폭발하며 그녀의 발을 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맞춰 아린은 발로 땅을 찼다.

통- 하고 내밀어진 그녀는 그 과정을 반복했다. 반복할수록 가속도가 붙은 그녀는 더 세게 스프린터를 눌렀고 그만큼 스프린터는 그녀를 밀어내었다. 그리고 그 반복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어설프지만 유리처럼 공중을 활보하였다.

붕하고 날아오른 그녀는 온몸으로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주위의 기둥들이 그녀 옆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력의 제한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로써 아린은 두 다리로만 달리던 세계에서 새로운 속도의 세계에 진입하게 되었다.


어설픈 동작이 언뜻언뜻 보였지만 갑자기 휙휙 하고 날아다니는 아린을 보고 유리는 놀랐다. 아린이 속도에 제동을 걸더니 놀라워하는 유리의 앞에서 정확히 멈췄다. 그리고 처음으로 스프린터를 제대로 활용한 자신의 느낀 점을 말했다.


「으음, 이런 느낌이었구나? 생각보다 재미있네?」


「어? 뭐야? 갑자기 왜 되는 거야?」


황당해하는 유리를 향해 아린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리듬이야. 리듬.」


***


기말고사 기간은 아린의 체감상 빠르게 흘러갔다. 시험 기간 중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면 잭이 언제 갑자기 그녀를 납치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도 시험을 치르게 되니 자연스럽게 잊혔다.

기말고사는 중간고사보다 수월하였다. 공부할 시간도 넉넉하였고, 훈련이 없으니 몸이 피로하지도 않았다.

곁에서 막 전공시험을 마친 유리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이제 시험도 거의 다 봤네. 넌 몇 개 남았어?」


「난 이제 2개.」


「부럽다! 난 아직 3개 남았는데!」


「잊었어? 난 시험 기간 중에 면접도 봤어.」


실제로 면접 날, 아린은 오전에 시험을 치르고 서둘러서 오후에 면접을 봤었다. 따로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면접은 순조로웠고 답장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근데 이게 되기는 하려나?’


면접에 갔을 때 그녀가 받았던 질문은 어려운 것들이 아니었다. 엑셀은 다룰 줄 아느냐, 이전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느냐 등의 간단한 질문이었다. 그러했기에 다른 사람과 차별점이 없는 것 같아 붙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리라 언니는 붙을 것으로 아린은 예상했다. 그녀는 매력적이기도 했고 대화를 나누었을 때 굉장히 지적이었기 때문에 아린이 면접관이어도 그녀를 뽑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린이 유리와 함께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가려 하는 찰나 류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한 일이니, 아지트로 오라는 통화였다.


‘무슨 일이지?’


아린이 서둘러 아지트에 도착했을 때 류환과 리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아린이 묻자 리라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메일이 왔어. 나 면접에서 떨어졌더라. 그래서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야.」


아린의 합격 여부는 그렇다 쳐도 리라가 합격하지 못한 것은 계획에 꽤 타격이 컸다. 잠입하기 가장 좋은 방법을 놓쳤으니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때, 아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백아린 씨,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유한 건설 최민아 차장입니다. 이번 사무 아르바이트 지원 건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이번에 합격하셔서 전화 드리게 됐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나와주시면 될 것 같아요. 메일로도 통보 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궁금한 것 있으신가요?」


「아뇨, 어···. 저 합격한 것 확실한가요?」


「네, 맞습니다.」


통화를 끊은 뒤 어안이 벙벙해진 아린을 류환과 리라가 쳐다보았다.


「어···어쩌죠?」


작가의말

전투씬은 20화정도부터 나올 듯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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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집행 제안서 19.06.28 19 0 15쪽
17 17화. 어제 가져온 것에는 없는 데이터 19.06.25 24 0 14쪽
16 16화. 첫번째 조사형 임무 시작 19.06.23 19 0 14쪽
» 15화. 리듬이야 리듬 19.06.20 26 0 13쪽
14 14화. 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19.06.19 2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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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S.I.N.의 포지션 19.06.15 20 0 13쪽
11 11화. 술은 적당히 19.06.14 2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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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넌 내 장기말이 되어야겠다 19.06.13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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