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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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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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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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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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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33)

DUMMY

Episode 32 - 제이르나


재승이 정혁을 끌어안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엉엉엉, 정말, 끄흑! 다행입니다. 자칫 잘못된 줄 알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정혁의 하얀 생활복 상의에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저, 저기 재승씨. 저는 괜찮으니까 일단 조금 떨어져 주시면......"

정혁이 당황하며 재승의 팔을 잡았다.

"엇?!"

재승은 놀란 나머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아, 아......! 죄송합니다. 정혁씨가 일주일동안 깨어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서 그만."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쓰러운 표정을 보였다.

'정말 일주일동안 기절해 있었다는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의식 속 세계와 현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니.

하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을 보면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어디 봐."

정혁의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윤 설이 손을 내밀었다.

"어, 엇......!"

그녀의 손이 정혁의 이마에 닿았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아니, 윤 설의 손이 차가운 것이 아니라 정혁의 이마가 뜨거운 것이다.

"뭐야, 완전 불덩이잖아?!"


윤 설은 하나가 알려준 사물함에서 노란색 알약이 가득 담긴 통을 꺼낸다.

뚜껑을 열자 서로 다른 크기의 노란 알약이 두 개가 튀어나온다.

"자, 이거 먹어."


그녀가 가녀린 손으로 정혁에게 알약을 건넨다.

"아, 고마워요. 물도 좀 주시겠어요?"

"그거 씹어먹는 거야. 한번에 털어 넣어."


'엄청 쓴 거 아니야?'

정혁은 두 개의 알약을 한 번에 입에 털어 씹었다.

와그작-.

"읍?!!"


혀 끝을 타고 강렬하게 전해지는 쓴 맛.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며 침샘에서 침이 대량으로 분비되었다.


"와, 이거 진짜.....! 장난 아닌데요?!"

한 쪽 눈을 질끈 감은 채 억지로 알약을 씹어 넘겼다.

"잔소리하지 말고 먹어, 원래 쓰면 쓸수록 몸에 좋다고 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데요?'

여운이 남아있다.

아마 이제부터 평생동안 어떠한 약품이나 음식을 먹어도 이것보다 더 한 쓴맛은 느끼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 때.

"에, 엥?"

재승이 노란 알약통을 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왜 그래요?"


윤 설이 재승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 윤 설에게 알약통을 들이밀었다.

"저, 저기, 윤 설씨. 이거 변비약인데요......?"


"......, 에?"

잘못 들은건가?

"그, 그럴 리가요!"

윤 설이 다급함을 숨기지 못한 채 재승의 통을 덥썩 받아들었다.


[ 한 알 복용으로 더욱 건강한 장 관리. ]

라고, 통에 쓰여있다.

윤 설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저, 정혁아......, 미안......"


정혁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복부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야 이, 미친 누나야!!!!!!!!!!!"


------


30분 후 백조전대의 치료실.


"하아, 하아, 하아......"

정혁이 벽에 손을 집으며 치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 복통의 지옥이 사후 세계에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윤 설이 두 손을 모은 상태로 90도 인사를 박았다.

"진짜, 진짜 미안해! 부대장님이 말씀해주신 약품이랑 헷갈렸나봐!"


정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답했다.

"지, 진짜 다시는 누나가 주는 거 안 받아먹을 거에요."

아직도 아랫배가 쓰라리듯 아프다.

한 알만 먹어도 바로 효과가 직방이라는 백조전대의 특제 변비약인데 두 알을 먹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이번에는 재승이 알약을 건넸다.

"자, 여기 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꺼냈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믿어도 되는 게 맞는거야?'


한번의 불신으로 인해 영원한 의심을 얻었다.

하지만 뭐, 한 번 실수했으니 두 번째는 괜찮겠지.

정혁이 약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두툼한 알약.

그리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몸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다.


'와, 이거 진짜 효과 직방이네. 도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지?'

의학능력마저도 일반적인 인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시중에 나오면 진짜 떼돈을 벌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어때요, 이제 좀 괜찮아 지셨나요?"

재승의 질문에 정혁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네, 이제 괜찮아요. 마치 다시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누구누구가 준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요."


윤 설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윽,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잖아."

뾰루퉁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알았어요, 알았어."

더 놀리다가는 진짜로 삐칠 것 같아서 그만둬야겠다.

"자, 어쨌든."


윤 설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는 나에게 설명해야 할 게 많아."

"무, 뭘 설명하는데요?"


머리 위에 물음표가 생성된다.

윤 설이 헛웃음을 한 번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첫 번째로, 네가 보여줬던 그 괴상한 힘!"


괴상한 힘?

정혁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말하는 거에요? 혹시 웨어울프랑 싸웠을 때 보여줬던 그거요?"


"그래, 그거 말이야.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그런 힘을 보여줄 수 있던 거야?"

정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아, 그거 그냥 신체 능력을 끌어올려서 몇 바퀴 몸을 돌린 것 뿐인ㄷ......"


윤 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그거 말고!"

"그럼 뭘 말하는 거에요?"

"아, 너 기억 자체가 나지 않는 거야?"


정혁은 윤 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지 못했다.

"의식을 잃은 후로는 아예 기억이 존재하지 않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세요?"

윤 설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윤 설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정혁 본인이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전투에 임한 것.

그리고 그가 보여주었던 놀라운 힘에 관해서 모두.


"......, 그게 다 사실이에요?"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말해준 것들이 정혁에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내가 그 정도의 힘을 보여줬다고? 웨어울프를 그렇게 간단히 제압할 정도로?'

말이 안되지 않는가.

이때까지만 해도 웨어울프 한 마리도 버거워하던 그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 웨어울프를 단숨에 처리해 버렸다는 사실이.


"조하나 부대장님은 어디 계세요?"

"지금 급한 회의 때문에 나가셨어요."

정혁은 재승의 답변을 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야, 뭐야? 어디 가려고?"

"말씀드리러요, 제가 꿈 속에서 봤던 것들을."

"너,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는 거야?"


윤 설이 물었지만 정혁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요, 아직 알아낸 것은 없어요. 하지만 눈으로 목격했던 건 충분할 정도로 많아요. 저는 지금 그걸 전달하러 가는 겁니다."

"그럼 나한테도 알려줘야지!"


정혁이 치료실의 문을 열고 뒤를 돌아 윤 설에게 웃어보였다.

"누나한텐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그리고 문을 닫았다.


"뭐야......, 저 녀석......"

의문점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정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그녀였다.


------


내면 속 어딘가, 헥토마 스피릿.


뱅크시가 전신의 상처를 더듬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 계율이 어긋남과 동시에 이단아가 들어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 '왕'을 볼 면목이 없다."

아직까지도 이런 저런 미친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는 뱅크시였다.


"계승하는 자는 누구란 말인가, 우리의 거대함을 위해! '그 분'의 위대함을 높이기 위한 자는 도대체 누가 될 것이란 말인가!"

허공에 떠다니는 결정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떠올라라 망각의 태양이여! 비산하라 영겁의 씨앗이여! 모든 것들이 '그 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아직도 그런 괴상한 말들을 지껄이는 거에요?"

뱅크스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 어쩐 일로 왔는가. 제이르나."


몸매가 부각되는 붉은 정장을 입고 있는 단발의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어머, 제가 이곳에 일이 있어야만 오나요. 뱅크시?"

"요 근래에는 모습을 꽤나 안비추던데."


"그거야 일이 바쁘니 어쩔 수 없죠."

제이르나가 떠다니는 작은 결정 앞으로 걸음을 옮긴 채 결정을 어루만졌다.

"언제 봐도 아름답네, 이건."


"사방신 모임에 대해 전해주러 온건가?"

제이르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건 전언만 보내도 당신에게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인데 굳이 제가 이곳까지 올 필요가 없죠."


"근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네가 다른 이의 내면 세계에 아무런 용건 없이 찾아왔을 리는 없지 않는가."

"호오, 그건 좀 허를 찌르는 발언이네요."

제이르나가 손가락을 따악 쳤다.


"자, 그럼 이제 말해."

뱅크시의 단호한 말투에 제이르나가 고개를 숙이며 얼굴에 손을 얹었다.

"정말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성격이 아주 똑같네요."

"그게 내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아?"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죠, 아무튼."

제이르나가 손뼉을 쳤다.

짜악-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계수의 파동이 일어나 주변의 결정들을 부숴버렸다.

"어머, 힘을 너무 과하게 준 것 같은데."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말해."

"반대파와의 절대 대립이 확정났어요."

뱅크시가 몸을 움찔거렸다.

"회의로 결정이 난 거야?"


그의 질문에 제이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빌렉빅토르 가문의 절대 반대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골치가 아픈데......, 이렇게 되면 그 쪽과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겠군."


"뭐,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데 뭐 '그 분'께서도 어느정도 생각을 가지고 있으시겠죠."

뱅크시는 턱에 손을 얹으며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혹여나 귀족 가문에게 알려지지는 않았겠지?"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도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제이르나가 맞는 말이에요- 라고 말한 뒤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뱅크시의 앞에 서 전신을 바라보았다.

"또 자해입니까? 그러다가 몸 상한다고요"

"이단아가 왔었거든."

"이단아?"


뱅크시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펑션의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단아! 그 놈이 다시 이곳에 들어온다면 죽음으로 사죄시켜 줄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제이르나는 뱅크시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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