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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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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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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407

작성
23.10.1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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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92)

DUMMY

Episode 91 - 두 부류의 적 4



촤아악-!

대학살의 현장이었다.

정혁과 윤 설은 서로 기지를 발휘하며 돌진해오는 괴수를 차례차례 죽여나갔다.

태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연이어 감탄사를 내보냈다.

"와, 이게 뭐야?"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제아무리 그래봤자 일반 대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건 좀 다른데?'

헥토마 펑션의 자재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파워 밸런스를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

두 사람은 일반 대원의 수준을 넘을 정도의 움직임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윤 설은 모든 괴수의 처리가 끝나자 손을 털며 아무렇지 않게 걸어왔다.


그녀는 무투파 스타일의 투박한 전투 스타일.

정혁은 한츰 화려한 밸런스형.

게다가 품고 있는 잠재력이 어마어마했기에 위력 면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후, 끝났네."


윤 설이 똘망똘망한 눈으로 정혁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

태훈은 고개를 돌리며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그, 자, 잘 봤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윤 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정혁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며 하소연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는데요. 진짜 강서지역에 새로운 게이트가 뜬 게 맞을까요?"

윤 설은 어깨를 들썩거렸다.

"모르지, 아직은 조금 밖에 돌아보지 않았으니까. 일단 한 시간만 더 살펴보고......"


콰직-!

"음?"

무언가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때까지의 괴수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 기운.

태훈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검지를 들어 입에 갖다댄 후,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쿵.... 쿵....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어두워 형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더로 판별할 수 밖에 없었다.

쿵- 쿵- 쿵-!

점점 다가오는 놈의 울렁거림에 태훈이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레이더에 초록색의 거대한 형체가 포착되었다.

태훈은 숨소리마저 참으며 정혁과 윤 설을 향해 말했다.

"쉿, 다들 자세 낮춰요."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도 무색하게 두 사람은 태평했다.


"야, 저기 나타난 것 같은데?"

"제가 할까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당황했다.

"뭐, 뭐해요! 빨리 고개 숙여요."

무시, 완벽한 무시였다.


윤 설이 앞장 서며 정혁에게 말했다.

"아니야, 내가 할게."

태훈이 급히 일어서서 그녀를 막으려 들었다.

"유, 윤 설씨!"

텁!


정혁이 태훈의 팔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보세요, 설이 누나 제법 쎄니까."

이래도 되나 싶었다.

상대는 딱 봐도 중형급 이상의 강력한 괴수.

그런데 아무 걱정을 안해도 괜찮다니.


태훈은 정혁의 설득에 못이겨 발을 뺐다.

윤 설이 앞서 걸어나가며 붉은 오라를 내뿜었다.

"와, 진짜 더럽게 생겼네."

이번에 등장한 개체는 땅을 기어다니는 괴수였다.


어림잡아 스무 개의 다리를 뽐내는 녀석.

몸길이가 최소 7미터는 넘어보였다.

괴수는 눈과 코가 없이 뾰족한 이빨만 드러나는 입을 벌리며 윤 설을 향해 포효했다.

크와아아아아아-!!


위협적인 울부짖음이었다.

주변 유리 창문이 놈의 포효에 의해 깨지거나 금이 가버렸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저번에 만났던 웨어울프보다 강한 것 같은데......"

서로 주먹을 맞대지 않아도 알아낼 정도의 강력함.


단단해보이는 피부와 날카로운 송곳니, 뾰족한 발톱을 지닌 다리.

무엇 하나 위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윤 설 앞에서는 그저 벌레와 다르지 않았지만.

이미 사우루스와 거센 전투를 즐긴 그녀에게 지네 괴수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자, 좀 더 제대로 놀아보자고."


헥토마 펑션 - 광전사 각성.

윤 설의 오라가 점점 발산되며 지네 괴수에게 흘러 들어갔다.

그르르르르르-!

놈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괴수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쫄았냐? 고작 이 정도에 덜덜 떨어버릴 정도면서 나대기는."

윤 설의 동공이 붉어졌다.

"자, 그럼. 파티 시작이요~."

그녀가 괴수에게 돌진했다.


형체마저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두 주먹이 계수에 잠식되어 붉은 기운을 보이고 있었다.

윤 설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러 괴수의 머리를 쳤다.

콰앙- 소리와 함께 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얼굴 각도.


크워어어어어!

고통의 신음이 들림과 동시에 괴수의 다리 한 쪽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이건.....!'

드드드드드드!

대지의 울렁거림이 들렸다.


콰직-!

"X발."

콰아아아아앙!!!

윤 설의 바로 밑에서 괴수의 날카로운 발톱이 등장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발을 떼어 공격을 피했다.

"하하하, 그래! 이런 공격이었구나! 이런 거 잘 알지!"


괴수는 여러 개의 팔을 집어넣고 땅에서 분출시켰다.

이곳저곳에서 솟아나는 날카로운 발톱.

윤 설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몸을 휘둘러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다.

"이런 건 쉽지!"

괴수의 일격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전투력도 전투력 나름이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그녀였다.

이런 단순한 공격이 먹힐 리 없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출(?)공격.

윤 설은 허공에서 붉은 계수의 검을 생성시켰다.


그리고 공격이 눈앞으로까지 이어질 때.

그녀가 몸을 한 바퀴 굴려 계수의 검으로 놈의 팔을 잘라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고통에 가득찬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아프냐, 이 새끼야!!"


윤 설은 가차없이 날아오는 팔을 전부 잘라냈다.

그야말로 압도.

마치 유치원생과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싸움이었다.

괴수는 자신의 팔이 절반 이상 잘려버리자 바닥에 몸체를 엎드렸다.


크르르르르르르-!

윤 설이 땅으로 착지하며 놈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괴수는 으르렁거리기만 할 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사실 하지 못하는 게 정답이지만.


윤 설은 비아냥거리며 동공을 키웠다.

"아, 맞다! 너희는 수준이 낮아서 말을 못하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그녀는 검을 놈의 이마 부분에 찔러넣었다.

푸욱-!


기분나쁜 감촉이 검의 손잡이로 전해졌다.

크워어......!

이윽고 괴수는 머리를 축 늘어트리더니 숨을 거뒀다.

시시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느낄 것이다.


물론, 전투를 직접 임했던 윤 설 본인마저도.

검을 찌른 부분에서 초록색의 혈흔이 터져나오자 윤 설은 표정을 찡그렸다.

"으, 더러워."

이제 제 할일을 다했다는 듯, 붉은 검이 모습을 감췄다.


아주 작은 입자로 변해 공중에 흩어진 계수 결정이 소멸했다.

윤 설은 손을 털며 정혁과 태훈에게로 돌아왔다.

"끝!"

정혁은 무덤덤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태훈은 달랐다.

마치 무슨 영감을 떠올린 예술가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정혁이 곁눈질로 태훈을 응시했다.

'이 사람, 곧 있으면 유레카라도 외치겠네.'

윤 설은 태연하게 길을 가리켰다.

"자, 여긴 다 됐고. 다음으로 넘어가볼까?"


"와,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윤 설은 아무 말 없이 해맑게 웃었다.

태훈이 그녀를 가리켰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십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음? 무슨 상황이냐니, 보면 아시잖아요. 괴수를 때려잡은 상황이죠."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태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 설이 그의 손을 잡아 내렸다.


"태훈씨,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에요."

기가 차고 코가 찼다.

그저 아무런 해명 없이 비밀이라는 말 한 마디만 내던지는 꼴이라니.

"당신들,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태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정혁과 윤 설이 웃어보였다.

"저희요?"

""그냥 2지휘대 지휘대원이죠.""

두 사람이 먼저 발을 떼었다.

태훈은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짜 미친 사람들이구나.'

하지만 그는 이미 정혁과 윤 설에게 발을 옮기고 있었다.


------


백조전대.

형호는 한참 동안 눈을 뜨지 않는 하나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체크했다.

"세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도대체 왜 안 일어나는 거야? 이거 뭐, 강제로 깨울 수도 없고."


"이미 일어나 있었어요."

그제서야 하나가 두 눈을 떴다.

형호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하나야, 하나야!"

조하나가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아이고! 삭신이야!"

그녀는 눈을 찡그리며 형호를 올려다보았다.

"진정하세요, 어디 안 도망가니까."

"그래, 일단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하나가 일어나 허리를 돌렸다.


우드득- 거리는 관절 소리와 함께 곡소리가 형호의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말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그래, 알고 있다."

형호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진명에게 증상을 듣기만 했을 때는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 몰랐지만 막상 진실로서 마주하니 막막했다.

하나는 계속해서 말해주었다.

"이 곳에 대한 기억도, 세상의 현재도, 당신에 대한 모든 것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형호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 상실에 대한 마땅한 진단법이 이 세상에 없으니 더욱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졌다.

"아주 미세한 기억도 없어? 스쳐 지나가는 거라도 좋아."

형호가 얼굴을 약간 들이밀었다.


아마 하나의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켜야겠다는 생각 뿐.

그러나 그런 형호의 노력에도 하나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없어요, 아무것도."


형호는 고개를 숙인 채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지금 상태는 조금 어때?"

그는 주머니에 있던 수첩을 꺼냈다.

조금이라도 더 상세한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아는 걸 이야기해다오.'


하나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몸의 근육통은 얼마나,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혹여나 다른 이상한 점은 없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그러나 큰 특이사항은 없었다.


형호가 필기를 마친 후에 볼펜으로 관자를 쿡쿡 찔렀다.

'하아, 오히려 이게 더 난감한데.'

지극히 평범한 상태였다.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파고들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아무렇지 않았다.


'음? 잠깐만.'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특이점을 발견했다.

형호가 하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분명 아까는......'

그는 진명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다가 아주 작은 특이점을 발견해냈다.

- '왜 지금은 자신을 연보라라고 설명하지 않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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