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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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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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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07.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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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7)

DUMMY

Episode 6 - 예하부대 백조



윤 설은 정혁을 노려본다.

바깥에 괴물들이 다시 출연하는 것 같아 다녀오겠습니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한 뒤 생활관 밖으로 나간 윤찬은 2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의 실력을 직접 보았으니까.


하지만 온 몸에 저릿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팽개칠 수 없다.

"너, 왜 그런 말을 한거야?"

"네?"


"너도 안다며, 윤찬씨처럼 쌔질 수 없다는 거."

윤 설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냥 저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좋았을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정혁은 침대에 상체를 눕혔다.

딱딱한 침대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저 사람들에게 맡기는 게 좋은 방법일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히 그게 맞았을 거에요. 그런데요, 누나. 그러면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잖아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남에게 우리 가족의 안위를 맡기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혁이 윤설의 말을 끊는다.

"만약에, 우리 가족이 정말 잘못되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저 씹새끼들은 제가 직접 죽이고 싶을 것 같아요."


정혁은 가만히 천장을 응시했다.

새하얀 다운 라이트 조명에 눈이 부셨지만 딱히 의식하지는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데 그 복수마저도 남에게 미뤄버리면 화가 나잖아요."


윤 설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겨 정혁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래, 네가 정한 일이니까 어디 한 번 해봐."


윤 설의 낮은 목소리에 정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정혁은 눈동자를 굴려 윤 설을 자세히 관찰했다.


꾸준히 운동을 한 것인지 매끄러운 몸매.

얇고 가는 턱선과 함께 상체를 감추고 있는 검은색의 반팔티.

붉은 긴생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샴푸 냄새.

반팔티의 등 부분에 적혀 있는 고급 브랜드 네임이 보인다.

×렌시아가.


'조금 사는 집인가?'

하지만 딱히 이런 누추한 분위기에서 과거에 대해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하물며 어머니가 변을 당했으니 물어보는 것은 더욱 실례라 생각했다.

"늦으시네."


윤 설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혁은 다급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게요, 이제 30분이 다 되어가는데."

벽걸이 시계의 초침 소리가 생활관에 울려퍼진다.

그러고 10초가 지났을까.


윤 설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정혁의 두 뺨을 양 손으로 집는다.

"어, 어??"


갑자기 머리가 들리자 정혁은 당황한 듯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시야에서 생활관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가고 곧이어 붉은 머리의 윤 설이 나타난다.

"나도 할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정의감에 가득 찬 동공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혁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네, 네? 뭘요?"


윤 설의 두 손아귀 힘이 그대로 전달되자 정혁은 그녀의 팔을 잡고 아래로 내렸다.

"뭐, 뭘 하겠다는 거에요??"

"발현인가 뭐시긴가 있잖아, 나도 해보겠다고!"

"네???!!!"


정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여자가 제정신인가.

정혁의 결정에 의해 즉흥적으로 내린 결단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말려야 했다.

"안돼요, 누나까지 왜 그러는 거에요?"


"뭘 왜그래, 너도 직접 내린 결정이잖아. 나도 내 스스로 내린 결정이니까 말릴 생각 하지마!"

아, 맞다.

이 양반도 어머니를 잃었지.


정혁의 머릿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왈가왈부할 처지는 되지 못하지.'


어차피 일반인의 신분으로 지낸다면 숨거나 도망만 다니는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

마치 낙오자가 된듯이 떠돌이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저조차도 발현자가 되는데 실패한다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거지, 지금은 현재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되는거야."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정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 초침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본다.

그 때 생활관 문이 열리며 윤찬이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괴수들이 한 둘이 아니라ㅅ...."

윤 설과 정혁의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던 윤찬이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 뭔가 또 귀찮은 일이 생긴 것 같은데.'

그의 생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


"그러니까......, 윤 설씨도 마찬가지로 발현을 시험해보고 싶으시다는 거죠?"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한 쪽 손으로 이마를 잡고 있는 윤찬이 말했다.

"그렇죠."


윤 설과 정혁이 동시에 대답했다.

윤찬은 골치아픈 듯 한 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하, 꽤나 당당한 말투네.'

게다가 저돌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반인 두 명이 동시에 발현자 테스트를 보게 해달라니.

그게 어디 말이나 쉬운가.


상부의 허락과 교육관의 호출.

여러모로 머리 아픈 요소를 많이 동반하게 되는 테스트였다.

"하, 한 명으로도 벅찬데 두 명이 동시에."

머리를 긁적이는 윤찬에게 윤 설과 정혁이 고개를 90도로 숙인다.

"부탁드립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이렇게까지 행동해 버리면 나는 더더욱 거절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요!!'

소리 없는 아우성.


그냥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어야 했나,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무를 수도 없는 일.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거절하는 차별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따라오시죠."


윤찬은 생활관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다.

'골치아프네, 또 대장님에게 엄청 혼나게 생겼구만.'

되려 걱정거리만 더욱 늘어난 채로 복귀하는 상황이 발생해버렸다.

하지만 그런 윤찬의 속내를 알 수나 있을까.


정혁과 윤 설은 자신만의 다짐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있었다.

'엄마, 아빠, 윤서야. 꼭 살아있어줘.'

'꼭 헌터가 되어야겠어, 그래야지.....'

세 명은 각자 다른 골칫거리와 다짐을 품은 채 막사 밖을 나섰다.


------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의 회전익 소리가 거세게 귀를 몰아친다.

윤찬은 정혁의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타세요, 정부국의 예하부대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윤찬이 먼저 탑승했다.


그는 헬기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남자에게 무언가를 말한다.

회전익 소리 때문에 자세하게 들리지 않았지만 딱히 정혁은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누나 먼저 타세요."


정혁의 말에 윤 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헬기 내부로 들어섰다.

'정부국의 예하부대라, 한 번 가보자고.'


정혁이 내부에 들어서자 문이 닫히고 헬기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회전익으로 인해 바닥에 퍼질러져있던 모래가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모래바람으로 이뤄진다.

하늘 높이 떠오른 헬리콥터는 도심과 최대한 멀어지는 방향으로 궤도를 틀었다.


"이 사람들입니까?"

헬기 안에 먼저 탑승하고 있던 남자가 정혁과 윤 설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저 사람도 헌터 직책인가?'


브라운 계열의 색을 지닌 짧은 머리의 소유자였다.

"응, 맞아. 대장님에게는 내가 직접 연락드렸으니 넌 신경쓰지마."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윤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형님,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윤찬은 남성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오른쪽 손을 들어 남성을 소개했다.


"인사해요, 이 사람은 저의 직속 부하인 정한석 입니다. 여기있는 남학생은 최정혁, 저기 붉은 머리 여성분은 윤 설님이야."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윤 설과 최정혁은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남성은 지금 형식적인 인사에 대답할 여유가 없어보였다.


"형님, 지금 일반인을 끌어들이신 겁니다. 대장님에게 보고했으니 망정이지 자칫 잘못해서 국장님 귀에 들어가게 되면 큰일이라고요."

"그러니 네가 주변 지휘관들 입단속 좀 해줘. 내가 웬만해서는 이런 부탁 권유하지 않잖아."

"후, 그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미 전달해놨으니까."


한석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윤찬을 흘깃 쳐다보았다.

의미심장한 윤찬의 얼굴에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다시 집어넣는다.

"혹여나 과거의 그 일 때문에 이러신다면 ㄱ....."

"한석아,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줘."

"......, 알겠습니다."


한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정혁과 윤 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 죄송합니다. 미처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네요. 저는 백조부대 4지휘대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정한석이라고 합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공손한 인사를 마치자 한석의 눈빛이 바로 돌변한다.

그는 위아래로 정혁과 윤 설을 흞으며 생각에 잠긴다.


'뭐야, 이러니까 마치 경찰서에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정혁은 마치 자신들이 조사를 받는 죄수같다고 생각했다.

정한석이라는 사람은 아직 미심쩍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자 윤찬이 그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그만해, 그렇게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면 저 두 사람이 불편하잖아."

"아."

한석은 그제서야 정혁과 윤 설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

"미안합니다, 너무 째려봤네요."


"너 같이 험상궃은 사람이 그런 표정으로 남을 쳐다보면 도망쳐 버린다고."

"......,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 그 정도 맞아요.


정혁은 입으로 뱉을 수 없으니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뱉었다.

"밖을 내다봐요."

윤찬의 어두운 목소리가 들렸다.

정혁과 윤 설은 각각 오른쪽, 왼쪽의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불바다.


도시 자체가 완전한 불바다가 되어 있다.

아직도 전투용 헬기는 하늘에서 총을 쏴대고 있으며 추락하여 폭파된 헬기도 몇 대 눈에 들어온다.

정말 멸망이라도 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이, 이게......"


정혁이 처음 피시방에서 나왔을 때 마주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병력이 많이 부족해요."

윤찬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응시했다.


"이미 전국의 도시 전체가 방금 보셨던 것처럼 변질되어 있어요, 괴멸 상태가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진행된다면 대한민국은 정부 괴멸의 가도에 놓일 겁니다."

괴멸.


괴멸한다고? 진짜?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럴 수 있는거지?

정혁의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늘어났다.

이제 없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는 것도.

야자를 째고 친구와 같이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와 휴대폰을 켜며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일상에 대해 거의 100프로 제약이 걸리는 것이다.

되돌려 놓고 싶다.


다시 그 평범했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정혁은 그 두 마디를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그렇게 15분이 지나서 였을까.


헬기는 회전익을 빠르게 굴리며 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어디에 위치한 무슨 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높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상에 위치한 거대한 3개의 건물.

"자, 이제....."


윤찬이 입을 열었다.

그레이 빛깔의 벽체와 주변을 메우고 있는 연푸른 빛깔의 오라.

정혁은 저 곳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저곳이 바로 저희 사이드펑커 정부국 소속의 직활 예하부대, 백조전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8 Jdjwnw
    작성일
    23.07.25 22:16
    No. 1

    근데.. 이정도로 국가가 밀리는 상황이면 분별없이 15세 나이대의 국민들 전체를 대상으로 발현테스트 하지 않을까요? 거기다 여기 두명은 단순 구조된 소년 소녀인데 너무 특출나게 군에서 신경써주는 느낌이 강하고요. 개연성을 말하는 겁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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