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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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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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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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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07.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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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퀴엠(5)

DUMMY

Episode 4 - 민윤찬



"커, 커헉!"

정혁의 머리가 바닥으로 쳐박혔다.

전신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

찢어진 교복 마이의 팔 소매 안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정혁은 고개를 들었다.


'분명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것 같이 느껴졌는데.'

죽지 않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앞에는 여러 무기로 치장된 제복을 입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바닥에는 괴물이 산산조각이 난 채로 쓰러져있다.

정혁의 시선이 곧장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어, 누구세요?"

남자는 몸체를 돌려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얇은 글러브를 낀 손을 내민다.

"괜찮아요?"


청년의 목소리였다.

얇고도 청아한 성대의 음이 공기중으로 흩어진다.

정혁은 남자가 내민 손을 잡아 일어섰다.

"아, 네 괜찮아요. 그런데......"


처절하게 주검이 된 괴물의 사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어떻게 죽인 거지?'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생겨났다.

보통 인간으로는 어떠한 방식을 사용해도 해치울 수 없을 것만 같은 괴물이 죽어있다.

게다가 처치한 남성은 아직 20대처럼 보이는 청년.


인간을 초월한 초인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슈퍼히어로?

"저기."

남자가 놀란 표정의 정혁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지금 많이 놀라신 건 알겠지만 일단 어서 움직여야 해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아, 네 알겠습니다."

번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아, 윤 설!"


10미터 넘짓 떨어져있는 곳에 윤 설이 기절해있었다.

정혁은 윤 설에게로 달려가 맥을 짚고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냥 기절한 것 뿐인가?'


딱히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휴, 다행이다. 죄송해요, 일행이 쓰러지는 바람에."

다가온 남자가 기절해있는 윤 설을 응시했다.

"어디 한 번 봐요."


남자는 윤 설의 복부에서 10 센티미터 띄워진 공중에 손을 폈다.

'뭘 하려는 거지?'

곧이어 푸른 빛이 들어왔다.

"어?"

연출인가.


푸른 섬광이 윤 설의 몸체로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몇 초간이 지속된 후 남자는 섬광을 없애고 손을 떼었다.

"다행히 그냥 기절한 것 뿐이로군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겁니다."

정혁은 남자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놀란 표정에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조금 놀라셨을 수도 있겠군요.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사이드펑커 정부국 소속의 민윤찬이라고 합니다."


"사이, 정부, 뭐라고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정혁의 머리에 꽂혔다.

"조금 어렵게 설명해 드린것 같군요, 음 쉽게 말해서 비밀리에 육성되던 헌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헌터라고요?"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 때.

쿵- 쿵- 쿵- 쿵-


거대한 발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4미터 크기의 거구의 거인이 나타났다.

"어?"

근육질에 헬창과도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거인.

주먹의 크기마저 인간의 상체와 비슷해 보였다.


저런 주먹에 한대라도 맞았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이 분명하다 생각했다.

"아, 아직 남아있었나?"

윤찬은 군화를 끌며 괴물에게로 다가갔다.

크와아아아아아--

괴물이 포효한다.


마치, 적수를 만난 맹수처럼 자신의 강력함을 울음소리로 어필한다.

윤찬은 허리에 찬 하얀 빛의 단검을 꺼내어 손에 쥔다.

촤락-

단검을 왼손에 쥔 채로 자세를 낮춘다.


"아까 잔챙이 놈들은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대장이 남아있으셨구만?"

괴물이 먼저 돌격한다.

기괴하게 뭉개진 오른 주먹을 윤찬에게 뻗자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정혁의 귀를 덮쳤다.

'그저 주먹을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이런 압박감이 전해진다고?'


윤찬은 미동이 없었다.

정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는 자세를 취했다.

"위험해요!!"

"괜찮습니다, 아래뵈도 제가 전적은 화려해서요."


윤찬의 신체에 푸른 빛이 맴돈다.

영화 CG와 같은 매혹적인 섬광이 윤찬의 움직임에 의해 잔상처럼 이동한다.

가볍게 옆으로 발을 움직이며 피한다.

쾅-


괴물의 주먹이 대지에 꽂히자 균열이 일어난다.

일대가 흔들리자 정혁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하, 스피드는 그닥이네. 파워에만 집중된 놈이잖아?"

윤찬이 말한다.


마치 오랜 전투경험이 있는 듯 윤찬은 백조같이 가벼운 움직임을 선보인다.

괴물의 연타 주먹은 윤찬에게 닿지 않았다.

단검에서 하얀 빛이 맴돌았다.

아니, 빛이 아니라 오라같은 형상이었다.


'그럼, 좀 놀아볼까.'

윤찬은 괴물의 팔을 올랐다.

촤락- 촤락- 촤악-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괴물에게 찰과상을 입힌다.

크워어어어어어!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어보지만 윤찬의 속도에 완전히 압도당한다.

"우, 우와...."

정혁은 입이 벌어진 채 윤찬의 단검군무를 쳐다보았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인가.


전설적인 초인이라 불리우는 과거 역사의 위인들도 저정도는 아니리라.

어깨. 팔. 허벅지. 등. 이두.

윤찬의 현란함 춤사위가 괴물의 힘을 점점 빼놓기 시작했다.

"끝이다."


윤찬은 괴물의 머리를 발판삼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단검을 휘둘렀다.

지이잉-

'저, 저건?'


푸른 오라의 참격이 괴물의 머리에 닿았다.

크워어어어어어- 촤아악!

초록색의 피가 사방으로 튄다.

윤찬은 바닥으로 착지하여 옷무새를 털었다.

툭-


곧이어 입을 벌린 채 죽음을 맞이한 괴물의 모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휴우우."

윤찬은 옷에 묻은 괴물의 피를 연신 닦아내며 정혁에게로 다가왔다.

정혁은 두려움에 떨었다.


'뭐, 뭐지 이 사람? 아니, 사람은 맞나? 어떻게 저런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거지? 그것보다 방금 보여준 빛은 대체 뭔데?!'


판타지 장르의 영화나 소설에서 볼 법한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지자 정혁의 입술은 제 기능을 상실한 듯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 저기....."

윤찬은 당황한 듯 다시 한 번 머리를 긁적였다.

"아, 죄송합니다. 또 믿기 힘든 광경을......."

"어...., 그게 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당황해서 입술이 떨렸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말을 더듬게 된다.

하지만 정혁의 그런 반응을 이해라도 하듯 윤찬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얘기해 보도록 하고요. 우선은 일행분부터."

윤찬은 손을 펼쳐 푸른 빛을 발현시킨 뒤 윤 설의 머리를 터치했다.

슈우우우욱-


빨려 들어가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윤 설의 머릿속으로 빛이 스며들었다.

"뭘 하신거에요?"

정혁이 묻자 윤찬은 손가락으로 윤 설을 가리켰다.

"어, 으......"


흐릿한 동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윤 설은 정신이 없는 듯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어,여기가?"

"괘, 괜찮아요 누나?"


정혁은 다급한 나머지 '누나'라는 호칭을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하지만 그닥 부끄러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어, 아까 분명히 괴물한테."


"괜찮아요 누나, 이 분이 구해주셨어요."

"구해줘?"

윤 설은 시선을 옮겨 흑발머리의 민윤찬을 바라보았다.


딱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생김새 때문인지 그녀는 곧바로 경계심을 보였다.

"누, 누구세요?"

다급하게 몸을 웅크린 윤 설을 보자 윤찬은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펼쳤다.

"저기 일단 진정하시고요,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눠보시죠."


-------


세 사람은 정혁과 윤 설이 휴식을 취했던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내부를 환하게 비춰주는 라이트를 켜고 각자 자리를 잡아 진지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자 정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일단 자기소개부터 다시 해주세요."

윤 설을 배려하기 위한 말이었다.

'기절해 있느라고 이름도 못 들었을테니까.'


윤찬은 헛기침을 한 후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크흠, 우선 제 이름은 민윤찬이라고 하고요. 사이드펑커 정부국 소속의 전문 헌터입니다."

"사이드 뭐시기에 소속된 헌터라고요?"


윤 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저렇게 큰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여자였구나.'

속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잡생각은 뇌의 저편으로 집어치우기로 결정했다.


"흠, 딱히 쉬운 명칭으로 바꿔드리기는 힘들군요. 아까 저 남성분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드렸는데 저는 세계 보호의 목적으로 길러진 전투용 병기입니다."

'전투용 병기라.....'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사실 세상에는 전쟁이나 갖가지 전투를 위해 육성되는 수많은 군대나 용병들이 있기 마련이다.

집단이나 더 나아가서는 나라 전체를 지키기 위해서 고난이도의 훈련을 수행하는 통칭 특수부대 출신들.


하지만 윤찬은 무엇인가가 달랐다.

신체적으로 훈련을 받은 인간이 아닌 무언가 다른 힘을 잠식하고 있는 돌연변이 같다고 해야 할까.

"전투용 병기라면 전쟁에서 활약하는 역할이신건가요?"


"흐음, 아니요.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자면 침략 대비책이라고나 할까요."

"침략 대비책이요?"

정혁과 윤 설이 동시에 질문했다.

윤찬은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했다.


"외계의 침략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아, 아까 그 남자 군인이 말했던.'

퍼즐 조각이 하나 두 개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그 얘기 전에, 아까 제 눈으로 보았던 말도 안되는 것들은 다 뭐에요? 막 푸른 빛이 나오고 괴물을 한 번에 죽이고 했던 것들 말이에요."

연이은 질문 폭탄에 윤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것 말인가요?"


윤찬의 손에서 푸른 빛의 구가 생성되었다.

지이잉- 소리를 내며 발현된 구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어보였다.

"어, 어???? 어???!?!!!!"

윤 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긴 그러기도 할 것이 눈 앞에 티비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난 한 번 봤다고 익숙해 지기라도 한건가?'

사실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한 번 본 것만으로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통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당황하시는 게 당연하죠, 이 힘은 저희같은 발현자가 아니라면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정확하게는 재능이 있는 발현자."

'발현자, 그건 또 뭐지?'

의문점들이 여러 개가 쌓여 머릿속에서 시냅스를 형성했다.


"저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체성분은 아주 많아요. 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모두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꼭 필요한 요소들이죠."

윤찬은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성분이 있어요. 바로 '계수'라고 불리우는 성분이에요."


"계수라고요?"

이번에는 윤 설이 질문했다.

"네, 영화나 게임에서 보는 마나와 유사한 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잠재력을 가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계수의 흐름을 몸 속에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발현이 되는 시기가 되면...."


윤찬은 약간 뜸을 들인다.

"저와 같은 발현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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