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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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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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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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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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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76)

DUMMY

Episode 75 - 쥐구멍 탈출



- 찾았다.

정혁은 왼쪽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에는 바닥에 흩뿌려진 노란색의 계수 결정이 보였다.

처음 오른쪽 통로로 들어왔을 때, 바닥에 흐른 결정들이 길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환영의 문 시련을 통과했을 때 흐르던 오라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전투 상황에서는 이런 작은 꼬투리 하나만으로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정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노란 계수가 비추고 있는 세 번째 통로로 발을 옮겼다.


'그래, 맞겠지. 맞을 거야.....!'

긴장감을 떨쳐내고 발을 디디는 순간.

촤라락-!

나머지 통로들이 사라졌다.


그 말은 즉슨, 정혁이 선택한 통로가 진짜라는 것.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참 많았어.'

어찌 보면 고통스러운,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많은 것을 얻어갔던 며칠이었다.


각성의 단계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힘이 개방되다니.

일반적인 발현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성장이었다.

'올로소라는 녀석이 없었다면 아마 이 정도 힘의 발현은 꿈도 꾸지 못했겠지.'


그러다가 정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놈은 무고한 사람을 수십 수백 명이나 죽인 학살자라고. 쓸데없는 건 뇌에서 빼버리자."

"그래, 좀 집어넣을 필요가 있어."


화람의 목소리가 귀에 스쳤다.

정혁은 깜짝 놀란 듯 몸을 들썩거리며 소리쳤다.

"우, 우와앗!!"

무게 중심을 잃어버린 그는 뒤로 나자빠졌다.


화람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어? 괜찮으세요?"

그녀는 뒷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삭신이야. 괜찮을 리가 있나? 어느 누가 갑자기 뒤로 넘어트렸는데."


정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아,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놀라서 그만....."

"아니야, 괜찮아. 그것보다....."

그녀는 몸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몸 성한 곳이 한 군데가 없네."

타박상, 찰과상은 이미 전신을 채우고 있었으며, 통증까지 몰려왔다.

그는 한 쪽 팔을 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거 영....., 학사관의 지휘부대장이라는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구만."


정혁이 뒤를 돌아 몸을 웅크렸다.

"아직은 다친 곳이 많으시니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업히세요."

화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그냥 회복이나 시켜줄래? 걷는 건 내가 알아서 해볼게."


그녀의 말에 정혁이 노란빛의 계수를 흘려보냈다.

허공에서 몇 바퀴를 회전하는 계수가 화람의 신체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피와 함께 가벼운 찰과상과 타박상이 사라졌다.


화람은 몇 번의 심호흡 이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입에서 혈흔이 터져나왔다.

"읍?!"

기침과 함께 붉은 피가 손을 적시자 정혁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지, 지휘부대장님! 이 피는.....?!"

계수로 인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음에도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의아한 현상이었다.

"아직 많이 안좋으신 겁니까?"


정혁의 물음에 화람이 손을 펼치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나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냥 너무 오래 싸우다보니 내부 체계가 망가진 게 아닐까 싶네."

그럼 안 괜찮은 거 아닌가요?

설명을 듣기만 해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혁은 화람을 강제로 등에 업었다.

그녀는 동공을 크게 키운 채로 정혁의 어깨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뭐, 뭐하는 거야? 그냥 내려놓지 못해? 나 괜찮다니까. 걸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에도 정혁은 아무런 대꾸 없이 통로를 뛰었다.

"자, 최정혁 고속버스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부릉 부릉!"

다리에 계수를 실어 달리자 금방이라도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정혁의 등에 몸을 맡겼다.

사실, 그는 아까 무언의 벽에 의해 몸에 스며든 산화열의 독성으로 꽤나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시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내부 장기는 썩어들어가기 일보 직전.


'그래, 고집부리지 말자.'

화람은 생각을 마친 후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 동안을 달리기에 집중했다.

누가 보면 육상 선수라 생각할 것이다.

정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모여있는 탈출구 쪽에 다다랐다.


"아, 보인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맞이했다.

도민호, 남궁지우, 하진명, 윤 설.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자신과 백화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 설이 제일 먼저 일어나 정혁을 맞이했다.

"왔구나!!!"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그녀는 정혁의 품에 박치기를 시전했다.

"자, 잠깐.....!"


쿠당탕!!

뒤로 넘어진 정혁과 화람이 통증을 호소했다.

"아아아.....!"

정혁은 허리를 잡고 일어나 윤 설을 향해 호통쳤다.


"아니 누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그렇게 달려드시면!"

"동감이야."

화람이 거들었다.

윤 설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 미,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는 90도 인사와 함께 사과를 전했다.

"지휘부대장님."

지우가 달려나와 화람을 응시했다.

크게 뜬 동공으로 그녀의 이곳 저곳을 훑었다.


다행히 겉으로는 상처가 거의 없으니 안심할 수 있던 모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화람은 팔을 원형으로 돌리며 눈치를 주었다.

"아, 보다시피 멀쩡해. 하루 이틀 푹 쉬다보면 완전히 나을....., 쿨럭!"

하지만, 역시 괜찮을 리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지우는 놀란 듯 손을 잡았다.

"이, 이게 뭐에요? 피 아니야?"

자신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화람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지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뭐가 아닙니까,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화람의 눈이 점점 가늘어졌다.

곧 몸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쓰러진 그녀가 웅얼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나, 나 진짜 괜찮......"


그렇게 화람은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어디 좀 보자!"

진명이 다가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다급한 손길로 경동맥을 짚은 진명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크게 지장 없지만 곧 심각한 상황이 되겠는데."

선고같은 발언에 지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빨리 여기서 나가야 되겠네요. 정혁씨, 부대장님은 제가 업고 갈....."


쿠당탕.

응?

"설아!"

하진명이 쓰러진 윤 설에게로 다가갔다.

"뭐야, 설이 누나는 왜.....?"


정혁 역시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미 그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진명은 윤 설의 허벅지쪽 제복을 손으로 약간 찢었다.

드러난 속살은 이미 보라색으로 변질된 상태였다.


끔찍한 모습에 정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피부가 왜 이렇게.....!"

진명은 윤 설을 등에 업으며 설명했다.

"산화열이다."


정혁은 그 단어를 알지 못했지만 지우는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산화열이라고요?!"

얼굴에 놀란 기색이 가득하다.

진명은 다리에 계수를 실으며 공중으로 뛰어오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래, 신전에서 만났던 괴수에게 당한 모양이더군. 그리고 아마, 백화람 지휘부대장 또한....."

확신할 수 있었다.

몸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기분 나쁜 독성.

같은 장소 내에서 발현됐다면 똑같은 산화열일 가능성이 높았다.


진명은 이를 갈며 외쳤다.

"자, 이제 시간이 없다. 제한 시간 내에 빨리 전대로 복귀해야 해! 최정혁, 자네는 도민호 지휘관을 업고 나를 따라와라!"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저절로 몸이 반응했다.

"아, 알겠습니다."


진명은 높디 높은 지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이 쥐구멍을 벗어날 때가 온거다."

그렇게 일행은 다함께 계수의 힘을 활용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


두 번째 지구 - 아펠리온.

지안 가의 성역 - 혼테일.


제페토가 비장한 표정으로 레드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었다.

그는 두 주먹에 힘을 꽉 쥔 채 정처 없이 목적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곧이어 커다랗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 문 앞에 섰다.

- 가주의 방 -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돌아가며 내부의 공간이 드러난다.

무(無).

아무것도 존재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공간.


가주의 방은 그런 곳이었다.

레블 지안이 존재하는 어둠 가득한 무한의 공간.

무한 감옥(無限 監獄).


제페토의 숨통을 조여오는 거대한 중압감이 숨을 거칠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어디가 천장인지도, 어디가 바닥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자신이 밟고 있는 곳이 위인지 아래인지 알 수가 없는 미지.


제페토는 그 속에서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곧이어 거대한 악마의 기운이 무한 감옥의 내부를 맴돌았다.

그는 그 순간 바로 한 쪽 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였다.

느낌만으로 알 수 있었다.


가주인 레블 지안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존재.

그와 동시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이.

- 왔는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동공이 커지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미 보고는 받은 상황이었다.

차르카 올로소가 결국 루난을 가져오는 것에 실패했다는 끔찍한 보고.


실패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에 대한 벌을 받으리라 생각했다.

제페토는 가주의 말에 곧바로 반응하며 고개를 더욱 아래로 내렸다.

"방주, 지안 제페토가 가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무한 감옥 안에서 울려퍼졌다.

점점 검은 배경이 옅어지더니 보라색의 계수가 나타나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레이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의 타이트한 제복과 함께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지금 제페토는 그녀에게 있어서 죄인.

그렇기에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정적이 흘렀다.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페토의 체감상 30분은 넘게 지난 것 같았다.

지안이 입을 열었다.

- 보고는 들었다.

제페토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


"그, 그렇습니까?"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껏 가주와의 만남은 방주 회의가 소집되었을 때 간간히 회의실에서 마주한 정도.

지금처럼 직접 무한 감옥 속에서 일대일로 대면한 적은 없었다.


그 뜻은 그녀가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 차르카 올로소가 실패했다고?

"며, 면목 없습니다! 가주님!! 지금 제가 당장 루난을 회수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지안이 고개를 저었다.

- 아니, 그럴 필요 없다.

그녀는 붉은 오라를 내뿜으며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 지금 건은 헬 파이브(Hell Five)에게로 넘기겠다.


"헤, 헬 파이브 말씀이십니까?"

- 그래, 피바람은 한번 몰고 와 줘야지.


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제페토에게로 붉은 기류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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