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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840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7.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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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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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레퀴엠(15)

DUMMY

Episode 14 - 침략자들


"이렇게 된 거에요."

정혁이 모든 설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윤 설이 정혁을 밀치고 윤찬에게로 다가간다.

연보랏빛 계수의 구를 내밀어 윤찬에게 보여준다.

"이것 봐요, 엄청 예쁜 것 같아요."


소녀 감성이 풍부한 갓 스무살의 윤 설이 활짝 웃으며 말한다.

그간의 고통은 다 사라졌다는 듯 해맑은 표정이다.

하지만 윤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발현에 성공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된거지?'

재능인가.

아니면 그저 의지인가.


성공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

'아니야, 그런 것만으로는 부족해.'

"윤찬씨?"


정혁이 윤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네?"

윤찬이 흠칫한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안색이 안좋아 보여서."

정혁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것보다."


윤 설이 앞으로 치고 나온다.

"테스트에 성공했으니 저희도 백조전대에 입영할 수 있는거죠? 입영? 입영이라고 해야 하나?"

윤찬이 생각에 잠긴다.


"두 사람은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윤찬이 뒤돌아 아레나 룸의 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뛰어간다.

"어, 윤찬씨?"


나무로 이루어진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닫힌다.

"흠."


------


침략의 행성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호오."

흥미로운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낡은 문서를 넘기고 있는 제페토.

"희곡이라, 문학 쪽이 굉장히 흥미롭군."


그는 여러 서류와 깃털펜이 놓여있는 자신의 테이블에서 일어나 책장 쪽으로 걸어갔다.

"어디보자, 기록물이......"


동공을 키운 채로 책을 찾는 그 때.

똑- 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들어와."


제페토의 단조로운 대답에 누군가 문을 열어제낀다.

백색의 머리와 눈썹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한다.

화려한 제복에 꽂혀있는 조그마한 단검과 치장된 여러 보석들.

제페토는 급하게 그녀를 맞이한다.


"오오, 몇 주 만인가. 리셸."

리셸은 제페토의 책장을 쳐다보며 말한다.

"문학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시네요."


"나이를 먹다 보니 취미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심심하지 않으니까."

리셸은 아무 말 없이 정중앙에 위치한 원형 테이블 의자에 착석한다.

그녀는 다리를 꼬며 제페토의 룸 내부를 둘러본다.


"너무 어두운 것 같지 않나요? 벽지나, 가구의 색이 전부 어두컴컴하네요."

"노인네의 취향이랄까, 너무 화려한 색으로 꾸미면 눈이 아프더군."

"어련하시겠습니까."


리셸은 헛웃음을 내뱉는다.

잠깐의 정적 후 그녀가 말한다.

"자, 그래서? 지구 방문 소감부터 들어봐야 겠는데요?"

리셸의 눈매가 변한다.


제페토는 수염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허허, 벌써부터 그 이야기로 들어가려 하다니. 오랜만에 봤으니 차라도 한 잔 하세."

제페토는 구석 서랍장 위에 위치한 찻잔을 들었다.

"흐음."


손짓으로 계수를 흘려보낸다.

브라운 빛깔의 계수가 찻잔 속으로 흘러들어가 액체를 만들어낸다.

"여기 있네."


달콤한 향이 리셸의 코를 타고 흘러 들어간다.

"여전히 제 취향은 잘 알고 계시네요."

"이미 자네에게 수백잔을 타주었으니 그렇지."

리셸이 차를 마신다.


뜨거운 액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시큼 달달한 맛이 느껴진다.

"자, 그래서."

제페토가 의자에 착석하며 자세를 잡는다.

"무슨 정보를 듣고 싶은거지?"


제페토의 진지한 눈빛을 바라보며 리셸이 씨익- 웃어보인다.

"모든 정보요, 아니 모든 것이 아니라도 좋아요. 간단하게라도 말씀해주시죠."

"흐음, 모든 것이라....., 어차피 곧 알게 될테니 말해줘도 상관 없겠지."


제페토가 손으로 턱을 받친다.

"지구의 문명화 자체는 우리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네. 주 에너지원이 자연 그대로의 물질이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대부분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잖아요, 저는 다른 것을 공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제페토가 머리를 긁적인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빌드업이라도 해보려 했건만......, 역시 자네는 당할 수 없겠군."

"힘을 알려주세요."


"계수의 힘을 활용하는 인간들이 있었다네."

리셸이 흥미롭다는 듯 한 쪽 눈썹을 치켜뜬다.

"호오, 그 쪽 세계관에서도 우리와 같은 힘을 사용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은 놀랍네요."


"나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네, 그들의 생존방식은 우리같은 진화형 종족과는 다르기 때문에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계수의 힘을 받아들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어."

리셸은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제페토가 생각에 잠긴다.

민윤찬이라는 남자와의 전투가 떠오른다.

그의 힘에 의해 자신의 방어막이 깨졌다.


물론, 언제나 마음만 먹는다면 다시 생성할 수도 있는 간단한 방어막이었지만 진화형이 아닌 일반 인류 중에서도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쩌면."


제페토의 동공이 사악하게 변질된다.

"그들의 힘은 우리의 예상보다 강할 지도 모르겠어."

"흐음."


리셸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 정도만 듣고 가는 건가?"

제페토의 질문에 리셸이 걸음을 멈춘다.


"뭐,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지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니 제페토 님도 많은 정보를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겠죠."

"보고는 내가 따로 드리겠네."


리셸은 알겠습니다- 라고 말한 후 방문을 열었다.

"아, 참. 변수에 대한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안 가주님이 그러셨어요."

리셸은 윙크를 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철컥- 소리와 함께 제페토의 방 내부에 한기가 돌았다.

"후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쪽 창문으로 향한다.

"변수 차단이라."


제페토가 민윤찬을 떠올린다.

"그것도 재밌겠어, 크크크."


------


"어떻게 된 겁니까?"

윤찬이 싸늘한 표정으로 하나를 내려본다.

그녀는 그러든지 말든지- 라는 무표정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윤찬은 한숨을 내쉬며 캐묻는 말투를 내보인다.


"알고 계셨던거죠? 정혁씨와 윤 설씨가 두 번째 테스트만에 계수 발현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어, 알고 있었어."

"크윽!"


윤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태연ㅎ......!"

"헥토마 펑션(Hextoma Function.)."

"뭐라고요?"


윤찬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둘은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거야."


하나가 깃털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윤찬을 바라본다.

"헥토마 펑션이라니......"

간단하게 들어본 적은 있었다.

헥토마 펑션.


계수의 잠재력은 높으나 그것을 적정 연령 내에 끌어내지 못한 사람에게서 발생되는 돌연변이 에너지이다.


보통 발현의 시기는 만8세부터 15세까지의 범위 내에서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헥토마 펑션이 발생한 인간에게는 계수 발현 자체가 19세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끌어올리지 못한 힘이 축적되는 기괴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혁씨와 윤 설씨가?"

하나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그 펑션이 폭발한 거야. 애초에 잠재력 자체가 방대했기 때문에 발현 테스트에서도 그렇게 빠르게 성공했던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잖아요. 물론 가능성이야 열려있겠지만 어떻게 두 사람 모두가 헥토마 펑션의 힘을 지니고 있을 수 있었던 거죠?"


하나의 깊은 한숨이 부대장실 내부에 퍼진다.

그녀 역시도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아, 이해가 불가능한 건 나도 매한가지야. 어떻게 저런 인물들만 족족 골라서 데려왔는지 너도 참 대단하다."


골치가 아파졌다.


본래 헥토마 펑션이 폭발 현상에 성공했다는 것은 시작점부터 남들과는 다른 힘을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힘을 적응하는데에 있어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 대입한다면, 인턴으로 시작하여 점점 높은 직책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계수라면 헥토마 펑션은 낙하산을 이용해 처음부터 회사 내 좋은 직책을 맡게 되어 고위측 일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


"잘못하면, 과부하(overload)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아니야, 이미 시작되어 버렸어. 헥토마 펑션이 체내에서 끌어내졌다면 아마도 과부하 지속화가 일어나고 있을 거야."


"그럼 어떻게든 그걸 막아야죠!"

윤찬이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쾅- 소리와 함께 서류 몇 장이 공중으로 뜬다.


하나가 옆으로 눈을 돌리며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연다.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윤찬의 제복을 움켜쥔다.

"헥토마 펑션의 힘에 적응시키는 것 뿐이야."

"적응이라고요?"


"그래, 본래 힘이란 오랫동안, 그리고 다듬어질수록 익숙해지고 강해지는 법이야. 헥토마 펑션의 에너지는 다른 일반 계수의 힘과는 다르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해."

"그걸 그 둘이 해낼 수 있을지는 본인들에게 달려있죠."


하나가 답답하다는 듯 움켜쥐었던 제복을 손에서 놓는다.

윤찬은 옷무새를 바로잡는다.


"그리고 그 제어와 다듬기를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은 너고."

윤찬이 고개를 숙인다.

"그렇죠, 제가 거둬들인 씨앗이라면 제가 꽃을 피우는 게 맞아요."

하나는 다시 자리에 착석한다.


널브러진 서류 종이를 한 곳으로 모아 손에 짚는다.

"그럼 그 부분은 너에게 맡길게,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적응'이라는 단어는 원래 뱉어내기는 쉽지만 실현시키기는 어려운 법이거든."


"그런 말들은 대체 어디서 주워듣는 거에요?"

하나가 검지를 들어 옆머리에 갖다 댄다.

"여기서."

"참, 나."


윤찬이 헛웃음을 내뱉는다.

"마침 잘 됐잖아, 안그래도 전달하려고 했는데 지휘대장님께서 넌 다음 실전에서 한 차례 빠지라고 하셨어."


"징계조치 때문이겠죠?"

"아마 그렇겠지."

골칫거리가 두 배로 늘어난다.


이제 곧 백조전대장의 귀에 이 소식이 들어갈 것이다.

일반인을 전대 내부에 들여왔다는 것.

그리고 그 일반인들에게 발현 테스트를 실행시켰다는 것.

한 가지 더 추가된 사실.


최정혁과 윤 설이 헥토마 펑션의 소유자라는 것까지.

'아, 머리 아파.'

이때까지는 머리가 아픈 느낌을 받은 것이지만 이제는 실제로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천상호 대장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곧 알게 되겠네."


해맑게 웃고 있는 하나에게 윤찬이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남 일이라고 그렇게 막 말하지마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나는 웃음을 터트린다.

"푸하하하하하, 너 그런 표정 짓는 거 되게 오랜만인데?"


"이 아줌마가 진짜!"

"무, 뭐? 너 방금 아줌마라고 했냐?!"

윤찬이 팔짱을 낀다.


"헤, 맞잖아요. 내년이면 서른 셋이 될텐데 시집도 못가고 여기서 서류더미나 뒤적거리고 있으면 그게 아줌마지."

놀리는 듯한 표정에 조하나의 얼굴이 빨개진다.


------


지휘부대장실 밖.

벽에 기댄 채로 윤찬과 하나의 대화를 듣고 있는 1 지휘관 도민호가 보인다.

그는 턱에 손을 얹은 채로 생각에 잠긴다.

'흐음, 헥토마 펑션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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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레퀴엠(20) 23.07.29 10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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