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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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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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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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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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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78)

DUMMY

Episode 77 - 루난



백조전대 회복실.

"으으으....."

윤 설이 천천히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새하얀 다운 라이트 조명과 약재들.


그녀는 주변의 물품을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히 돌아오기는 한건가?"

혹여나 이곳이 천국은 아닐까, 의심도 들었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느껴지는 속의 울렁거림.

까끌까끌한 감촉.

어느 누가 보더라도 살아있는 상태였다.

"외상은 어느정도 사라진건가?"


그렇게 많았던 찰과상과 타박상이 거의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몇 군데는 붕대가 감겨 있었기에 확인이 불가한 상태.

'뭐, 팔을 움직이는 데에도 별로 지장은 없고....., 다리도.....'

덮고 있는 이불을 들춰 아래를 본 그녀는 동공을 키웠다.


"......, 어?"

붕대를 크게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윤 설의 다리 부분이 보라색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결국 산화열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조심했었더라면.....'


자신에게 자책했다.

본인의 실수로 말도 안되는 틈을 보인 바람에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니 다른 누군가를 질책할 수도 없었다.

아니, 어차피 다른 이를 통해 이 사단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녀는 누군가를 몰아붙일 성격은 못 된다.


변형된 색의 다리를 보자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다리를 영영 못쓰게 되는 건가?'

부정적인 생각을 접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만가지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윤 설은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꽉 쥐었다.

슬픔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그저, 이 험난한 세상을 다리 없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에.

더욱 가슴 시린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격투기가 특기인 광전사의 각성자.

한쪽 다리가 없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의족이라도 차야 하는 건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그 정도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찔해졌다.


"음?"

옆으로 살짝 눈을 돌리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백화람과 도민호, 조하나가 보였다.

도민호는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 보였지만 화람은 달랐다.


이미 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인데다가 그녀 역시 보랏빛으로 피부가 변해가고 있었다.

"지휘부대장님 역시......"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해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다른 이한테 전염되지는 않는 건가?"

아마, 그렇기에 한 방 안에 모두를 배치했을 것이다.


똑똑.

누군가 치료실의 문을 두드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진명과 정혁이 들어왔다.

"아, 깨어났어요!"


정혁은 놀란 듯 호들갑을 떨었다.

"일어났어?!"

진명은 다급히 다가와 그녀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는 윤 설의 전신을 이리저리 훑으며 말했다.

"몸은 좀 어때?"


"움직이는 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녀는 보라색으로 변질된 다리를 문지르며 눈을 흘겼다.

"이곳은 아직 낳지 않았나 보네요."

정혁은 어리둥절하며 윤 설의 다리를 가리켰다.


"네? 무슨 소리에요, 누나? 다행히 늦지 않게 해독제는 투입시켰어요."

그의 말을 들은 윤 설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해독제를 맞았다고? 그런데 상태가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아."

진명이 다음 설명을 도맡았다.

"아포글록신(Apogloxin)의 특징이다, 독성을 치료하는 이로움은 있지만 약의 부작용으로 피부색이 잠시 변질될 수 있지."

윤 설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 채 다리를 응시했다.


"그럼, 제 피부색이 이렇게 변해버린 게?"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해독제의 부작용이지. 하루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올거야."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그녀는 가슴팍에 손을 얹으며 쓸어내렸다.

"뭐야,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네."

정혁이 자세를 낮춰 윤 설을 올려다보았다.


"누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너도 이제는 괜찮아보이네."

윤 설의 말에 정혁이 몸을 떨었다.

"아니요, 사실 아직 안 괜찮아요.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도 몰려오는 것 같아서."


윤 설이 꿀밤을 먹였다.

빡-!

그대로 뒤로 나자빠진 정혁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아, 왜 때리고 그래요!!"


"엄살은, 엄살은. 맹독에 감염된 것도 아니면서 그 정도 상처로 발언권이 있었나?"

"에?!!"

정혁이 어이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 진짜 죽을 위기까지 갔었는데!"


윤 설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 암요, 암요. 그러시겠지."

그렇게 치료실 내부가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로 채워졌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아으, 아으, 삭신이야. 아주 그냥 온몸이 만신창이네."

화람이 깨어났다.

정혁은 곧바로 밖으로 달려갔다.

"어? 제가 남궁지우 지휘관님을 불러올게요."


그가 치료실 밖으로 나가자 화람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아이고, 저 몹쓸 놈 좀 봐.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 혼자 가버리네."


진명이 그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화람이 양팔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 괜찮아. 그래도 확실히 치료를 받으니 전보다 낫기는 하네. 산화열도....., 잘 치료된 것 같고."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몰랐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습니다."

"그래, 정말 아찔했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시간안에 못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최정혁 지휘대원이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정혁이가....."

윤 설과 화람이 숙연한 듯 고개를 떨궜다.

진명이 기억을 떠올렸다.


------


백조전대로 향하는 길 - 산 중턱.

"하아, 하아....."

정혁이 입속에서 분비물을 토하며 달렸다.

그는 이미 정신이 희미해진 듯 다리를 비틀거리고 있었다.


옆에서 달리던 진명이 말했다.

"정혁아, 천천히 달려라! 그렇게 빠르게 달리다가는 네 속이 더 위험해져!!"

하지만 그런 진명의 조언에도 정혁은 멈추지 않았다.


얼굴과 옷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혁은 이빨을 꽉 깨물며 한없이 달렸다.

"제, 제가 멈추면......, 이 사람들은 어떡해요, 대장님....."

그 말에 진명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돌에 걸려 넘어져도 곧바로 다시 일어나 달린다.

단 1초도 쉬지 않은 채 그는 가파른 산을 올랐다.


------


"차는? 우리가 타고 왔던 두돈반은 어디 있는데?"

화람이 묻자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미 전투의 여파로 부숴진 지 오래입니다만."

"아, 그럴 수 밖에 없겠다."


그녀는 바로 이해했다.

하긴, 그렇게 엄청난 전투가 연속으로 오갔으니 고작 몇 톤짜리 차량이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지우가 치료실로 급히 뛰어왔다.

"부, 부대장님이 깨어나셨다고요?!"

그는 이미 얼굴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멀쩡한 화람을 보자마자 지우는 두 손을 입가에 모아 울음소리를 내었다.


"흐, 흐흑!! 부대장님!!"

지우가 달려가자 화람이 주먹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콰직-!

거의 뼈가 부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소리가 들렸다.


화람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딜 수작을 부리려고, 나 괜찮아!"

지우는 바닥에 박힌 머리를 들어 정수리를 만졌다.

"아이고,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시다니. 그래도 무사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매우 아파 보였다.

그래도 모두 무사히 미궁을 벗어났다.

물론, 도민호와 조하나는 깨어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그런 강적을 상대로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니.


중간에 많은 위기가 닥쳤지만 그 또한 지나간 후였다.

진명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두, 돌아와서 다행입니다."

이빨을 내보이며 씨익 웃는 그의 모습이 정겨운 동네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화목한 분위기는 곧 깨졌다.

"하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갑자기 진지해진 표정으로 모두를 훑으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정혁이 묻자 진명은 동그란 계수를 생성했다.


"우선 이것을 먼저 보시죠."

원형으로 생성된 구가 허공에서 터지며 내용물이 등장했다.

"어.....?"

"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진명이 신전에서 들고 나온 낡은 책이었다.


"이건....."

물론, 아무도 그 책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성형문자가 적혀 있는 고대의 책.

마치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이게 뭔데.....?

화람이 웅장한 분위기를 깼다.

모두의 목소리가 사라지며 정적이 흘렀다.

지우가 먼저 한숨을 쉬었다.

"아, 부대장님. 눈치가....."


그 순간, 화람의 주먹이 다시 한번 그의 이마를 가격했다.

빡-!!

아까보다 더 거칠어진 타격소리가 치료실 내부를 울렸다.

'와, 이번껀 진짜 아프겠는데?'


진명이 정적 가운데 입을 열었다.

"윤 설 지휘대원을 구하러 신전이라는 장소에 갔을 때, 괴수의 껍질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괴수라......"

화람이 턱에 손을 얹으며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십니까?"

"음? 나 아무것도 생각 안하고 있는데?"

'그, 그럼 왜.....'

"그냥 뭔가 좀 이상해 보여서."


화람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옮겨졌다.

"뭐라도 생각난 게 있으십니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계수를 발현시켜 낡은 책을 향해 흘려보냈다.

허공에서 떠돌던 푸른빛의 계수 결정이 책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뭐야, 아무 것도 안 일어나는데?"

지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변화 없던 낡은 책에서 갑자기 빛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거 왜 이래?!"

책의 표지를 채우고 있던 성형문자에서 빛이 발산되자 주변을 밝혔다.

"으, 으아악! 이게 뭐야?!!"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굴을 막았다.

빛의 세례가 치료실을 감쌌다.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삐- 삐- 삐- 삐-!


화람의 안쪽 주머니에 위치한 레이더가 경고음을 냈다.

어지러울 정도로 밝은 빛과 귀가 찢어질 정도의 기계음이 동시에 들이닥치자 혼란이 찾아왔다.

"이건 또 뭐야?!"


화람은 주머니에서 레이더를 꺼냈다.

붉은 화면이 맨 처음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 이런 상태는 난생 처음 보는데?'

심상치 않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순간 그녀의 두 동공이 커졌다.

희미하지만 레이더에는 이런 글자가 떠있었다.


- H.P.A 200 W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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