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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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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ox.W.
작품등록일 :
2019.06.06 16:12
최근연재일 :
2019.06.28 18:35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665
추천수 :
1
글자수 :
120,161

작성
19.06.07 19:29
조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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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7쪽

2화. 우연은 그렇게 그날 밤에 찾아왔다

DUMMY

「안녕하십니까! 장혁진입니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벽걸이 TV 속 검은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활짝 웃으며 연설을 시작하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웃으면서 생긴 매력적인 눈주름과 보조개,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로 보는 사람에게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저희 새천년당이 창당 5년 만에 여러분들의 소중한 투표로···.」


이 말을 끝으로 남자가 말하는 영상은 끝이 났다. 한 여성이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꺼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소파 위로 리모컨을 던지며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온통 저 사람 기사뿐이네.」


그녀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며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목제 식탁 위에는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쪽지 한 장이 함께 올려져 있었다.


아린이에게.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아침은 네가 좋아하는 메뉴로 해 놨어. 만약 식었다면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으렴.


세상에. 다른 친자매들은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났다고 하던데 적어도 그건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나 보다.

물론 해외에 가 있는 둘째 언니가 여기에 있었다면 좀 달랐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린은 식탁을 바라보았다. 호밀빵, 생크림, 파스타에 베이컨 약간과 샐러드.

아린은 씨익 웃으면서, 파스타와 베이컨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호밀빵을 가로로 잘라 생크림을 발랐다. 그녀는 호밀빵을 한 입 베어 물면서 오늘의 일정을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신청한 대학 수업은 오후 1시부터 시작이었으니, 방금 샤워를 마친 그녀는 큰 언니가 해 준 아침을 즐긴 후에 화장하고 나갈 채비를 하면 되었다. 물론 어떤 옷을 입을지 한 번 더 고려해보는 것은 필수였지만.


아린은 오른손의 포크로 면을 돌리며 왼손의 스마트폰으로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하였다. 어제 8시 뉴스 이후, 새천년당의 보궐선거 대승 소식이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었다. 2위는 장혁진, 3위부터는 어떤 아이돌의 신곡부터 시작해 1, 2위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건들이 순위권에 있었다.

그 때 SNS 메시지가 창 위로 떠올랐다. 발신자는 천유리라고 적혀 있었다.


「백아린씨? 어디세요? 저는 학교 내 카페입니다만?」


유리는 아린과 초등학교 때부터 만나 허울 없이 지내는 친구로서, 아린과 함께 신세계 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했다.


「아직 집이야. 넌 왜 그렇게 일찍 도착했어?」


「그야, 당연히 자리를 빨리 잡아야 하니까 그렇지!」


「?」


「10시 반까지는 학교 법원으로 무조건 와. 꼭 봐야 할 게 있어.」


서둘러 준비를 마친 아린은 학교 법원을 향했다. 학교 법원은 대강당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신세계 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자체 설계를 통해 지은 이 건물은 밖에서 보았을 때 매우 웅장하였다.

또한, 외부 못지않게 내부 역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돔 형식으로 되어있는 천장은 1층에서 까마득히 높은 위치에 있었고, 벽과 바닥은 대리석으로 되어있었다. 벽과 기둥에는 정교하고도 세심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복도의 가장자리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화분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강당으로 도착한 아린은 수많은 사람으로 인해 내부로 전혀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인산인해에 파묻혀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를 유리가 발견하였다.


「아린아, 어서 들어가자!」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으이구, 너 때문에 나도 1층 못 가겠다. 2층으로 가자.」


계단을 통해 2층으로 갔지만 그 곳 역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찌나 북적이던지 잡고 있던 유리의 손을 놓쳤더라면 이미 인파에 휩쓸려갔을 것만 같았다.

간신히 그녀들은 2층 의자에 앉아 여전히 물밀 듯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았다. 이에 아린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란스러운 실내는 교수의 등장과 함께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린은 귓속말로 유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재작년부터 우리 학과에 모의재판 실습 전공이 생겼대.」


교수는 자리에 앉으며 근엄한 목소리로 재판을 시작하였다. 그는 교수직으로 들어오기 전 부장판사를 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양측 모두 진술 준비가 됐습니까?」


「원고 측 준비됐습니다.」


「피고 측 준비됐습니다.」


양측의 대립하고 있는 그녀의 선배들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린이 들어오기 전 받았던 팸플렛을 들여다보니 피해자 김해인과 피의자 이상철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법적 공방을 다룬다고 쓰여 있었다.


「원고 측 시작하시죠.」


「2017년 4월 27일 19시경 이상철 씨와 김해인 양은 대학 동창회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모임 이후, 28일 02시경 피의자 이상철 씨는 근처 모텔로 피해자 김해인 양을 데려가 협박 및 성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이상입니다.」


「피고 측?」


「반론합니다. 이상철 씨와 김해인 양은 검사 측이 주장한 대로 02시경 모텔로 간 것은 사실이지만 서로 합의 하에 이루어진 관계입니다. 이에 저희는 이상철 씨가 무죄임을 주장합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안에서 검사 측은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물을 제출하였다.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속옷과 성관계 시 입은 상처라는 신체 사진 그리고 녹취록을 증거물로써 제출했다. 다른 증거물에 대해 반박을 하지 않던 변호인 측은 녹취록에 크게 반발하였다.


「판사님! 형사소송법 제308조 2 위법 수집증거 배제원칙에 의해 본 변호인단은 녹취록에 대한 증거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기각합니다.」


위법 수집증거 배제원칙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원칙이었다. 변호인단은 사전에 그들에게 설명되지 않은 증거물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교수는 조교를 시켜 녹취록을 틀도록 지시하였다. 아린은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낯부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닌가라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스피커에서 짜증을 내는 이상철의 목소리와 울먹이는 소리를 내는 김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녹음이라 음성만이 들리고, 대화내용 자체도 이상철의 강압적인 압박이 주를 이루었지만 확실한 성폭행 증거를 잡아내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이어 검사측 증인이 출석하였다. 검사 측에서 증인에게 신문하였다.


「증인은 김해인 양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대학 동창회 모임에도 같이 가셨죠?


「네, 맞습니다.」


「증인은 사건 당일 상황과 피해자의 상태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해인이는 저랑 같이 모임에 도착했어요. 그 후, 상철이가 해인이 옆자리에 앉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좀 이상했어요. 상철이랑 해인이는 C.C.였다가 안 좋게 헤어진 이후로 서로 연락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그 이후에는 동기들끼리 저녁 먹고 술을 마시다 헤어졌는데 그 일이 일어난 거예요. 모임의 끝자락에서 해인이는 만취 상태였어요.」


변호인 측의 선배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전 설명에는 없었던 증거물에 동요하여 준비해온 서류만 만지작거렸다. 이후, 검사 측은 증인이 말하는 증언을 통해 검사 측 의견에 힘을 보탤 토대를 만들었다. 무서운 맹공이었다.

이에, 아린은 감탄을 하며 유리에게 속삭였다.


「와, 이거 진짜 같다. 모의재판은 연극 형식인 줄 알았는데 경연 대회를 하고 있네?」


「말했잖아. 실습을 위한 전공이라고. 우리는 재밌게 보면 되는데 선배들은 점수 때문에 피가 마를걸?」


「근데 연극도 아닌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봐?」


「이번에는 좀 특별해서 말이야. 좀 더 보면 알게 될 거야.」


상황이 길어질수록 분위기는 변호인 측이 밀리는 것처럼 보였고 말을 더듬는 선배도 속출하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표정에 변화가 없는 한 사람을 아린은 볼 수 있었다. 그는 재판이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동요도 없었다. 이미 이 모든 것의 결과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이 전공 학년 구분은 없는데 사실상 4학년 선배들만 들어가. 간혹 3학년 선배들이 조기 졸업 때문에 하거나.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2학년이 한 명 있다는 거야.」


유리가 속삭이는 와중에 그 대학생은 반론 준비를 마친 듯했다.


「변호사 측, 증인 신문하겠습니다.」


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이 증인 쪽으로 다가갔다. 아린이 본 그의 첫인상은 ‘완벽한 사람’이었다. 큰 키와 몸에 착 달라붙는 정장이 그를 모델처럼 보이게 하였고 칠흑같이 어두운 흑발과 대비되는 하얀 피부에 한국인에게서 나올 수 없는 파란 눈은 그를 더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였다.


「그리고 그 2학년 학생이 군대 가기 전에 진짜 굉장했다고 소문이 나서 학과 사람들이 다 지켜보러 온 거지. 이름은 ‘류환’이래.」


유리의 말을 끝으로 그 2학년 선배는 신문을 시작하였다.


「증인은 이상철씨와 김해인양이 언제 헤어졌는지 알고 계십니까?」


「대학교 3학년 때니까 대략 4년 전이네요.」


「그러니까 무려 4년이 지나는 동안 일체 연락이 없었다가 사건 당일 의도적으로 접근하였다는 말인가요? 치밀하게 협박할 것들도 준비해가면서 말이죠.」


「그건···」


「재판장님, 본 변호인은 이상철 씨와 김해인 양의 3년간 통화내역 및 SNS 기록 열람에 대한 요청을 하겠습니다.」


증인이 약간의 머뭇거림을 보이자 그 선배는 단칼에 말을 끊으며 이번 논쟁의 허점을 찔렀다. 공방의 주도권과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져오기 위함이었다. 이어서 쉬지 않고 그는 증인에게 질문하였다.


「증인은 김해인양이 만취했다고 했습니다. 증인은 가장 친한 친구임에도 그녀를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그때 증인은 무엇을 하였습니까?」


「저나 해인이나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다른 분들이 챙겨주었어요.」


「그렇군요. 증인이나 해인 양이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만취를 하신 상태이시군요. 그런데 사건 당시의 녹취는 상당히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김해인 양을 성폭행하려는 이상철 씨의 눈을 피해서 말이죠.」


「···」


「이상입니다.」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겁탈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무리 방심한다 한들 만취 상태의 사람을 대상으로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라는 의미의 묵직한 한 방이었다.

이후, 재판은 점점 더 치열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중요 순간마다 류환이 활약해버리는 바람에 변호인 측으로 기세가 넘어왔다. 교수는 휴정을 알렸고, 다음 재판 때 더 많은 자료 조사와 준비를 해오라는 이야기와 함께 대강당을 떴다.

모두가 법원에서 나왔지만 아직 열기는 그대로였던 것 같았다. 이곳저곳에서도 방금 보았던 모의재판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린과 유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강당 로비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아린과 유리를 향해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린의 기억으로는 분명 변호인 측에서 말을 더듬었던 선배로 기억했다.


「유리야, 저녁에 오늘 승리 기념 회식하려고 하는데 너도 올래?」


「무슨···. 아직 승소한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있는데 이긴 거나 다름없지!」


아무리 털털한 성격의 유리라도 4학년 선배에게는 ‘말 더듬은 것밖에 없었으면서!’라고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아하하, 선배. 근데 저 이번에 집에 일이 생겨서요. 오늘 끝나고 내려가 봐야 하거든요.」


「아니, 저번에도 또 거절하더니 또야? 나 이럼 좀 섭섭해?」


유리는 손으로 싹싹 빌더니 아린을 앞으로 밀었다.


「오늘 아린이 데려가는 게 어때요? 얘, 집순이라 약속 없어요!」


아린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유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급하다고 친구를 팔다니. 얘가 제정신인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동그란 눈으로 그 선배의 얼굴을 보니 내심 기대하는 표정이 만연함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약해 거절할 수가 없어서 얼떨결에 아린은 수락하였고, 유리는 이미 잽싸게 튀고는 먼 곳에서 그녀를 향해 팔로 큰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저게 진짜!’



그날 저녁 아린은 자신을 포함해 몇몇 동기들과 함께 술집에 끌려오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 선배를 속으로 욕했다.


‘어휴, 저 꼰대.’


하필이면 재수 없게도 그 선배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아린은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어야만 했다.


「이야, 그래서 정말이지 그때는 큰일 나는 줄 알았다니깐? 교수님도 정말 너무하시지. 그걸 안 알려주시네.」


「그래도 잘 해결되지 않았나요?」


「환이가 잘해줘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대로 질 뻔했어.」


주위를 둘러본 아린은 어느 테이블에도 류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상 이 회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었다.


「류환 선배는 어디 계세요? 보이질 않으시네요?」


「오늘 급한 선약이 있다고 해서 말릴 수가 없었지. 크, 이런 날에 좀 모이고 해야 하는데.」


‘그러게요, 생판 상관없는 제가 여기 있고 말이죠.’


여러 차례 술잔이 오가며 알게 된 것은 너도나도 그 2학년을 천재라고 불렀다는 것이었다. 류환이 스스로 드러내려고 한 적은 없었지만 성적, 대학 체전, 공모전 입상 등 눈부신 활약이 돋보였다고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사람 생각도 읽는 것 같다니깐?」


「네?」


「이번 모의재판 시작 전에 말이야. 교수님이 어떻게 해서든 돌발상황을 만들어 낼 거라고 하셨어.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 정보는 너무 무난하다면서 채점 요소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 거라고 하더라.」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데 선배님 저 술 좀 그만 마시면 안 될까요?」


은근슬쩍 소주병을 들고 술을 따라주려는 선배에게 아린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이참, 너무 빼는 거 아냐?」


아린은 멋쩍게 웃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이것도 하나의 사회생활이다’라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그렇게 새벽까지 밤을 지샌 그녀는 겨우겨우 술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질척대는 선배를 간신히 뿌리치고 거리에 나온 아린은 택시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택시는커녕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다행히 집까지 매우 멀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린은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취기가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시원한 바람에 정신을 차리며 걸어갔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어다니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아린은 그녀의 친구에 대한 분노가 더 컸던 모양이었다.


‘천유리, 넌 진짜 뒤졌어.’


탕- 탕-

칠흑처럼 어두운 밤 아래 가로등으로 환한 도로를 걷던 아린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무엇인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아린의 앞쪽이었다.

아린은 몸이 얼어붙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멀리서 들렸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제는 무언가 다가오는데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순간 그녀의 앞에서 하얀 가면 두 개가 공중에 나타났다. 그것들은 그녀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꺄악! 언니!」


귀신이라 생각한 아린은 지금 집에 있을 자신의 언니를 찾았다. 제자리에서 몸을 돌려 웅크리려고 하는 찰나 다가오던 것이 아린을 옆으로 밀쳐냈다. 떠밀려진 아린은 붙잡을 것을 찾았지만 그녀의 손은 허공만을 가르게 되었고 몸은 차도를 향해 붕하고 날았다.

날아오른 아린은 자신을 밀쳐낸 정체불명의 것과 눈이 맞았다. 하얀 머리칼 아래로 소름 끼치는 하얀 가면이 자신을 꿰뚫는 듯이 바라보았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아린은 체감상 매우 오랫동안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빠앙-

털썩하고 차도에 주저앉음과 동시에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눈부신 자동차의 전조등을 바라보며 아린은 죽음을 직감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눈을 감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던 아린은 어느새 인도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 나타나 자신을 안고는 인도 쪽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


감사의 인사를 하던 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바라본 곳에는 자신을 밀었던 자가 쓴 것과 정확히 같은 모양을 한 검은 가면이 있었다.


아린은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집으로 있는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작가의말

전개가 다소 느릴 수 있습니다. 1부작은 여주인공 아린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4화 쯤에 되어서야 S.I.N.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시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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