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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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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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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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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94)

DUMMY

Episode 93 - 두 부류의 적 6



"내, 내가......, 조태훈한테 수, 수면 가루를!"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진짜로 사람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뇌를 찔렀다.

쓰러진 태훈의 얼굴이 맴돌았다.


하지만 재승은 계속 웃음 소리를 내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하하, 괘, 괜찮아. 어차피 저 자식 죽게 되면 누가 했을지 아무도 모를 거고, 어, 업보라고, 그렇지 않냐?"

그는 병태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재승의 물음에도 병태는 입꼬리만 올릴 뿐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


재승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병태는 비열한 눈빛을 선보이며 등 뒤에 감춰진 녹음기를 껐다.

뚝-!

"고생했다, 그래도 어떻게 성공은 시켰나보네."

"당연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죄책감이 드냐?"


병태가 자리에 앉아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죄책감? 그런게 왜 드냐? 그냥 그 X끼는 너무 나댔어."

치익- 치이익-

담뱃불이 병태의 얼굴을 비췄다.

"후우, 그래서 뒤지는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 안에 있는 녹음기를 꽉 쥐었다.


------


서울 강서지역 - 윤 설 사이드.

회축.

콰아아아아앙!!!

윤 설의 발이 닿음과 동시에 괴수의 머리가 그대로 날아갔다.

목에서 초록색 혈흔이 뿜어져 나오며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윤 설은 주변에 널브러진 괴수들의 사체를 보며 코를 막았다.

"아오, 이 구역질 나는 냄새."

그녀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흠, 게이트가....., 어디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리 찾아봐도 게이트처럼 보이는 형상은 없었다.


분명, 몇 시간 전보다 괴수들의 출연 빈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게이트의 위치를 섣불리 판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미 업질러진 물.

이제와서 무를 수는 없었다.


"에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그녀는 음침한 거리를 걸으며 눈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콰장창-!!!

검은 기운과 함께 고층 빌딩 안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뭐, 뭐야?!"

크워어어어어어-!

괴수였다.

윤 설은 이제 지친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 또 너냐? 이제는 얼굴 보기가 싫다."

그녀는 싫은 표정과 함께 붉은 오라를 발산했다.


"지긋지긋하다, 진짜."

아닌 게 아니라, 오늘 그녀가 혼자서 죽인 개체 수만 수십 마리가 넘는다.

진전 없이 약간의 경험치만 올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괴수가 곧바로 윤 설에게 돌진했다.

육중한 몸집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윤 설은 머리를 젖혀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 발을 뻗어 놈의 턱을 노렸다.

콰아아아앙!!!

분명 사람의 몸으로 때렸는데 소리는 대포가 발사되는 것과 동일했다.


괴수는 단 일격에 쓰러졌다.

"어우, 몸이 왜 이렇게."

그녀는 자신의 제복을 내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옷이 보였다.

먼지와 구겨짐이 어두운 밤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세탁을 한 번 해야겠네."

손으로 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윤 설은 잠시 골목길 쪽으로 발을 옮겨 주머니에 있는 물티슈를 꺼냈다.

"어우, 이 더러워지는 것 좀 봐."

청결에 꽤나 신경쓰는 그녀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몸의 먼지를 어느 정도 닦아내고 있을 때.

콰직- 와장창- 콰앙-!

빌딩 안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그녀가 눈을 돌렸다.

괴수 여섯 마리가 안에서 튀어나와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윤 설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빌딩의 정문을 응시했다.


보였다.

미세하지만 약간씩 흘러나오는 검은색의 계수 결정이.

'역시 아까 봤던 건......'

아까 빌딩에서 괴수가 등장할 때 흘렀던 검은 기운이 떠올랐다.

"그랬구만."


윤 설은 최대한 기척을 감추며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자세를 낮추고 계수의 흐름을 지워냈다.

50미터, 30미터, 10미터.

점점 가까워지자 아까 눈으로 봤던 검은 계수의 흐름이 느껴졌다.

"확실하네, 이 곳에 있었구만."


이번에 새로 등장했다는 게이트.

백 퍼센트의 확률로 이 빌딩 안에 있다 확신했다.

윤 설은 깨진 유리창 사이로 몸을 집어넣었다.

유리 파편들이 발에 밟혀 약간의 소리를 냈다.

안은 어두웠다.


당연히 레이더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고, 뭔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돌렸다.

카운터부터 중앙 계단이 눈에 보이고 양옆으로 뻗어진 복도가 들어왔다.


'괴수들이 어디에서 온 거지?'

입구 쪽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윤 설은 천천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세는 최대한 낮춘 채로.

두 눈을 부릅 뜨며 조금의 움직임만 관찰되어도 쫓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계단을 올라가야 하나?'

그녀는 중앙 계단을 바라보았다.

이미 계단은 무언가에 의해 짓눌려진 상태였다.

'옳거니, 위에서 내려오셨구만?'

왼쪽과 오른쪽 복도를 둘러봐도 멀쩡한 것을 보니 확실했다.


쿠구구구궁-!!

위에서 괴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놈의 덩치가 산만해서 그런지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윤 설은 왼쪽 복도의 첫 번째 문을 열어 안으로 몸을 숨겼다.

'아오, 저것들만 오늘 몇 마리를 죽였는데 또 싸워줄 수는 없지.'


쿠구구구구구구......

놈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윤 설이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다 부숴진 계단을 밟으며 층을 올랐다.

2층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검은 기운이 옅었다.


'여기도 아닌가보네, 조금 더 올라가야 하나?'

그렇게 3층, 4층, 5층을 넘어 6층에 다다랐다.

5층의 계단을 절반 쯤 올랐을 때 몸이 움찔거릴 정도의 사악한 기운이 몰려왔다.

'여기구나.'

윤 설은 자세를 낮췄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올려 6층을 쳐다보자 텅 비어버린 층 한가운데에 3미터 정도 크기의 게이트가 보였다.

'저거였구나.'

온전히 빛없이 어둠으로만 가득 차있는 검은 게이트.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붉은 눈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검은색과 그레이색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발산되는 엄청난 흑의 기운.

윤 설은 곧장 고개를 숙였다.

'건물 밖으로 흘러나오던 검은 기운은 게이트에서 나온 게 아니라 저 남자한테서 나온 거였구나.'


딱 눈으로 보아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침착하자, 일단은 레이더를......'

그녀는 민호가 알려준 방법을 활용하여 구출 신호 버튼을 눌렀다.

곧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대원들의 위치가 나타났다.

총 열 일곱 명.


"됐어,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러면......"

그 순간, 게이트가 울렁이며 속에서 괴수가 튀어나왔다.

크워어어어어어-!!

놈은 포효하며 바로 옆에 서있는 남자를 향해 몸을 숙였다.

그르르르르르.


마치 충성을 맹세하는 부하처럼 괴수는 최대한 아래로 머리를 조아렸다.

남자가 괴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가서 부숴버려라.

짧고 굵은 한 마디였다.


괴수는 곧장 일어나 윤 설이 위치한 계단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옆으로 몸을 뺐다.

아랫층으로 숨어야 할까,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야 할까.

잠깐 동안 고민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과는 곧 나왔다.

'그래, 해보자.'

윤 설은 옅은 계수를 생성해 다가오는 괴수의 발을 잘랐다.

촤라락-!

크워어어어어!!

놈은 계단에서 몸을 굴러 바닥에 엎어졌다.


남자가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 설은 계단을 올라오며 헛구역질을 뱉었다.

"아오, 저거 봐. 저렇게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는데 잘도 여기를 지키고 있구나?"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그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저 윤 설을 빤히 쳐다보았다.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일까.

"어이, 너 뭐하는 사람이야? 아니, 그 전에......, 사람이 맞긴 한거냐?"


남자는 계속 말을 아꼈다.

답답했던 윤 설은 그를 향해 검지를 들었다.

"야, 내 말 안들려? 뭐냐니까? 그 뭐, 올로소라는 사람이랑 같은 종족이냐?"

올로소라는 말이 귀에 들려오자 그제서야 남자가 입을 열었다.


"차르카 올로소? 백상아리를 말하는 건가?"

왠지 걸걸했다.

마치 음성 변조라도 한 듯 기괴한 목소리가 윤 설의 귀를 스쳤다.

"백상아리? 그게 뭔데? 그건 모르겠고 니 소속이나 밝히란 말이야."

그녀의 말에 남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라는 것은 진작 알아차렸다.

윤 설은 한숨을 내쉬며 붉은 오라를 내뿜었다.

"그래, 말하지 마라."

머리카락이 슬며시 올라가며 주위가 밝아졌다.

"내가 불게 해줄게."


"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서로 묘한 자신감을 내뿜었다.

그러나 싸움의 승자는 한 명.

'저 녀석은 모르겠지, 내가 스카우터의 구출 신호를 보냈다는 걸. 제아무리 강해도 그때까지만 버티면......, 지원군이 온다.'


윤 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돌격했다.

눈앞의 사내를 향해.

주먹에는 이미 붉은 계수가 꽤나 축적된 상태.

이제 남은 것은 이 힘을 남자의 뺨에 꽂아버리는 것뿐이었다.


"으랴아아압!!"

쾅-!

주먹이 들어갔다.

피부가 단단했지만 타격감이 넘쳐흐르듯 느껴졌다.

"엇?"


뺨에 닿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불투명한 방어벽에 꽂힌 것이었다.

남자는 윤 설의 주먹을 보고는 말했다.

"펀치력이 좋군, 축적된 계수의 농도도 그렇고. 꽤나 인정받는 자재인 것 같은데."


남자는 윤 설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 광전사인가?

"정확하네."

윤 설은 곧바로 발을 뺐다.

쿠구구구구-.

"어?"


바닥이 울리며 떨어져 있던 콘크리트 조각들이 허공으로 떴다.

그리고 뾰족하게 다듬어지며 윤 설에게 쏘아졌다.

촤라라락-!

윤 설은 붉은 방어벽을 생성했다.

발사된 콘크리트 가시들이 윤 설의 방어벽에 막혔다.


"호오."

남자는 흥미로운 듯 입을 오므렸다.

수십 개의 가시들이 모두 막히자 윤 설이 웃어보였다.

"왜 이런 잔재주를 쓰는 거야? 제대로 안 해?"

"잔재주인지 아닌지는 보면 알겠지."


촤라락-!

두 번째 공격이었다.

가시들이 다시 한번 윤 설의 방어벽으로 발사되었다.

"언제까지 이런 잔바리 공격들만 할거야?!"

그 순간.

콰직-!


퍼억-!!!

"커, 커헉!!"

그녀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윤 설이 콘크리트 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뭐, 뭐야? 방어벽이 왜?! 으윽!!"


그녀의 복부에서 피가 흘렀다.

콘크리트 가시 조각이 검은 계수에 잠식된 채 윤 설을 찔렀던 것이다.

남자가 말했다.

"잔바리 공격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했어야지."


그녀는 꽂힌 가시를 빼냈다.

"젠장, 당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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