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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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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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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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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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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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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82)

DUMMY

Episode 81 - 선택 3



"하아....., 이제 때가 됐나보네."

윤 설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창백한 표정을 지었다.

정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간 다 됐어요."


"근데 이거 1시가 넘었는데 너무 늦으시는 거 아니야? 설마 우리 대답 안듣고 이미 가버리신 건......"

윤 설이 벽시계를 쳐다보며 중얼거리다가 문이 벌컥 열렸다.

"자, 시간 됐다!!"


백화람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저 사람도 양반은 못 되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렇게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 줄은 상상도 못했다.


화람은 팔짱을 낀 채로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자, 어떻게 생각은 다 끝마치셨을까?"

윤 설과 정혁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침을 삼켰다.

"빨리빨리 말해줘, 지금 시간 없으니까. 너희가 내 제안을 수락한다면 짐도 싸야할 거 아니야."


재촉하는 그녀를 향해 윤 설이 벌떡 일어섰다.

"지휘부대장님!!"

'그래, 말해!'

화람이 눈을 크게 뜨며 그녀의 대답을 기대했다.

'일생에 없을 최고의 기회라고, 학사관에서 자신의 능력을 쌓아올릴 수 있는 ㄱ......'


"저희, 여기 남겠습니다!!"

화람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얼른 짐싸고 출발ㅎ....., 잠깐. 방금 뭐라고?"


예상치 못한 답변을 받았다는 듯 그녀의 얼굴이 앞으로 삐져나왔다.

윤 설은 침대에 앉아 있는 정혁을 강제로 일으켰다.

수군거리는 웅얼거림이 들렸다.


- 야, 빨리 일어나. 너도 같이 말해야지!

- 누, 누나가 아까 얘기 잘 꺼내놓고 왜 그러세요!

정혁이 반항했지만 윤 설의 끊임없는 재촉에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90도 인사를 건넸다.


""저희는 여기에 남아있겠습니다!!!""

공손한 거절이었다.

화람은 잠시 몇 초 동안 벙찐 표정을 유지한 후, 질문했다.

"흠, 의외인데?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화람을 응시했다.

제안 거절에 대해 화가 나 질문하는 것이 아닌, 정말 이유가 궁금해보이는 표정이었다.

윤 설이 정혁의 팔꿈치를 툭툭- 쳤다.


'하, 이 여자가 진짜.....!'

정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첫번째로, 부족한 저희 두 사람에게 그런 진귀한 제안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윤 설 대원이 거절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니, 아니!"


정혁의 보고를 듣던 화람이 손을 저었다.

"그렇게 국어책 플로우로 말을 하면 꼭 내가 너희를 잡아먹는 것 같잖아, 정말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돼."

화람의 호의에 정혁의 긴장이 약간은 풀렸다.


"무섭습니다."

그는 딱 다섯 글자로 말했다.

화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무섭다니, 그게 무슨 의미야?"

"말 그대로입니다, 적응이 무섭습니다. 물론 지휘부대장님이 간부로 있는 부대이다 보니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화기애애할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했지만 딱히 사실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희는 이 전대가 좋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 그것 뿐이야?"

화람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혁이 말한 이유가 타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엄청난 기회를 버릴 근거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혁은 또 다른 이유를 알려주었다.


아니, 정혁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설이 누나가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정혁이가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이름만 다르게, 하지만 똑같이 말한다.

마치 얼굴 다른 도플갱어처럼.

동시에 말한 것이 쑥스러웠는지 정혁과 윤 설은 곧바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화람의 입가에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나야 뭐 아쉽지만. 두 사람이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정혁과 윤 설은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윤 설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해요, 무안하게 거절해 버려서."


"음? 아니야, 아니야. 나한테 미안할 필요 없어. 그냥......, 너희 같은 엄청난 인재가 내 밑에 없다는 게 슬플 뿐이지만."

정혁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렸다.

'하, 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많이 부담스러운데요.'


생활관 내에 침묵이 약간 흐르자 화람이 손뼉을 쳤다.

"에이, 그래! 거절한 건 거절한거고, 이 상황에 대해서 내가 더 왈가왈부하면 너희만 입장이 난처해질 테니까."

이미 충분해 난처해요, X발.


그녀는 등을 돌려 생활관 문고리를 돌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복도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몸조심해라, 이번에는 무사히 살아 돌아왔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윤 설과 정혁이 목례를 청했다.

"옙,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이 화람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다음번엔 꼭 나를 따라오게 해줄게."


정혁의 몸이 움찔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은 냉큼 고개를 들었다.

"으으으으....."

정혁은 양팔을 감싸며 몸을 떨었다.

"음? 뭐해? 왜 갑자기 떨어?"


"바, 방금 엄청난 한기가 느껴져서."

"갑자기?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네, 아직 한여름인데. 야, 그것보다."

윤 설은 정혁의 손을 잡고 생활관을 나섰다.

"빨리 밥 먹으러 가자!!"


"에, 에? 누나 잠깐만요!"

복도에는 이제 막 식사를 끝낸 지휘대원들이 자신들의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왜 그래?"

꽉 잡은 정혁의 손을 놓자 그는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직 아니에요, 가야할 곳이 한 곳 있잖아요."

"가야할 곳?"

윤 설은 눈알을 위로 올려 생각에 잠겼다.

"아, 그렇지 참."


그녀가 다시 정혁의 팔을 붙잡고 뛰었다.

"자, 빨리 가자가자!!! 기다리고 계시겠다!!"

정혁의 시선이 이리저리 돌아간다.

주변을 거닐고 있던 전대의 병사들이 윤 설과 정혁에게 시선을 맞췄다.


"으, 으아아아아!! 제발 내 손 좀 잡고 뛰지 마요!!!"


------


백조전대 A관 건물 앞.

화람이 밖으로 나와 따가운 햇빛을 맞았다.

검게 물든 승용차 두 대 사이로 근육질의 주덕광이 서 있었다.

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교신을 보내고 있는 듯 보였다.


화람이 다가가자 덕광은 아, 다음에 통화하지- 라는 말과 함께 무전을 꺼버렸다.

"조금 늦으셨네요."

화람이 옷무새를 단정히 정리하며 조수석 앞에 섰다.

"죄송해요,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서."


7분 정도가 걸렸으려나.

'하여간 시간 약속은 참 엄한 사람이라니까.'

차 문이 열림과 동시에 화람이 탑승했다.

어찌보면 매우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니 직장 동료로는 꽤나 낮은 호감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그였다.


화람은 차량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지우는요?"

덕광은 안전벨트를 매며 답했다.

"남궁지우 지휘관은 2호차 차량에 탑승해 있습니다, 원한다면 같은 차에 태워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의 제안에 화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어서 출발하죠."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흙먼지 날리는 전대의 앞을 벗어난 차량이 내리막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보니 차량이 다소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정적 속에서 덕광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던 보석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까?"

화람은 창문 너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어요, 어떤 미친 사람 두 명. 헥토마 펑션을 가진 것도 모자라 적응을 뛰어 넘어 두 번째 각성까지 도달한 사람들."

덕광은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화람을 주시했다.

"그게 당신이 말했던 보석입니까?"

"네, 맞아요. 그것도 완벽하게 가공된 아름다운 보석. 손 쓸 구간이 전혀 필요없는 이 세상 최대의 값어치를 자랑하죠."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다.

덕광은 사이드미러로 지나가는 나무들을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저도 한 번 만나보고 싶네요."

"음? 이미 알고 계시지 않아요? 정부국 부국장님의 귀에도 들어갔을 정도인데."


덕광이 피식 웃었다.

"아시다시피 평소에 너무 바빠서 연구실에서 웬만하면 나오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바깥 소식에 뜸합니다."

화람은 납득한 듯 흥얼거렸다.

"아, 그렇겠네요."

맞는 말이었다.


주덕광은 적호학사관에서도 소문난 일벌레였다.

연구를 연구실에서, 식사도 연구실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도 연구실에서.

하루 24시간을 거의 연구실에서 보내기 때문에 이 상황을 모를 만도 했을 것이다.


"이제 좀 연구실에서 나오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화람이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덕광은 유심히 생각하다가 자신도 동의하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동의하긴 합니다, 하지만 오늘부로 또 일주일 동안은 연구실에서 나오지 못하겠네요."


"아......"

그녀가 조사를 부탁한 책 때문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죄송하긴 하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저희 학사관에서 가장 실력이 좋으신 분인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아닌 척 하지만 덕광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가 있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화람은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최정혁, 윤 설.'


------


똑똑.

누군가 지휘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진명은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채로 말했다.

"들어와."

문고리가 돌아가며 최정혁과 윤 설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목례한 후, 진명의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섰다.

'올 것이 왔군.'

진명은 인내했던 약속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지 절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의 답이 궁금했다.


"자, 드디어 시간이 됐군. 예정보다는 조금 늦어지긴 했다만. 뭐, 상관은 없네."

"아, 죄송합니다. 백화람 지휘부대장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오느....., 읍!"

정혁이 눈치 없게 말을 뱉어버렸다.


윤 설이 다급하게 그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음? 지휘부대장님의 제안? 그건 또 뭐지?"

윤 설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정혁을 노려보았다.

'아, 나도 모르게 그만.....'


윤 설은 한숨을 쉬며 진명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저, 지휘대장님. 사실은......"


"흠, 그랬구만. 지휘부대장님이 그런 제안을 했단 말이지?"

진명은 턱에 손을 얹으며 곰곰히 생각했다.

윤 설은 정혁을 향해 눈을 돌려 분노를 표출했다.

'아, 나중에 가면 또 엄청 혼나겠네.'


생활관으로 돌아가면 엄청난 후폭풍이 다가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진명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진명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결정은 내렸나?"

진명이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 쪽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겠지. 자, 어서 말해다오. 자네의......'


"죄송하지만 저희는 지휘대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진명이 호쾌하게 웃었다.

"크하하하, 그래! 잘 생각했......"


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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