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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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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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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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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07.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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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9)

DUMMY

Episode 18 - 펑션 메모리 2


펑션 메모리.

아직 향상되지 않은 신체에 헥토마 펑션 폭발 이후 기록되는 육체의 기억이다.


뇌에 남아있지 않아도 체내 자체에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후에 반사신경이나 육체능력 향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된다.

윤찬이 그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 이 사태가 일어난 거고.'

"윤 설 씨는 조금 쉬고 계세요."

"헤헤, 그것 참 고오맙네요."


윤 설이 구석탱이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그녀의 시선이 정혁에게로 옮겨진다.


"야, 너도 한 번 맞아봐. 진짜 존나 아프다. 저번보다 더 한 것 같아."

그딴 건 안 알려줘도 돼.

어차피 곧 쳐맞을거니까.


정혁이 계수 발현을 시전한다.

몇 번 시도해 봤다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 두 손에 느껴진다.

'좋아, 확연하게 빨라졌어. 그럼 다음은......'


퍽-!

눈에 스치기도 전에 날아온 주먹에 정혁이 나가 떨어진다.

시야가 빠르게 회전하며 뺨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공격은 하라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자기 만족에 취해 있으면 다음 행동이 둔해지죠."

"맞는 말이야."


응집된 구를 윤찬의 아킬레스쪽에 노리며 팔을 휘둘렀다.

"아직 느려요."

가볍게 점프하며 정혁의 공격이 빗나간다.


그대로 벽 쪽으로 날아간 계수가 폭발한다.

"확실히 파괴력 있고, 스피드 괜찮고, 그렇다고 시전 속도가 엄청 느린 것도 아니네요. 물론 완성형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윤찬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했다.

'공격에는 빈틈이 없어야 해.'

이번에는 구를 만드는 것이 아닌 두 팔에 계수가 스며드는 형태가 일어난다.

"호오."


응용하고 있다.

확실히 배움이 빠르기 때문인지 어떻게 해야 힘이 적절하게 활용되는지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백의 오라가 정혁의 팔을 완전히 감쌌다.


아직 희미하고 얇은 계수의 응집이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주먹으로 오래 싸워봐야 몸이 기억하죠."


어설픈 자세를 잡은 정혁이 웃음기를 내보이며 말한다.

"재밌는 사람이네."

처음으로 윤찬의 반말을 들었다.


"그럼 나도 주먹으로 싸워줄게요."

그래도 존나 아픈건 매한가지에요.

"안 들어와요?"


윤찬이 갸우뚱거린다.

'정면 승부보다는 치고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두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에라 모르겠다!'


그저 부딪혀보기 위해 앞으로 전진한다.

오른손 주먹에 힘을 주어 뻗어본다.


어색한 동작과 함께 계수를 담은 팔이 윤찬의 눈 앞에서 스쳐 지나간다.

'첫 번째는 실패다, 그럼 연타를......!'

이윽고 왼손, 다시 오른손.

후웅- 후웅-


공기를 가르며 내질러지는 두 주먹에 윤찬은 고개를 약간 돌리거나 숙여 피한다.

그렇게 여러 번 공격을 감행하는 때.

'지금!'


왼 다리를 윤찬의 아킬레스 쪽에 걸쳐 넘어트린다.

"읏?!"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보통 이렇게 주먹에 힘을 주입시키면 아래를 신경쓰기에는 힘든 법이지.'

통했다.

윤찬의 등이 바닥에 맞닿자마자 정혁이 그의 복부쪽으로 주먹을 내리꽂으려 한다.

"안되죠."


중저음의 보이스와 함께 윤찬이 정혁의 주먹을 막아낸다.

윤찬은 넘어져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정혁의 오른 정강이를 걷어찬다.

"크윽!"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지는 정혁.

윤찬은 그의 목덜미를 잡아 내던져버린다.

이제까지 몇 번을 바닥에 굴렀을까.


숫자를 세기에도 귀찮을 정도이다.

"머리를 잘 썼네요, 주먹을 메인으로 속여 아래를 먼저 공격할 줄이야. 이번에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한 방 먹일 수 있었는데 아쉽네."

"이제쯤이면 저도 한 대 맞아보고 싶네요."

정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성공하도록 할게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을 받는다.

뭐지?

전신의 감각이 폭주한다.

너무 많이 맞은 탓에 분노한 것일까?


아니, 이건 그런 느낌이 아니다.

'확연히 달라, 몸이 가벼워지는 그런 것이 아니야. 이건 마치......'

신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롭게 2차 성징기에 접어드는 어린 아이처럼.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이건 다른 의미의 변화이다.

'기분이 이상해, 성장인가?'

두 손을 들여다본다.

푸른 빛으로 빛난다.


이질적인 에너지가 혈관 속을 이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윤찬마저 눈을 치켜뜨며 바라본다.

'뭐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천천히 다가온다.

'설마 벌써 적응현상이 일어난건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정혁에게 완전히 다가간다.

"지금 무슨......?"

윤찬이 정혁의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발산되는 푸른 오라.


미미하지만 느껴지는 거대한 잠재력.

'틀림없다, 적응 현상이 시작됐어.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게 좋다.


성장했다는 증거에 심취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으니.

'완전한 펑션 메모리가 쌓였을 턱이 없는데 어떻게?'

윤 설보다 빠르다.


두 사람 모두 헥토마 펑션을 지닌 잠재력있는 사람들이지만 최정혁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적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가 없지.'

믿을 수 없다는 두 동공을 진정시켰다.

"앗."

손바닥에 발현된 푸른 오라가 점점 사라진다.

"어떻게 된거였지?"


정혁은 모르는 눈치였다.

하기야, 안다면 그것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

윤찬은 가볍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아, 별 것 아닙니다. 그저 신체에 에너지가 축척되고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나는 왜 저런 거 안생겼던거야......?"

윤 설이 혼자서 의문점을 가졌다.


"윤 설씨도 조만간 정혁씨와 똑같은 현상이 발현될 거에요."

그녀는 팔짱을 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너보다 배우는 게 느리다니. 말도 안되네 정말."

정혁이 농담섞인 비웃음을 뱉어낸다.


"푸흡, 그러니 열심히 하셨어야죠. 어떡하나? 내가 누나보다 더 천재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누누히 말하지만 저는 당신을 천재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정혁씨.'

윤 설이 새침한 표정을 보인다.


"쳇, 어차피 나중에 따라잡으면 되니까 상관 없어."

자존심이 강해보이는 여자인 것이 말투와 표정에서 드러난다.

"네네, 아무렴요."


정혁이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대답한다.

"아!"

윤 설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약간 위로 올린다.

"왜요?"

"우리 있잖아."


윤 설이 진지한 표정으로 정혁과 윤찬쪽으로 뒤돌아본다.

"여태까지 한 끼도 못 먹었어."

"......, 예?"

분위기가 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이겠지.

정혁과 윤 설뿐만 아니라 윤찬도 게이트 사건이 벌어진 직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윤 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고픔이 몰려온다.

당장이라도 꼬르륵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그러고보니 제가 여러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 정신 없던 나머지 깜빡했네요."

"내가 말 안했으면 아마 배에서 진동이 울릴 때까지 굶었겠네."

윤 설이 칭찬해달라는 눈초리를 정혁에게 보낸다.


"네, 덕분에 에너지 보충하겠네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비상용 식량을 가져올게요."

"그럼 제 테스트는......"


"그건 식사를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도록 하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앗, 넵."

윤찬이 아레나 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뚜벅 뚜벅.


선명하게 귀를 울리는 군화 소리.

'일단 펑션 메모리 현상은 발현되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완전하게 적응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드는 것.'


적응력이 빠르다.

이걸 단순히 우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미칠듯한 재능.


상위 0.1퍼센트에 준하는 잠재력.

헥토마 펑션을 가진 것도 모자라 그 힘을 완벽하게 끌어내는 것도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이야.

물론 아직 100프로로 적응된 것은 아니다.


신체는 아직 미숙하고, 단련은 덜 됐으며, 무엇보다도 계수의 활용 방식이 능숙하지가 못하다.

'신체에 동화되게 하여 체술을 이용하는 점은 훌륭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육체적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그런 차이조차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실전 경험을 내보내야겠어.'

윤찬이 마음을 굳게 잡았다.

하지만 뒷감당이 문제였다.

"하아......"


윤찬이 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리며 한숨을 쉰다.

"하나 누나한테는 또 뭐라고 말해야하지?"


------


달그락.

그릇 소리와 함께 알루미늄 봉지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윤찬은 식당 구석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우유 1리터짜리를 두 개 꺼냈다.

"엄청 차갑네."


검은 봉지 안에 알루미늄 봉지와 우유 두 개, 넉넉하게 과일도 몇 개 챙겨본다.

'아직은 식사 시간이 아니니 주방에서 뭘 만드는 건 자제해야겠지.'

봉지 한 가득 먹거리를 챙긴 후 식당을 나서려는 찰나.


"여."

"응?"

윤찬을 지켜보고 있던 도민호가 보인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습니까?"


윤찬이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네가 냉장고에서 음식거리를 뒤지고 있을 때부터?"

"기척도 없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버릇이네요."


식당 의자에 앉아있는 민호에게 다가가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윤찬이 도민호의 상체를 위아래로 흞는다.

"음?"

찰과상과 타박상에 의한 상처와 반창고 등이 보인다.

"누구한테 맞았습니까?"


"내가 어디가서 맞고 다닐 사람으로 보이냐?"

"그건 아니지만......"


윤찬의 기억 속에서 한 남자가 스쳐 지나간다.

룡청의 공격을 막았던 남자.

늙은 노인이었지만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던 사람.

"혹시 제페토가......?"

"제페토?"


민호의 두 동공이 커진다.

"형님 분명히 오늘 정찰 다녀오신다고 하셨죠?"

민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도 내 모습을 보면서 눈치챘겠지만 아주 처참하게 당했다."

처참하게.

백조전대의 1지휘관인 도민호가?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도민호는 전대 내에서도 TOP 4에 위치한 강자 중 한 명이다.

전체적인 스텟으로만 비교하자면 윤찬보다도 강하다.


그런 그가 '처참하게 당했다', 라는 말을 쓰다니.

'제페토라는 남자가 그렇게도 강하다는 말이야......?'

생각보다 더 한 힘을 가진 강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니라면.


"형님."

"응?"

민호가 아래로 늘어진 눈동자를 윤찬에게로 옮긴다.

"혹시 형님이 상대했던 사람이 노인 남성이었나요? 백발에 하얀색과 붉은색이 섞인 옷을 입은......"

"뭐라고?"


도민호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아니, 내가 만난 사람은 백발의 여성이었다. 이름이 분명......, 리셸 헬다르안이라고 했었어."

"리셸....., 헬다르안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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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레퀴엠(24) 23.08.02 89 1 12쪽
23 레퀴엠(23) 23.08.01 91 3 12쪽
22 레퀴엠(22) 23.07.31 99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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