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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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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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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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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23)

DUMMY

Episode 22 - 공동위원회


부대장인 조하나가 안경을 어루만지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크흠, 그럼 지금부로 백조전대 소속 민윤찬 지휘관의 징계위원회. 즉, 공동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정숙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결국 여기까지 와 버리신겁니까......'

4지휘관인 정한석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웬만한 중죄가 아닌 이상은 구경조차 불가능할 공동위원회.

백조전대가 개설된 이후 30년 동안 두 번밖에 없었던 전례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 말은 즉슨.


'공동위원회가 개최되었다면 가벼운 처벌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지.'

한석 역시 눈으로 직접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아래로 깔아버린 눈으로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윤찬을 바라본다.


'그러게 제가 극구 말렸지 않았습니까......, 도리어 형님이 위험해 지신다고 당부 드렸건만.'

한석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부대장인 하나는 들고 있는 서류를 넘기며 계속해서 브리핑한다.

"먼저 위원회 간부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위원회장을 맡아주신 백조전대장 천상호 대장님과 부위원회장인 지휘대장 하진명 대장님 자리하시고 계십니다."


자리에 착석한 모든 지휘관들이 자리에서 일어서 목례한다.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공동위원회에서 죄명검사의 역할을 맡은 지휘부대장인 조하나입니다."


하나가 정중한 몸짓으로 위원회 간부들과 착석한 지휘관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전대장 천상호가 손을 펼쳐들었다.

"형식적인 위원회 브리핑은 필요 없네, 죄목부터 시작해."


"아, 알겠습니다."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조하나가 안경을 어루만진다.


"그럼 죄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 착석한 민윤찬 제2 지휘관은, 정부국의 제 3원칙 중 하나인 '일반인의 전대 접근 불가' 조항을 위반함과 동시에 계수의 발현을 위한 목적으로 발현테스트를 시행하였습니다."


"발현테스트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그런 죄목까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지휘관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회의관 내부를 메우기 시작한다.

몇 초 동안의 웅성거림이 지속되자 천상호가 약간의 기를 발산했다.

피융- 하며 회의장 내부에 충격이 일어난다.


"정숙해라."

상호의 오싹한 동공에 지휘관들이 순식간에 고개를 돌리며 입을 다물었다.

"지금부터 소란을 야기하는 자는 엄중히 처벌하도록 하겠다."


진명이 거든다.

백조전대의 우두머리에 속해 있는 두 남자의 기백에 지휘관들은 반응할 수조차 없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도저히 이건!'


하나가 눈을 질끔 감는다.

불과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


공동위원회 개최 하루 전.

백조전대의 지휘부대장실.


조하나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봉투를 잡아 윤찬에게 건넨다.

"자, 받아."

윤찬은 무표정으로 봉투를 받아든다.

"이건......"


"내일 개최될 공동위원회의 출석장이야."

"......, 빠르네요. 조금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조하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눈을 치켜 뜬다.

"무슨 시간이 필요한데?"


"적어도 펑션의 2차 각성 단계까지는 마련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하루의 시간으로는 턱도 없으니......"

하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는 정말......, 하아,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어떻게."


"공동위원회가 열릴 거라고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어었어요."

"그걸 알고 있었던 놈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해!"

하나가 테이블을 손바닥을 내려친다.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는 듯 보인다.

분노, 슬픔, 아련, 연민 등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두 눈빛은 윤찬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들키게 되면 전출로 끝나더라도 다행인 수준이야!"

울분 섞인 목소리가 윤찬의 두 귀를 파고든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윤찬은 아무 말도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초점 없는 눈동자는 그 어느 지점도 보이지 않는다.

"하,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하나가 입술을 꽉 물며 찢어지는 심정의 목소리로 말했다.

"민도하 때문인거지......?"

윤찬의 몸이 움찔한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을 해집으며 허공으로 사라진다.

화재, 추락, 부주의, 눈빛, 감정.

과거의 기억들이 온통 그의 눈 앞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한다.


하나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을 이어간다.

"그 아이의 기억이 지금 네 현재를 얽매고 있는 거잖아.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이 모두 그 때의......."

"그 이야기는......!"

"아니!"


조하나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윤찬이 그녀의 얼굴을 응시한다.

말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얼굴의 기색이 역력하다.


"지금이라도 해야만 해, 어째서 그렇게 얽매여 있는 거야! 너의 현재를 버릴 정도로 과거의 기억이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너보다 중요하단 거야?"


"모든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남에 대해 그렇게......!"

"모르겠지!"

테이블 위에 놓여진 하나의 손이 뭉쳐진다.


"나는 너의 아픔을 완벽히 알 수 없겠지, 모든 것을 공감해 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가 윤찬의 제복 깃을 잡는다.


"너의 현재를 이렇게 방관해도 되는 걸까?"

윤찬의 동공이 크게 뜨여진다.

조하나의 진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

윤찬이 하나의 눈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방관하는 것과 방관하지 않는 것,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누나에게는 책임이 따르지 않아요."


"그렇겠지, 책임은 따르지 않겠지."

"그렇다면 저의 부탁 하나 정도는 들어줄 수 있겠죠?"

하나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번엔 또 뭐야?"

윤찬이 잠시 망설인다.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다음 말을 덧붙인다.

"그 사람들만은 지켜주세요."


"뭐?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침략자들로 인해 갈 곳과 의지할 곳을 잃어버린 여린 친구들이에요, 이제서야 제대로 된 힘을 익히게 된 단계인데 더 큰 시련을 줄 수는 없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조하나가 움켜 쥔 윤찬의 제복을 거세게 잡아끌며 분노를 표출한다.

"어서 대답 안해?!!"


"제가 그들에게 했던 모든 행위들을......., 공동위원회에서 폭로해 주세요."


윤찬은 하나의 손을 뿌리치며 몸을 돌렸다.

지휘부대장실의 문이 닫히자 무의 정적이 그녀를 덮쳤다.

"하......"


------


현재의 시각.

공동위원회가 개최된 회의관.


저마다 웅성거리는 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밖으로 내뱉는다.

지휘관들은 조하나의 폭로에 당황한 듯 보인다.


"정숙해라!!!"

하진명의 외침이 지속된다.

진명 역시 일반인 출입 죄목에 대한 형명은 보고 받았으나 발현에 대한 보고는 받은 적이 없었다.

전대를 이끌고 있는 간부들 중 한 명으로써는 가히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는 전대장인 천상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마도, 굉장히 분노했다는 신호탄일 것이 분명했다.


당장이라도 이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럴 수 없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형식적인 방향으로 처벌을 내릴 수는 있다.


그는 이 공동위원회의 주최장이기 때문이었다.

"민윤찬 지휘관."

낮게 내려깔은 목소리로 장내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현재 본 위원장이 보고받은 내용이 사실인가?"

원형 테이블 위에 반듯하게 얹은 두 팔에서 혈관이 튀어나올 듯한 전조가 보인다.


윤찬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사실입니다."

순간의 정적.

하지만 그 정적을 깨트린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민윤찬 자신이었다.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자네에게는 이 사태에 대한 해명이 최우선인가?"

천상호가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윤찬을 압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씻지 못할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조항을 어겨 지휘관의 물을 흐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럼에도 설명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윤찬의 눈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천상호의 살기에 의해 겁을 먹은 것이 아닌.

오히려 더 맑고 청량한 눈빛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 한다.


"일단은 들어보겠다."

상호의 대답 아래 모든 지휘관이 일제히 윤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윤찬은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상호에게 목례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제가 전대에 들여온 두 명의 일반인들은 모두.......,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뭣이라?!"

상호의 동공이 커진다.

순식간에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제는 웅성거림을 넘어서 윤찬의 말 한 마디에 모든 지휘관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헥토마 펑션이라니, 그게 무슨.......?!"

"확률적으로 가능한 얘기냐고, 우연찮게 데려온 일반인 두 명이 그 잠재력의 소유자라니?!"

"이 사태를 넘기기 위한 수작의 일부인가?"


지휘관들의 소란을 가만히 듣고있던 하진명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살기를 뿜어냈다.

"지휘관들, 마지막 경고다. 지금부터 단 한마디라도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전체 징계를 부여하겠다."


지휘관들 모두가 안절부절한다.

하지만 진명 역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있겠는가.


몇십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헥토마 펑션이라는 잠재력이 지닌 자들을 둘이나 전대에 들였다고 대답하는데.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라는 것은 확실한가?"


천상호가 질문한다.

제아무리 처벌을 위해 개최된 공동위원회라 하더라도 윤찬의 발언은 그의 귀를 솔깃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윤찬은 목례중이던 고개를 위로 들어 상호를 바라보았다.

"사실입니다, 전대장님."

"흠......."


상호가 턱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자네는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지닌 자들이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알고 있나?"

윤찬이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대부분이 과부하 현상에 빠지게 됩니다."


"정답이다."

상호가 손가락 스냅으로 따악- 소리를 내었다.

"만약 네가 들여온 인간들이 네가 발현해놓은 헥토마 펑션의 과부하 현상으로 인해 죽음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면 자네는 그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윤찬의 머릿속을 깊게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그, 그것은......."

그의 온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호기롭게 뛰어들기는 했지만 생각을 해본다면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낮은 확률에 불과하다.


"그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자네는 죄 없는 일반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과 마찬가지라네."

상호의 말이 가슴 속에 비수로 꽂혔다.

사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세상 모든 확률에 백퍼센트란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의 오차가 있더라도 확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

하지만 윤찬은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만을 가지고 과부하 현상을 막는 것에만 몰두했다.


'짧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실 성공의 확률은 높지 않은 것이 분명했어!'

그런데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막아야 한다는 자신만을 가지고 뛰어들게 된 꼴이 되었다.


"조하나 군의 브리핑이 본인의 입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으니 더 이상의 위원회의는 무의미가 되겠군."

상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며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펜을 들었다.

상호는 검은 잉크가 묻어있는 깃털펜을 이용해 서류 사인란에 자신의 화려한 사인을 새겨넣었다.

"더 들어볼 것도 없다, 본 공동위원회의 위원장인 백조전대의 전대장 천상호는 제2 지휘관 민윤찬에게......!"


서류를 들어 모든 지휘관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전출의 명령을 하사한다!"

상호가 높게 쳐 든 서류에는 전출 명령이 적힌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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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레퀴엠(20) 23.07.29 10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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