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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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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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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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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79)

DUMMY

Episode 78 - 루난 발현



- H.P.A 200 WARNING!

삐- 삐- 삐- 삐-!

레이더의 기계음이 더욱 거세게 소리를 높였다.

화람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단 한 가지.

- 좆됐다.....!


자신의 눈앞에 H.P.A 200 수치의 물건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혹여나 이런 거대 에너지를 가득 담고 있는 물체가 이곳에서 대폭발이라도 일으킨다면?


전대는 물론이고 서울 전체가 초토화될 것이 분명했다.

'머, 멈춰야 하는데!!'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위험한 물건의 에너지를 잠재울 방법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빛이 발현되고 있는 책에서 검은색의 계수가 튀어올랐다.

콰과과과과과!!!

이제 정말 징조가 보였다.

'내, 내가 계수를 집어넣은 바람에.....!'


화람은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다.

검은색의 계수가 거의 허공을 채우고 있을 때쯤.

더욱 거센 소리가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끝났어!!'


슈우우우우우욱!

하지만 잠잠했다.

눈을 감아도 새어 들어오던 빛들이 더이상 눈을 부시게 하지 않았다.

화람은 조심히 눈을 떴다.

"어?"


그저 골동품과 같았던 낡은 책에서는 이제 먼지가 덜어지고 은은한 노란색의 빛만이 발현되고 있었다.

"뭐야, 괜찮은 건가?"

페이지가 살랑살랑 넘어가며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는 의문의 책.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려있었다.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괜찮은 거야?"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주변 이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또,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후폭풍이 들이닥칠까봐 일행들은 그저 머뭇거리기만 했다.


'아, 참!'

화람은 손에 들고 있던 레이더를 다시 한번 살폈다.

이제는 경고음 따위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용솟음치듯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던 H.P.A 수치가 잠잠해져 있었다.


- H.P.A 56.

"이, 이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에요?"

윤 설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진명이 오른손으로 그녀를 막아섰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라, 저 정도의 흐름이면 우리 정도는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이니까."


죽음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움찔했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미궁 속에서 목숨을 건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이들이었다.

지옥에서 벗어난 지 고작 몇 시간에 불과한데 또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화람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지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의 행동을 물었다.

"뭘 하시려고요?"

그의 질문에 화람은 무전기 버튼을 누르며 답했다.


"본부에 연락을 좀 해야겠어, 이건 우리가 처리할 수준의 물건이 아닌 것 같다."

그녀가 들고 있는 무전기는 꽤나 최신형으로 보급된 물품인 듯 보였다.


회색빛의 쇠가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모습.

화람은 무전기를 가슴팍에 위치한 제복 주머니에 넣었다.

"됐어, 곧 있으면 본부에서 확답이 올거야. 우리는 그때까지 이 범상치 않은 책을 가만히 보관하자고."


"그래야겠죠."

진명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의견을 내려는 듯 손을 들었다.

"음, 왜?"


"다름이 아니라 불침번 근무랑 동일하게 여기 있는 인원들이 번갈아가며 지키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의 의견을 듣고는 동의하듯 흥얼거렸다.


"좋은 생각인데? 그럼 첫 감시자는 누가 할래?"

화람이 지원자를 받았다.

그녀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진명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원에 윤 설과 정혁이 당황해하며 나섰다.

"에? 아, 아닙니다, 지휘대장님.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두 사람은 마치 새로 입점한 음식점에 줄을 서는 듯 화람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워, 워! 잠깐만! 이렇게 된 거 그냥 내가 순서를 정해줄게. 자, 그러면."


------


"아,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정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내 말이, 처음부터 우리가 손을 들었어야 했는데, 눈치가 없었네."

윤 설이 턱에 손을 얹으며 눈을 감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관으로 돌아와 편안한 복장차림을 취하고 있었다.

치료실에 남아있는 건 남궁지우와 하진명 두 사람.


감시자는 두 시간을 간격으로 한 사람씩 교대하며 바뀐다.

그러니까 한번 근무 시 총 4시간을 지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아까 그 물건은 대체 뭐였을까?"

윤 설이 물었다.


정혁은 종이컵에 따른 물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신전에서 가져온 책 말이에요?"

"응, 뭔가 심상치가 않아 보여서. 혹여나, 또 이상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확실히 무언가 거대한 기운을 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들은 두 눈으로 그 장면을 목격했으니 다른 말이 필요가 있겠는가.

"일단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어요."

"뭔데?"


정혁은 화람이 얘기했던 H.P.A에 관한 것이 생각났다.

"강남쯤에서 H.P.A가 150 이상이 넘는 고 에너지가 발현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마찬가지로 강남에서 그 낡은 책을 발견했고, 그 책은 우연찮게도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었어요."


"앞뒤가 맞아떨어지긴 하네. 그러니까 네 말은 저 낡은 책이 레이더에 발현된 H.P.A 150의 주인공이라는 거지?"

윤 설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손뼉을 쳤다.

"거의 100프로이긴 해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검지를 흔들었다.

"거의, 라는 말도 붙일 필요가 없어."


사실상 확정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 논리가 들어맞는다면 일행은 두 가지의 미션을 한번에 클리어한 셈이 된다.

신 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것과 차르카 올로소를 물리치는 걸 성공한 것.


"우와, 그러면 우리 완전 승진하는 거 아니야?"

윤 설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공적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었다.

아마, 진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이보다도 큰 공을 세웠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을 무렵.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정혁은 생활관의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세요."


- 실례합니다.

문 밖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돌아가자 화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미소를 보이며 두 사람밖에 없는 생활관을 둘러보며 들어왔다.


"아, 지휘부대장님!"

정혁과 윤 설이 동시에 일어나자 화람은 손을 뻗어 휘저었다.

"그, 그렇게까지 격식차리지 않아도 괜찮아. 난 그냥 너희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어서 온 거니까."

""전해줄 말이요?""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화람은 헛기침을 한번 한 후에 빈자리를 골라 걸음을 옮겼다.

"여기 잠시 앉아도 될까?"

수줍어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정혁이 말했다.


"아우, 그럼요. 편하게 앉으세요. 그런데 그쪽은 아직 청소를 안해서 더러울 수도 있어요."

정혁의 말에 화람이 웃어보였다.

"푸하핫, 난 그런 거 신경 안써. 먼지야 나중에 털면 그만이지."

학사관의 지휘부대장치고는 꽤나 유쾌한 성격이었다.


'분명 엄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사람은 평소 모습을 봐야 하는구나.'

듣던 소문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었다.

화람은 보이지 않는 먼지를 손으로 털며 자리에 착석했다.


약간의 어색한 기운이 내부를 맴돌았다.

그녀의 목적이 아직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조금의 긴장감도 들었다.

화람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어색한 공기를 바꾸기 위해 말했다.


"아, 일단 이번 사건은 정말 고생 많았어. 특히나 두 사람은, 아직 일반인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큰 활약을 펼쳐줘서 더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니 알아줬으면 좋겠어."

칭찬부터 듣다니 오글거리기 시작했다.


정혁은 몸을 부르르 떨며 질끈 눈을 감았다.

'으, 난 이런 거에 좀 약한데.....!'

하지만 윤 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녀는 눈빛을 반짝거리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에이, 뭘요! 그정도는 아니에요, 헤헤!"

세상 좋아하고 있다.

마치 칭찬 스티커를 처음 받은 유치원생처럼.

정혁은 그런 윤 설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저게 우리 누나지.....'

어려보이지만 친화력이 좋다.

그 논리는 백화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말인데."


'드디어 본론이 시작되는 건가?'

화람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최정혁, 윤 설. 너희 두 사람을 우리 전대로 전입시키고 싶은데, 둘의 생각은 어때? 한번 들어보고 싶어."


갑작스러운 고급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ㄴ, 네?"

윤 설마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귀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정혁이 되물었다.

"다시 한 번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화람은 머뭇거림없이 말해주었다.

"말 그대로야, 그냥 너희 두 사람을 내가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얘기지."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학사관은 전대보다 더 상위에 위치해 있는 거대 조직.


시설, 수준, 실력, 그 어느 것을 비교하더라도 월등할 정도로 규모가 큰 부대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둘이 적호학사관에 전입을 간다면?

성장의 폭이 남달라질 거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화람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정혁과 윤 설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래, 고민이 되겠지. 이제서야 막 전대에 적응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을 텐데, 갑자기 다른 곳으로 또 부대이동을 해야 한다면 나 같아도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


화람은 그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도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적 끝에 윤 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지휘부대장님."


그 어느 때보다 공손한 목소리였다.

화람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올렸다.

"네,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윤 설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안될까요?"


예상은 했다.

'그래, 한순간에 이 제안을 결정짓기는 어렵겠지.'

화람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생활관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알았어요, 시간을 줄게요. 대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하, 하루요?"

"네, 내일 오전 중에 저희 학사관의 인원들이 올 거니까요. 그 전까지는 결정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녀는 손짓으로 인사를 건네며 문을 닫았다.

쾅.


화람이 나가자마자 윤 설이 머리를 문질렀다.

"으으으, 이런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게 하다니....!"

겉으로는 밝은 척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꽤나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난 이런거 결정 장애가 있어서 못 정한단 말이야!"

그녀는 몸을 축 늘어트렸다.

"정혁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그녀가 낚싯바늘을 던졌다.


먼저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정혁 역시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조금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은데."

"역시 너도 그렇지? 에휴, 모르겠다. 나는 조금 이따가 생각해볼래."


그녀는 침대 밑에 놓인 세면 바구니를 챙겨 나갔다.

"나 씻고 온다!"

문이 닫히고 적막이 찾아왔다.


'이거 완전 엄청난 숙제를 풀어야할 때가 온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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