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조회수 :
11,916
추천수 :
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10.03 21:00
조회
26
추천
1
글자
11쪽

레퀴엠(85)

DUMMY

Episode 84 - 어둠의 한 면



백조전대 B건물 3층 생활관.

진명은 곤히 잠들어 있는 하나를 침대 위에 눕혔다.

밝은 햇빛이 그녀의 눈을 찌르고 있다.

아무런 걱정 없어 보이는 눈빛.


그러나 걱정은 다른 데에 있었다.

진명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은 거냐?"

하지만 지금 내면세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하나가 들을 리 만무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우리 인생은."

그는 무언가를 곱씹어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거 밖에 없는 것 같다."

진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를 반듯하게 눕혔다.


그리고는 계수를 발현했다.

촤라라락-!

허공에서 생성된 노란빛의 계수 결정들이 하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게 다 괜찮아질테니."


계수 결정들은 하나도 남김 없이 하나의 몸 안으로 침투했다.

순간 마법진이 생성되며 그녀의 주위를 떠돌았다.

쿠구- 쿠구-!

약간의 진동과 함께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금방 다시 돌아오마."

속박의 마법진.

상대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시키는 마법.


'너에게 더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고는 싶다만, 이곳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니까 이해해주길 바란다.'

진명은 곧바로 생활관을 떴다.


------


"뭐였을까?"

윤 설이 물었다.

정혁은 곰곰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일단 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은 충격 때문이겠죠."

"충격이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어. 그런데."


윤 설은 눈알을 굴리며 생각을 계속했다.

"어떤 이유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걸까?"

"음, 저희의 수준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그게 아닐까요? 요 전에 있었던 정신 조작 사건. 그 일로 인해 아군인 저희와 도심을 파괴한 것에 큰 상실감을 느끼신 거겠죠."


"그, 런가.....?"

어떻게 보면 매우 일차원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윤 설 또한 정혁과 같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끝낼 수 있을까?'


무언가 다른 사건에 의해 발생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때, 정혁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툭툭 쳤다.

"제 생각에는 지금 고민해봤자 그렇게 큰 의미는 없어요, 먼저 저희가 알아내야 하는 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기억이 손상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그건 맞는 말이야, 하지만 아까 너도 봤잖아."

윤 설은 죽일 듯이 정혁과 민호를 공격하던 하나를 떠올렸다.

"너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부대장님과 대화가 된다고 생각해?"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정혁 역시 방금의 상황에서 꽤나 당혹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상황마저도 헤쳐나가야 할 게 우리의 일이라면 해야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윤 설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다 정신 조작 때처럼 지휘부대장님이 다시 한번 폭주하면?"


그 질문에는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다시 막으면 되죠."

너무나도 간단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얄밉지가 않았다.

말로만 쉽게 생각하고 있는 정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이미 큰 사건을 경험했던 그였기 때문에.

윤 설은 자신감있는 정혁의 말에 폭소하며 꿀밤을 먹였다.

"푸하하하하, 에이!!"

콰직!!


순간 반응하지 못한 정혁의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

"아 왜!! 이제는 틈만 나면 때리려고 하네!!"

윤 설은 한치의 미동도 없이 정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특해서 그래, 임마!"


"네? 뭐에요, 내가 말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더니."

정혁이 어이 없다는 듯 말하자 윤 설은 비아냥 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일관했다.

"엥?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냥 네 생각이 궁금해서 추궁해 본거야."


정말 할 짓 드럽게 없는 여자네.

"그럼 뭐, 누나도 제 의견과 동일하다는 거죠?"

윤 설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지!!"


그렇게 그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을 무렵.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쉬고 있었나?"


진명이었다.

그는 조심히 문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정혁과 윤 설이 동시에 일어나 인사했다.

"아, 지휘대장님. 오셨습니까!"

"격식 차릴 필요 없으니 앉아있게."


"아, 넵."

두 사람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테이블 의자에 착석했다.

이미 진명의 표정은 심란했다.

안좋은 일을 연신 겪었음에도 또 불행이 찾아오고 있다는 현실에 답답했기 때문일까.


그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 채 끝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흠."

일단 크게 한숨을 쉬었다.

본인들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행동이었다.


"자, 일단."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정혁과 윤 설은 두 귀를 열어 경청의 자세를 갖췄다.

"상황이 안 좋아."

누구다 다 아는 사실을 깔고 들어간다.


"방금 치료실에서 봤다시피 하나가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심각하다니.'

어떻게 그걸 벌써부터 판단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대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애가 일어나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긴 할거야.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들이 쉽지는 않아 보이네."

"저기....."

윤 설이 조심히 손을 들었다.


진명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뭔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나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어서요. 혹시 지휘대장님께서 생각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허를 찌르는 질문을 받은 듯, 진명은 동공을 키웠다.

"생각나는 바라....., 자네들은 어떤가?"

"예?"

윤 설이 역질문에 되려 당황했다.

"그 아이가 이렇게 된 계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되게 일차원적인 답변 뿐입니다, 그냥 정신 조작 사건을 겪으며 크게 충격을 받았을 거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데요."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군. 하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

그를 제외한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정혁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진명은 그 질문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딜레마에 빠진 듯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그는, 이내 결심한 듯 눈을 뜨며 정혁을 바라보았다.


"있지."

진명은 두 손을 꽉 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원래 잊혀진 이야기였어....."

과거의 스토리가 펼쳐지기 일보 직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절대 어디 가서 누설하면 안되네, 그리고 머릿속에 깊숙히 담아두지도 말아."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 앞에서 부정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저 알겠습니다- 라는 답변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뿐.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연보라의 죽음에 대해.


진명은 막힘 없이 끝까지 과거를 풀어나갔다.

듣는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정혁과 윤 설은 일그러진 표정을 애써 숨기며 그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 자, 여기까지가 내가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네."

충격적이었다.

말로 듣기만 해도 어안이 벙벙해진다.

십년 지기 친구가 자신의 코앞에 존재하던 이에게 살해당하다니.

"그, 그래서 지휘부대장님이 폭주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조하나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다.

너무 불쌍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리도 비참해질 수 있는 것일까.

신의 불공평함이 만들어낸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 자식......"

윤 설은 떨군 고개를 들어 분노를 표출했다.

- 더 고통스럽게 죽었어야 했는데.


순간 정혁의 몸이 움찔했다.

차르카 올로소를 죽인 것이 본인이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더라면.

끝까지 죽이지 않고 생명을 0.1그램씩 갉아먹어 죽였을 터인데.

지금 당장이라도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윤 설이 정적 속에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휘대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결론은 이거네요. 도화선에 불이 붙여진 원인이 바로 연보라씨의 죽음이라는 것."

"맞아."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있을까요?"


정혁이 물었다.

진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있겠지, 어딘가에는 분명. 만약에 없다고 하더라도....., 찾아야지."

전적으로 동의했다.

하나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전대 내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

어떻게든 기억을 복구시킬 방법을 갈구해야 했다.


"나는 그냥."

진명이 긴 이야기를 끝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이야기를 말해주고 싶었어."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생활관 문을 잡아 열었다.

"푹 쉬고 나중에 보자고."


진명은 고개를 돌려 억지 미소를 지었다.

정혁과 윤 설이 일어나 목례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철컥.

문이 닫혔다.

생활관 안은 이제 정적으로 가득했다.


------


401 생활관.

"쓰읍, 후우."

담배 연기가 허공에 맴돌아 다니며 공기를 더럽히고 있다.

병태는 말X루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더 꺼내어 입에 물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누군가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병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짓밟고 있는 이를 내려보았다.

"으, 응...."

- 재떨이.

그의 말에 남자는 벌벌 떨며 두 손을 올렸다.


병태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남자의 손에 담배를 털었다.

뜨거운 감촉이 느껴졌다.

하지만 절대 입밖으로 아픈 듯 행동할 수 없었다.

만약 그런다면 보복이 따라오니까.


재승은 병태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크크, 야, 너 그러다가 찔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하지만 그런 재승의 말에도 병태는 미소만 지을 뿐 반응하지 않았다.


병태는 다리를 내리고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 찌를 거야?

소름끼치는 눈빛이 보이자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 착한 정우지."


정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떨었다.

"그나저나."

병태가 재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정혁은 언제 조질 거냐?"

그의 입에서 나온 최정혁이라는 말에 재승이 움찔했다.


무덤덤한 척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지."

병태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 푸흡, 푸하하하하하!! 너 어지간히 그 사람이 싫나 보네?"


재승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뭐야, 갑자기 왜 웃고 지랄인데?"

그의 말에 병태는 한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이미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긴 모양이었다.


"아, 아니야, 크큭. 그냥 웃겨서. 뭐 어차피 나도 그 자식은 별로 마음에 안드니까."


- 바로 시작하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라이트 포밍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3 레퀴엠(93) 23.10.12 27 1 11쪽
92 레퀴엠(92) 23.10.10 24 1 11쪽
91 레퀴엠(91) 23.10.09 34 1 11쪽
90 레퀴엠(90) 23.10.08 26 1 12쪽
89 레퀴엠(89) 23.10.07 29 1 11쪽
88 레퀴엠(88) 23.10.06 24 1 11쪽
87 레퀴엠(87) 23.10.05 25 1 12쪽
86 레퀴엠(86) 23.10.04 28 1 12쪽
» 레퀴엠(85) 23.10.03 27 1 11쪽
84 레퀴엠(84) 23.10.02 29 1 11쪽
83 레퀴엠(83) 23.10.01 27 1 11쪽
82 레퀴엠(82) 23.09.30 29 1 12쪽
81 레퀴엠(81) 23.09.29 26 1 11쪽
80 레퀴엠(80) 23.09.28 28 1 12쪽
79 레퀴엠(79) 23.09.27 28 1 12쪽
78 레퀴엠 (78) 23.09.26 28 1 11쪽
77 레퀴엠(77) 23.09.25 27 1 12쪽
76 레퀴엠(76) 23.09.24 26 1 12쪽
75 레퀴엠(75) 23.09.23 29 1 11쪽
74 레퀴엠(74) 23.09.22 29 1 12쪽
73 레퀴엠(73) 23.09.21 27 1 12쪽
72 레퀴엠(72) 23.09.20 29 1 12쪽
71 레퀴엠(71) 23.09.19 30 1 11쪽
70 레퀴엠(70) 23.09.18 31 1 11쪽
69 레퀴엠(69) 23.09.17 30 1 12쪽
68 레퀴엠(68) 23.09.16 31 1 13쪽
67 레퀴엠(67) 23.09.15 30 1 11쪽
66 레퀴엠(66) 23.09.14 31 1 12쪽
65 레퀴엠(65) 23.09.13 33 1 12쪽
64 레퀴엠(64) 23.09.12 32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