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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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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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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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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65)

DUMMY

Episode 64 - 파괴자 17



"그래, 이건 이렇게 지으면 되겠다."

- 조커(Joker).


윤 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래야 광전사라는 호칭에 딱 걸맞는 무기지. 이 생긴 걸 좀 봐, 얼마나 미쳐보이고 예뻐."

그녀는 자신의 네이밍 센스에 감탄이라도 한 듯 으쓱거리는 어깨를 주체하지 못했다.


"자, 그럼."

윤 설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사우루스를 노려보았다.

"계속하자."

조커를 쓰다듬자 붉은 빛의 플레임이 솟구쳤다.


그르르르르르!

사우루스의 울음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놈은 자세를 낮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거센 바람과 중력의 영향으로 거대한 몸집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하하!!! 가보자!!!"

윤 설이 조커를 휘둘러 놈의 팔을 잘라냈다.

붉은 혈흔과 함께 반듯하게 잘려나간 고깃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떨어져나간 팔을 부여잡으며 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우루스의 팔이 잘린 부분에서 붉은 계수 덩어리가 뭉쳐져 있었다.


"와아, 도트 데미지인가?"

조커의 첫 번째 특성 - 포이즌 멜트 다운(Poison Melt Down).

파지직- 스파크 튐 현상이 발생하며 사우루스의 팔이 붉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계수의 흔적을 남겨서 치유를 방해하는 거야? 이거 완전 내 스타일인데?'

그 말은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유리해진다는 뜻이 된다.

윤 설은 신난 듯 조커를 마구 휘둘러댔다.


"이거 진짜 죽인다!!!"

윤 설이 앞으로 뛰쳐나가 사우루스의 복부에 상처를 입혔다.

갈라진 살의 틈 사이로 혈흔이 쏟아졌다.

크워어어어어어!!


사우루스는 고통의 신음을 내뱉으며 왼손을 계속해서 뻗었다.

하지만 조준 없는 연타는 하염없이 바닥만을 가격할 뿐이었다.

윤 설이 여유롭게 회피했다.

"안되지, 안돼! 그 스피드로 어디 굼벵이 한 마리 제대로 잡을 수 있겠냐?!"


윤 설이 조커에 계수를 불어넣었다.

이제는 붉다 못해 새빨갛게 변화된 조커가 사우루스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다.

생명체가 아닌, 고작 물질에 의해 공포를 느끼는 경우는 처음일 터.


윤 설이 사우루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화려한 검무를 펼쳤다.

대각선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 아래에서 위로.

엑스자로 그어진 놈의 몸통이 완전히 갈라져 가죽이 벗겨졌다.


촤라라라라락-!

잔상처럼 남아있는 붉은 계수가 사우루스를 가르며 공중에서 사라졌다.

"으야아아아앗!!!"


울부짖을 틈 없이 생명의 줄이 끊긴 사우루스의 육체가 바닥으로 엎어졌다.

신전의 바닥이 흥건하게 피로 적셔졌다.

움찔거리며 약간씩 몸을 움직이던 사우루스의 생명이 공중으로 흩날렸다.


윤 설은 그제서야 안심한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그래......, 이제 끝났구나."

그녀는 조커를 소멸시킴과 동시에 몸의 광분을 완전히 잠재웠다.

뜨거워지던 육체의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끈질기긴, 공격을 그렇게 받아내고 팔이 잘렸는데도 계속 싸울 줄이야."

어이가 없을 정도의 생명력이었다.

아마, 이때까지 싸운 강적들 중에서도 단연 탑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이겼다.

우여곡절이 여러 번 있었지만 어쨌든 이겼으니 된 것이다.

'그나저나......'

윤 설은 자신의 손을 펼쳐 내려다보았다.


"방금 분출된 힘은 뭐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분노가 가득 채워졌었어."

이때까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 그녀였지만 이번 각성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파워업이었다.


헥토마 펑션이 발현되었을 때에도, 첫 각성 단계에 들어섰을 때에도, 강해진다는 체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 때문일까?"

윤 설은 생각에 잠겨 원인을 분석했다.


그녀의 머릿 속에 한 가지가 생각났다.

정혁이 사우루스의 공격에 당해 맥을 잃어갈 때.

정말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 이유 때문이라고는 확신 못하겠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도출이었다.


곧 윤 설의 얼굴이 붉어졌다.

홍조빛이 띄워지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하하, 마, 말도 안 되지. 내가 그런 일 때문에 각성을 했을까? 그럴 리 없지. 그래, 아무렴. 하하하하."


하지만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며 무표정으로 변화되었다.

"하....., 그 자식 괜찮으려나?"

달려나간 정혁이 생각났다.

윤 설은 천천히 허리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도 여기는 정리 됐으니까, 그 쪽으로 합류해볼까?"

팔을 위쪽으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피자 힘에 부쳤는지 상체를 축 늘어트렸다.

"아오, 삭신이야. 온 몸이 다 아프네."


그르르.

나지막한 소음이 들려왔다.

"으음?"

윤 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르르.


귀에 꽂히는 괴수의 울음소리.

작지만 정확히 판별할 수 있었다.

"이제 죽었을 텐ㄷ.....!"

피융!!


검은색의 레이저가 발사되며 윤 설의 왼쪽 팔을 뚫었다.

......, 어?

순간 뇌의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알을 돌려 작게 구멍이 난 자신의 왼팔을 내려보았다.


피로 얼룩진 제복 아래로 속살이 보였다.

뼈가 뚫린 듯한 고통이 뒤늦게 찾아왔다.

"으, 으아아아아!!!!"

흐르는 피를 멈추려 팔을 부여잡았지만 고통이 더욱 커졌다.


윤 설은 한 쪽 무릎을 꿇어 눈을 찡그렸다.

이런 거였나.

국가대표를 준비하면서도 많은 아픔과 고통을 참아왔지만.

이 정도로 규격 외의 통증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으으으으, 무슨......!"

하얀 털의 가죽을 완전히 벗기며 속에서 튀어 나오는 또 하나의 괴물이 보였다.

"시, 시발....., 아직 안 죽었어?"


이전에는 외눈의 귀여운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껍질 속에서 나온 또 다른 존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털이 아니었다.

검은색으로 전신이 뒤덮힌 찐득한 형체.

슬라임을 정교하게 괴수 형태로 만든다면 저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다.


뭉개진 코와 삐뚫어진 입, 그리고 작은 눈을 가진 얼굴은 끔찍하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윤 설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아직 안 끝났구나? 그럼 말을 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네 검은 살이 터져나올 때까지 아주 반 죽여놓았을 텐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당혹스러움과 역겨움이 뒤섞여 환장의 하모니를 이뤄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2페이즈가 있었다고? 무슨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하지만 푸념만 늘어놓는다면 발전은 찾아오지 않는 법.

윤 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한번 계속 해보자."

그녀는 오른손을 뻗어 조커를 생성하려 했다.


붉은 계수를 몸에서 방출시켜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었다.

점점 길다랗고 커다란 도끼의 형태가 완성될 무렵.

슈우우우-.


뭉쳐진 계수 결정들이 다시 흩어져 윤 설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당황스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왜 안돼 이거?"

순간 흠칫한 그녀는 깨달았다.


분노가 절정에 달했을 때만 강력한 힘이 분출된다는 것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윤 설은 끈적한 다리를 바닥에서 떼어내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우루스를 응시했다.


"하하하, 시발....."

체념한 듯 어깨를 늘어트린 그녀가 바닥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 좆됐네.


------


서울의 지하 - 최정혁 사이드.

몇 분을 쉼 없이 뛰자 답답한 공기에 숨이 막혀왔다.

암흑이 맴도는 통로를 향해 거침없이 발을 옮기는 것도 이제는 지칠 지경이었다.

정혁은 점점 속도를 낮추며 자리에 멈춰 섰다.


상체를 숙여 두 무릎에 손을 짚으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 원래라면 이 정도는 힘들지도 않은데. 너무 공기가 답답해."

퀘퀘한 먼지를 이미 얼마나 들이마신지도 모른 채 목에서 기침이 튀어나왔다.


"콜록, 콜록. 어우.....!"

정혁은 양팔을 벌려 천천히 심호흡했다.

상쾌한 공기가 아닐 지어도 잠시 멈춰있으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했다.


"하, 이제 좀 살 것 같네."

정혁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일반적인 걸음걸이로.

처음 떨어진 통로에 도달한 후 몇 분을 더 뛰었으니 이제쯤 화람과 지우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거라 생각했다.


곧이어, 그의 눈앞에 작은 문이 보였다.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아주 작은 문.

정혁은 경계심을 품은 채로 작은 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런 곳에 왜 문이 있는 거야?"


혹여나 함정이라도 설치되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이 뇌를 잠식했지만 아무런 현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혁은 천천히 작은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 느껴졌다.


엄청난 위화감이 들었다.

길고 긴 암흑의 통로에 설치된 작은 문.

안에 어떠한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이 덮쳐왔다.


정혁은 눈알을 좌우로 굴리며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에이, 까짓거 뭐 어때. 함정이든, 외계인이든 무슨 상관이야!"

자신감을 한껏 채우며 그는 작은 문을 열어젖혔다.

철컥-.

문이 조심스레 열리기 시작했다.


낡은 문에서 흘러나오는 삐걱거림의 소리가 함께 귀를 덮치며 내부 공간이 드러났다.

정혁은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게 뭐하는 곳이냐, 대체.....?"


자신이 아까 보았던 신전보다도 훨씬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의 단조로움을 없앰과 동시에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조형물들.

잘 깎아낸 높은 흙벽.


마치 선진국 수도의 랜드마크를 견학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곳이 더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정혁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둘러보기에 바빴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상.


덩달아 공기의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정혁은 코를 벌렁거리며 숨을 크게 쉬었다.

"잠깐, 왜 피비린내가 이렇게......!"

툭-.


공중에서 무언가 날아와 정혁의 앞에 떨어졌다.

붉은색의 액체와 같이.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려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응시했다.

"......, 어?"


시야에 들어왔다.

일자로 잘려 바닥으로 추락한 사람의 팔이.

정혁의 정신이 끊어졌다.

......, 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것은 정혁이 팔을 목격하고 몇 초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으, 으아아아아아!!!"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끔찍한 형체로부터 멀리 벗어났다.

"파, 파, 파, 파, 팔이......!"


- 오, 이제 왔는가?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혁은 등을 돌려 정체를 확인했다.

"사우루스를 꺾고 왔다는 건가? 믿을 수 없군. 내 예상보다 더욱 대단한 놈이었어."


올로소는 광기의 미소를 지으며 정혁에게 말했다.

그의 손에는 축 늘어져 피범벅이 된 백화람이 머리채를 잡힌 채 들려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이번에는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진 채 나가떨어진 지우가 보였다.


올로소는 비웃듯 화람의 육신을 정혁에게 던졌다.

힘없이 늘어진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두 눈알이 존재하지 않았다.

고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형상에 정혁의 초점이 흐려졌다.


올로소는 입맛을 다시며 혀를 낼름거렸다.

- 이번엔 자네 차례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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