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2,006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8.12 22:05
조회
70
추천
2
글자
12쪽

레퀴엠(34)

DUMMY

Episode 33 - 신 에너지



백조전대 지휘부대장실.


"몸은 좀 어때요?"

조하나가 안경을 중지손가락으로 건들더니 서류를 테이블 가쪽으로 치워버린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정혁의 시선을 마주한다.


"아, 지금은 좀 많이 좋아졌어요. 그 누나가 이상한 걸 먹이긴 했지만......"

"네? 이상한거요?"

하나의 의문에 정혁이 두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하하하."


어색한 웃음소리에 의해 궁금점이 샘솟는 듯 했지만 딱히 더 물어볼 이유도 없었다.

"뭐, 좋아요. 괜찮아졌으니 다행이라 생각은 드네."

"다, 부대장님 덕분이에요."

하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에? 내가 정혁씨한테 뭘 했다고?"

정혁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다고 못해준 것도 아니죠."

하나가 피식- 웃음을 터트리다가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이익- 하며 퍼져나가는 연기가 부대장실의 내부를 조금씩 메우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그쪽도 나한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온 것 같은데, 맞아요?"

'반은 맞긴 한데.....'


정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요, 물어보고 싶어 왔다기보다 보고드릴 게 있어서요."

하나가 그래요-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담배를 입에 넣었다.

"뭔가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다른 차원이라도 방문했었나요?"


엥?

어떻게 알았지?

그냥 감으로 찍어 맞춘 것이 맞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름이 돋았다.

"아, 비슷하긴 한데 조금은 달랐어서요."


하나가 절반쯤 피고 있던 담배의 심지를 소형 가위로 잘라냈다.

재떨이에 떨어진 붉은 심지가 모기향처럼 얇은 연기를 뱉고 있었다.

"오늘 담배가 영 맛이 없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표정이 드러난 채로 하나가 정혁을 바라보았다.

"정혁씨, 그럼 일단 선공권을 저한테 주시겠어요? 난 성격 상 궁금한 게 있으면 빨리 해소를 해야하는 타입이라서요."

뭐, 못해줄 것도 없지.


"네, 알겠습니다."

하나가 두 손을 깍지 낀채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레이더에 신호 이상이 발생하고 당신과 윤 설에게 도달했을 때 목격했던 광경은 꽤나 괴이했어요."


'아, 누나가 말했던 그......'

조하나가 무슨 말을 뱉을 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굉장하더라고요. 분위기며, 주변에서 뿜어져나오는 대용량의 계수. 하지만 아쉽게도 가지고 있는 계수에 비해서 발산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많지 않았어요."


'부대장님이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였다니......'

윤 설에게 대충 들었을 때는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하나의 말을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마, 육체의 성장이 덜 되어있기 때문에 축적된 계수가 많아도 뿜어낼 여력이 부족했으니 그랬겠죠."


하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A4 용지 한 장을 서랍에서 꺼내어 무언가를 적어냈다.

"하지만, 여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애초에 그 정도로 많은 계수가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설령 헥토마 펑션이라고 해도요. 의식을 잃은 그 때의 시간동안, 혹시 하나라도 기억하고 있는 게 있을까요?"


하나는 한 쪽 눈을 찌그러트리며 정혁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설에게도 말했듯 정혁은 현실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오히려 내면 세계에서 겪은 경험들만이 머릿속에 가득 남아있을 뿐.


"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치료실에서 깨어난 후 윤 설 누나에게 설명을 들었을 때도 머릿속에 편린조차 남아있지 않았어요."

하나는 아쉽다는 듯 볼펜으로 테이블을 툭툭 건드렸다.

"그 부분은 안타깝네요, 어떻게든 폭주 현상에 대해 알아내고 싶었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대답을 들었으니 그녀의 표정이 밝을 리 없었다.

오히려 의문점 덩어리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는 느낌.

하나는 이제 정혁의 차례가 됐다는 듯 한 쪽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 보고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고요, 의식을 잃었을 때 눈으로 봤던 기이한 것들을 전달드리겠습니다."

'기이한 것들 이라고......?'

하나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혁은 내면 세계의 일들을 하나 둘 씩 보고했다.

어둠 공간 속에서 눈을 뜬 후 빛의 형상을 목격했던 것.

그 빛에 잠식되자 완전히 다른 우주 형상의 공간이 열린 것.

그리고 뱅크시의 존재까지.


하나는 정혁의 말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아무런 질문공세도 들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뱅크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 이상입니다."


정혁의 보고가 끝나자 하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인데......, 헥토마 펑션을 가진 사람들이 내면 세계를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뱅크시라는 그 남자는......'

머리가 아파질 정도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지금까지 그녀도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들을 몇 명 봐왔지만 정혁과 같은 증상을 보인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거 어쩌면, 굉장히 극단적으로 갈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 '극단적'이라는 단어가 좋은 쪽으로 펼쳐질지 나쁜 쪽으로 펼쳐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후, 요 근래 머리 아픈 일들이 많아진 것 같네요."

"골칫거리를 늘려 죄송합니다."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닙니다, 그저 이런 현상이 처음이라 저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서서 그래요."

그렇게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제 그만 나가봐도 돼요, 나중에 때가 되면 다시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하나의 말에 정혁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는 뒤를 돌아 부대장실의 문을 열었다.

"아 참, 정혁씨."

"네?"

정혁이 고개를 돌리자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윤 설씨, 잘 챙겨줘요. 그리고 이틀 동안은 실전이나 훈련 계획이 없으니 편히 쉬어 두시고."


갑자기요?

뜬금없는 말에 정혁이 물음표를 띄웠지만 이내 알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부대장실을 나섰다.

"갑자기 누나를 잘 챙기라고?"

그의 머릿속에 윤 설의 똑부러진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내가 안챙겨줘도 알아서 잘 할 것 같은 사람인데."

정혁은 곧바로 생활실로 이동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수면에 빠질 수 있을 만큼 피곤하다.


'일주일 동안 기절해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거지?'

어린 나이에 몸을 너무 움직이고 혹사시켰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일단은 조금 쉬어둬야겠네.'


401 생활관의 문을 똑똑-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활관 안에는 윤 설이 두 손을 모은 채로 앉아 있었다.

"어, 누나. 재승씨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자기 생활관으로 갔어. 너무 자리를 비우면 안될 것 같다고 하셔서."


"아."

정혁은 자신의 자리에 털썩 누웠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보고드리고 왔어?"

윤 설의 질문에 정혁이 바로 답한다.

"네, 그런데 부대장님도 제가 말씀드린 건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뭘 말했는데?"

"아, 맞다. 누나한테는 아직 말씀 못 드렸었죠? 그러니까 제가 보고했던 내용이......"


몇 분간 정혁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렇게 된 거에요."

윤 설은 약간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네가 만났다는 뱅크시라는 남자 말이야, 완전 미친놈 아니야?"

"소름돋을 정도이긴 했죠."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엥, 어디 가게?"

"부대장님이 이틀 동안 실전이 없다고 하시길래 운동이라도 조금 하러 가려고요."

"운동? 너 지금 몸 상태가 완전히 괜찮아진 게 맞아?"


"조금 피곤하긴 한데 이 정도는 뭐."

정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관물대 서랍을 열어 허리 벨트를 꺼냈다.


"아무래도 근육량을 조금 늘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는 생활화를 신은 채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부대장님도 내 육체적인 능력을 지적하셨으니 이참에 한 번 단련시켜야지.'


훈련이 없는 날은 기본적인 운동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누나도 같이 하실래요?"

정혁이 오른쪽 어깨를 원형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니야, 난 여기 있을게. 혼자 다녀와."


"엥, 한다고 해서 안좋을 것도 없잖아요. 이렇게 된거 헥토마 펑션 효율성도 올릴 겸 미리 해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윤 설이 폭소했다.

"에, 왜 웃어요?"


"미안한데 있잖아, 이 누나는 생 스무살이 될 때까지 운동만 하고 살아온 사람이거든. 솔직히 신체 스펙으로만 보자면 너보다 한 두 배 이상은 단단할거다."

아, 맞다. 이 누나 운동선수였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어련하시겠어요."

정혁은 관물대 위에 올려져 있는 물병을 들고 생활관을 나섰다.

"다녀올게요."

정혁이 사라진 생활관에는 다시 한 번 정적이 돌았다.


------


백조전대 전대장실.


"강남 부근 말씀이십니까?"

하진명이 뒷짐을 진 채 천상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 고농도의 에너지가 발산한 곳이니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상부에서 판단하는 모양이더군."


천상호는 돋보기를 이용해 기밀 문서의 글자를 읽고 있었다.

"흠, 이 부분은 글자가 깨져있는데......"

"그렇다면 병력은 어느 정도 규모로 출전시키면 되겠습니까?"

"전부."


"......, 잘못 들었습니다?"

진명의 물음에 상호가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전 병력 강남 부근으로 출전시키라는 말일세."

진명이 고개를 약간 숙인 채로 망설이다가 말했다.


"병력 투입이 너무 과하지 않겠습니까? 혹여나 전대가 적습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니 일단 80퍼센트 정도만 출전을......"

"그러다가 에너지원을 적들에게 빼앗겨 버린다면?"

상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상대보다 우리의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초자원의 확보를 무조건적으로 우선시해야 하네. 혹여나 우리 쪽보다 먼저 침략자들이 그 힘을 사수해낸다면 그 뒷감당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상호의 연설에 진명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진명의 사죄에 상호는 다시 기밀문서로 시선을 옮겼다.

"전 병력, 투입시키고 강남역 부근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그 에너지의 근원을 찾아야 하네. 실패는 없어야 해."


진명이 90도 인사를 건넸다.

"예, 알겠습니다. 무조건 에너지원을 먼저 발견해 내겠습니다."

"이것은 단지 예상일 뿐이지만 나는 그 발견된 초자원이 우리에게 또 다른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네."


상호는 가지고 있던 돋보기를 서랍장 안에 집어넣은 후 기밀문서를 하진명에게 건넸다.

진명은 문서를 받아들어 읽어보았다.


백룡천대 천대장이 보낸 전언이었으며,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천대장님께서는 우리에게 일주일을 주셨네, 어떤가? 그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겠는가?"


하진명은 기밀 문서를 손에 꼭 쥔 채로 말했다.

"예, 맡겨 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레퀴엠 (33) 23.08.11 72 2 11쪽
32 레퀴엠 (32) 23.08.10 73 1 12쪽
31 레퀴엠(31) 23.08.09 73 1 13쪽
30 레퀴엠 (30) 23.08.08 79 1 12쪽
29 레퀴엠 (29) 23.08.07 72 1 12쪽
28 레퀴엠 (28) 23.08.06 74 2 13쪽
27 레퀴엠 (27) 23.08.05 81 3 12쪽
26 레퀴엠(26) 23.08.04 82 2 12쪽
25 레퀴엠(25) 23.08.03 86 2 12쪽
24 레퀴엠(24) 23.08.02 90 1 12쪽
23 레퀴엠(23) 23.08.01 92 3 12쪽
22 레퀴엠(22) 23.07.31 99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19 레퀴엠(19) 23.07.28 108 1 11쪽
18 레퀴엠(18) 23.07.27 120 1 11쪽
17 레퀴엠(17) +1 23.07.26 133 2 12쪽
16 레퀴엠(16) 23.07.25 151 2 12쪽
15 레퀴엠(15) 23.07.24 168 3 12쪽
14 레퀴엠(14) 23.07.23 168 2 12쪽
13 레퀴엠(13) 23.07.22 188 4 12쪽
12 레퀴엠(12) 23.07.21 201 4 12쪽
11 레퀴엠(11) 23.07.20 221 4 11쪽
10 레퀴엠(10) 23.07.19 238 5 12쪽
9 레퀴엠(9) 23.07.18 254 7 12쪽
8 레퀴엠(8) 23.07.17 322 4 11쪽
7 레퀴엠(7) +1 23.07.16 345 5 12쪽
6 레퀴엠(6) 23.07.15 397 5 13쪽
5 레퀴엠(5) 23.07.14 477 8 12쪽
4 레퀴엠(4) +1 23.07.13 531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